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글-내글내생각] 말랑말랑 두뇌교실  
병장 조현식   2008-11-19 16:01:05, 조회: 369, 추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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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그 책은 사람들 사이에 널리 퍼져있었다. 처음에『독서의 대중화』라는 제목의 책은 유능한 재목들을 발굴하려는 누군가의 의도에 의하여 출판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돌았다. 나라의 모든 학부모들이 그 책이 처음 판매된 날, 그 책을 다 먹어버리기라도 할 듯 서점으로 서점으로 달려들었다. TV에서는 연신 그 책이 달성한 공전의 대기록에 대해 떠들어댔고, 심지어 역 앞의 거지들마저 그 책을 한 권 씩 끼고 다니면서 이야기 하는 것을 즐겼다. 『독서의 대중화』는 그 목표를 달성했다. 몇 백만 권이 팔렸는지는 모르겠으나 한국 기네스협회는 그 책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는 부분에 새로 등재시켰다. 그 해 수능에서는 이 책의 일부 텍스트를 차용해 국어문제를 만들었다. 교육부에서는 수능이 끝난 후 ‘독서의 대중화라는 책에서 문제를 낸 것은 실수’ 라는 내용을 골자로 한 수능 브리핑을 가졌다. 너무 높은 난도 때문에 문제를 맞힌 학생이 적을 것. 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이러한 교육부의 고백 아닌 고백에 책의 인기는 더욱 올라갔다. 모든 이들이 독서의 대중화를 읽으면 언어영역에서 최고의 점수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또 다시 서점으로 달려갔기 때문이었다. 각 분야의 저명한 전문가들이 해설서 및 요약본을 내놓으면서 독서의 대중화 신드롬은 신드롬을 뛰어넘어 하나의 분야로 자리 잡았다. 독서보다 더 상위 계층에 『독서의 대중화 분석』 이라는 새로운 분류가 생겨난 것이다. 어떤 도서관은 한 쪽 책장을 아예 이 책 하나만 주욱 꽂아놓는 곳도 있었다. 잘해야 문고판 크기의 그 책이 이정도로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을지는 몰랐다고 사람들은 책을 옆에 끼고 환하게 웃으며 이야기들을 나눴다. 한 신문기자는 ‘독서의 대중화가 그 제목대로 일을 냈다!’ 라는 제목으로 신나서 기사를 작성했고, 영화와 TV방송 관계자들은 내용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기에는 부적절한 것 같다며 아쉬워했다. 놀랍게도 그 기사가 나간 이후 인기 여배우 K양이 직접 사비를 털어서 책을 영화화한다는 이야기가 돌았다. 자신이 직접 주인공으로 나와 책을 읽어주는 새로운 형태의 영화장르였다. 평론가들은 하나 같이 입을 모아 새로운 시도에 박수를 보냈고 시사회를 본 이후에는 별 5개라는 점수까지 함께 보냈다. 

그런데 여전히 그 책은 초판 1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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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할 것이 없어요. 뭐라구요? 사람들은 혹시 내가 그 책을 쓰지 않았나 생각하고 있지만 - 그런 책에 대해서는 정말 아는 것이 없단 말이에요. 그런데 그게 정말 그렇게 인기 있는 책인가요? 저는 다른 책을 도통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어요. 다른 책을 보면 내 상상력이 그 쪽으로 빨려나가는 느낌이 들어서 읽지 않거든요. 이런 사람이 독서의 대중화라는 책을 썼다니, 기자 양반이 생각해도 웃긴 노릇 아닙니까. 아, 커피는 어떻게 드시나요? 설탕 4스푼이요? 혹시 당뇨병에 걸리시진 않으셨나요. 당뇨 걸린 기자로 글을 쓰면 뭔가 나올 것 같은데. 익명 보장 할테니까 제가 한 번 써 봐도 될까요?

흠흠, 독서의 대중화라는 것에 대해 평한 책들은 읽은 적이 있어요. 그런데 그 책 장르가 도대체 뭔가요? 설마 소설은 아니겠죠. 난 그 책의 해설서들을 보면 그 책이 소설이 아닌가 생각해본 적이 있거든요. 왜냐하면 해설서들이 백이면 백 독서의 대중화라는 이름하고는 도대체가 연관이 안되는 이야기로 글을 쓰고 있었거든요. 심지어 어떤 분이 쓴 책은 ‘이 책은 인류에 대한 도전이다’ 한 줄 쓰고 끝난 것도 있어요. 나머지 298페이지가 백지였을 때 제 심정이 어땠겠어요. 아, 그 책이요. 지금은 냄비 받침으로 쓰고 있죠. 가끔 휴지가 없을 때도 유용해요. 네에? 그게 요즘 유행하는 형식이에요? 이거 참, 산에만 틀어박혀 살아서 도시의 유행이라는 건 도통 모르겠네요. 네. 그러니까 제가 그 책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게 확실하잖아요. 내가 안 썼다니까요.

