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시 
 
 
 
 
밤이 오면, 멍하니 하늘을 볼 땐 보이던 별이, 주의깊게 있던 자리를 응시하면 보이지 않을 때가 있다.

요즘은, 앞길을 가로막는 것은 무엇이든 칼질에 해체에 능지처참되어 결국 그 피투성이 잔해를 뒤적거리며 쓸개를 하나 끄집어내어, 즙을 짜먹고 버린다. 분석적이고도 합리적인, Bravo Science World.

문제해결을 위해 작렬하는 아돌! 거북이등껍질이고 방탄복이고 견뎌내질 못한다. 연구과 조사의 칼날은 단분자커터니까. 부분의 합인 우리 가엾은 문제들은 칼질을 피해 도망갈 구석따윈 없다. 조사하면 다나와

그렇다고 궁지에 몰린 쥐마냥 우리의 코를 물텐가? 저런저런. 군중의 동의 앞에서, 아니 우중인가? 암튼.
오늘도 거리에 내걸려 활활 타오를 산적한 문제들아 어흥!

스나이퍼 한명만 뜨면 중대급 대대급은 24시간 포복자세로 엉금엉금 기어다닌다고!(스탈린그라드?)
우리시대의 스나이퍼 스페샬리스트가 뜨면 대대급이 뭐야. 세상이 엉금엉금 기어다니는데!
명확한 시선의 총알과 케블라(Kevlar)같은 신념으로 공수완벽무장한 그들을 어떻게 막아낼텐가? 
칼질과 총질로 바스락 풍뎅이 등껍질 마냥 부서질 너희들이.

빵! 쏘면 윽! 하고 죽어줘야 이 시대의 예의랄까.
아, 잠시만. 부활하려면 딜레이타임이랑 페널티가 있어. 이 시대의 예의랄까.

스코프로 너의 심장만 노리고 쉴 세 없이 조준된 샷을 날릴 그들의 방식이 과연 세상의 문제점을 타파하고 진리를 끄집어 낼 최선의 방법인지는 절대 알수 없어. 하지만, 그건 아닌거 같아.

언제까지나 명확하게 보기만 해서는 많은 것을 놓칠 수 있어. 그리고 놓치는 것들은 신기하게 돌아보면 보이지 않지만, 눈을 돌리다보면 보이지. 그것들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으니까.

어쩌면 역사 최대의 황금기를 구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류는 가장 암흑기에서 살고있는지 몰라. 극도로 조심스럽게 조율되고 조종된 밀폐된 구조 안에서 말야.

걱정하지마. 사람의 눈은 어둠속에서 몇 백배 더 예민해.

그리고 우리를 향한 빛은 절대 막을 수 없어. 항상 우리 머리위에 있지만, 늘 보이면서도 보이지 않을 뿐이야. 이 어둠속에서 우리가 서로를 구별할 수 있는 그 실낱같은 빛은 바로 그것들이 보내주는 따뜻한 찬사거든.

막바로 바라보려고 해선 안돼. 스코프를 쳐들고 하늘을 겨냥해선 안돼. 눈을 떼고, 멍하니 하늘을 바라봐.

주변시.

초점을 흐리고 하늘을 보면, 하늘은 별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병장 박민수 (2006/05/10 14:19:30)

햐. 멋지군요. 주변시. 
깊은 숨 한번 퍽 내쉬고, 여유를 가지고 다시 달려들어야겠어요. 
한 가지 것에 너무 집중해있었나봐요. 너도나도 과부하에 걸릴 뿐인데. 흐.    
 
 
일병 김지민 (2006/05/10 17:50:17)

시점의 변동. 
사물의 다른 이해. 
배우고 갑니다. 멋져요.    
 
 
 병장 노지훈 (2006/05/10 21:30:50)

불친절하지만 날카로운 센스. 
잘 읽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