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탐방] 머신즈 그린웨이와 소금달팽이의 사이, 정영목님. <상>  
병장 양 현   2008-12-19 10:46:28, 조회: 146, 추천:1 

[주민탐방] 머신즈 그린웨이와 소금달팽이의 사이, 정영목님. <상>


드디어 올라왔습니다. 아기다리 고기다리 하던 우리 영목씨의 주민탐방에 대한 답변글.
오래 걸린 듯 하면서도 뒤돌아보면 참 빠르게 올라온 이 글. 그래요. 이건 eagle입니다. (어라)

책마을의 머신즈 그린웨이 STATE의 2-5가 나오지 않은지 어언 한달. 과연 그 속편은 나올 것인가!




진실은 저 너머에, 당신에게 포스가 함께하길.







고동기 님


머신즈 그린웨이, 그 자체. 


1. 저에게 있어 환경이라 함은, 가꾸고 보존해야 할 중요한 것이기도 하지만 교과서에서 배우는 지루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엘 고어의 <불편한 진실>을 보며 반성의 시간도 갖지만 그것도 오로지 그때뿐입니다. 환경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건 알고 있는데, 도대체 내가 무얼 할 수 있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환경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떠한 연유로 환경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 처음부터 환경에 관심을 가졌다기보다는 반권위주의(Anarchism/Anti-authoritarianism) 사상을 따라가다 보니까 환경주의를 만났다고 하는 게 적절한 표현일 겁니다. 채식은 2001년 7월 1일부터 시작하긴 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재미로’ 시작한 일일 뿐이고, 그때까지는 환경주의자라는 정체성이 분명하지 않았습니다. 아마 2004년쯤부터 자리를 잡은 것 같은데, 이는 제러미 리프킨의 영향이 큽니다.

반권위주의적 생각은 일치감치 형성되었습니다. 중1때부터요. 아시다시피, 중학교 시절은 급우 간의 폭력 정도가 급속도로 치솟는 때입니다. 발육의 편차가 다들 다르기 때문에 남보다 빨리 군비를 확장한 아이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을 손쉽게 괴롭힐 수가 있습니다. 전 덩치는 크지만 무력에는 별 관심이 없는 중대형초식동물이었고, 덕분에 침략을 덜 당하면서도 육식동물에 대한 적대감을 표출할 수 있었습니다. 이것이 반복 학습되자 제 뇌는 이를 합리화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가 바로 반권위주의입니다.

뺏지도 말고 뺏기지도 말아야 한다. 제 환경주의적 생각은 이러한 맥락을 가지고 있습니다.



2. 저 역시 책을 읽거나 글을 읽을 때, 글쓴이가 누구인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소설의 연구방법으로도 내적연구 방법보다는 외적연구 방법을 선호하고요. 영목님께서는 다양하고 수준 높은 독서를 해 오신 걸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질문 드립니다. 영목님이 생각하시기에 이 시대에 존재하는, 행동과 말이 일치하는 지식인 혹은 저술가는 누구인가요? 

-> 두 분이 있는데, 한 분은 꽤 오래전에 운명하셨습니다. 바로 조지 오웰인데요. 인도 식민지 관리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내던지고 버마에서 집시 생활을 한 것이나, 스페인 내전에 참전하여 파시스트와 싸운 것이나, 저에겐 큰 귀감입니다. 첫 번째 정도는 저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두 번째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무섭거든요.

다른 한 분은 노암 촘스키입니다. 이 시대의 선비랄까요. 유대인이면서도 유대인의 증오를 받는 인물이지요. 비도덕적인 일에 대해선 그 어떤 성역도 두지 않는 그의 양심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이 두 분 모두 자신의 기득권을 내던져 버리고 그 기득권과 싸웠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사실 누구든 이 조건을 만족한다면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이는 대단히 어려운 일이니까.



3. 책마당 게시판을 검색해보니 세 번째 가입인사라며 쓰신 글이 있습니다. 책마을을 오래 지켜온 많은 분들이 떠나는 지금, 영목님은 마지막 남은 올드 멤버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구보다도 책마을에 대한 애정이 깊으신 영목님, 지금의 책마을에 대해, 하고 싶은 이야기는 없으신가요? 