인터넷 까페에 들어간 적이 있는데, 독서의 대중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의 모임 이라는 까페가 있던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 사람들은 그 책에 대해서 소송을 걸 예정이래요. 변호사라는 닉네임의 사람은 자신감에 차 있더군요. 우민화의 상징인 그 서적은 출판금지와 동하여 강력한 처벌이 예상됨이 자명함에 다름없다. 라고 말하더군요. 무슨 말인지 작가인 나도 이해가 안 가는데 그 아래에는 온통 붐업이라는 댓글뿐이었어요. 혹시 붐업이라는 것도 새로운 문학 장르인가요? 아, 공감한다는 표현방식이로군요. 기자님의 말에 ‘붐업’ 이라고 외치면 되는 거군요. 근데 도대체 이런 인터뷰는 왜 하는 겁니까? 전 그 책의 작가가 아닌데요.

돈은 얼마나 받았냐... 돈을 받았다면 제가 이렇게 살겠습니까? 그리고 아 글쎄, 제가 작가가 아니라니까요. 예. 그럼요. 대학교 3학년 때 ‘말랑말랑 두뇌교실’ 이라는 몇 장 안 되는 글을 쓴 게 전부에요. 그럼요. 네, 수고하셨어요. 아이고 그럼요. 근데 인터뷰하고는 돈 안줍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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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오늘 인기소설 『독서의 대중화』를 금서로 지정하고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법안을 국회에 상정했습니다. 그리고 『문학 및 예술에 관한 법률』을 신설하여 앞으로 10년 내에 한국어를 사용하는 모든 소설에 대한 검열 실시와 함께 적극적인 작가 인수합병으로 국내 문학의 질을 높이겠다는 청사진을 내놓았습니다. 야당은 이에 이것은 정치 공세라며 강력 반발하였고, 어제 출범한 『독서의 대중화를 사랑하는 여성 모임』은 삭발 및 단식 투쟁을 통해 정부의 법률 통과를 막겠다는 성명을 발표하는 등 파문은 점점 확산될 조짐입니다.

다음 뉴스입니다. 재정교육부는 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한국어 대신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잉글리시 20XX』 계획을 발표하였습니다. 이에 따라 내년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는 r 발음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5년간 1500억 가량의 예산이 투입될 예정이라고 재교부는 밝혔습니다. 재교부는 이번 발표에서, 역사와 시대의 흐름에 맞춰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이번 조치가 꼭 필요했다며 국민들의 협조를 요청했습니다.

다음 소식은 S리포터가 전해주시죠. 네~ 인기 여배우 K양이 ‘사실 독서의 대중화를 읽어본 적이 없다’ 라는 발언을 해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인기 여배우 K양은 한 방송사의 오락프로그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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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의 대중화는 독서의 재발견이라는 이름으로 재출간 된듯 하나, 전혀 인기를 끌지 못하고 사라졌다. 그리고 독서의 대중화 자체도 초판 1쇄에서 더 이상 찍어내지 못하고 절판되었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그 책을 샀다는 사실마저 잊어버렸다는 것이다. 어쩌면 그들이 아무도 그런 책을 산 적이 없을수도 있다는 가정까지 내려볼 정도로, 그 책의 내용을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것은 나로서는 큰 충격이었다.

그러한 이유로 나는 독서의 대중화가 어떤 글이었길래 20XX년에 그렇게 큰 반향을 불러올 수 있었는지 아는 사람은 지금은 단 한 명도 남아있지 않다는 결론을 내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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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8-11-21 21:07)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8-12-08
20:37:57 

 

병장 이동석 
  왜 이 글에 댓글이 없는지 알겠어요. 

헉- 

말고는 할 말이 없군요. 허허. 
제가 예전에 쓴 글 중에 화장실에서 책을 읽는 것이 유행한 인류가 결국 변비와 치질로 멸종하는 이야기가 생각나는군요. 기억을 더듬어 다시써봐야할듯 2008-11-19
16:42:13
 

 

병장 고동기 
  머리가 말랑말랑 해지는군요. 
무언가 다양한 알레고리를 가진 글 같은데... 2008-11-19
16:49:48
  

 

상병 양 현 
  아. 마치. 비유법같아요. 으하하. 2008-11-19
16:56:31
  

 

병장 정영목 
  해학적인 풍자글 같으면서도 뭔가 다른 의중을 담고 있는 것 같긴한데, 저로썬 그걸 설명하기가 어렵네요. 

