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글-내글내생각]인터미션(Intermission)  
상병 이동열   2008-09-17 16:27:06, 조회: 386, 추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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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mission [ìntərmíʃən] n. 
U,C ① (열(熱) 발작 따위의) 간헐(間歇)[휴지]기; 중지, 중절; 두절.
② (수업간의) 휴식 시간 (break); 막간(의 음악); (연극·음악회 따위의) 휴게 시간( 【영국】 interval).
♣withthout ∼ 간단 없이, 끊임없이.
㉺∼less ―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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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이 끊어질 듯 팽팽하다. 언제 현이 끊어질지도 모르는 위태로운 상황 속에서 나의 위험한 외줄타기는 계속되고 있다. 이러다 연주를 망쳐버리는게 아닐까라는 걱정 속에서도 활을 놀리는 손을 멈추기가 힘들다. 난 이 관현악단을 당분간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을 부여받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끊임없이 기계적인 연주를 반복하는…

지금까지는 순탄한 삶이라 생각해왔다. 뛰어난 솔리스트(Soloist)는 아니었지만 작은 관현악단에서부터 조금씩 인정받아왔고 나 또한 만족해왔다. 원래 독주를 마음에 두지도 않았고 체질에도 맞지 않았다. 다른 주자들과 마찬가지로 묵묵히 내 역할에 충실하고 싶었다. 가끔가다 작은 악단에서 콘서트마스터(Concertmaster)를 맡을 수 있다면 최고의 영광이었을 따름이었다. 이것은 나에게는 과분한 일이었고 아마 이후로는 찾아올 기회가 없을 것이라 생각한다. 작은 인정이라도 받은 덕분인지 조금씩 큰 악단으로 옮겨왔고 그때마다 나의 부족함을 여실히 느껴왔다. 부족함을 메우기 위해 부지런히 활을 놀렸다. 마에스트로(Maestro)와 다른 주자들을 격려할 수 있는 악장이면 내 삶은 성공한 것이라고 믿으며…

그런 나의 삶에 큰 변화가 찾아왔다. 언젠가 찾아올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당면한 현실은 쉽지 않았다. 다른 악단으로의 일시적 파견통보- 내가 속했던 악단을 뒤로 한 채 새로운 악단에 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원래 속했던 악단과 달리 엄격한 악단. 카라얀의 제국이었던 당시 베를린필하모닉보다 더 하면 더했지 덜 하지는 않을 곳이었다. 엄격한 위계질서, 규율과 빽빽한 일정은 자유로이 연주해왔던 나 자신을 힘들게 했다. 다행히도 점점 익숙해져 갔지만 어느새 나의 울림은 다른 이들과 다를 바가 없어져 있었다. 여러 개성 있는 울림이 모여 하모니를 이루었던 예전과 달리 그저 획일적인 기계적 음색의 연속일 뿐이었다. 그리고 그 연속에 쉼표는 없었다.

이런 나에게 다른 이들과 같은 소리를 내는 팽팽한 현을 늦출 시간이 필요하다. 나를 돌아보고 예전의 나를 살리며 좀 더 풍성한 음색을 울릴 수 있게 조율할 시간이… 이곳에 와서 한 번도 팽팽한 현을 늦출 수가 없었다. 이제 늦추어야, 아니 현이 끊어지기 전에 늦출 수밖에 없는 때이다. 관중들의 환호와 박수를 기대할 수는 없지만 남몰래 휴식(Intermission)을 가지고 싶다. 이곳에서는 힘들겠지만 무대의 뒤편으로 잠시 몸을 숨기고 악기를 조율하고 나 자신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다시 나만의 음색을 찾고 싶다.

이곳에서 뿐만 아니라 환경이 나은 다른 곳에서도 자신의 현이 끊어질 정도로 팽팽한데도 늦추지 않는 이들이 있다. 그것도 기계적인 기교와 음색으로 무장된 주자들이다. 아무리 현란한 기교를 자랑한다고 한들 마음속의 울림이 없다면, 현이 끊어져 연주를 마무리할 수 없다면 그것은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좀 더 나아가기 위해 잠시 활을 거두자. 그리고 다시금 나와 악기를 조율하자. 연주 후의 화려한 커튼콜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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넋두리입니다. 그래서인지 에세이라고 하기에도 정체가 불분명한 글이 되었네요.
원래 필력도 부족하지만서도(땀)
결론은 바깥바람 좀 쐬고 싶다입니다(웃음)



* 책마을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9-01-09 20:08)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3:11:21 

 

병장 어영조 
  현이 끊어질 듯 팽팽하다는 표현이 마음에 드네요. 
왠지 공감가요.(엉엉) 2008-09-17
19:38:45
  

 

상병 고재형 
  인터미션이라.. 입궁전, 공연장에서 일하던 생각이 문득 나는 화두군요. 2008-09-18
02:06:43
  

 

병장 최도현 
  이곳에서 본 글 중 최고인 것 같네요. 
이와 비슷한 글을 썼던 적이 있었는데, 저보다 더욱 잘 표현하신 것 같습니다. 
전 막간(interlude)를 썼었는데, 전문용어로 인터미션을 사용하는 군요. 2008-09-18
10:32:05
  

 

일병 신강호 
  표현력이 아주 좋은신 것 같아요.. 
공감도 가고 뭔가 저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끔 하는 글이네요. 2008-09-18
11:36:59
  

 

상병 박문희 
  궁을 인터미션의 장으로 삼았더니, 연주하는 법을 까먹었어요(울음) 2008-09-18
13:12:17
  

 

상병 김동민 
  와우. 여길 다시 돌아보게끔 하는 글이었습니다. 
저도 연주하는 법을 까먹겠어요. 2008-09-18
15:51:29
  

 

병장 이태형 
  잘 읽었어요. 2008-09-18
19:11:30
  

 

병장 김태형 
  저는 왜 팽팽하게 조여지지가 않을까요, 
기계적이든 인간적이든간에 조금이라도.. 2008-09-18
19:39:26
  

 

상병 김세현 
  피천득씨의 수필 한점이 괜시리 떠오르는군요! 2008-09-18
20:57:32
  

 

병장 이동석 
  전 아예 나가고 싶습니다. 

이거이거, 절묘한 배합이로군요. 2008-10-03
15:35:46
 

 

병장 김민규 
  바람이 쐬고 싶으신가요. 나무 위에 올라가 산을 바라보며 잠시 인터미션을 누리는건 어떠실지요. 

가지로 날려 드릴게요. 2009-01-09
19:18:09
  

 

병장 이우중 
  최도현님이 극찬하셨던 인터미션이로군요. 

가지로 간 줄 알았는데.. 허허. 아직 안갔다면 
가지로 2009-01-09
19:35:49
  

 

병장 이동석 
  이거 제 불찰입니다. 
하긴 제 불알도 못 지키는데, 
가지로- 2009-01-09
20:07: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