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론적 개입 : 태식씨께 
 병장 이승일 03-23 12:23 | HIT : 105 





" 현재 대한민국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이다"


 이 주장은 참입니까, 거짓입니까? 우리는 순간 머뭇거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따위 주장을 한 사람에게 거침없이 하이킥을 날릴 것입니다. "현재 대한민국 임금님이 어딨어!" 라고 말하면서 말이지요. 

 우리는 흔히 "A 또는 NOT A" 형식의 문장이 언제나 필연적 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예외가 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이거나, 혹은 당나귀 귀가 아니다." 라는 것이 그 사례가 되겠지요. 이 문장은 필연적 참이 아닐 뿐 아니라  참도 아니고 거짓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닙니다. 명제가 아니라 단지 헛소리입니다. 

 이러한 헛소리를 방지하기 위해서 논리학자들은 '양화사' 라는 도구를 사용합니다. 이 도구를 사용하면, 위의 문장은 다음과 같이 재서술됩니다.(이 과정을 '양화시킨다' 혹은 '양화사로 자유변항을 속박한다' 라고 말합니다.)

( ∃x)(x=현재 대한민국 임금님 & x의 귀는 당나귀 귀이다)

' ∃' 라는 기호는 '존재 양화사' 라고 불리는 것으로서, "~가 현실 세계에 최소한 하나 존재한다" 라는 뜻을 갖습니다. 그래서 이 문장은 다음과 같이 해석됩니다. 
"' 현재 대한민국 임금님'인 어떤 것이 현실세계에 최소한 하나 존재하고, 그것의 귀는 당나귀 귀이다."
 이렇게 바꿔놓고 보면 이제 참 거짓은 명확해집니다. 이 문장은 거짓입니다. 



 이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당연한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어떤 사람이 "이 사과는 빨갛다" 라고 주장한다면, 그는 최소한 그 사과가 존재한다는 것을 또한 전제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그것을 말하고 싶어하건 말건, 그가 사과의 속성을 말하는 순간, 그리고 그 주장이 참이라고 주장하는 순간, 그는 사과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말한 것이 되어버립니다. 이것을 '존재론적 개입' 이라고 부릅니다. 만약 존재론적 개입을 거부한다면, 그는 '현재 대한민국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라는 말처럼 무의미한 말을 하게 될 것입니다. 

( 참고로 '유니콘은 뿔이 하나다' 와 같은 명제는, 유니콘이 현실세계에 존재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의미를 갖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것은 가능세계의 도입과 관련되어있으며, 별도의 문제이므로 취급하지 않겠습니다.)

 태식씨께서 실재와 같은 존재론적 개념을 거부할 때에도 이러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 모니터가 이러저러하다" 라고 말할 때, 태식씨는 불가피하게 그 모니터의 존재론에 개입될 수밖에 없으며 그렇지 않을 경우 태식씨의 말은 아무런 의미를 가질 수 없습니다. 



 병장 김청하 
 그럼 "숟가락은 존재하지 않는다." 같은 말은 어떤가요? 03-24   

 병장 이승일 
-( ∃x)(x= 숟가락) 
<--> 어떤 x 도 숟가락과 동일하지 않다. 
<--> 숟가락인 어떤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