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탐방] 프리메이슨 촌장, 김준호 님의 이야기 (상)  
병장 정영목   2008-11-28 08:39:03, 조회: 183, 추천:0 

상병 양순호

1. 지금 당근을 먹고 있는 우리 손윗도련님과 이름이 같으신데, 자신의 이름에 대해 어찌 생각하시나요? 길고 길게 답해주세요. 

- 이름에 대한 질문이 나왔군요. 일단 이름이 워낙 흔한 이름이라. 초등학교 때 교과서에 나오던 철수와 비슷한 부류의 이름입니다. 교과서 읽을 때 제 이름이 나오는 부분은 제가 읽게 했던 선생님이 있었던 걸로 기억을 하구요. 초등학교와 중학교 시절엔 이름으로 별명 지어서 놀리는 애들이 많았었는데, 이름이 워낙 흔한데다가 ‘옥’이나 ‘봉’ 혹은 ‘육’ 같은 놀리기 쉬운 음절이 들어간 이름이 아닌지라 이름과 관련한 별명을 들어본 적은 없지요. 예전에 딱 한 번 어떤 선배가 ‘준호’라는 이름은 배우 ‘정준호’가 떠올라 너무 도시적이고 세련된 이미지를 갖고 있다며 저를 ‘준하’라고 부르고 싶다고 했던 적은 있습니다만...


2. 지금의 책마을이 돌아가고 있는 것에 대해 철학적과 인간적과 세부적인 대학논문과도 같은 이야기로 풀어서 답해주세요. (대학논문 까지는 아니어도 될 것 같아요. 아마도)

- 이젠 대학 논문과 같은 이야기... 역시 저에 대해서 질문하기가 어려웠을 것 같다는... 제가 리포트는 좀 써봤는데 논문을 안 써봐서. 그나마 리포트도 항상 마감일을 넘겨 제출하곤 했었는데... 현재 책마을은 예전에는 상상도 못하던 분위기의 글들이 많이 올라오고 있지요. 명예의 전당에 이름이 있는 김지민님이 촌장을 하며 소설을 올리던 시절에도 지민님을 제외한 다른 분들은 거의 다 사회과학과 인문학 저서를 읽고 소개하는 글을 쓰곤 했었기 때문이지요. 같은 과 선배 중에 사회과학계에서 나오는 저술들이 지나치게 딱딱하다며 인문학적 묘사를 통해 사회과학적 글쓰기를 하고 싶다던 사람이 있었는데(그 선배는 지하철 내부의 ‘풍경’과 그 ‘풍경’속으로 포섭되지 못하는 자신의 사회적 위치를 지하철을 이용하는 자신의 모습을 묘사하여 표현했었답니다. 그리고 푸코의 ‘광기의 역사’ 리포트를 벤야민의 ‘아케이드 프로젝트’를 인용하여 파리의 지하-배수구-에서 살며 도시를 부유하던 사람들의 시선을 이용하여 작성하였구요.), 그 선배 같은 글쓰기가 가능하다면 현재 책마을이 흘러가는 분위기 역시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생각해보니 요즘은 너무 끄적거림류의 글들이 많은 것 같네요. 많은 분들이 글을 쓰고는 있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사유와 고민이 담긴 글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병장 조현식

야생마같은 부촌장을 뒤에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다룰 것만 같은 책마을의 촌장. 진부한 말로 조용한 카리스마. 

부촌장, 촌장님 모두 하니까 국정감사같은 느낌이군요. 


3. 부촌장인 동석씨가 책마을을 이끌어간다는 느낌이 강한데, 촌장으로서 책마을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 특별한 것이 있다면?

