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글-내글내생각]자신있어?평생 한사람만 사랑할 자신.  
상병 차종기   2009-01-12 13:57:52, 조회: 329, 추천: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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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되고 있는 , 깊이 있는 글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최선을 다했습니다. 
요새 글을 보면 아-, 글을 막 쓰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많이 고민했지만, 가볍게 쓴다고 생각은 않하기에 용기내어.. -아 , 또 부끄러워질라 그래-




순수에서 벗어나다.


중학교 3학년때 나보다 세살이나 어린 녀석이 날 좋아한다고 고백했었다. 살면서 처음 들어본 고백에 설레였고, 그녀의 어린 나이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저 순수하게 만나는게, 만나서 이야기 하는게, 좋았을 뿐이었다. 요즘애들(?)은 성숙한지라 나보다 누구를 좋아하는 방법은 더 익숙한 듯 보였다. 나는 멀리서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지나가다가 싸구려 천원짜리 목걸이나 사주고, 펜이나 하나 집어주던 그런 놈이었는데, 그녀는 내게 적극적으로 다가와 말을 걸고 전화를 하고, 노래를 불러달라 생떼를 쓴 적도 있다.-긴장하고 불러서 인지, 엄청 고음으로 불렀다-우리는 서로 손 한 번 잡아보지 못한 채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2학년의 고등학생과 2학년의 중학생. 사귄다라는 개념을 처음 알았다. 꾸준한 호감과 연락을 통해, 자주는 아니지만 가끔 만났고, 서로의 마음에 사랑이 싹텄음을 확신했을때 우린 사귀기 시작했다. 그것을 연애라고 부를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사랑이었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하는 교제가 어색했지만, 그녀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감정에 휘둘리고, 푹 빠져버렸다. 그리고나서 집착을 알았다. 학생이고, 집도 꽤나 멀어서 일주일에 많으면 두 번, 적으면 한 번 만나는게 고작이었다. 그 한, 두번의 만남을 놓치기 싫어, 어쩔수 없이 주말엔 그녀를 잡을 수 밖에 없었고, 다툼이 빈번해질 수 밖에 없었다. 아니 다툼이 아니라, 나의 일방적인 '화' 였다고 말하는게 옳을 것이다. 그녀는 화를 내지 않았고, 그저 미안하다고만 했다. 그리고 전국 모의고사가 있던 날 분명 내가 아는 문제인데, 잘 풀리지 않아 답답해 하고 있을때, 바지 주머니에서 휴대폰의 진동이 느껴졌다. 문자메세지. 나는 답을 체크하고 문제를 계속 풀어나갔다. 쉬는 시간에 문자를 확인하니, 좀 쉬고 싶다는 그녀의 메세지 였다.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단번에 알아차렸고, 그래, 쉬다가, 내가 그리워지면 돌아오라고 말했다. 다음날 답을 맞춰보니 내가 고민하던 문제는 틀려있었다. 


다시 사랑하다.


대학에 들어갈때 까지 여자를 사귀지 않았다. 첫사랑의 아련함 때문인지, 날 좋다는 여자들도 꽤 있었건만, 마음이 움직이질 않았다. 그렇게 대학에 입학을 하게 되었고, 혼자서 외롭게 학교 생활을 하겠다는 나의 다짐을 허물듯이 주변에 여러 친구들이 생겼다. OT를 안가서 인지 뉴페이스라며 좋아하는 애들이 대다수였고, 그냥 어떤 계기로 친해진 애들도 몇몇 있었다. 그 중 눈에 들어 오는 한 사람이 있었다. 나와 집도 가까워 집에 같이 가고, 강의도 같이 듣고, 주말에도 만나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렇게 미묘한 감정을 키워나가던 어느날, 선배들과 술을 한잔 마시고 버스 맨 뒷자리에 앉아 그녀와 같이 귀가 하고 있었다. 불이 꺼진 버스 안은 조용했고, 그녀가 나의 어깨에 기대어 잠들어 있었다. 창밖을 바라보다 시선이 느껴져 그녀를 바라보니 나를 물끄러미 쳐다 보고 있었다. 우리는 입을 맞추고, 그날밤 우린 연인이 되었다. 예전에 했던 집착을 다시는 않하겠다는 다짐때문인지 그녀를 그렇게 집착했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그녀는 적당히 친구를 만나고 나를 만났고, 집착은 오히려 그 쪽에서 했다. 첫사랑의 그녀와는 달리 이 사람은 나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다. 만족스러웠다. 그녀의 대한 모든 것이. 


다시 이별하다.


