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인사] 겨울가뭄  
병장 문두환   2009-02-02 20:49:20, 조회: 317, 추천:0 


   # 1.
   

   But life goes on

   그녀는 나에게 영화 ‘카모메 식당’에 대해서 이야기 했다. 언젠가 먼 훗날 그래, 그것이 이루어질지 그렇지 않을지 지금은 전혀 알 수 없지만 우리가 원하는 삶의 방식이란 어디에도 치우침 없이 그리고 어딘가에 예속되지 않고 인생을 온전히 나의 것으로 살아내는 것이기 때문에. 바람에 흔들리는 부유한 배처럼 이리저리 떠돌고 아직 오지 않은 미래와 선택의 문턱에서 끊임없이 서성여야 했지만. 

   그렇지만 인생은 흘러간다. 아니, 이제 그렇게 자연스럽게 흘러가도록 나의 삶을 방목해줄 차례이다.


   # 2. 


   누구에게나 자신이 소유한 공간은, 그 안에서 기대고 몸을 부리고 누워 편히 쉬는 의미가 클 것이다. 빠르고 바쁘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의 삶이 주는 화려함과 모든 것에서 자유로워지는 자연으로 돌아가는 삶의 중간이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지금의 사회 속에서 자신만의 공간은 소중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만들어가는 모임이 우리에게 그런 쉼터와 같은 공간이 되기를 바래본다. 


   # 3.


   겨울가뭄이라고들 한다. 지난해 11월부터 비가 제대로 내리지 않아 댐의 수위가 턱 없이 낮아지고 심지어 몇몇 저수지는 거북이 등처럼 갈라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어쩌면 이 자연의 현상은 지금의 우리사회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Du raste nicht, haste nicht   - Goethe -

   생각이 같으면 언제 어디서든 만나게 된다. 논증을 거쳐 세상 밖으로 나온 진리나 우리보다 먼저 살아온 선대의 귀한 이치는 아닐지언정 나는 이 말을 철석 같이 믿으며 살아왔다. 짧은 시일을 기다려 맞이할 수 있는 만남이 아닐지라도 돌고 돌아 다시 해후하는 것이 사람이더라. 어디를 가든 무슨 일을 하고 있든 자신이 품은 꿈과 열정은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지침이 될 것이고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은 서로 비슷한 방향침을 쫓아 살아가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 우리의 헤어짐이 결코 아쉽지 않다. 그리고 이렇게 다음을 기약하며 인사를 남긴다.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10
11:21:25 

 

병장 정병훈 
  소리질러. 

'꺅-' 2009-02-02
20:50:00
  

 

병장 정병훈 
  잘가요. 2월 22일날 꼭 볼 수 있도록 합시다. 두환이형- 

'뜨거운 감성과, 차가운 지성으로-' 

<집으로-> 2009-02-02
20:54:31
  

 

병장 김무준 
  화이팅 2009-02-02
22:20:26
  

 

상병 이석재 
  [집으로] 끼낄 2009-02-02
22:50:20
  

 

상병 이동열 
  마지막 문장이 가슴을 찌릅니다. 상처가 날지도 모르겠군요. 
하지만 이것은 두환님이 치료해주실거라 믿습니다(엥?) 밖에서 뵙자는 겁니다(클클) 

집으로- 2009-02-03
12:33:33
  

 

병장 문두환 
  /병훈 
으헤헤. 형이라니요? 그리고 저는 실제로 보면 그저 장난기 많은 철이 덜 든 20대 중반의 남성일 뿐이랍니다. 

/무준 
그래서 다음에는 어떤 책으로 가위바위보를 하게 될까요? 시즌 2에 자주 나타나 주세요. 밖에서 무준씨의 글을 못 보는 것은(흑흑). 

/석재 
칼럼은 계속되어야 합니다(두둥). 

/동열 
동열님! 제가 이 곳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부터 계셨고 동열님들의 글이나 댓글을 보면서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싶었는데 생각보다 자주 오지 않으셔서 아쉬웠어요. 마지막 문장은...음흐흐. 역시 이 이야기는 매디폼을 붙이면서 이야기 해 보았으면 좋겠군요. 2009-02-03
13:17:41
  

 

병장 홍석기 
  조금 생각을 정리해서 뭔가 뜻있는 리플을 올리고 싶었는데, 동석님의 경우나 영목님의 경우처럼 그러다가 홀연히 사라져 버릴 것 같기에, 그리고 사실 두환님의 전역인사에 뭐 이것저것 붙여서 얘기하기도 좀 그렇고.....라는 건 다 핑계고 에이 

작년 8월 말이던가요. 나름대로 이곳의 버팀목이 되어주던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고, 마을이 폭파되고 하면서, 아 결국 나는 명예의 전당 시절과 같은 책마을을 볼 수 없는 건가. 하고 한탄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후에 두환님의 글을 보고 바로 그 어줍잖은 비관주의를 접었습니다. 포장되지 않은, 스스럼없는 솔직함과 순수함, 그리고 아픈 과거를 다시 바라볼 수 있는 용기. 사실 이런 것들이야말로 '굇수'니 그런 글들보다 더 간절하게 제가 찾고 있던 문장들이었거든요. 덕분에 오랫만에 글 프린트해서 다시 보고 했었는데. 이제 더 이상 두환님의 글을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거참...진작 좀더 덤벼보고 물어보고 했어야 하는데 말이죠. 