- 시기 상으로 조금 애매한 대답이 될 수밖에 없네요. 처음 촌장을 하게 된 후 동석씨와 촌장 부촌장의 위치를 어떤 식으로 잡아야 할 지 쪽지로 얘기했었는데, 몇 번의 얘기를 나눴음에도 쉽게 상이 잡히질 않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책마을 개편에 관한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그때 책마을 커뮤니티가 폭파될 위기에 처했었지요. 어쨌든 그런 위기를 넘기고 개편을 하다보니 촌장, 부촌장의 위치를 잡는게 흐지부지 됐구요. 그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동석님이 활발히 움직여준 탓에 책마을이 안정되기 시작했고, 책마을 분위기가 동석님 중심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답니다. 저와 동석님의 성향이 많이 다르고 부딪치는 상황에서 제가 무리하게 끼어들어 제대로 수습도 못하게 되면 책마을에 안 좋은 영향만 남길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그 이후에는 제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 것을 꺼리게 되더군요. 돌아가는 상황을 보다가 동석씨와 쪽지로 얘기하고, 베스트 선정하고 뭐 이런 정도의 역할을 수행하곤 했답니다. 현재는 제가 부대에 있을 날이 10일 정도고 컴퓨터를 만질 수 있는 날이 5~7일 정도 남았기 때문에(땀) 더 조심스러운 상황이구요.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약간의 제안 같은 걸 하자면, 이전과 같은 폭파 위기에 처했을 때에는 커뮤니티에 있는 글을 지우는 등의 방책을 내려야할텐데, 그러려면 지울 글과 지우지 않을 글을 선택해야할 상황에 놓일 것 같습니다. 일단 책가지와 명예의 전당에 있는 글은 많은 이들의 추천을 받은 글이기에 남게 되겠지만, 책마당에 남겨진 글 중에서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지울지 얘기해볼 필요가 있을 듯합니다. 저는 이곳이 ‘책마을’이기에 독서후기와 내글내생각을 그 중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을 하구요. 그리고 예전 책마을의 글은 어떤 방식의 ‘논쟁’은 불러올 수 있었지만, ‘피드백’이 되기엔 어렵다고 생각을 하거든요.(이에 대해선 다음 질문에서 더...) 현재 책마을의 글은 피드백이 가능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그 피드백을 활발히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한 것 같답니다. 예를 들어 ‘상실의 시대’에 대한 독서후기가 올라오면, 그 책을 읽고 후기를 쓰려던 사람들이 답글을 다는 형식으로 글을 집중시키는 거지요. 뒤로 밀려있는 글에 답글을 달면 쉽게 확인하기가 어려우니깐 작성자가 촌장, 부촌장에게 쪽지를 보내서 알리는 방식을 택하구요. 


4. 인문학이나 사회학이 중심이 되어 토론이 벌어졌던 이전의 책마을과 지금의 순수문학쪽 중심의 책마을은 분명 다른 커뮤니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변화는 어쩌면 연이은 책마을 이전에 따른 성향의 변화라고도 볼 수 있을텐데요. 그렇다면 이전의 책마을이 좋았다! 라고 말하는 주변의 사람들에게 촌장으로서 준호씨가 들려줄 수 있는 대답은 무엇인가요? (철학적과 인간적과 세부적인 이야기는 아니니 어렵지 않겠죠?) 