-> 글쎄요. 올드 멤버라고는 하지만 보급창에 있었던 건 2-3개월 정도였던 것 같고, HSC 체제에는 별로 정을 못 붙였습니다. 제게 책마을이라고 하면 분명 지금의 책마을이 기억될 겁니다. 시간적으로 오래되기도 했고.

개인적으로 바라는 것이라면 시사 토론이 활발해졌음 하는 건데 이는 여러모로 제약이 있는 이야기고, 좀 더 현실적인 바람이라면,

전 이곳 자체가 커지는 것보다는 이곳을 거쳐 간 많은 이들이 다양한 공동체를 만들어 낼 가능성의 씨앗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작지만 동시에 큰 조직이 되는 방법입니다. 이는 JuNe 님이 그의 세미나 위키(http://xper.org/wiki/seminar)에서 밝힌 것과 동일한 이야기이며, 화이부동(화합하되 같지 않은)의 세계가 추구하는 한 가지 패턴이기도 합니다.

여러 제약 요건 때문에 성장이 쉽지 않다면 그 씨앗들을 내실 있게 다집시다. 그런 마음가짐이면 됩니다. 이곳 자체가 화려하지 않다고 해서 너무 스트레스 받을 필요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 꼼꼼히 대비해야 하는 건 있는데 바로 생존입니다. 차후의 운영진 분들이 이 부분을 책임져 주셨으면 합니다. 백업은 물론 방주도 평소에 준비해야 합니다. 안 좋은 일은 겹치는 경향이 있으며 그때가 되면 대개 늦습니다.






김예찬 님


제가 가지지 못한 분야에 대한 깊고 넓은 사유가 부러워서, 누구보다도 저녁 먹는 걸 보기가 아쉬운 사람. 좀 더 써주시고 가면 안 될까요. 


1. 채식주의자라는 자기소개를 들으니 정말 놀랍습니다. 제 주위에도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사람이 꽤 많기는 하지만 궁이라는 환경 속에서도 채식을 이어 간 사람은 찾아보지 못했습니다. 자기 소개하신 것을 보니 어떤 맥락으로 채식주의를 선택한 것인지 대략 감이 오긴 하네요. (웃음) 

저도 한때 반자본주의에 대한 일상 범주에서의 가장 래디컬한 실천으로 채식주의를 생각한 적이 있긴 합니다만, 의지박약으로 결국 실패하고 게으른 자유주의자로서의 자기 자신과 화해하기로 한 적이 있습니다. '좌파' 영목님이 생각하시는 일상의 실천은 채식 말고 또 어떤 것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 전, 몸에 해가 될 지도 모르는데 무조건 채식을 권해드리진 않습니다. 다행히도 제 자신은 한의학적으로 태양인이라 채식이 좋다고 합니다. 이건 2007년도에야 안 것인데, 만약 채식을 하지 말라고 했으면 모르긴 해도 적지 않게 좌절했을 겁니다.

채식 대신 로컬푸드라는 방법도 있습니다. 지역 음식만 먹는 것이죠. 헌데 현대 사회에서는 이것이 훨씬 어려운 일입니다. 꼼꼼한 배우자의 배려 없인, 특히나 도시에선 도무지 엄두가 안 날 거예요.

가장 괜찮은 방안은 슬로푸드와 소식입니다. 소식 또한 어려운 일일 수 있으니 슬로푸드를 추천해 드립니다. 많이 먹어도 천천히 먹으면 된다! 라고 맘 편하게 실천해보시면 되겠습니다.

그러고 보니 먹는 것만 소개해 드렸는데, 자동차 멀리하기, 비도덕적 기업의 상품 지양하기 (전 삼모사와 롯모사의 제품은 가능한 사지 않습니다), 재래시장 이용하기 등등 할 수 있는 일은 많습니다.



2. 김예찬의 공식 질문입니다. 그 사람이 듣는 음악이 그 사람을 보여준다는 편견으로, 영목님의 음악 취향이 궁금합니다.

