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인사] 이한준식 행복론.  
병장 이한준   2009-02-24 18:03:35, 조회: 222, 추천:0 

이한준식 행복론.




책마을에 거주한 것은 두달이 좀 넘습니다.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 그 쯤 되겠지요. 그게 중요한 건 아니고. 음, 여하튼 안녕하십니까. 이 인사를 남기는 사람은 뱀단지에 꼬리가 걸려 미처 나오지 못한 말뱀 이한준입니다. 

보통 전역인사 쯤 되면 처음에 책마을을 어떻게 접하게 되었으며 어떤 것을 얻었고 앞으로 어떻게 해야겠다는, 그런 말이 앞서 나오겠습니다만. 하지만 과거지사를 얘기하기엔 거주경력이 너무 짧고, 얻은 것을 알리기엔 언어적인 표현력이 부족하며, 앞으로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지금을 살아가기에도 빠듯하네요.
대신 다른 걸 얘기하죠. 

할로윈과 이클립스, 트릭스터의 ‘발명’, ‘게임. -할리갈리’, ‘게임 -BANG!!', ’끝‘ 은 모두 송기화님의 ’만담‘ 을 보고나서 생각해낸 것들입니다. 세계종결자라는 설정은 별 의미가 없죠. 캐릭터들 자체도 다른 곳에서 쓰던 녀석들을 끌고 온 것 뿐. 사실 H 든 E 든 T 로든 했다면, 좀 더 그럴듯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뭐, NT 류의 글을 쓰는 제게는 아무래도 저것이 편했기에. 게임을 소개하고 개그를 하고 싶었을 뿐이죠. 여지없이 개그센스의 후달림을 드러내고 말았습니다만. 
‘끝’ 의 낙서 부분에도 얘기했었지만,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타인을 희생하여 얻어지는 행복은 과연 행복이라 부를 수 있는지. 그렇다면 진정 행복이라 함은 실재하는 것인지? 이런 물음에 전 무지의 필요성을 얘기하렵니다. 행복은 상대적인 상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난 저 사람보다는 나으니 행복하다. 이런 것에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말입니다. ‘행복’ 이란 상태는 그 자체로 완성되어야 합니다. 척도도, 잣대도, 기준도 없습니다만. 하지만 자신과 타인의 관계에서 벗어나, 독립되어 단일된 개체로서 편안한 상태야말로 ‘행복’ 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게 되려면 타인의 불행에는 무지해야 하죠. 마이너스적인 타인과의 관계를 말소했을 때, 인간은 종결되어 완성된 행복의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만.
이런 일그러진 이한준 행복론과는 별개로, 전 다르게 살아가는 방식도 알고 있습니다. 그건 받아들이는 것이죠. 타인의 불행을 모두 받아들여, 그것이 언젠가 나아질 거라 믿으며 희망차게 살아가는 것입니다. 사람 개개인이 자신의 일만 잘 해낸다면 세상은 분명 나아질 테죠. 타인을 사랑하고 그들이 행복을 지향할 수 있도록 돕는다면, 결국 자신의 주위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행복해진다면, 그때라면 비로소 자신도 행복하게 되겠지요. 
모든 것을 행복하게. 자신의 손에 닿는 것만이라도. 그렇다면 분명, 세계는 좀 더 아름다워 지지 않을까요?
세상 모든 것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있을리 없는 이상향은 바라지도 않아요. 전 단지, 인간이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계를 바랄 뿐이죠. 서로를 이해하려고 한다면, 좀 더 사랑한다면 분명 언젠가 그런 날은 올 겁니다.

봄은, 기필코 오고야 말겁니다. 맞아요. 민규님.

살아가는 것이 투쟁이 아닌 삶이 되기 위해선, 사람은 행복해야 합니다. …언제라도. 

정영목님의 머신즈 그린웨이. 김무준님의 구회말 투아웃. 김민규님의 막창전골들.
그리고 때론 감동을, 때론 웃음을, 때론 기상천외한 발상과 상상력에 경탄을 보내게 만들었던 송기화님의 모든 글들에게.

경의와, 감사를 표합니다.

즐거웠습니다. 

언젠가 같이 봄을 맞이하게 되어, 같은 곳에 있었음을 추억하며 흐드러지는 벚꽃 속에서 술잔을 기울일 날을 기다립니다. 몸은 떨어져 있을지라도 추억하는 것이 같다면 우리들은 그 순간만큼은 함께입니다.

안녕히. 이제 눈을 뜨세요. 레드 썬.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10
11:24:32 

 

일병 송기화 
  엉엉엉. 이런, 가시는군요. 제 우스갯소리가 도움이 됐다니 기쁩니다. 
그리고 과찬을 해주시네요. 부끄럽습니다. 

그럼, 안녕히 가세요. 즐거웠어요. 2009-02-24
18:39:08
  

 

일병 김유현 
  자기의 완성이냐, 세계의 완성이냐. 어느 쪽이나 요원하기만 합니다. 글, 즐거웠고 감사합니다. 花見酒, 期待, 만빵! 2009-02-25
02:14:41
  

 

병장 김민규 
  가시는군요. 이런- 한준님의 봄은 기필코 오고야 말았습니다. 
그나저나 막창전골이라니, 이야말로 극찬이 아닌지! 낄낄낄, 

감사합니다. 김막창입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2009-02-25
03:50:13
  

 

병장 김민규 
  그리고 벚꽃 흐드러지면 아름다운 풍경속 조우하기를 꿈꿔 봅니다. 시즌2로 놀러오셔요. 
또 뵈어요. 2009-02-25
03:51:29
  

 

병장 김용준 
  수고하셨어요. 봄이 왔듯 저에게는 여름이 기다려지는군요? 하하하. 

Ps. 눈을 뜨고 보아도 그대로인데 어쩌죠? 흐흐흐. 2009-02-25
10:24:23
  

 

상병 홍도형 
  ... 걷어올린 팔 내리면 나도 간다. 입니다... 후우... 2009-02-25
10:35:36
  

 

상병 이동열 
  저녁인사를 보자면 뭔가 더 알고싶은 분인데 아쉽네요- 시즌2에 꼭 놀러오세요 후후 2009-02-25
12:10:22
  

 

병장 김무준 
  파이팅- 2009-02-25
13:07:31
  

 

상병 최한들 
  레드,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