- 저도 이전의 책마을을 좋아합니다만, 이 문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이전 책마을에 주로 올라오던 글과 비슷한 성격의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아야만 가능한 일 일테니. 혹 누군가가 분위기만 형성된다면 지금 글을 자주 올리지 않는 이도 그 분위기에 편승하여 글을 자주 올리게 되지 않겠느냐고 물으면 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2번 질문에 대한 답에 적은 선배 같은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제가 볼 때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사회과학적 현상 혹은 철학적 사고방식을 자신의 이야기를 통해, 혹은 문학적 표현 방식을 이용하여 서술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를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책마을의 분위기가 그런 글로 넘쳐날 수 있다면 그건 쌍수를 들고 반길 일이지만, 몇 십만의 궁인 중 인트라넷 컴퓨터를 자주 이용할 수 있는 많게 잡아도 몇 만에 불과한 궁인들 중에 그런 글을 자주 쏟아낼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거든요. 이전 책마을에서 주를 이루던 사회과학적, 철학적 글들은 책을 읽고 리포트 쓰는 기분으로 책의 내용을 요약하고 문장을 바꿔 적는 식의 방식으로 쓰는 글이기에 해당 이론을 접해본 이가 아니면 어떤 영향을 받기 어렵죠. (물론 그런 수준을 넘어선 글도 있습니다. 그런 글들은 그저 부럽지요) 요즘 책마을에서 주를 이루는 순수문학적 글과 살아가는 이야기들은 자신이 작성하고 싶은 대로, 일기를 쓰거나 낙서를 하는 기분으로 작성하는 글이기에 공허한 글들이 많이 보입니다.(물론 이 역시 쉽게 범접하기 어려운 부러운 글이 있지요) 문제는 주로 나오는 글들의 주제와 분위기가 아니라, 타인의 삶에 작용할 수 있는 글들이 쓰이고 있는가 쓰이지 않고 있는가인 것 같네요. 


5. 준호씨 부대찌개집 사람들과의 관계는 어떻게 맺고 있습니까?

-일단 제일 중요한 점은 지나치게 친해지지 않는 것, 혹은 친해진 척 하지 않기입니다. 이곳에서 보아오던 사람들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한다는 것, 생활했다는 것만으로 친밀한 관계가 이뤄져야한다거나 이뤄졌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던데, 저는 이곳의 생활이 친밀한 관계를 만드는 것을 불가능하게 만든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대학교 1,2학년 때 갔던 농활에서는 가기 전에 회의를 하고 가서 밤새 회의를 하고 다음 날 또 회의를 하고 틈날 때마다 얘기를 하던 ‘일의 분배’가 이곳에서는 너무도 쉽게-그리고 당연하게-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첫 번째 이유이고, 100%에 가까운 사람들이 궁에서 벗어난 생활을 동경하고 준비하는 상황에서 궁에서 맺어지는 관계를 소중히 여기기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이 두 번째 이유죠. 물론 이곳 사람들과 술을 먹었던 적도 몇 번 있고 장난도 치고 합니다만, 나가서 자주 연락을 취하거나 만나지는 않을 거라는 걸 얘기하고 적당한 선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전 바깥에 있는 친구들 만나는 게 제일 좋아요. 굳이 이곳 사람들과 관계를 맺을 이유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병장 정병훈

겨울바람이 차가운 가운데 책마을에도 신선하고 찬 바람이 불고 있는거 같습니다. 
책마을에 발을 드린지 2달 밖에 되지 않은 본인은 당신이 누군지 솔찍히 모르겠군요.하하 
부촌장의 책마을 난동으로 인해 항상 촌장의 존재를 궁금해 한 1人 되겠습니다. 


6. 현재 인트라넷이라는 제한된 공간과, 저녁이라는 제한된 시간에 대항해 시즌2를 계획하고 있는 책마을입니다. 촌장으로서 시즌2와 문집발행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군요. 

- 음. 이 부분은 제가 사실 드릴 말이 별로 없네요. 시간의 문제도 있겠지만, 저는 책마을이 인트라넷이 아닌 인터넷 상에서 잘 운영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아서요. 저 역시 책마을을 좋아하지만 책마을에 끊임없이 좋은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이유는 인트라넷 상에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저녁을 한 뒤에는 학교를 다니게 되거나 일을 하게 될텐데, 글을 쓸 여유가 별로 없을 것 같거든요. 저는 저녁 다음 날부터 바로 수업을 듣게 되는데, 그럼 끊임없이 레포트를 쓰느라 다른 글을 쓸 여유가 전혀 없을 것 같아요. 그렇다고 수업 레포트들을 책마을 컴티에 올리는 건, 같은 주제의 과제를 하는 다른 주민분들이 참고하는 것 이상의 효과가 없을 것 같구요. 물론 아예 들러보지도 않는다거나 하지 않겠지만, 일단은 지켜보는 것 이상으로 제가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 뭐라 드릴 말이 없네요.