-> 우선 좋아하는 가수를 열거하겠습니다. 김광석, 신해철, 윤도현, 임재범, 유재하, 패닉, 크라잉넛. 좋아하기도 하고 잘 부르기도 하는 노래는 ‘민물장어의 꿈’, ‘거위의 꿈’, ‘다행이다’, ‘일어나’, ‘말달리자’. 좋아하지만 잘 부르지 못하는 노래는 ‘Wasted Time’, ‘그것만이 내 세상’, ‘Here I Stand for You’. 클래식에 여러 차례 재미를 붙이려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고요. 댄스 음악은 극도로 싫어하지만 자주 흥얼거리긴 합니다.

로악(원래는 로+ㅏㄱ이지만, 동슥컴의 오류로 잘립니다) 팬이라기에는 뭔가 부족한 거 같고 발라드 팬은 아닌 거 같고. 저도 제 음악적 취향을 학술적으로(?) 알고 싶네요.

누구는 7080이라고 요약하긴 합니다만.



3. 가입 인사를 이제야 다시 읽으니 은영전과 양 웬리의 팬이시군요. 저도 양 웬리를 통해 '민주주의자'가 된 사람으로 매우 반갑습니다. (웃음) 책마을에서 영목님과 승원님의 글을 제외하면 SF 장르의 연재물을 찾기 힘든 것이 매우 아쉬운 1人입니다. 하긴 기화님의 단편도 넓은 범주에서는 SF에 들어가긴 하겠지만, 긴 호흡의 서사물은 아니죠. SF에 남다른 조예가 있으실 것 같은데, SF 팬의 한 사람으로써 즐겨 읽은 작품과 좋아하시는 작가가 누구인지 궁금합니다!

-> 조금 부끄럽긴 한데, 제 상상의 근본은 소설이 아닙니다. 지금껏 읽은 소설은 여기에 열거할 수 있을 정돕니다. <꼬마흡혈귀> 시리즈, <삼국지>, <은하영웅전설>, <반지의 제왕>, <호빗>, <워크래프트>, <1984>, <동물농장>, <듄> 그리고 한국 작가 단편집 몇 편. 그나마 이건 좋아하는 소설이고, <대도무문>, <연금술사> 등등 봤지만 안 봤다고 말하는 소설들도 10여 개 정도는 있습니다.

다만 앞으로 1-2년 정도 해외 판타지/SF 중심으로 늘려볼 예정입니다.

제가 긴 호흡의 서사물을 선호하는 이유는 감성적이지 못한 성격과 역사를 좋아하는 취향 때문일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전 <연금술사> 보다가 졸았습니다. <네가 외롭든 얼마나 외롭든>도 마찬가지. <아내가 결혼했다>는 의외로 재밌게 봤습니다만, 별로 남는 건 없었습니다.

좋아하는 SF 작가로는 <듄>의 허버트가 유일하겠군요. 톨킨을 존경하는 건 당연지사. 허나 이 두 인물은 제러미 리프킨, 노암 촘스키, 조지 오웰보다는 아닙니다. 제 소설이 어디에 뿌리를 두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양순호 님

세 번째 가입인사를 쓴 지 어언 팔 개월. 그리고 그 뒤로는 사회적 이야기. 
이야기는 모두 다 머신즈 그린웨이로? 우리 영목 씨의 다른 이야기는 어디로 도망갔는가. 

순호의 주민탐방 질문공세. 두둥~ 


1. 자. Game is my life라고 했습니다. 여태껏 즐긴 게임 중에서 재미있었다라는 게임을 3가지만 선정해주시고, 그 이유를 휘황찬란하고 화려하며 반짝반짝(feat.빅뱅)이게 설명해주세요.

