[추천글-내글내생각] 7년의 공백  
상병 홍석기   2008-06-10 17:23:16, 조회: 828, 추천:1 

두번째 글입니다. 이번에도 스크롤의 압박이...(땀땀)

일주일간 내팽개쳐 두다가 얼마 전 생각나서 며칠 사이에 확 지른 탓인지, 중간중간 주제가 좀 삼천포로 빠지는 느낌이...책마을 주민 여러분의 넒은 양해를 구합니다.

그래도 역시 다 쓰고 나니 기분은 좋네요. 갑자기 자우림의 '그래 제길 나 이렇게 살았어' 가 듣고 싶어 지는군요. (여기 자우림 팬들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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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상당히 오래전의 일로 기억된다. 내가 ‘ㅇㅇ계획표’ 라는 것을 만들기 시작 한 것은 말이다. 물론 정확한 연도는 기억나지 않지만, “나는 코를 흘리고 다니지 않는데 왜 코흘리개라고 부르지,” 라든가, “뜨거운 물을 왜 시원하다고 할까” 같은 의문을 느끼던 시절이었던 것은 확실하다. 어린 시절부터 나를 수면부족으로 이끌었던 사립교육기관의 영향이었는지. 에디슨이니 링컨이니 코 큰 사람들이 주류를 이루었던 위인전의 영향이었는지, 휴일이면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주무시다가도 근면을 외치시던 부모님의 영향이었는지 그런 것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어느새인가 갑자기 나는 ‘계획표’ 라는 놈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착한 어린이는 하루하루 계획표를 만들어요.” 같은 말이 ‘하나 둘 셋’ 같은 곳에서 슬슬 들리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발림생활’ 책에도 ‘그날 그날 계획을 짜서 생활합시다.“ 같은 문구가 등장하고, 방학 전에 나오는 가정통신문에도 ”계획을 짜서 보람찬 하루를 보냅시다“ 가 ”저수지 근처에 가지 맙시다“ 보다 위의 항목으로 나오기 시작하더니, 결국 나는 ’일일계획표‘ 를 방학 숙제로 내야 하는 지경에까지 처했다. 물론 파이의 1/3 은 꿈나라 출장이었지만.

비록 실상은 ‘모두에게 미움받는 밥맛없는 어린이’ 였지만, ‘모두에게 사랑받는 바른생활어린이’ 를 자처했던 나는  꼬박꼬박 과제를 내고, 선생님들의 명령을 따르고 위인전은 참 감동적이야 나도 저사람을 본받아야지 등등의 예스맨 정신을 발휘하여 뒤를 돌아보니 매일매일 일일 시간표를 짜게 되었고, 슬슬 재미를 붙일 정도가 되었다. 내 기억으로는 아마 초딩 4호봉까지는 대강 아래의 내용을 담은 시간표를 매일 매일 짰던것 같다. 날마다 내용은 별로 변하지 않았다.

07:30~ 07:40 일어나서 씻기
07:40~ 08:10 아침식사
08:10~ 14:00 학교 
14:00~ 17:00 친구들과 놀기
17:00~ 18:00 TV 시청
18:00~ 19:00 재능수학, 영어
19:00~ 19:30 저녁 식사
19:30~ 20:30 책 보기
20:30~ 21:00 씻기
21:00 꿈나라 출장.

.....물론 이것을 다 지켰었는지 아닌지는 언급하지 않겠다. 여튼 난 ‘참! 잘했어요 (쪼개는 두 어린이)’ 도장을 받았으니까.

2.
그리고 초딩 5호봉 무렵, 나는 스타크래프트와 영재교육이라는 향후 10년의 한국사회를 주도하게되는 큰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그에 따라 학교-피씨방-집-학원 이라는 고정적인생활 패턴을 유지할 수 밖에 없게 되면서, ‘일일 계획표’는 무의미하게 되어 버렸고, 그 뒤로는 그 놈을 짜는 것을 그만두었다. 대신 ‘주간 계획표’ 라는 놈의 등장. 젠장, 역시 렙이 올라갈수록 새로운 놈들이 나오는 구만.
이번주- xxx영단어 10쪽 외우기,  ‘하위레벨’ ㅇㅇ쪽까지. ‘한삼논술’ 어딘가까지.
다음주- 저번주꺼 +10
듣보잡 주- ....