일병 김예찬

단어의 나열과 문장의 배치가 범상치 않은 제주소년. 아니, 재주소년? 


7. 부촌장님께도 드렸던 질문인데, 역시나 또 한번 드려봅니다. 사실 전 이 질문을 누구에게나 다 하는 편이에요. 그 사람이 듣는 음악이 그 사람의 성격을 어느 정도 보여준다는 미신 아래에. 준호님의 음악 취향이 궁금합니다. 

- 요즘은 얼마 전에 산 언니네 이발관 1,2집을 듣고 있답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의 EP와 브로콜리 너마저의 EP도 같이 듣구요. 장르로 얘기하자면 주로 모던락을 즐겨 듣구요. 이곳에서는 씨디를 사서 듣는 것 이외에 음악을 들을 방법이 별로 없어서 씨디를 사서 듣는데, 전 외국 밴드(가수)의 앨범보다 한국 밴드(가수)의 앨범을 우선순위에 두고 구매를 하기 때문에 한국 밴드(가수)의 앨범을 주로 듣습니다. 음반을 고를 때는 한 번에 듣고 바로 좋다 라는 반응이 나오는 것보다 처음 들었을 때 좋은 것 같으면서도 뭔가 귀에 쏙 박히지는 않는, 그래서 자꾸 들을수록 더 좋아질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을 사려고 노력하구요. 한국 밴드(가수)의 음반을 우선순위에 두는 것은, 듣고 싶은 음반을 다 들을 수 없는 상황에서 나의 구매행위가 낳을 효용을 국적을 통해 나눈다면 한국 밴드(가수)의 경우가 더 크지 않는가 하는 생각에서... 개소리구요. 외국 밴드(가수)는 제가 안사도 이미 많이 팔린 것들이 대부분인데, 한국 밴드(가수)는 제가 안사고 불법 다운로드 받아서 들어버리면 그분들이 끼니를 잇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제가 공연 보러 가는 건 뻘쭘해서 못 가봤는데, 요즘엔 공연 보러 가고 싶다는 충동이 심하게 밀려오네요. 저녁하면 자주 찾아가 보려구요.


8. 영화를 볼 때에 있어서 어떤 부분을 가장 중점에 두고 보시는지? 그 이유와 주목하는 영화의 측면에 있어서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은 어느 것이었는지? 

- 일단 제일 먼저 느끼게 되는 부분은 이야기의 내용과 전개방식입니다. 영화를 볼 때엔 전형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나 한국 코미디류가 아니라면 장르를 가리지 않고 관심을 두려고 하는데, 다른 영화에서 다뤘던 이야기와 비슷한 이야기를 다룬다면 제끼는 편이구요. 개인의 삶의 방식을 다룬 영화들과 그 다음엔 감독과 배우를 보고 결정하는데, 전작을 좋게 본 감독은 당연히 눈길이 가고 배우의 경우에는 작품 선택을 잘한다고 느껴지는 배우-저는 신하균, 송강호, 하정우, 배두나, 전도연, 문소리 등을 꼽습니다-가 나오는 작품에 관심을 둡니다. 주목하는 영화의 측면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영화는 외국 영화 중에는 ‘미스틱 리버’와 ‘이터널 선샤인’을 한국 영화 중에는 ‘지구를 지켜라’와 ‘가족의 탄생’,  ‘밀양’을 꼽습니다. 특히 ‘밀양’은 극 중 ‘신애’가 하는 거짓말과 그로 인해 겪게 되는 고통을 보며 괴로웠던 동시에 자기 자신을 마주하여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생각해보게 되었던, 저에게 가장 좋았던 영화입니다.