잘 가요. 다들 가는거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 하나 둘 떠나고 나니 대응하기 조금 힘들어 지는군요. 2009-02-03
13:34:28
  

 

병장 김무준 
  책 준다는 소리는 한 적이 없음. 2009-02-03
13:50:37
  

 

병장 이지훈 
  잘 가세요. 22일날 뵐 수 있었으면 좋겠군요. 2009-02-03
14:57:53
  

 

상병 이동열 
  08년 후반기에 이런저런 일이 있어 자주 발을 들이지는 못했습니다. 
그것보다도 많이 부족한 저를 기억해주신다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지요. 
아직 생각도 모자라고 이를 글로 풀어내는데에도 많이 부족합니다. 저는(땀) 
하지만 두환님의 글을 읽으면서 저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어 감사했었습니다. 
허나, 이렇게 헤어지는게 아니기에 슬프지는 않습니다. 
시즌2에서 뵙는다면 오히려 더 자유로운 소통이 가능할테니 은근히 기대되기까지 합니다. 
시즌2에서도 많이 쏟아내주시길 바라고 있을게요(웃음) 

버팀목들이 사라지는군요- 그런만큼 시즌2는 활성화되겠지만(땀) 2009-02-03
16:26:32
  

 

병장 문두환 
  설탕 먹기 전에 올려놓으면 돌아오고 나서 정말 홀연히 사라져버릴 것 같아 이제 올린 거랍니다. 내일 갑니다. 그리고 시즌 2에서의 새로운 시작일겝니다. 

/석기 
8월에 처음에 이곳에 왔을 때 석기님의 리오 퍼디난드의 명예로운 은퇴를 위하여가 참 큰 울림을 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젠가 집에 갈 때에 저와 함께 지내는 후배들도 저를 그렇게 기억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말이지요. 그리고 우리의 만남은 이제야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니 덤비는 것은 환영이지만 무는 것은 좀(헉, 이런 저질개그) 

/무준 
에이, 역시 우리집에서 하룻밤을 재워야 하려나요. 그래야 연말정산에 들어갈 수 있는데. 저번처럼 자리에서 일찍 일어나게 된다면. 흠흠. 

/지훈 
사실 아직 꽤 긴 시간이 남은 때라서 지금 어떻게 그때 꼭 가겠다고 확언하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병훈씨한테도 이야기 했던 것처럼 꼭 가도록 하겠습니다. 

/동열 
이런, 동열님의 인터미션은 정말 잊히지 않은 글이었습니다. 그래서 살풋 민규에게 권했더니 녀석도 굉장히 좋아하던 눈치였더랬죠. 어쩌면 저는 이제까지 말을 하고 글을 통해 의견을 나누는 의미와 그 방법을 몰랐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이 긴 장마와 같은 궁생활이 끝나가는 시점에서 과거를 돌아보면 책마을에서 나의 글 나의 생각을 조금 더 굳게 발견한 것 같아 한편으로는 안도감이 들고 또 감사합니다. 동석님도 시즌2에 대한 욕심이 많고 또한 어제 정모에 모였던 일도 그제 저의 집에서 잠이 들었던 이들도 모두 우리의 공간과 소통에 욕심을 가진 이들이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시즌2에서 더 많은 이야기들을 나눌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은 단순한 확신-만은 아닐 것입니다. 2009-02-03
16:57:41
  

 

병장 김무준 
  그냥 후딱 집에나 가요 이양반아. 나가면 연락정도야 할 테니. 2009-02-03
17:00:03
  

 

병장 김재득 
  오늘 떠났습니다. 아주 잘 말이죠. 
뭔가 더 많이 잘해주고 싶었고, 먼가 더 많이 도움이 되고 싶었는데... 

말없이 서로 부둥켜 안고, 들었던 그의 목소리, 
말하지 않고, 그와 대화한 그 짧은 시간은 
어젯밤 늦게까지 수다를 떨었던 그 시간 보다 더 많은 걸 나누었습니다. 

마지막 그의 손에 쥐어준 내 글을 그가 좋아할까요? 

문득 달력을 보니 오늘이 입춘이네요. 
돌아온 봄 마냥 이제 그의 앞날에도 따스한 봄볕이 들기를 기도합니다 2009-02-04
15:15:49
  

 

병장 정병훈 
  오, 그가 갔군요. 이건 정말 자주 쓰는 표현이지만, 이것만큼 적절한 표현이 없습니다. 
조조 : 곽가야... 2009-02-04
15:52:54
  

 

상병 정근영 
  에잉 
가버리셨군요 
마침 타이밍이 어중간해서 배웅도 못 해드렸네요 
두환씨 글들을, 참 좋아했는데 말이죠 

아아, 하나둘씩 떠나가나요 
저녁시즌인가 2009-02-04
20:09:43
  

 

병장 양 현 
  가버리세요. 흥. 2009-02-05
00:51:06
  

 

일병 장봉수 
  가시는 길에 은총이 가득하길 2009-02-05
03:57:40
  

 

병장 김민규 
  수고 많았습니다. 
두환이형, 밖에서 봐요. 2009-02-05
04:03:49
  

 

책마을 
  두환씨 죄송해요. 잠시만 내립니다. 2009-02-06
16:05:41
  

 

병장 서보성 
  건강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