아아 끔찍한 기억이다. 그러나 이 당시 나는 촉나라를 건국하고 장안을 함락 시키는 데 바빴고, 그 다음엔 배신자 베라딘을 처치하고 12주신과 맞짱뜨느라 바빴고,  고 다음엔 태서더와 캐리건을 구출하는데 바빳...다. 두 번이나 우주에 위기가 닥쳤는데 저런 공부가 문제일까. 계획표를 짠 지 한달 뒤 ‘하위레벨’은 쓰레기통으로 들어갔고, xxx영단어는 아버지 서재 속으로 들어갔고, ‘한삼논술’은 그나마 계속했다. 같이 했던 여자애가 좀 이쁘더라.

이리하여 ‘주간계획표’ 역시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나 역시 먼 옛날로 돌아가 국내성 주변에서 쥐를 잡고, 죽을 운명이었던 곽가와 전위를 구출하고, 시라노의 무장봉기를 도우며 삼천갑자를 누볐다. 그런데 예전에 역시 삼천갑자를 살았다던 동방삭 씨는 결국 잡혀갔단다. 그러면 나는 어떻게 될까나.

...어느 새 나는 중학생이 되었다.

3.
중학생이 되어도 일상은  변하지 않았다. 학교-피씨방-학원-집. 항상 수사-발뺌-구속-보석으로 마무리되는 비리 기업인들의 사이클만큼이나 변하지 않는다. 차이점이라면 노말로 디아블로 액트 4까지 모두 클리어 한 후 나이트메어로 다시 할 때 정도의 차이다. (나는 디아블로를 시작했다. 하지만 이정도 차이는 돈세탁 수단이 현금에서 스탁옵션으로 바뀐 정도지.)  하는 일은 똑같은데 결코 그것이 가볍지 않다.

경시대회니 특목고 대비니 이런 놈들이 서서히 다가오고,  서서히 s대니 k대니 같은 이름들이 식탁에 올라오고, 현실적으로 중간고사는 내일 모레고, 끝나고 좀 쉰다 싶으면 기말고사다. 앗차하면 시체 떨구겠다.

부모님 말씀에,....이제 슬슬 대비를 해야 한단다. 미래를 위해 목표를 세워야 한단다. 또 목표를 위해 계획을 세워야......

....나왔다. 메피스토.

그날따라 s대에 몇 명 y대에 또 몇 명을 보냈다는 듣보잡들의 리스트를 보여주며 입을 놀렸던, 십상시 같은 모 학원 원장과 면담을 하고 오신 탓인지, 어머니는 열의에 가득 차셔서 나를 붙잡고 ‘계획’을 논의하셨다. 이른바 ‘7개년 계획’.

아놔. ‘개년 계획’ 같은 놈까지 등장했다. 왜 하필 7개년이냐 하면, 지금 나의 성장률로는 7년 후에나 OECD 진입이 가능...한 게 아니고, 대학 진입, 이 가능했으니까. 그리고 이 때만 해도 S니 K니 이런 곳에만 입성하면 OECD 따위는 문제도 아니고 상임이사국 정도의 파워를 지닐 수 있을 것으로 믿었기 때문에, 그랬다. 좋아, 빡시게 내신 관리하고 과학 수학 파서 중학교 내내 한 전교 10등 내로 유지하고, 경시대회 상도 받고, 이른바 스킬 레벨 올리고 유니크 아이템 장착한다 이거구만. 그래서 K고 가면 뭐 거의 탄탄대로니 카우레벨에서 사냥하듯 렙 올리면서 아이템 주워먹고, S대 입성. 끝. 이 정도면 누구와 PK 붙어도 꿀리지 않겠지?
   
