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렬원리 
병장 이승일 01-10 05:05 | HIT : 160 
 

 


수학에는 '정렬원리' 라고 불리는 원리가 존재한다. 이것은 체르멜로라는 샤방샤방한 수학자가 발표한 것인데 수학에서는 매우 놀라운 원리로 인정받고 있다. 정렬원리는 선택공리라고 불리우는 공리로부터 연역되는 것인데, 선택공리를 받아드리지 않고서는 고등수학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 선택공리를 수학의 기초적인 공리 중 하나로 인정하고 있다. 선택공리를 받아드린다면 정렬원리 또한 참이다. 

우선, 선택공리가 무엇인지 딱딱하게 설명하자면, 

공집합이 아닌 집합들이 있다고 해보자. 이 집합들의 집합(이런 것을 족 family라고 한다)을 X라고 해보자. 예를 들어 X = { {a,b}, {a,c}, {f,h,u} } 라고 해보자. X 는 집합들의 집합으로서, 하나의 족이다. 그런데 족 X 의 합집합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그것은 X를 구성하는 집합들의 원소를 모두 모아놓은 집합으로, U X 라고 쓴다. 위에서 든 예의 경우 
  U X = {a,b,c,f,h,u}  가 된다. 

이제 X 로부터 U X 로의 함수 f : X → U X 를 다음과 같이 정의하자.
  A∈X 인 모든 A에 대해, f(A) ∈ A 라고 말이다. (이것을 선택함수라고 한다.)
위의 예의 경우, X의 원소가 되는 A는 {a,b}, {a,c}, {f,h,u} 가 있다. 
정의에 따르면 f{a,b} ∈ {a,b} 가 되어야한다. 다시 말해 함수 f 를 거치고 나면, 어떤 집합은 자기 자신이 가지고 있는 원소와 대응되는 것이다.
선택공리는 이러한 함수가 항상 존재한다는 공리이다. 


좀 더 쉽게 말하면 이렇다. 
"서로 겹치지 않는 여러 집합들이 있다. 각 집합에서 원소 하나씩을 택한 것을 원소로하는 새로운 집합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언뜻보면 당연해 보이지만, 서로 겹치지 않는 '무한한' 집합을 생각해 볼 때, 결코 직관적으로 당연한 것은 아니다. 

버트런트 러셀은 선택공리의 문제를 이렇게 비유했다. 
"(왼쪽과 오른쪽을 구분할 수 있는) 신발의 무한한 켤레가 있다고 하자. 그 중 왼쪽 켤레만 선택하여 모은 집합, 즉 '왼쪽 신발들의 집합' 은 충분히 쉽게 상상할 수 있다. 
그러나 (좌우를 구분할 수 없는) 양말들의 무한한 켤레가 있다고 할 경우, 그 중 왼쪽 켤레만 선택하여 모은 집합이 과연 존재할까??"

이 문제의 핵심은 이것이다. 우리는 어쨌거나 양말이 오른쪽과 왼쪽 켤레로 이루어져있음을 알고 있다. 그것은 '사실' 이다. 그러나 어떤 것이 왼쪽이고 어떤것이 오른쪽인지 구분할 방법은 주어져있지 않다. 이 경우 왼쪽 양말만을 뽑아내주는 함수가 과연 존재하느냐 하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우리가 인식할 수 없는 기준에 의해 구분을 해주는 함수가 존재하느냐는 문제이며, 좀 더 깊은 함축을 말하자면, (함수와 같은 수학의 대상들이) 우리의 인식 너머서 존재할 수 있느냐는 문제이다. 선택공리는 이 문제에 대해 그렇다는 것을 주장하는 명제이다.  
대부분의 수학자들은 선택공리를 받아드린다. 이것은 직관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대부분의 고등수학은 선택공리를 전제로 하고 있고, 그러한 고등수학들은 아무런 문제없이 잘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선택공리로부터 거의 직접적으로 유도되는 또하나의 원리가 있는데 그것이 정렬원리이다. 선택공리로부터의 증명은 까다롭지만, 주장하는 바는 아주 간단하다. 

정렬원리 : 공집합이 아닌 어떤 집합도 정렬이 가능하다. 

여기서 '정렬이 가능하다' 라는 표현은, 일상표현으로 말한다면, 전혀 겹치는 원소가 없이 순서가 메겨질 수 있다는 뜻이다. (수학적인 의미는, 서로간에 완전히 순서가 메겨져있는 원소들의 집합에서, 어떤 부분집합을 취하든지 단 하나의 최소원소가 존재할 때 그 집합은 정렬가능하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1,2,2,3,4 ...     이런 수열은 대소관계에 의해 정렬이 가능하지 않다. 
2 가 두개가 있으므로 어떤 것이 먼저일지 결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1,2,a,4, 5 ....  이런 열도 대소관계에 의해 정렬이 가능하지 않다. 
a 는 자연수들과 대소관계를 비교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수열들도 대소관계말고 나름대로의 기준을 새롭게 설정하면 얼마든지 정렬이 가능하다.

