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 이야기
병장 임정우 01-08 11:23 | HIT : 475
나는 초등학교를 91년도에 입학하고 92년도에는 2학년, 93년도에는 3학년, 94년도에는 4학년, 95년도에는 5학년, 96년도에는 6학년을 다녔기 때문에 97년도에는 7학년을 다녀야겠다고 굳게 다짐하고 있었다. 내 사고의 당연스러움은 사회의 질서의 횡포 아래 무참히 짓밟혀졌고 결국 1학년으로 수치스럽게 강등당한 채로 새로운 종류의 학교로 빨려 들어 갈수 밖에 없었다. 학교의 종류명은 중학교, 자주 보던 인간들도 꽤나 교체 되었다. 중 1은 나의 수난의 시대였고 우울하고 찌글거려서 생각하고 싶지도 않을 성분의 무언가가 분명하였지만 어느 덧 많은 과거들은 망각의 코끼리의 발굽의 크거나 작게 분쇄되어 사소한 짓거리들 정도로 가끔이나 눈가에 들어가 찌푸리게 만드는 그런 종류의 것이 되어 버렸다. 그 회색슬픔의 이어짐은 중 2의 끄트머리까지는 집적거리는게 가능하였으나 곧 사랑이라 불리우는 -그 것도 첫, 처음이다- 그토록 따듯하고 선명한 순결함에 눈 녹듯 사라저 버렸다.
중 2때를 회상해 본다면, 그당시 내가 2년전만해도 초등학교 8학년을 다니기로 굳게 다짐했었고 키는 대략 140Cm정도에서 간당거린 채 어른이 되지 않기로 혼자서 슬쩍 마음을 먹었을 때였다. 그러다 잠깐 한 눈판 사이에, 2차 성징기란 어둠의 저주로 인하여 각종 오색찬연한 호르몬들로부터, 사타구니를 비롯한 몸뚱아리 전반은 추악스럽게 변하고, 순진무구했던 정신세계는 날것에 도착적인 상태로의 형성을 차갑게 강요당했던 것이다. 그 저주가 들여 닥치기 전에 벌써부터 저주의 희생자들이 두문불출하고 있었는데, 그 네들 사이에서 풍기는 냄새들은 푸르고 엉성한 진한 생기같은 것을 포함하고 있어서 나와의 이해관계에 이름모를 불안같은게 있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노래방에서 왠만한 여성가수의 노래를 부른곤 하여 동년배 남자아이들에게 사뭇 존경 비스무레한 것을 받았던걸로 보아 아직 수컷과 암컷의 미묘한 경계선에 옷자락 하나쯤은 남겨 놓았던 것도 싶다. 허나 그것도 잠시, 나는 곧 저주에 지배당하게 되었다.
현재 나를 차지하는 것중 가장 부피가 큰 것은 음악이라 하겠지만 중 2때는 당연 만화였고 난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마저 했었다. 그 어설픈 꿈은 1년이 지나자 -3살 짜리 꼬마가 만든듯한- 후질구레하게 대강 접혀진 종이비행기처럼 허망하게 날아가 버렸지만 그 당시엔 꽤나 진지했었다. 화방에서 톤을 비롯해 이것 저것 사기도 했고 길지는 않지만 연습장에 이런 저런 습작을 남기기도 했었다. 그런 만큼 만화는 나의 최대의 소통수단 이었다. 그러다보니 만화를 좋아하는 한 친구녀석과 급격히 가까워지게 되었는데(별명인 노댕이라 부르겠다), 그 녀석은 나보다 더욱 만화를 사랑하였고 노댕에 하루 용돈인 1000원중 900원은 만화책 3권으로 교환되어져 내가 노댕집에 출퇴근하게 되는 큰 빌미를 제공하였다. 학원가기 전 녀석 집에 들려서 먹던, 노댕이 해주던 라뽁이는 내 생애 최고의 별미임과 동시에 혓바닥을 한순간에 불꽃으로 화하게 만들었던 특별한 음식이었다.
그 당시 나와 노댕은 특별한 의식같은 행동을 하였는데, 내가 그 녀석 집 초인종을 누르면 노댕이는 집에 아무도 없는 척을 하였고, 나는 분명 있다는 걸 알지만 없다고 믿는 척하며 마음으로 난감해 하고 있으면, 약 5분쯤 후에 문을 살짝 열고 고개를 빼꼼히 내밀곤 -수줍게 웃고있다- 문을 열어 주는 것이다. 이런 특이행동에 대하여 이런 수준으로 밖에 -훨씬 의식적인 행위였다- 표현할 수 없음이 아쉽기도 하지만, 여하간 세상에는 이런 사람들도 있고 이런 사람들도 남자보다 여자를 좀 더 좋아하는 평범한 사나이들로 자랐다는 사실을 강조 하고 싶다.