....하지만, 그 뒤엔 뭘 하지? 내내 보이는 사람 마다 PK 나 걸고 ‘나 좀 쎄지?’ 같은 멘트를 날리나? 그건 너무 지루한데. 내가 정확히 되고 싶은건, 그러니까, 뭐다? 카지노 재벌이 되고 싶다. 근데 그건 방법을 모르겠다. 결국 패스. 대통령? 하지만 ‘대통령’ 이란 명찰 다는 게 다가 아니잖아? 레벨 99라고 다가 아니듯이. 남는건 허무함, 심심함, 자만....에라 모르겠다, 일단 99나 만들어 보자.

그해 겨울, 난 98을 찍었다. 성적도 그렇고 디아도 그렇다. 탄탄대로다.

4. 
다음해 여름, 갑자기 변화가 닥쳐왔다. 첫째는 예전부터 말이 많았던 확장팩의 출시. 액트 5가 생기면서 게임 제목은 디아블로인데 막상 디아블로는 족발밥상이 되어버리고 엉뚱한 놈이 최종보스로 등장하는 아이러니가 생겼다. 뭐 그래 이런 게임 구조상의 전개는 아무래도 좋다고 치자. 가장 컸던 것은 새로운 아이템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는 것이다. 국벨트니 차태현이니 전지현이니 요런 이상한 것들이 등장하면서, 기껏해야 조던 많다고 자랑하던 나는 피펜과 로드맨, 조던이 은퇴하고 세대교체에 실패한 시카고 불스가 된 기분이었다. ‘이제 시대는 변했단 말이다!’ 코비가 높게 던진 볼을 오닐이 점프하여 바스켓에 꽃아 넣는다. 알리웁 작렬. 13연패째. 그 해 시카고 불스는 중부 컨퍼런스 최하위를 차지했다. 천하의 불스가 이 정도이니 내 운명 정도는 굳이 언급 안해도 알겠...악! you are dead. 당신은 35678 골드를 떨궜습니다. 여섯 차례의 시폭을 당하고 삼십여 개의 귀를 잘린 후 결국 마음 속 까지 빈센트 반 고흐가 되어 버린 나는 결국 5천원에 아디를 친구에게 넘겼다. 지금 이 돈 가지고는 부라보콘 5개도 사먹기 힘들다. 아무리 엽기적인 그녀라지만 전지현이 디아월드에 출현할 줄 누가 알았나. 퇴계 선생님의 몸값이 부라보콘 하나에도 못 미치게 될 거라는 걸 누가 알았나. 

두 번째, 나는 K고 진학을 포기했다. 왜냐면 나는 과학의 발전이 가져오는 환경파괴와 인격파괴, 그에 대비되는 인간의 미성숙 등에 염증을 느껴 과학 공부를 포기하고 ‘러다이트’의 일원이 되기로 했고, 암기 위주의 모래성 지식만 쌓게 하는 한국 교육의 미래는 어둡다고 생각했고, 세계로 나가 5대양 6대주의 항구마다 여자친구를 만들고 싶어서, 라면 거짓말이고, 그냥,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라는 말밖에 할 수 없을 것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디아를 접고 포트리스에 매달려 있던 어느 날, 아버지께서 던지신 “ 너 유학갈래?” 란 한 마디가 시작이었으니까. 그때 나는 한창 내 이빨에 낚인 1명의 처자 (일명 포앤) 과 대화하며 온갖 망상을 부풀려가고 있었기 때문에, “네, 갈게요.” 라고 건성으로 대답하고 ‘에이, 가면 가는거지 뭐. 별 일 있겠어.“ 라는 만만디 정신으로 일관해 버리는 엄청난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물론 한켠으로는 학교-피시방-학원-집 사이클에 시달리다 지쳐 탈출구를 원했을지도 모르고, 대한민국 공교육에 염증을 느꼈을지도 모르고, 점점 호전적으로 변해가는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느꼇을지도, 혹은 십대 특유의 모험심 포텐 폭발 일랑가 몰러. 거기다 또 사춘기 소년에게 이 세상에 소녀보다 더 중요한 것이 어디 있겠냐마는, 아무리 그래도 내 지난 중간고사 영어 성적이 72점이었으며,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영어 과목을 없애버리기 위해 친구와 하교길마다 세계 정복 프로젝트를 계획하고 있었다는 것 정도는 기억 했어야 했다. 널 싫어하는데. 난 왜 모르는데. 이 바보.