정렬원리에 따르면 유리수나 실수도 정렬이 가능하다. 특히 실수가 정렬 가능하다는 것은 아주 놀라운 일이다. 실수는 연속적이기 때문에 (정렬가능하다는 말의 수학적 정의에 따라) 실수 집합의 모든 부분집합에 단 하나의 최소원소가 존재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상한 일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실수의 부분집합 X= {x | 1 < x < 2} 를 생각해보자. 1보다 크고 2보다 작은 모든 실수들의 집합이다. 이 집합의 최소 원소가 무엇인가? 분명 대소관계에 의해서는 최소 원소가 산출되지 않는다. 1.001 보다 1.00001이 더 작고, 1.000000000001 은 더 작고... 이런 식으로 무한정 계속되므로 최소 원소를 규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기준의 의해서 실수를 정렬시키는 방법이 존재한다는 것이 정렬원리가 주장하는 바 이다. 


  이제 정렬원리의 주장이 갖고 있는 함의를 좀 더 넓은 범위에 적용시켜보자. 
정렬원리가 대상으로 삼고 있는 '집합' 은 수학적 집합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것이 가능하다. 그것은 어떤 집합이어도 상관없다. 
  예컨데 "지구상 모든 사람들의 성격들의 집합" 을 상상해보자. 
한사람당 하나의 성격을 갖는다고 간주하면, 약 60억개의 원소로 이루어진 집합이 만들어질 것이다. 정렬원리에 따르면, 이 집합도 완전히 정렬시킬 수 있는 정렬방식이 틀림없이 존재해야한다. 다시 말하면 세상사람들의 성격을 전혀 겹치지 않게, 그리고 어떤 것도 빠지지 않게 정렬시켜주는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 기준은 당연히 하나의 우열기준으로 활용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모든 성질들의 집합은 알맞은 방법으로 완전히 정렬될 수 있고, 따라서 모든 성질들은, 그 개수가 심지어 무한하다고 할지라도 이러 저러한 방식으로 우열을 논할 수가 있는 것이다.(그것이 타당하느냐는 차치해 두고) 물론 '이러 저러한 방식' 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정렬원리가 말해주지 않는다. 다만 그런 방식이 하여간 존재해야된다는 것이다... 어떤 대상들의 모임을 갖다놓던지, 심지어 그 모임이 무한한 모임이라고 할지라도, 그것들을 완전히 서열화시킬 수 있는 기준이 존재한다는 것은 신기한 일이다..는 것은 나한테만 그런가. 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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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 이영준 
48.2.151.48   아아- 어려워요.. 01-10 * 
 
병장 이영기 
48.9.5.129   오오 놀랍다. 진짜. 01-10 * 
 
상병 정광선 
16.48.9.159   완전 신기해요 정말... 아 근데 머리를 하도 안 쓰다 보니 수학 등 알고있던 지식들이 다 망각의 강으로 흘러간 듯한 이 불안감...공부를 해야되는데~ 01-10 * 
 
병장 조상우 
54.8.1.239   역시.. 수학.. 
잼있네요,. 
정답이 있는 학문을 신비함.. 01-10 * 
 
일병 구본성 
5.12.1.72   전 그냥 당연한 것 아니냐는 느낌밖에 안 드는 것으로 봐서 제대로 이해를 못하는 것으로 보이네요. 01-10 * 
 
병장 배진호 
54.10.10.241   재미있네요.. 예를 들면 전세계 인구를 몸무게로 구분 할수 있지 않을까요? 

서열로? 설마.. 0.0001Kg까지 똑같은 사람이 있으려구요.. 

문제점이라면.. 매일같이 서열이 바뀐다는거 정도? 01-10 * 
 
상병 박동일 
18.19.11.111   단일 정수가 중첩된 집합도 정렬이 가능할까요? 

{2,2,2,2,2} 이런 집합 같은건.... 01-10 * 
 
상병 박동일 
18.19.11.111   집합 {2,2,2,2,2}를 정렬할 수 있는 방식X가 존재할 때, 

X를 거쳐나온 정렬 후 집합 {2,2,2,2,2}가 정렬 전과 순차적으로 대치되기 때문에 정렬했다 볼 수 없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싶지 말인데요.. 

아놔, 머리아프네.... 01-10 * 
 
병장 조주현 
22.96.3.105   토할뻔했다. 다시 도전합니다. 01-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