-> 추억의 고전 게임들이 많지만, 전체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우선 문명 시리즈. 1보단 2가 낫고, 2보단 3가 낫고, 3보단 4가 나은 몇 안 되는 게임 중 하나. 전 주로 이 게임을 체제의 우월성을 증명하는 도구로 활용합니다. (......) 특히 4에선 철학적이고 창의적인 지도자(게임에선 그리스의 페리클레스가 이러한 유형)가 경제 체제를 가장 빠른 속도로 ‘환경주의’로 전환하고 종교는 ‘도교-불교’ 중심의 ‘자유 종교’를 지향하며 가장 완벽한 ‘문화 승리’를 달성할 수 있는 전략을 연구하는데요. 이는 제 지적 욕구를 강렬히 불태웁니다. Monarch 난이도까지 이 체제를 실현해봤는데, 문명 4는 일단 접었습니다. 너무 킬링 타임을 해서요.

다음은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와우라고 하죠. 오베 때부터 접하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06년경의 일입니다. 본래의 목적(진영 간 전쟁)에서 비록 멀어지긴 했지만, 안정된 서비스와 날로 향상되는 시스템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그만한 스케일을 효과적으로 유지하는 게임, 현재로선 없습니다. 다만 울티마 온라인에 비해선 명작이라기 보단 수작에 가깝다고 보며, 다른 게임의 장점들을 잘 흡수하고는 있지만 때로는 문화 포식자 같이 보이기도 해서 조금 씁쓰름한 감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심시티. 이 게임은 문명을 좋아하는 이유와 비슷합니다. 예를 들어, 제 도시는 하류층 세금을 35%, 중산층 세금을 25%, 상류층 세금을 60%로 유지하는 걸 기조로 삼습니다. 특이한 건 하류층 세금 비율이 중산층 세금 비율보다 높다는 것인데 이는 중산층 계급으로의 진입을 어느 정도 강요하기 위함입니다. 노력하라는 것이죠. 대신 그를 위한 지원은 상류층이 맡습니다.

교육은 대학보다는 도서관 중심 체제. 교통은 지하철 X-버스 중심-지상 고속철 보조. 승용차는 당연 높은 비용. 필요한 것들을 최대한 밀집시키며 나머지 지역은 ‘Let it be’합니다. 공원을 짓는 것보다는 자연 상태 그대로 놔두는 것이 옳다는 거죠. 이 모든 게 저에겐 지적 도전이자 유희입니다.



2. 머신즈 그린웨이가 엄청나게 유명해졌습니다. 이사람 저사람 요사람 죠사람 보고 보고해서 유명해졌습니다. 자. 머신즈 그린웨이의 배경을 중심으로 해서 횡스크롤 게임을 만든다면 어떻게 하시렵니까? (물론 개발은 제가…… (?!))

-> 한때 비주얼 C++ 6.0과 DirectX 6.0을 만지작거리며 게임 개발을 꿈꿨던 자로서 이래저래 해보고 싶은 게 많겠네요. 물론 그 업계로 다시 돌아갈 생각은 추호도 없습니다만.

횡스크롤 게임도 좋지만, OGame 같은 웹 게임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가능한 오픈 소스로 말이죠. 하지만 제가 뭐 달리 할 수 있는 게 있겠습니까? 그저 개연성 높은 세계를 구축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이겠죠.



3. 영목 씨의 글들을 보다 보면 일상이야기가 없습니다. 내글내생각과 독서후기. 자. 하지만 머신즈 그린웨이가 시작되면서부터 이런 이야기는 사라졌습니다. 사라질 수밖에 없었던 걸까요. 우리 영목 씨의 내글내생각은 누가 옮긴 거죠? (물끄럼) 

-> 시간이 없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일도 해야 하고, 놀기도 놀아야 하고, 연재도 중요하고. 우선순위에서 밀려난 거죠. 애초에 연재를 시작할 때 내글내생각이나 독서후기는 ‘쓰고 싶다’라는 느낌이 있을 때만 쓰고자 마음먹었습니다. 그 결과가 1개(곧 2개)로군요.

독서량도 4개월 간 엄청 줄었습니다. 한 달에 한두 권 정도로. 목표 지점이 가까워지다 보니 심적으로 ‘쉬고 싶다’라는 갈망이 강한 것 같습니다. 



