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퍼 에니스톤 뉴런
병장 이승일 04-05 03:44 | HIT : 566
얼마전에 나들이를 갔다왔는데 나가서 무엇을 했었나 한번 생각해보았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이훈재씨를 만났습니다. (.....)
그는 요즘 학교다니느라고 바쁩니다. <인문화 특성화사업단> 에서 하는 팀 프로젝트에 참여해서 최우수상(? 아무튼 그런거)을 타려고 부단히 노력중입니다.
주제는 <통섭> 이라고 하는군요. 요즘 여러 학계의 화두는 통섭이라고 합니다. 한가지 해보다가 안되니깐 한번 섞어보자 뭐 이건가보죠. 혹은, 실제로 우리나라에서의 통섭은, 최재천등을 위시한 생물학적 환원주의자들이 우주정복 야욕을 실현하는 도구로 사용하는 개념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통섭과 관련해서 여러가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저는 훈재씨를 통해 놀라운 소식을 접했습니다. 그래서 잠깐 소개해볼까 합니다.
신경과학에서는 <생물학적 대상인 두뇌가 어떻게 관념적 대상인 개념과 표상을 형성해 내는가?> 의 문제가 아주 중요하게 대두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여전히 중요한 문제이지만, 현재는 거의 다 해결된 것으로 간주하기 때문에 크게 의미있는 과학적 문제로 여겨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종류의 문제는 대다수의 과학자들이 이미 <아예 문제취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해결해버리는> 방식으로 없애버렸으니까요.
어쨌거나 전통적으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두 가지의 주장이 있어왔습니다. 뭐, 두가지라고는 하지만, 한쪽이 워낙 압도적이다보니 다른쪽은 그냥 명맥만 유지하는 수준이었던 것 같아용. 그 두가지란,
< 복합 뉴런 표상 이론> 과 <단일 뉴런 표상 이론>
입니다. 복합뉴런표상이론은 말 그대로 여러개의 뉴런이 복합적으로 표상을 형성한다는 이론이고, 단일뉴런표상이론은 하나의 뉴런이 하나의 표상에 대응한다는 주장입니다.
예를들어 아이비, 이효리, 원더걸스 이렇게 세 표상이 있다면, 복합뉴런 표상은
표상 / 뉴런 | a b c d e f g h i j k l m n
----------------------------------------------------
아이비| 1 0 1 1 0 0 1 0 1 0 0 1 0 1
이효리| 1 1 1 1 0 1 0 0 1 1 1 1 1 0
원더걸스| 1 0 0 0 0 0 0 0 0 0 1 1 1 1
이렇게 표로 개념화시킬 수 있겠네요. 뉴런이 a ~ n 까지 있다고 할 때, 각 표상은 이 뉴런들 중 어떤 뉴런들이 발화하느냐에 달려있다는 것이 복합뉴런표상이론의 요지입니다. (1이 발화, 0이 미발화)표상이란 수많은 뉴런들의 "연결망"에 의해 얻어지는 것이라는 말이지요. 때문에 이 이론에 따르면 한 두개의 뉴런이 손상되어도 표상능력에는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래도 구별 가능하잖아요) 그리고 이것은 실험적으로 사실입니다. 국지적으로 뇌손상을 입은 환자는, 특정한 기억을 완전히 상실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기억이 전체적으로 희미해집니다. 복합뉴런표상은 이러한 상황과 아주 잘 들어맞습니다. 뿐만아니라 인간의 정신활동이란 아주 복잡한 네트워크의 산물이라고 말하는 것이 훨씬 상식적으로도 잘 이해가 갑니다.
한편 단일뉴런표상설이란, 하나의 뉴런이 하나의 표상을 담지한다는 이론입니다. 그래서 아이비는 i 뉴런, 이효리는 h 뉴런, 원더걸스는 g 뉴런 뭐 이런식으로 1:1 대응을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이 이론은 거의 캐쓰레기취급 되어왔습니다. 도대체 하나의 세포가 하나의 표상에 대응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을 뿐더라, 국지적 뇌손상이 어째서 기억의 국지적 상실을 초래하지 않는지 설명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훈재씨에 따르면, 단일뉴런 표상설을 강력하게 지지하는 실험결과가 최근에 나왔다고 합니다. 이로인해 신경과학계는 발칵 뒤집혔고, 뇌에 대한 그동안의 인식이 대대적인 수정을 겪지 않으면 안될 상황에 놓이게 된 것 같습니다.