9. 이 책이야 말로 내 인생의 방향을 돌려놨다, 라고 생각하는 책은 어떤 책인지? 그리고 아, 이 책은 꼭 읽고 싶은데 기회가 안닿아서 - 혹은 노력이나 머리가 부족해서 계속 못읽고 있네.. 하는 책은 어떤 책인지 궁금합니다. 

- 인생의 방향을 돌려놓았던 책은 딱히 떠오르지 않네요... 보고 싶은 책들은 주로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에서 이론적으로 부족함을 느끼는 부분을 보충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되는 책이거나, 지인이 추천해준 책이기 때문에... 아끼는 책들은 ‘타자의 정치’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을 때 이론적인 부분에서 많은 감동을 주었던 가라타니 고진의 책들과 알튀세르의 책들(읽은 지 오래되어 내용이 많이 기억나진 않아요...흑)이구요. 소설 책 중에서는 가입인사에 적힌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타인의 피’와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 가운데’를 제일 좋아하고 있습니다. 읽고 싶은데 못 읽고 있는 책은 시몬느 드 보부아르의 ‘제 2의 성’이구요. 이 책은 친구가 강추한 책인데, 관심을 둔 이후로 소설책이 아닌 다른 책들이 잘 읽히지 않아서 복학한 후 읽으려고 준비 중인 책입니다. 친구의 말에 의하면 최근 논의되고 있는 페미니즘의 문제들이 몇 십년 전에 쓰인 이 책에서 이미 정교하게 다뤄지고 있다고 하네요. 그리고 아도르노의 ‘계몽의 변증법’도 같은 이유로 준비 중인 책입니다. 아 벤야민의 저서들도...



상병 이우중 

촌장님의 글은 '얼개'와 '독립영화'밖에 읽어보지 못했습니다만, 


10. '독립영화' 글에서 영화 '그 날'을 알게 되었습니다. 보르헤스였나요 '살아남은 자의 슬픔'이. 박일문씨 소설 '살아남은 자의 슬픔'은 읽어봤는데 '그 일'을 그린 여타의 소설보다 오히려 약간 와닿는게 적더군요. 최근 명예의 전당에 올라온 글처럼 너무 대놓고, 그러니까 약간은 촌스럽게 정치성을 드러내어서 그런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각설하고, 살아남은 자는 과연 도망친 자였을까요. 아,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그럼 도망친 자의 슬픔은 누구의 몫일까요? 그들은, 그리고 결코 그 원죄(?)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우리는 무엇을 슬퍼해야 하는 것일까요? 

- 제가 속해있던 과/반에서는 매년 5월 중순에 광주로 2박3일 답사를 가곤 했답니다. 1학년 때에는 친척집으로부터 호출을 받았는데 그 호출을 거절할 이유를 찾지 못해 가지 않았고, 2학년 때에는 메Xday 실천단 과/반 책임자 같은 것을 한 이후 사람들 보기가 싫어져 안 간다고 전날까지 떼쓰다 선배들에게 개기기까지 한 후 내일 보자는 말을 듣고 버스를 타고 내려가게 됐었구요. 망월동 묘지였던가요. 구묘역과 신묘역으로 나눠져 있는 그곳이. 그곳과 도청에 가게 되면 많은 사람들이 그 당시 사람들의 절박함과 죽음을 불사한 결의를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을 거라는 얘기를 했었는데, 저는 제가 잘 모르는 이의 죽음의 무게라는 걸 실감하지 못하겠더군요. 그 당시 상황의 야만성에 슬퍼할 수는 있어도 누군가의 ‘죽음’이라는 문제를 제가 온전히 느낄 수가 없었습니다. 그곳과 비슷한 곳으로 지명이 생각이 안 나는 강원도 강촌 근처에 위치한 묘지에 세 번 갔었는데, 그 곳에서도 역시 비슷한 느낌을 받았답니다. 다만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자신에게 있다면-도망친 자가 아니라, 학살에 동참했거나 누군가를 죽음의 위험으로 내몬 사람이라면-슬픔이 아니라 반성이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진실을 밝히려는 노력이든,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사과이든 무엇이든 자신의 죄에 대한 반성이 필요한 것이지요. (말이 좀 딴데로 샜네요. 헐) 제가 누군가의 ‘죽음의 무게’를 실감하지 못한다고 해서 당시 상황의 야만성을 모르는 것이 아닌 것처럼-제가 아는 누군가는 ‘가슴으로 못 느낀다면 머리로라도 알려고 해라’라는 말을 했답니다-각자가 느끼거나 알게 된 사실에 맞는 역할이 있겠지요. 실제로 그 역할을 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긴 합니다만.