   어쨌거나 일주일 후 부모님은 때아닌 서울구경을 갔다 오신더니만 유학 박람회에서 학교 팸플릿을 가지고 오셨고, 그로부터 일주일 후 나는 서울의 모 유학원 상담 테이블에 앉아 되도 않는 영어를 지껄이고 있었으며 (아이 스피크 잉글리쉬. 아임 굿. 아임 굿.), 거기서 ‘영어 상태 심각함. 토플 6개월 올인’ 판정이 떨어지자 한달 후 자퇴서를 제출했다.  그리고 나는 결국 학교-학원-피시방-집의 핫도그 같은 스케줄은 벗어났지만, 그와 비교하면 우리 앞집 매탄동 조기축구회 김과장 아저씨의 훈련 메뉴와 맨유 박지성의 훈련 메뉴 만큼의 차이가 나는, 토플 모의시험- 토플 강의- 단어 200개 암기- 자기 전까지 테이프 무한 반복, 이상 전체 무한 반복. 이라는 사이클을 소화시켜야했다. 이럴 줄 알았다면 영어나 해둘껄, 꾸역꾸역. 상위 1% 니 평균 98이니 다 쓸데없는 거였군, 쩝쩝 꿀꺽. 꾸르르륵 퀘스트? 이게 뭐드라 사냥? 아 기억안나 꾸륵 꾸르륵 이거 분명 계획에 없는 일인데 왜하나 힘들어 우워어 자폭 꾹......버튼이 안터져!!! 휴스턴, 문제가 생겼어요!!!뭐? 이건 다 러시아의 음모라고? 상관없으니 날 좀 꺼내줘!!! 여긴 중력도 없잖아! 서서 쏴는 하게 해줘야지!!!  

.... 에라 모르겠다. 그냥 해보자. 마음을 비우고, 불규칙 바운드에 맞서 보자. 흐름을 타는 거다. 물처럼 되라. 이것이 절권도의 기본이다. 난 도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생각하지마 생각하지마 생각하지마 생각하지마  생각하지마 생각하짐나 생각히지마 생삭히닺M 생가하재G 생가痴嗤 생각하지마 생갖하지마 江▤舊嗤 햇악가하지마 생각하지마
생랏각하지마 새耐點舊嗤 생각흐자마맣 생각하지마 생각하지마 생가하잠 생각하지 

결국 모든 것은 예측 불허였던 것이다. 오후 3시에 매일 칼같이 혼자 찌질한 산책을 즐기던 칸트는 행운아였을 뿐이다. 요즘은 가스 점검이든 민방위 훈련이든 교통 정체든 유치원 소풍이든 반드시 어디선가 태클이 들어오기 마련이다. 자신의 의지만으로 인생을 컨트롤 할 수 있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모든것은 계획대로다.” 따위의 말을 지껄이는 놈은 결국 심장마비에 걸려 죽었다. 하지만 왜! 왜! 이놈의 만화는 늦게 나와서 5년 후에나 깨달음을 주는가. 아아~ 나는 몰랐네. 그리움만 쌓이네. 

그리고 모든 계획은 끝이 났다. 