실험 결과란 이렇습니다. 간단히 말해, <제니퍼 에니스톤> 에 대응하는 뉴런이 있다고 밝혀진 것입니다. 놀라운것은 'Jenifer Anistone'(? 스펠링을 모르겠네요) 과 같이 글자로 씌어있는 그녀의 이름이나, 그녀의 사진이나 할 것없이 제니퍼 에니스톤과 관련된 것이 지각되면 무조건 이 뉴런이 발화한다고 합니다.
만약 이것이 사실이라면, 개 쓰레기로 취급되었던 단일 뉴런 표상이 인간의 뇌가 작동하는 일반적인 방식이라는 결론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어요. 사실 공간지각, 물체의 경계선이나 운동방향 지각과 관련해서는 단일 뉴런 표상이론이 적용되는 것으로 밝혀져있지만, 이것은 매우 특수한 경우에 해당하는 것으로 여겨져왔습니다. 보다 복잡한 표상들은 당연히 수백만 ~ 수억개의 뉴런들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내는 것으로 여겨져왔죠. 그런데 제니퍼 에니스톤과 같은 고차원적 표상이 단 하나의 뉴런에 의해 유지될 수 있다는 것은 대체 무엇을 뜻한단 말입니까?
만약 그 뉴런이 파괴되면 제니퍼 에니스톤 표상은 어떻게 될까요? 훈재씨가 들려준 바에 따르면 학자들은 그것이 죽으면서 다른 세포로 정보가 이전되거나, 혹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방식으로 다른 뉴런에도 정보가 저장되어있다고 말한다는데 아무것도 큰 설득력은 없어 보입니다.
그리고 대체 뉴런과 표상이 1:1 대응한다는 말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요? 표상이란 그 뉴런의 발화상태일까요? 어떻게 하나의 세포가 하나의 표상을 담지할 수 있단 말입니까?
이러한 결과가 앞으로 신경과학의 방향을 어떻게 결정지을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태인 것 같습니다. 분명한 것은 과학자들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우리의 두뇌가 훨씬 신기하게 (혹은 너무나도 간단하게) 작동한다는 것입니다. 아무튼 더 지켜볼 일입니다.
병장 심승보
며칠전 전화로 들었던 바로 그 문제의 내용이군요. (웃음) - 근데 여기서 예로 등장한 아이비, 이효리, 원더걸스는 승일씨 개인의 선호도 순입니까? 최근 언론에서는 여성 섹시 트로이카로 이효리, 아이비, 서인영 대결 구도를 급조해 무작정 밀어 붙이고 있던데, 역시 대다수의 느낌과 같이 서인영은 낄 자리가 아닌가 보군요. 새파랗게 저 어린 원더걸스에게 그 자리를 내 주다니 말이에요, 적어도 '군인'인 승일씨에게. 아무튼 이 쪽도 더 지켜볼 일입니다. ps. 아참 저는 어제 전역자 주영준씨와 정겨운 첫 통화를 나눴답니다. 시종일관 화기애애하고 재밌었어요. (히힛) 04-05
일병 구본성
만우절은 이미 지난 것 같은데요... 어떻게, 뉴런 하나의 발화를 측정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갑니다.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은 기능적 MRI나 PET을 이용해서 발화 부위를 보는 수준이라고 하던데 특정 부위가 아니라 특정 뉴런의 활동을 관찰하는 것은 너무 획기적인 발전입니다. 04-05
병장 성태식
승보 // 그저 서인영이 불쌍할 따름이지요. (.....)
본성 // MRI나 PET는 그 해상력 때문에 특정 뉴런을 잡기 어렵지요.
으. 음. 전설의 '전극꽃기'초식을 사용한건? (....)
( 하기야. 이것도 어려운데. 특정 뉴런에 전극을 꽃아?)
진짜 그렇네요. 도대체 어떻게 한 걸까요????
승일//에효. 그노무 통섭. 제가 보기에 통섭은 학문의 방법이라기 보다는 학문의 활용을 위한 방법 같군요. 다른 분야에 대한 '상식'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지만요.
단일뉴런표상 이론은 굉장히 난점이 많은데.
실험에 오류가 없다면, 이거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군요. 04-05
병장 김현동
간단히 말해, <제니퍼 에니스톤> 에 대응하는 단 하나의 뉴런이 있다고 밝혀진 것입니다.
-> 어떤 실험을 어떻게 해서 어떤 결과가 나왔길래 이런 결론이 도출된 건지 정말 궁금하네요. 물론, 설명하신다고 해봤자 이해할 자신은 없지만. 04-05
병장 양각산
브래드 피트의 두뇌속에 있었던 [제니퍼 애니스톤] 뉴런의 근황이 궁금해지네요.