11. 촌장님은 '영화감독 김기덕'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그냥 갑자기 궁금해서요. 별다른 저의가 있는 것은 아니에요. 흐흐. 

- 저... 시작 부분에 적었던 것 이외에 어떤 대답을 바라시는지... 심영섭씨 비평과 관련해 적은 부분 말고 딱히 드릴 말씀이 없어요...(땀)



병장 고동기

'책마을' 이라는 이름을 보면, 혹시 당신이진 않을까 생각하곤 합니다. 


12. 자기소개에서 “명예의 전당에 있는 글들 잘 쓴 글들도 많지만, 잘 썼다기 보다 그냥 재밌는 글들이 있는 걸 보면 흔히 말하듯 '괴수'니 뭐니 하는 사람들이 쓴 글은 아닌 것 같더라구요” 라고 쓰셨는데, 어떤 생각에서 그런 말을 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 일단은 많은 이들이 ‘괴수’라는 명칭을 붙이는 이유를 보면 엄청 잘 써서 그런 것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자신이 잘 모르는 이론을 끌어들여서 썼기 때문인 것 같더라구요. 4번 질문에 대한 답변에도 있는 말이지만, 이론에 대해서 적은 글은 그 이론을 접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아니면 잘 썼는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저 역시 그런 이론들을 다 접해봤거나 빠삭하게 알고 있는 것이 아니기에 섣불리 태클을 걸기는 어려웠지만, 몇몇 글들의 경우 잘못 이해하고 적은 부분이 있거나 무리한 전개로 보이거나 모순적으로 보이는 부분들도 많았다는 거죠. 그리고 ‘괴수’라고 부르는 행위에는 그분들을 동경하는 의미도 있겠지만, 이 글은 내가 이해할 수 없는 글이다 라고 단정 짓고 접근조차 하지 않는 모습으로 보이기도 했습니다. 이론적 내용이 들어간 글에 있는 댓글들에는 내용에 관한 언급이 잘 보이지 않는 것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13. 책마을에서 대대로 내려온다는 ‘족보’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 이건 저도 촌장이 된 뒤로 알게되었는데, 준연씨가 메일로 자신이 모아온 책마을 자료들을 보내주셨더라구요. 아마도 ‘족보’는 그걸 뜻하는게 아닐까 합니다. 근데 이제 명예의 전당에 올라오지 않은 글들은 거의 없는 것 같아요. 만약 책마을이 또 다른 곳으로 옮겨가야 한다면(그런 일은 제발 안 생겼으면 좋겠네요...) 책가지와 명예의 전당에 있는 글들을 스크랩해서 또 옮겨가야겠죠...


14. 준호님의 삶을 바꾼 책이 있다면? 

- 질문이 겹치네요. 9번 질문에 대한 답으로 불충분 하실 경우 따로 물어봐주세요. 흐흐



병장 문두환

자주 얼굴을 나타내진 않지만 왠지 책마을에 올라오는 글들을 모두 보고 있을 것 같은, 
그러면서도 배후에 존재하는 프리메이슨을 연상시키는 촌장님. 

짧은 책마을 경력 때문인지 촌장님에 대해 아는 부분이 많지 않군요. 헉. 때문에 질문이 상당히 피상적이거나 직설적임을 너그럽게 받아주시길. 흐흐. 