4. 댓글은 안 달았다만서도 보랏빛을 띠어야 하는 이유를 즐겨 보고 있는 녀석이랍니다. 이러니까 무슨 스토커 같긴 하지만……. 우리 영목 씨는 보랏빛을 띠기 위해 어떤 활동을 하고 있나요?

-> 19살부터 제 인생은 꽤 리마커블 했다고 생각합니다. 정규 대학에 가지 않고 학점은행제를 선택한 것이나, 학점은행제로 2년 만에 학사를 딴 것도 그렇고, 23세의 나이로 석사 학위를 취득한 후에 2년 동안 기묘한 수련 생활을 하고는 돌연 컴퓨터를 그만두겠다고 군대로 Go Go. 게다가 이젠 생뚱맞은 시민 단체 활동까지. 부모님 입장에서는 가슴이 조마조마 하시겠지만, 그래도 밀어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랍니다.

뭐, 평소에도 뭔가를 선택할 때 항시 고려하곤 합니다. 그것이 어려운 일인가 힘겨운 일인가. 어려운 일을 선택하면 자연스레 보랏빛 길로 접어드는 것 같습니다.



5. 혹시 게임개발에 관심 있습니까? (feat. 도에 관심 있습니까)

-> 관심 있었지만 지금은 없답니다. 물론 제 세계가 게임화 되는 것에는 여전히 흥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렇다고 게임 소설 쪽으로 자리 잡을 생각은 안 한답니다.

그러고 보니 저랑 같이 게임의 꿈을 펼치던 방년 28세의 아는 형은 현재 동유럽에서 일하고 있어요. 곧 그 형이랑 같이 살게 될 텐데, 전 이래저래 게임과 인연을 끊을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제 첫 번째 비평서가 될 책도 게임에 관한 것이고.




정병훈 님


1. Game is your life 라고 말하면서, 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것이 하필 시민단체에서 시작을 하시려는지 궁금하군요. 이건, 컴퓨터 전공이다가, 인문사회학 책을 접하며 자신을 발견하고, 환경 관련 시민단체에서 시작을 하고 싶다는 얘긴데 말이죠. 연관성이 없을 듯한데 어찌 그런 꿈을 꾸게 됐는지 궁금해요. 

-> 본래 사회 정의란 것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앞서 말한, 중학교 때의 경험 때문에요. 그리고 컴퓨터는 애초에 고2때 정한 ‘현실적인’ 선택이었습니다. ‘진보적인 게임을 만들어 사회에 기여하자. 돈도 벌고.’ 대략 이런 생각이었겠죠.

그 차선이 이제 원래 위치로 온 겁니다. 이를 위해 6년의 시간이 필요했어요. 허나 지금도, 글 쓸 돈만 있으면 시민단체고 뭐고, 집에서 글만 쓰고 싶습니다.



2. 싸이코 월드에 등산복을 입고 서있는 사진이 메인에 있던데, 정말 등산을 좋아하나요? 허허허 어느 정도 좋아하는지 듣고 싶어요.(개인적인 질문) 

-> 등산보다는 바닷가에서 독서 여행을 하는 걸 좋아합니다. 다만 절친한 형 한 분이 등산을 좋아해서 서울의 산들을 돌아다니긴 했어요.

싸이 사진은 설악산인데, 입대하기 전에 가족들이랑 간 거구요. 그땐 합기도를 하던 중이라 체력이 뒷받침을 해줬는데 지금은 좀 모르겠네요. 2년 동안 축구 한번 안한 체력이라. 흐.



3. 연재량이 대단히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책마을에 올린 글은 우주속의 지구만큼의 크기 밖에 되어 보이지 않는데, 그 글들을 쓸 때 머릿속에서 생각나는 대로 쓰는 건지, 아니면 기획부터 세부적으로 계산을 실시하고, 갈등구조와 메인 테마를 설정하고서 글을 쓰는지 궁금합니다.

-> 좋은 질문입니다. 제가 전공한 소프트웨어 공학에서도 이런 화두가 있습니다. BDUF(Big Design Up Front: 시작하기 전 큰 설계부터)인가 아닌가. 전 애자일 방법론(Agile Methodology)이라 해서 BDUF를 지양하는 파였지요.