내가 노댕씨와 좀 더 각별한 사이로 발전하게 된 계기가 있었는데, 그 것은 서로의 신비로운 비밀을 알게 되면서 였다. 당시 노댕은 슈퍼로봇대전F완결편(F의 의미는 Final로,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이란 의미지만 그 이후로 나온 시리즈가 10개가 넘어서, 사골로봇대전이라 불리우는)를 열나게 하고 있었고 난 옆에서 왜 니 혼자만 재미보는걸 열나게 하냐며 살며시 시비를 걸고 있었다. 그 때였다. 슈로대란 게임에는 주인공 이외에 여주인공 시스템이 있었는데 그 닉네임에 무언가 이상야릇한 낌새를 난 알아채고야 말았던 것이다. 수십분에 진저리나는 추궁끝에 그 것이 노댕의 첫사랑의 여인의 닉네임이란걸 알아내 버렸고, 추궁하는 과정에 자연스레 나의 첫사랑의 정체도 밝히게 되버린 것이다. 그 때 사용하였던 추궁 방식은 '하나, 둘, 셋 하면 동시에 말하기'라는 고난이도의 약속체계였으며 그 이후 우리의 사이는 견제고착 하에서 급속도로 가까워지게 됬다.
그렇게 홀로히 작은 교실에서 남 몰래 사랑을 키워 나갔다. 나의 첫사랑은 곱고 하이얀 피부에 둥굴둥굴 귀엽게도 생긴 여자아이였다. 내가 얼마나 좋아했었나면 그녀가 곱고 하이얀 피부에 둥굴둥굴 귀엽게도 생긴 남자아이였어도 좋아했을지도 모른다는 불온한 생각마저 가진게 아닐까 할정도니. 엄청 빠져있었던게 분명했다. 그런데 약간의 문제가 있었다. 나의 거무잡잡한 어떤 친구녀석(노댕아님)이 그녀를 좋아했던 것이다. 그는 그녀에게 여러번 고백을 했고 별 좋은 성과가 없었다. 단지 나의 검은친구가 그녀를 좋아한단 이유만으로 나는 소박한 죄책감에 시달렸으며, 거기에 밑도끝도없는 허접한 소심함으로 결국 학기말까지도, 마치 버스 종점까지 졸다가 목적지를 놓쳐버린 듯한, 그냥 아무렇지도 못한 상황에 그쳐버린 것이다.
학기는 말로 치달았고, 그쯤에 나는 그녀에 대해 어느정도 체념 비슷한 감정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렇다고 감정을 완벽하게 굴복시킬수는 없었기에 그저 '한 발짝 뒤에서' 조용히 지냈던 것 같다. 마지막 에피소드를 고백하자면, 겨울의 어느 날, 나는 남자아이들과 투닥거리며 복도에서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같은 반 통통한 여자아이에게 캐치를 당하여 교실안으로 끌려오는 사태가 발생하였다. 끌려간 곳에는 나의 하이얀 첫사랑이 있었고 날 데려온 여학생은 첫사랑과 나를 사이에 두고, 무언가 기대감을 고무시키는 듯한 묘한 괴성과 함께 박수를 쳐댔다. 난 갑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 버렸고 그 이후의 행동은 사나이로서 차마 말하기 부끄러워 여기서 자제할까 한다.
병장 조주현
... 자제하지말길 바랍니다. 01-08
상병 서종덕
................. 끄덕끄덕 01-08
병장 이윤창
슈퍼로봇대전F완결편(F의 의미는 Final로, 결국 마지막의 마지막이란 의미지만 그 이후로 나온 시리즈가 10개가 넘어서, 사골로봇대전이라 불리우는)///
슈로대F는 슈로대를 마지막으로 장식한다는 의미 맞습니다.
원래 윙키가 계속 해오던 1차2차 3차 4차 로 이어지는 스토리라인이
윙키에서 반프로 슈로대가 넘어오면서 F로 완결짓고
반프로서의 슈로대로 @시리즈가 시작되죠.
3 차알파로 끝이 났지만 말입니다. 01-08
병장 이윤창
근데
여주인공 시스템이 있었는데 그 닉네임에 무언가 이상야릇한 낌새를 난 알아채고야 말았던 것이다
------------------------------
글쓰신 분도 그렇고 그 친구분도 그렇고 일어실력 상당하신가 보군요.
그 나이에 이런 스토리가 가능할 정도의 전제가 되는 일어실력이라니.. 01-08
병장 임정우
윤창// 제 친구는 편법으로 꽤나 실력이 되지만, 저는 일어 몰라요.
그 닉네임은 영어로 되어있었습니다. 01-08
병장 이윤창
아 맞군요[..] 이 게임을 하면 야메 일어 안늘레야 안 늘수가 없네요[..] 닉넴 영어라 허허..
그래도 슈로대 F면 깨는 시간 최소 한두달일터인데.. 사랑이 꽤 깊었나 보네요. 01-08
병장 임정우
뭐, 그래봐야 풋사랑이죠. 적어도 저는 그랬거든요. (웃음) 01-08
병장 이윤창
그래도 풋풋함이 느껴지네요 첫사랑이라 그런가[하하] 01-08
상병 서종덕
그런 풋풋함이 없는 저는...[울음..] 01-08
병장 이윤창
저도 없습니다[.............] 01-08
병장 임정우
저는 풋, 이 끝입니다. 으악. 01-08
병장 김민지
첫사랑 얘기는 언제들어도_ 가슴이 산뜻해옵니다_ 01-08
병장 김주완
첫사랑이라................(한숨) 01-09
이창현
풋사랑.. 지금은 풋사랑이 하고싶어진다는.. 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