5.
그 후 나는 어찌어찌 토플을 통과하고 태평양을 건넜다. 역시 카지노 재벌이 될려면 본토에서 배워야...란 생각은 하지 않았던 것 같다 (아직도 전혀 방법을 모르겠고, 나 자신이 사업에 맞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리고 이왕 할려면 ‘플레이보이’ 지 사장이 더 낫다는 것도 깨달았다- 물론 개인적 취향이다). 또 어찌어찌 외국애들이랑 부딪겨 살다 보니 영어가 되기 시작했고, 어찌어찌 공부하다보니 대학가고, 또 어찌어찌 수업 몇 번 빼먹으니 군대가고, 또 어찌어찌 이상한 선임 만나서 여기서 글을 쓰고 앉아있다. 물론 ‘아, 지금 무엇을 해야겠다.’ 란 생각은 자주 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전에 계획한 것이라기 보다는, 눈앞에 보이는 옵션 A,B,C중 하나를 선택한 것에 더 가깝다. ‘계획’ 이라는 어느 한 시간대에서의 나 자신이 설정한 시나리오는 편협하고 비현실적 일 수 밖에 없다. 우주공간 속 한 ‘점’에서 전체를 바라보는 시선은 제한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나는 더 이상, ‘계획’을 만들지 않는다. 나는 ‘물’ 이 되고 싶다.

...이 글은 결국 한 생각 없는 놈의 넋두리일 수 도 있다. 그렇게 살아서 무엇을 얻겠느냐고 반문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평생직장, 결혼 자금, 노후 자금, 여가비, 교육비...생각해보면 지금부터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은 무지 많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완벽’ 하게 계획하고 실천할 수 있을까? 또 ‘완벽’ 하게 했다하더라도, 나는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솔직히 난 자신이 없다. 물론 후회할 쪽은 나일지 모른다. 하지만 후회란 건, ‘섣부른 속단’에 의해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닌가?

나는 한 마리의 카멜레온이다.

6.
한창 토플만 파던 시절, 에세이 문제로 이런 질문이 나왔다. “인생을 사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계획을 짜는 사람과, 즉흥적으로 사는 사람. 당신은 어느 쪽이 더 낫다고 생각하는가?” 토플 특유의 '이거 아님 저거‘ 스타일이다. 난 이때 후자를 변호하지 못했고, 이 시험지는 그 후 7년간 백지 상태로 남아 있다.


.............난, 이제 이것을 제출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삼천 갑자를 누비는 동방삭이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8-12-08
10:34:47 

 

병장 김별 
  하하하 유쾌하게 읽었습니다. 
제가 자우림 팬 쯤(?) 됩니다. 
김윤아 솔로앨범 들도 많이 들었구요.. 
그거가지고 광팬이라고 하긴 뭐하지만, 상당히 좋아합니다. 2008-06-10
17:44:14
 

 

상병 이동석 
  푸하하 
저도 국내성에서 쥐좀 잡았죠. 

디아블로 하면 정말 안습인게, 오리지널때 뼈빠지게 만들어놓은것들이 확장팩 나오니 카우레벨좀 돌면 누구나 맞출수 있어지더군요. 
오리지널때 동네에서 제일 렙 높다고 이제 하산하겠다고 해놓고 집에서 칩거하며 '엄백호로 삼국통일하기'따위나 하고 있을때 동네 아이들은 확장팩 바로 설치하시고 카우레벨 돌리고 있었던겁니다. 

엄백호로 삼국 통일 해봐야 손가락만 아프고, 트렌드에 뒤쳐진 캐릭터는 접속하기가 무섭게 시체되고, 
덕분에 게임을 접고 뒷골목(?)으로 향했지만 뒷골목은 또 뒷골목대로 
그놈의 교복 통은 왜 이렇게 자주 바뀌는지 줄였다가 늘렸다가 

통 몇번 줄였다 늘렸다하다 찢어져서 새로 사니 졸업이고 
대학가선 서울 구경 좀 하다보니 질리고 
고향내려와선 술 몇번 먹으니 일년가고 
안되겠다 싶어 영화판 기웃거리니 한편 들어가나 싶으면 일년가고 
다시 은둔형 외톨이로 돌아와서 
엄백호로 삼국통일, 더비로 챔스 제패따위나 하다보니 일년가고 
인생도 무상한데 연애나 해보자 하니 일년가고 

덕분에 제 인생 돌이켜 보니 
이 따위(?)로군요? (울음) 

어쨌거나 재밌었습니다. (웃음) 2008-06-10
17:58:10
 

 

병장 김별 
  악마의 게임들이 있죠 
무서운 게임들입니다. 사람 폐인만드는건 그냥인듯. 