지금은 [졸리], [메덕스], [기타 등등의 입양아들] 의 뉴런만으로도 포화상태일텐데.. 04-05
병장 성태식
게다가 또 문제점. 뇌세포는 유아기 이후 추가적인 세포분열을 하지 않는 '특이한' 세포
기로 유명한데 단일 뉴런 표상 이론을 받아들이면 우리가 새로운 개념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설명할 수가 없어요. 새로운 연결망을 통해 특정 뉴런이 발화하도록 조정된다고 가정해도 문제가 커요. 그러면 하나의 뉴런이 죽어버려도 인접한 뉴런으로 신경망이 복구되기도 아주 쉬워지지요. 흐음. 뇌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생리적 사실들과 배치되는 점이 굉장히 많은데.
으음. 메인 이론을 복합뉴런 표상이론으로 하고, 서브적으로 단일뉴런 표상이론을 조합하는 방법밖에 없겠는데요. 그렇다 하더라도 단일뉴런 표상이론은 좀 무리가 많다고 생각됩니다. 04-05
병장 이승일
본성 / 개별 뉴런의 전위를 측정하는 방법은 예전부터 이미 개발되어있었습니다. 해마의 '장소세포' 라던가, 시각피질에 있는 물체의 경계선을 지각하는 단일뉴런들 모두 이러한 방법으로 발견되었죠. 뉴런의 축색과 수상돌기에 미세한 전극을 연결하는 방법인데, 거의 초노가다라고 합니다. 경계선을 지각하는 단일세포 발견한 사람은 그 발견으로 인해 노벨상까지 받았습니다. 거의... 수고했다고 준 것 같습니다. (...) 그런데 이번 실험은 그러한 단일뉴런표상방식이 특수한 것이 아니라 일반적인 것일 수 있음을 밝힌 것이라서 흥미로운 것입니다.
현동 / 저도 훈재씨가 복사한 자료를 보면서 말로 설명한 것을 들은터라 제대로 설명할 능력은 없어요. 훈재씨한테 더 알아봐달라고 부탁만했습니다.
태식/ 태식씨 말이 다 맞습니다. 어처구니 없는 것은 그런 모든 문제에도 불구하고 지금 그것이 사실로 밝혀져가고 있다는 것이지요. 항상 자연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기 마련이죠 뭐. 04-05 *
일병 구본성
// 태식 하나의 뉴런이 손상을 입으면 다른 뉴런들이 그 손상을 메꾸는 회로를 구성합니다. 뉴런의 가지라고 할 수 있는 축삭은 융통성이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몸체만 성하면 축삭은 다시 재생도 가능하고요. 그리고 책에 나온 바에 따르면 해리슨이란 사람은 어릴적 좌뇌의 간질발작 때문에 좌뇌 거의 전부를 드러냈음에도 그다지 문제가 없었다고 하네요. 이미 손상입은 좌뇌의 기능을 우뇌에서 대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승일 장소세포 같은 경우엔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드러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경계선 지각 뉴런은 잘 모르겠네요.. 제가 못 믿겠다고 한것은 개별 뉴런의 관찰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인간의 경우에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04-05
병장 이승일
본성 / 경계선 지각 뉴런이란, 특정 벡터 (즉 방향과 움직임 모두 포함) 에 반응하게끔 세밀하게 구분되어있는 뉴런들입니다. 인간을 대상으로 실험되었습니다. 보통 정신질환자들 치료한답시고 실험하는걸로 알고 있습니다. 제니퍼 애니스톤도 당연히 인간 대상으로 했겠죠. 쥐는 애니스톤을 모르니깐 (먼산) 04-06 *
병장 성태식
본성 // 그것은 어릴적에 수술해서 그런게 아닐까요. 위에서 지적했다시피 유아기에는 뇌세포도 활발하게 분열하니까요. 만일 본성님 말씀이 옳다면, 국지적 뇌손상으로 인해 영구적으로 언어능력을 상실하거나 성격이 뒤바뀌는 현상을 설명하기가 어렵지요. (그.. 왜 있지 않습니까. 파이프가 뇌를 관통해버린 유명한 사람.)
뭐. 여하튼. 우리 훌륭한 과학자들님께서 열심히 실험해 주시면 그저 조용히 따를 뿐.
( 퍼억!)
승일 //항상 자연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기 마련이죠 뭐.
맞습니다. (웃음) 허참. 많이들 바빠지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