15. '대화'라는 책 제목이 있습니다. 자신이 속한 세상과 끊임없이 펜으로, 몸으로 '대화'하며 살아온 한 학자의 인생(그의 인생은 한국 현대사에 큰 궤적을 남겨 놓았습니다)이 '대화'를 통해 이야기 됩니다. 대화는 우리 일상에서 상호간의 의사소통의 가장 손쉬운 매개이면서도 가장 어려운 수단처럼 느껴집니다. 진정한 대화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촌장님의 세상과의 대화법은 어떤 것인가요? 

- 대화에 대해서는 이곳에 들어온 뒤로 많이 생각하게 되는 것 같네요. 들어오기 전에는 친구들과 대화를 하다 오해가 생겨도 해결할 방법이 많았던 것 같은데, 이곳에 들어온 뒤에는 해결 방법을 찾는게 어렵게 느껴지고, 문제들이 쌓여만 가는 것에 답답하고 지쳐 대화를 중지하는 경우도 있었기 때문이죠. 전에 친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 중에 하나로 대화할 때에 쓰는 말의 의미 범위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을 꼽고는 했었는데, 살아가는 공간이 달라지고 많이 얘기할 수 없어서 그런지 친한 사람들과 말할 때 그 범위가 공유되지 않는 듯한 느낌을 받곤 했답니다. 제가 어떤 말을 할 때에 기대되는 반응에서 벗어난 반응이 나타났다고 해야하나요. 또 각자가 얘기하는 말이 담고 있는 생각과 느낌을 전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구요. 그래서 제가 원하는 대화는 많은 말을 주고받지 않아도 각자의 생각과 느낌을 전달받을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과 아무리 친밀한 관계라 할지라도 그것이 어렵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세상과의 대화’라는 말은 약간의 비유를 포함하고 있는 것 같은데, 생각해보지 못한 말이라 답하기가 어렵네요. 저에게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 것을 세상으로부터 많이 봐서 그런지 세상과 대화할 때에는(땀) 씨니컬하게 접근하게 된답니다. 하버마스가 ‘계몽의 변증법’을 가장 어두운 책이라고 표현한 맥락을 빌리면, 제가 세상을 긍정적으로 보지 않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대화라는 측면을 고려한다면 세상이 제게 긍정적인 말을 하지 않아 저도 세상에 긍정적인 말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면 될까요. (땀땀)


16.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무엇이든 할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들일까요?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다면 그것은 어떤 것들인가요? 

- 두 가지 다 불가능하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만약 아무런 관계도 맺지 않고 오롯이 혼자인 사람이 있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지만, 그런 사람이 존재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관계를 맺은 이상 서로에게 필요한 책임이 있을텐데,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와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가 있다면 그 책임을 다할 수 없지 않을까요. 아.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가 모든 관계에서 벗어나 혼자 살아갈 수 있다는 자유라면 그것은 가능하리란 생각이 드네요.(땀) 

나치 독일 군인의 진격과 학살은 명령 불복종시 따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에서 기인한 선택일 수도 있다. 그러나 ‘나’의 행위가 온전히 나에게로 귀속되지 않는 상황은, 그리하여 선택이라는 삶의 차원을 넘어선 ‘나’의 존재가 ‘타인’의 삶에 작용한다는 불가피한 조건은, ‘나’에게 ‘너’와 공존하는 사회에서 행위하고 책임질 것을 요구한다. ‘각자는 모든 사람 앞에 모든 것에 책임이 있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말처럼, 무위(無爲)라는 환상이 주는 안락과 자기 속으로의 침전에서 벗어나 무언가를 행위하고 책임져야한다.

... ‘장’은 고립무원으로 자신을 밀어넣는 것이 불가함을 인정하는 대신, ‘각자의 의식이 다른 자의 의식의 죽음을 추구’하는 인간 삶의 비극에 고통스러워하며 그것에 정면으로 마주한다. 파시즘과 전쟁에 저항하기 위해 또 다른 전쟁을 계획하고 참여해야 하는 비극앞에서, 무엇이 올바른 선택인지, 타인의 피를 흘리게 한 죄를 견디고 책임질 수 있는지 자문한다.