처음부터 완벽한 설계를 하고 들어가면 헛고생하는 경우는 분명 줄어들 겁니다. 막코딩, 막저술을 해봤다면, 동감하실 거예요. ‘아, 이걸 미리 알았다면 더 좋았을 텐데’라며. 허나 막상 BDUF 방식대로 해보면 설계라고 해놓은 게 탁상공론인 경우가 허다합니다. 일반 조직에서도 윗머리 따로 실무진 따로 노는 경우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답은 설계를 항상 하는 것인데요. 작은 설계를 하고 구현한 다음 최대한 빨리 피드백을 받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다시 설계하고 구현하고 피드백, 이 과정을 반복합니다. 이 과정이 짧으면 짧을수록 좋습니다. 건축 메타포(Metaphor)가 아니라 성장 메타포를 사용하는 겁니다.

제 소설도 큰 줄기를 가지고는 있지만 이는 언제든지 변경될 수 있는 것일 뿐 절대적이지 않고요. 성장 메타포를 적극 지지하고 있습니다. 다만 완벽함을 기하기 위해 8년 정도 초벌구이 기간을 가진 후, 조금씩 세상에 드러낼 것입니다. 충분히 육성시키지도 않았으면서 성과를 바라지는 않을 거예요.



4. 언제쯤 영목님의 내글내생각을 만날 수 있나요? 아니면 일상이야기라도 좀 보고 싶은데 말이죠? 하하하.

-> 저녁 인사 겸, 하나 올릴 겁니다. 심층 생태학과 사회 생태학의 관계를 고찰한 내용인데, 저에겐 함의하는 바가 꽤 큽니다. 허나 우선순위는 어디까지나 연재.

일상이야기는 가볍게 올려보고 있습니다. 흐흐.





고은호 님

늘 기대하게 만드는 스토리. 전 이미 팬입니다~ 


1. 주민탐방 시간에는 늘 제가 고민하는 것을 물어보는 것 같네요. 
영목님은 자신이 하고 싶은 것과 해야 하는 것들 사이의 줄다리기에서...
어떻게 대처하시는 편이신가요? 스스로를 평가하신다면?? 

-> 역시나 JuNe 님의 말을 빌리겠습니다. 직업 선택에 관한 내용인데, 여기서도 통용될 겁니다.

직업을 선택할 땐 세 가지를 고려해야 합니다. 그 첫 번째가 그것을 좋아하는가 그렇지 않은가인데, 여기서 좋아한다는 의미는 자다가도 그것을 생각하면 벌떡 일어날 정도로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는 것을 뜻합니다. 

두 번째는 소질이 있는가 그렇지 않은가인데, 한 번이라도 그 일로 칭찬을 받은 경험이 있다면, 소질이 있는 겁니다. 첫 번째 조건을 만족하면 대개 이 조건도 만족합니다.

세 번째는 지속가능한가 그렇지 않은가인데, 이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면 취미로 남습니다. 저도 게임을 생각하면 잠을 줄여서라도 그것을 하려고 하는데, 바로 이 지속가능성 때문에 직업으로 삼질 못합니다.

허나 여기서 중요한 건 꼭 많은 돈을 벌어야 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자기가 그 일을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을 정도라면 그 일을 하는 게 여러모로 좋다는 거죠. 그리고 좋아하지도, 잘하지도 않은 일을, 지속가능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선택해선 안 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 제가 좋아하는 걸 합니다. 성격상. 게다가 환경도 좋습니다. 무슨 일을 하든 1등만 하면 되는 세상이 도래했으니까요. (조금 슬픈 일이기도 하죠.)



2. 83년생이 또 계셨네요. (웃음) 

국민학교를 졸업하신, 다양한 교육을 받아오신 동갑 분께 여쭤보고 싶습니다. 
혹은 한 명의 초등교사로서 물어보고 싶습니다. 