저는 삼국지 6 
디아블로는 해머딘 
FM은 밀란 
W3는 휴먼 

카스, 히어로즈 마이트앤 매직3와 코만도스도 새록새록.. 
그것들로 밤을 새던때가.. 


지금은 조용히 W3로 만족하면서 모든 게임을 수수방관하고 있습니다. 
이제 손대기가 겁나요(웃음) 2008-06-10
18:28:38
  

 

상병 이동석 
  휴가나갈때마다 친구들끼리 슬쩍 눈치를 보는데 
먼저 피시방 가자고 하는 녀석이 나쁜놈이라는걸 알기 때문이죠.(웃음) 

그러면서도 누군가가 

깔끔하게 카오스 4:4 한판만 할까? 

라는 말을 나오기가 무섭게 좋다고 피시방 가는 예비역 아저씨들. 
결국 해가 뜨고도 남을 시간에 나오면서는 피시방가자고 처음 말꺼낸 친구를 욕하면서 
담배나 뻑뻑피워대며 나오지만요. 

어떤 사람들에겐 게임은 죽음에 이르는 병일지도 모릅니다. 
최소한 영혼은 팔아넘기고도 남죠. (웃음) 2008-06-10
18:43:19
 

 

병장 장재혁 
  ..그나마 한가지 게임에만 빠져있는 저로선.. 외소감이..쿨럭.. 

판타지 마스터즈.. 베타시절부터 8년차..흠흠.. 


이거 무섭네요. 거 참. 공교육이란..클클.. 2008-06-11
08:16:51
  

 

병장 장윤호 
  박민규 작가의 문체를 연상시키네요. 재밌게 잘봤습니다.(웃음) 2008-06-11
09:09:52
  

 

병장 박상욱 
  유쾌하네요. 가지롱 2008-06-11
09:23:03
  

 

병장 이현승 
  4번은 특히 삼미슈퍼스타즈의 다른버젼을 읽는듯한. 흐흐. 2008-06-11
10:50:03
  

 

상병 홍석기 
  별// 반갑습니다. 요즘 자우림 7집 나오면서 갑자기 버닝중인데요. 그래봤자 여기서 할수 있는 것은 마담 b의 살롱 이나 보는 것 밖에 없네요. 그마저도 점호시간에 본방이라 에휴. 

동석// 엄백호로 삼국통일이라니...유비 코 안누르고 영걸전 클리어하는 쪽이 낫겠는데요. 
충격이 커서 뒷골목 들어가신 건가요. (웃음) 저 자신의 게임사를 뒤돌아 보니 게임 하며 보냈던 나날들이 시간낭비였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좋은 추억거리로 남은 것들이 꽤 많네요. 몇몇 것들은 진짜 지금 생각해도 명작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들도 있습니다. 이 글에 언급하지 못한것을 몇 가지 더 꼽자면 

손노리 특유의 유머 감각이 돋보인 <어스토니시아 스토리> 나 <포가튼 사가>, 
RPG의 고전 <영웅전설 1,2,3> 
아기자기한 캐릭터가 귀여웠던 <파랜드 택틱스 1,2> 
댓글에서 언급되었던 <코만도스>- 1탄 깨는데 3시간 걸렸었죠. 벽 타는 법을 몰라서...옛날 친구들과 아직도 가끔 이 이야기를 하곤 합니다. 
그리고 사춘기 소년들의 마음을 녹이던 <동급생> <작 시리즈> 류의 게임들이 생각나는군요. 이제는 어느새 이 모든 것들이 <고전 게임> 이 되어버렸죠. 2008-06-12
08:56:10
  