아마 그건 밑에 분이 설명해주실듯. 2008-11-19
17:46:57
  

 

병장 정병훈 
  저보고 댓글 달지 말란 말씀이십니까? 

여러가지가 있는것 같은데, 매달리고 싶진 않군요. 2008-11-19
17:50:01
  

 

상병 김지웅 
  아 뭔가 뒤통수를 몽댕이로 퍽 맞은 기분이랄까나,, 2008-11-20
03:38:27
  

 

상병 홍석기 
  저는 할 수 있는 말이 없지만, 후대의 역사학도들이 이 글을 파헤쳐주기를 부탁하면서. 

가지로. 2008-11-20
10:46:17
  

 

병장 김낙현 
  아아, 어떻게 된 거죠. 저는. 어려워서 말을 못하겠군요. 어떻게 읽는거지... 2008-11-20
12:49:45
  

 

병장 이동석 
  달리 생각해보면, 사실 이 글은 현식님의 장난끼가 듬뿍한 글일수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독서의 대중화>는 그냥 맥거핀입니다. 

그리고 그 실체 없는 책에 대한 실체 없는 열광이 맥거핀에 대한 열광이듯, 
지금 우리의 댓글도 실체없는 맥거핀에 대한 알듯 모를듯한것이지만, 현식님의 이름값에 떠맡긴 열광일지도 모르지요. 

맥거핀이 뭐냐구요? 그냥 맥거핀은 맥거핀입니다. 2008-11-20
13:13:54
 

 

병장 이동석 
  그리고 제 댓글 또한 맥거핀입니다. 2008-11-20
13:14:06
 

 

병장 이동석 
  그리고 전 책가지에 있는 글보다 이 글이 더 마음에 들어요. 

그래서 <가지로> 가야해요. 2008-11-20
17:34:25
 

 

병장 정병훈 
  가지로가기전에, 이글을에 대해 좀 듣고 싶군요. 2008-11-20
18:05:21
  

 

병장 정병훈 
  아니, '가지로'는 세명 이상 외치면 가는건 알겠지만, 세명을 제외한 책마을 주민들을 생각해줘야죠. 흐흐흐 그래요. 2008-11-20
18:06:38
  

 

병장 이동석 
  음, 현식님이 여기서 논의를 언급을 하면, 왠지 떠먹여주는 요구르트같아서 좀 별로인데, 우리끼리 논의를 합지요. 2008-11-20
18:55:14
 

 

병장 김선익 
  책을 읽어주는 K양 
읽어본적이 없다는 K양 
흠 2008-11-21
07:22:29
  

 

병장 김민규 
  가지로 가죠. 이거야 정말 헉. 밖에는.... 2008-11-21
15:19:48
  

 

병장 이동석 
  엥? 병훈님 가지로-에요? 아니면 보류에요? 2008-11-21
21:06:40
 

 

병장 정병훈 
  이미 가지로 간글에 제 동의를 요구하시는군요. 흐흐흐 한발 늦었습니다. 
주말동안 다시 읽어보던지 해야겠습니다. 히히히 
공부해야되는데 큰일이란 말이죠. 휴- 2008-11-21
21:17:58
  

 

상병 이우중 
  낙서문학史 라는 소설이 떠올랐습니다- 
낙서문학史 쇠퇴기편-정도 되려나요? 2008-11-21
21:20:15
  

 

병장 문두환 
  모순덩어리들이 뭉쳐 있군요. 어쩌면 그 지독한 아이러니가 현실 그 자체인걸까요. 2008-11-21
22:00:39
  

 

병장 정병훈 
  오... 오랜만에 '문두환'이라는 이름을 보는군요. 2008-11-21
22:15:11
  

 

병장 문두환 
  /병훈 

헉. 추천 누르려 왔다가 병훈님 댓글 보고 헉. 했네요. 
부대찌개 가게 후배들은 소풍 다녀오고 전 까불다가 다친 손바닥 요양하다가 왔네요. 
겨우 일주일 정도 시간이었는데 '오랜만'이라고 하시니. 
제가 놀란건 오히려 홍성기님이 정말 '오랜만'에 나타나신거였는걸요. 
쨌든, 잘 지내셨나요?(웃음) 2008-11-21
22:3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