그녀에게 다른 사랑이 찾아왔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그녀를 붙잡았다. 추잡스럽게 다리에 매달렸다. 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나를 떠났다. 나는 아픔에서 헤어나오질 못했다. 그 때문인지는 몰라도, 나의 집도 무너졌다. 그녀가 떠난 뒤 나의 모든 것이 뒤틀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더 힘들었다. 그녀가 남긴 추억과, 멋대로 남아버린 사랑과 그리움들이 나를 매일 밤 괴롭혔다. 그녀가 떠나던 날, 날 만나는 동안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녀를 행복하지 않았을까. 나는 그녀의 불행이었나. 죄책감들이 내 마음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자신있어? 평생 한사람만 사랑할 자신.


'아내가 결혼했다'는 우리나라, 아니, 적어도 내 주위의 사람들의 입맛에 잘 맞지 않았나 보다. 미워할 수 없는 외모와 애교들로 우리들의 애간장을 녹이면서도 황당 무개한 행동으로 얹짢게한다. 
"내가 하늘의 별을 따달래, 달을 따달래. 나는 그냥 남편 하나 더 가지고 싶다는 것 뿐이잖아."
"차라리 별을 따달래라."
손예진과 김주혁의 대화 중에 이런 게 있었다. 웃음이 나왔다. 그래, 별이나 달 따달라는 것 보단 훨씬 현실적이네. 그리고 애교를 부리며 매달리는 그녀의 모습에 또 한번 웃었다. 그런 그녀의 모습에서 예전 그녀의 모습이 겹쳐서 보였다. 웃다가 금방 또 쓸쓸해져 영화가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나가서 담배를 3개나 뻑뻑 빨아댔다. 후우-. 자신. 평생 한사람만 사랑할 자신. 있었다. 분명. 첫사랑때도. 그리고 그녀도. 나는 변하지 않았고, 변한건 언제나 그녀들이었으니까. 그런데 지금은 없다. 평생 한사람만 사랑하다니. 말도 안된다. 현실적이지도 않다. 김주혁의 "사랑이 나눠지니?"란 물음에 손예진이 말했다. "둘로 나누는게 아니라, 두배로 커지는 거야"라고. 이쁜게 말도 참 잘한다. 솔직하기도 하다. 그 말은 평생 너만 사랑할 자신은 없다라는 말과 똑같다. 보통사람들은 그 말을 이별의 말로 생각하지만, 그녀는 그렇지 않았다. 너도 사랑하고 너도 사랑해. 그녀는 사랑을 나누지 않고 크기만 부풀릴 뿐이었다.
자격. 자격이 없어졌다. 누군가를 사랑할 자격. 내가 사랑받을 자격. 내가 처한 현실에서 방황할때 나는 자격을 잃어버렸다. 슈가때 만난 첫사랑이 자기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사랑 받을 자격이 없다고 말했을때 부터, 나는 자격미달이 되었다. 그래서 자신이 없어졌다. 내가 만약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도 평생 사랑할 자신이. 예전처럼 내 사랑에 올인하고, 많은 것을 포기할 자신이 없어졌다. 그래서 말도 안되는 물음이다 저 위에 둥둥 떠있는 물음은. 나는 저 물음에 No라고 대답한다.


사랑해야 한다.


뼈가 시리도록 겨울날. 눈 뜨기도 힘들 정도로 눈보라가 치는 날. 필요한 건, 소주 한잔도 아니고, 어묵 국물도 아니고, 호빵도 아니다. 빨갛게 달아오른 하트 모양의 사랑이다. 손만 잡고 있으면 온 몸이 녹아버릴 것 같은 따스함이다. 나라 돌아가는 꼴도 형편없고, 경제도 개판이니, 이럴때 정말 필요한게 그것 아니겠는가. 내가 다시 사랑한다면, 그땐 감히 기적이라고 말하고 싶다. 내게 기적이 일어났다고. 
아프기만한 짝사랑이든, 혼자 남겨진 사랑이든. 우린 사랑해야한다. 평생 한사람만 사랑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랑은 하자.


**써놓고 보니, 글이 어수선하군요. 죄송합니다. 꾸벅.
   그냥 사랑하고 싶어서..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1-15 11:00)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3:15:04 

 

일병 송기화 
  와아, 좋네요. 좋아요. 좋군요. 
포근해요, 묘하게. 2009-01-12
14:04:25
  

 

일병 조영준 
  평생 한사람만 사랑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그런 마음을 품어봄직한 사람을 찾기 위해서 

우리는 또 다른 사람과의 연애를 하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드는 글입니다. 2009-01-12
14:12:52
  

 

병장 안재현 
  공감이 갑니다. 상대쪽에서 변한다는 말.. 

한사람만 사랑할 자신이라.... 멋지네요 2009-01-12
14:17:43
  

 

일병 김종석 
  오..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저도 '아내가 결혼했다' 재밌게 읽었습니다. 
저도 차종기님처럼 깔끔하게 느낀점을 정리하고싶었는데 
얄팍한 표현력과 글솜씨로 머릿속에서만 맴돌고 있습니다. 부러울 따름입니다 

망설임없이 추천 누르고 갑니다 2009-01-12
14:24:33
  

 

병장 이동석 
  이런, 

항상 이런논의가 나올때마다 안타까운것이 막상 언급되는 분들은 일언반구도 없고, 별 상관도 없이 각자의 글을 정진하고 있는, 오히려 격려와 감사를 표하고 싶은 분들이 괜한 자격지심만 한움큼씩 집어삼키게 되는것이지요. 