 

병장 이동석 
  손노리의 그 두 게임은 저를 구성하는 요소중 하나라고 봐도 무방할듯한데요. 
은은한 로우개그는 완연히 거기서 영향받은듯 

그러나 절정의 순간에 갑자기 뛰쳐나가는 미운 여자친구마냥 
캐릭터에 동화되며 몰입하는 순간 튀어나오는 버그덕에 
그 고왔던 얼굴... 아니 성격, 대패로 밀어주고 싶을정도로 꺼칠해졌습니다. 
제 얼굴.. 아니 성격이 이렇게 된건 
이게 다 손노리 때문이다? 

컴퓨터가 안방에 있었던 고로 
사춘기 청소년의 리비도를 폭발시키는 경험은 
동급생도, 유작도 취작도 분코도 소라 아오이도 아닌 

<두근두근 메모리얼>로... 
아 때려칠까. 
이러면서 어떻게 이 게임은 이따위로 건전한건지 한탄하며 
나약해빠진 주인공을 욕하면서도 그래도 좋다고 클리어했던게 떠오릅니다. 

<프린세스 메이커> 의상파일 지우고 했다는건 죽어도 말 못해요. (부끄럽) 2008-06-12
10:31:35
 

 

병장 이태형 
  가지로 

재미있게 잘 읽었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셨어요. 

국내성에서 쥐를 잡는다는 건 무얼 의미하나요? 
전 중학교 입학 후 리니지5년, 와우3년 이렇게 해놔서 문화생활을 전혀 모르겠네요. 
허허. 2008-07-04
11:21:48
  

 

병장 박준연 
  <또 어찌어찌 수업 몇 번 빼먹으니 군대가고, 또 어찌어찌 이상한 선임 만나서 여기서 글을 쓰고 앉아있다. 물론 ‘아, 지금 무엇을 해야겠다.’ 란 생각은 자주 했다.> 

홍서기 주사님! 이런 씨밤바.(놀라지 마십시오. 제가 그 이상한 선임입니다.땀) 
포텐 폭발과 듣보잡은 4-1에 로열티 내야되는거 아니냐? 크크. 

나도 중학교 시절 포트리스 애인이 있었는데.. 감마에서 금달로 랭킹 3만등까진 했었는데.. 근데 이 글을 왜 이제야 봤지? 누군가가 베스트 선정에서 이것을 추천하지 않았다면, 못보고 지나갔을 듯 싶은데.. 

여튼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가지로! 2008-07-04
14:06:25
  

 

병장 강호준 
  홍석기님 그때의 그 추억으로 다시한번 빠져보실 기회가 있으실 겁니다. 

왜냐하면 전역하시면 스타2 와 디아3가 반겨줄 것이기 때문이죠. 2008-07-05
04:59:37
  

 

병장 이동석 
  디아 3 고곱니다. 2008-07-05
14:28:42
 

 

병장 이태형 
  디아블로3는 와우 때문에 발매가 무기한 늦어질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웃음) 
어느 잡지인지 기억안나는데 한 월간지 통계치를 보니 세계 MMORPG 점유율이 리니지1,2 합쳐서 12%, 와우 70%, 나머지 듣보잡. 
음.. 
막장 스토리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와우라지만 역시 재미가 있지요, 낄낄낄. 

스토리, 아아, 재미있는 스토리. 2008-07-05
15:13:33
  

 

병장 황인준 
  국내성 주변에서 쥐 잡는 건 아마도 바람의 나라 라는 게임이라죠(웃음). 
아직도 이 글에 리플을 안 달고 있었군요. 
잘 봤습니다. 2008-07-07
13:37:17
  

 

상병 장태순 
  제발 블리자드 게임 좀 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2008-07-08
05:41:30
  

 

 
  아 와닿습니다 
저는 한척의 갤리온을 타고 전세계 상단을 누볐죠 2008-07-08
12:25: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