현재의 교육제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살짝 좁혀서…… 가장 바꾸어야 할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 문제가 아주 많습니다! 철학부터 제도까지 뭣하나 마음에 드는 게 없습니다. 심지어 그 구성원들마저 의심스럽습니다. 스스로 교육자라 말할 수 있는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요? 학부모들도 모순투성이고.

최근 일제고사 문제도 그래요. 경쟁은 자기 자신과 하는 것이지 남들과 해봐야 좋은 건 윗머리들뿐이지요. 다들 저희들끼리 싸우느라 자신들이 하는 일에는 감히 뭣이라 못할 테니까. 누군가 한국 사회의 특징을 ‘각개약진’이라 표현했는데,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사회는 못 믿겠고, 그래서 일단 자기부터 살려고 할 뿐이고.

제 친구 중에도 교사들이 몇 있는데, 가능한 기분 안 나쁘도록 쓴소리를 하는 편입니다. 교육학에 대한 책은 몇이나 읽었나, 제도 교육이 자아실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문제점과 해결방안, 등등. 대부분 부정적이었어요. 은호 님은 어떤 입장일지 모르지만, 전 제 주위 친구만 보더라도 한국 교육은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생각합니다.

해결책은 시험 다 없애면 됩니다. 정말이에요. 그리고 제 자식은 대안학교에 보낼 생각입니다. 좋은 스승들과 책이면 자기 앞가림 충분히 할 수 있습니다. 대체 족집게 과외 같은 것이 인생에 무슨 도움이 된다는 건지, 에잉.



3. 자신의 좌우명은??

더불어 그와 얽힌 사연이 있다면 살짝궁 소개도……. (웃음)

-> 리마커블, 낭중지추, 세옹지마. 요 세 개 정도로 요약 가능하겠네요. 아참 하나 더! Game is my life~

사연이 다들 제각각이라 다 적기가 좀 그러네요. 다른 답변들이 대신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웃음)






> 머신즈 그린웨이와 소금달팽이의 사이, 정영목님. <하>으로 연결됩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3:54:43 

 

병장 김민규 
  허허, 다 떠나서 일단 재미있군요. 
<하>편이 빨리 열리기를 기대해 봅니다. 2008-12-19
11:08:05
  

 

병장 양 현 
  네. 히히. 금방 열께요. 2008-12-19
11:10:08
  

 

병장 이동석 
  맙소사, 영목님은 역시, 

[다만 한 가지 꼼꼼히 대비해야 하는 건 있는데 바로 생존입니다. 차후의 운영진 분들이 이 부분을 책임져 주셨으면 합니다. 백업은 물론 방주도 평소에 준비해야 합니다. 안 좋은 일은 겹치는 경향이 있으며 그때가 되면 대개 늦습니다.] 

이 부분은 정말이지 뼈아프군요. 제가 있는 동안 방주 하나 마련하지 못한것도 그렇고, 백업도 이제서야 하고 있답니다. (이제 책가지나 백업한 정도지요.) 2008-12-19
11:41:07
 

 

병장 홍성기 
  동석 님. 기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mysql table exporting을 받으시면 비교적 간단히 해결될 문제입니다. 제로보드에서 기본적으로 지원하는 기능이고, 강병선님이 조금만 손써주시면 될 겁니다. 2008-12-19
15:54:13
  

 

병장 양 현 
  맙소사. 이래저래 복잡스럽네요. 어이쿠. 그리고, 저ㅡ의 질문에 답해주셔서 고마워요. 
여기서 또 새로운걸 알게 되네요. 학점은행. 맞아요. 나도 학점은행이었으나, 
우리 영목씨만큼은 아니었어요. 부러워요. 자신의 뜻을 가지고 이루려고 하는 사람. 

그리고, 내가 부러워하는 사람. 이런 욕심쟁이, 우훗후. 2008-12-19
17:34:13
  

 

병장 이동석 
  음, 그 제로보드 자체 기능으로 있는 백업-말이죠? 한번 여쭤 보기나 해야겠군요. 2008-12-20
10:44:32
 

 

병장 이동석 
  옷, 성기님 조언 감사합니다. 바로 찾아보죠. 2008-12-21
20:4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