애초에 그러리라곤 생각했습니다만, 이건 정말. 2009-01-12
14:41:22
 

 

상병 차종기 
  어엇 , 다들 감사해요-.. 

사실 좀 망설였거든요, 저는 , 그러니까 , 저는, 
김무진 님이나 김예찬님 등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글을 읽고 많이 망설였거든요, 
제글이 책마을의 분위기를 헤친것이 아닌가 하고. 
아아 - , 정말 너무들 고맙네요. (울음) 
부족한 솜씨에 너무 과한 칭찬들이라 , 몸둘바를 모르겠다는 2009-01-12
14:41:57
  

 

상병 차종기 
  종석님 저는 책으로 본 건 아니지만, 
영화로는 봤어요.! 
기화님 언젠간 저도 기화님의 경지까지 다다를수 있는 글을 써보고 싶어요,! 
동석님 죄송해요..제 마음이 워낙 나약한지라.. 2009-01-12
14:44:08
  

 

병장 이동석 
  으엑 
종기님이 저한테 뭐가 죄송합니까요. 제가 댓글을 잘못달았군요. 그냥 지금이 안타까울뿐이랍니다. 

그리고 종기님 글은 가벼운게 아니라 경쾌-한겁니다. 분명히 다르죠. 흐흐. 2009-01-12
14:49:50
 

 

병장 김민규 
  참 그냥 다른 말이 떠오르지 않고, 한 마디로 축약되었어요. 
가지로- 2009-01-12
14:50:40
  

 

병장 강수식 
  그러문요. 우리는 사랑해야합니다. 한 사람을 사랑할 자신이 없어도 일단 사랑을 해야합니다. 내가 사랑하는 그 사람 또한 나만을 사랑할 것인가, 라는 물음은 제쳐두고서라도 사랑해야합니다. 인류에 내려진 가장 커다란 숙제이자, 축제이자, 축복이자, 선물이죠. 

사랑해야합니다. 사랑합시다. 우리 모두. 

아, 

외로워지는군요. 경쾌한 글 잘 읽었습니다! 가지로- 2009-01-12
15:05:23
  

 

일병 송기화 
  음? 제 수준이 뭐죠? 
<가지로>를 빼먹어서 외치러 왔습니다. 
이거 벌써 가네요(웃음) 2009-01-12
15:09:52
  

 

상병 차종기 
  밖에 눈이 그쳤어요, 그것때문에 코 끝이 짠해 지는 거예요. 
결코 여러분들의 댓글 때문이 아니랍니다.(훌쩍) 

아아 ,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떠오르네요. 
그녀가 나 말고 사랑하는 남자와 함께 그녀가 사랑하는 바르셀로나로 가서 
그녀가 사랑하는 FC바르셀로나를 응원하는 장면이. 2009-01-12
15:19:40
  

 

일병 조영수 
  영화 꼭 한번 봐야겠네요.. 

'가지로' 입니다. (웃음) 2009-01-12
15:38:24
  

 

일병 한성용 
  사랑하고 싶다.......... 2009-01-12
15:53:30
  

 

상병 구진근 
  사랑이 먼가요? 인성과 인성과의 만남에 있어서 서로 공감대가 형성되어 서로 융합되어가는 것을 사랑이라고 하나요? 아니면 인간 본능적으로 자신이 의지할 존재 맞이함에 따른 안정감을 얻기위한 합리적인 방법을 뜻하는 건가요? 어찌되었든... 하고 싶습니다... 사랑같은거.. 하지만 외적모습에 끌려서 하는 사랑과 다만 공감대가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하는 일시적인 착각같은건 하고 싶지 않군요... 하지만 그런 착각이라도 하고 싶군요.. 이건... 모순인가요? 2009-01-12
17:06:59
  

 

상병 김무준 
  저 무준인데요... 2009-01-13
08:26:26
  

 

책마을 
  상병 차종기 
어엇 , 무진님이라 써버렸네 , 죄송합니다 , (이모티콘) 사소한 오타라고 생각해주세요. 2009-01-13 
09: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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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사소한 오타인가요. 헉- 2009-01-15
11:05:48
  

 

상병 황동경 
  새롤운 사랑이 다시 찾아올겁니다. 2009-01-16
06:37:44
  

 

상병 신중길 
  사랑하고 싶다 2009-01-17
09:14:18
  

 

병장 김동균 
  풋풋하지만 애절한 그런 사랑 해보고싶네요. 2009-01-17
18:06: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