보부아르의 ‘타인의 피’라는 소설을 읽고 끄적거렸던 글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을 자유에 대해서는 이 글로 답변을 대신할게요. 혹시 ‘타인의 피’를 안 읽어보셨다면 한 번 읽어보세요. 강추하는 책입니다. 흐흐


17. 장애인인권연대.였는지 이동권에 관한 곳이었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예전에 글을 엮을 때 청탁을 했던 곳이었네요. 사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문외한이었던지라. 지금도 잘 알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만(긁적긁적). 사회에서 차별받는 소수자의 권리에 대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견이 궁금하네요. 

- 저기... 이 질문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땀) 

말씀하신 단체는 ‘장애인이동권연대’라는 곳인 것 같네요. ‘버스를 타자’라는 행사를 진행했던 곳이지요. 이론적인 용어를 써가며 쓰고 싶지만, 공부 안한지 오래 되어 기억도 잘 안나고 민망하기도 하고...(땀) ‘장애인권연대사업팀’이란 곳에 있을 때 있었던 일을 적도록 할게요. 

그곳에서는 대자보를 써서 게시하는 경우가 자주 있었는데, 대자보 글을 써서 커뮤니티에 올리면 다른 사람들이 읽고 코멘트해서 수정해서 게시하곤 했답니다. 팀원들은 장애학우도 있었고 비장애학우도 있었는데, 비장애인이 자보를 쓰다 보면 습관적으로 ‘우리’라는 말을 사용하곤 한답니다. 문제는 ‘우리’라는 말이 ‘장애인’과 대칭되는 의미로 사용될 때 있었죠. 예를 들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학교에서 장애학우들이 수업을 듣는 데에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필요한 시설을 마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라는 식의 ‘우리’ 속에 ‘장애학우’는 포함되지 않은 채 비장애인들이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해‘주는’ 형태의 표현을 사용한다는 것입니다.(생각이 안 나서 급하게 적다 보니 예문이 좀 구리네요... 저 정도로 구리게 사용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땀) 사회적 책임도 책임이지만, 장애인들이 주체적 지위를 획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책임을 강조한들 그것들이 그리 실질적이지 않을 거라는 생각을 합니다.


덧. 써놓고 보니 준호님에 대한 질문보다 그 배경에 대한 질문들이 더 많은 듯 하네요. 하지만 이미 궁금한 것은 다른 분들이 쓰셨으니 맘 편하니 질러볼랍니다. 뭐 이럴려고 진행하는 코너 아니었던가요?(웃음). 날씨가 많이 추워졌어요. 건강 챙기시구요. 

- 질문들이 어려워서 그렇지 재밌는 질문이었어요. 이제 곧 나가니깐 추위쯤은 문제되지 않을 거라고 믿고... 허허허 두환님도 건강 챙기세요.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3:53:12 

 

병장 정병훈 
  허허허- 재밌네요. 크흐흐 역시 조금은 난잡하고 조금은 어려운 질문을 유쾌하게 풀어놨군요. 

영목님의 이름으로 글이 올라온건,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요? 2008-11-28
09:02:53
  

 

병장 이동석 
  영목님이 인터뷰를 하신겁니다. 고로 다음 탐방자도 영목님- 이렇게 릴레이 탐방이 이뤄진답니다. 2008-11-28
09:14:33
 

 

병장 이동석 
  그건 그렇고 준호님은 어떻게 되신겁니까? 2008-11-28
09:14:54
 

 

병장 정병훈 
  아- 2008-11-28
09:20:41
  

 

일병 김예찬 
  가라타니 고진은 저도 무척X100 좋아하는데 준호님이 언급하시니 준호님에 대한 호감이 마구X100 올라갑니다. 

함께 읽어요, 벤야민. 2008-11-28
18:4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