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인사] 간이역에서 바라본 내가 타야할 열차.
병장 장지훈 2009-02-10 08:33:39, 조회: 272, 추천:0
사람은 누구나 무한한 욕망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방어기제가 있다.
이름하여 ‘포기’ 라는 것이다.
오르지 못할 나무는 쳐다보지말고 내손이 닿지 않는 포도는 신포도 이다.
‘나는 원래부터 그걸 바라지 않았어.’ 혹은 ‘그걸 안하길 오히려 잘했어.’
그처럼 욕망을 억압하고 자신을 정당화 하지만 그렇게 해서 비껴간 것들은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다.
그 억압된 욕망들은 마음 맨 아래칸에 고스란히 ‘스트레스’란 이름으로 잠겨 있다.
오늘도 어슴프레 잠이 깨었다.
저기 내 눈앞에 보이는 건너편 방문에서 들리는 소리 때문이였다.
보통 “Hey, Teddy?" 이거나 "Mr. Jang?" 도 아니면 그저 나는 기계적인 ”띵-동“ 이란 벨소리에 의해 찾아진다.
어쩔수 없이 나는 그 소리들에 응답하여야 하고 내가 있다는 것을 확인 시켜줘야만 한다.
눈앞에 보이는 아이보리색 페인트가 칠해진 방에 노크를 한다.
“똑. 똑" ...."I'm Teddy."
내가 "Why?"라고 묻기도 전에 날 찾은 사람은 이미 손짓, 혹은 눈짓으로 날 찾은 이유를 설명한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고 말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대게 하루에 몇 번이나 날 찾으면서 직접 예기하는 말은 한단어를 넘어가지 않는다.
기껏해야 “Coffe" 혹은 ”Greentee"
뒤에 ‘one cup' 이라던지 ’one glass' 따위는 사라진지 오래이며 ‘Pless’는 바라지도 않는다.
혈혈단신으로 외국에서 와서 커다란 Desk에 앉아 하루종일 PC따위 혹은 책 따위로 심심풀이 땅콩 먹듯 시간을 보내고 있으며, 그 외 시간엔 오로지 아이보리색 문에서 날 부르는 소리만 귀기울이고 있다. 이게 벌써 2년이 넘어가고 있다.
이곳에 오기 전까진 ‘그래. 2년동안 와인에 미쳐보는거야. 그래! 그래!!“ 라며 한국을 떠나 출국을 했다. 물론 이곳에 처음 입사하고 나선 내 원래 계획되로 와인에 대한 공부에만 매진할수 있었다.
나의 업무는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 였고 다만 그때는 회사에 후배들이 별로 없었다는 정도만 다를뿐이였다. 그렇게 6개월 정도는 와인에 매진할수 있었다.
갑작스럽게 진행된 나의 인사고과.
인사고과 결과에 따라 나는 이 회사의 깊숙한 중심부로 전근명령이 떨어지게되었다.
어차피 이전에도 비서였고 지금도 비서지만 다른점이 있다면 ‘구청장’비서에서 ‘시장’쯤의 비서로 승진했다는 것이였다.
그렇다고 내 일이 바뀐것은 아니다. 그저 커피와 그린티에서 재떨이 하나가 추가되었다는 정도 일까.
매주 월요일 세탁소에 들러 내가 모시는분의 수트를 찾고 회사 뱃지를 달아놓는다.
시간에 맞추어 경제와 시사 뉴스들을 여러 신문에서 스크랩하여 뉴욕타임즈와 함께 방안에 넣어놓고 나는 하염없이 저 아이보리색 방문만 바라볼뿐이다.
세계최대라고 할 만큼(내가다니는 회사와 동일한 일을 하는 중국의 회사 규모를 뺀다면)거대한 규묘를 가진 이 회사는 말단 직원들을 기숙사에서 생활하게 한다.
마치 실리콘벨리 한복판에 우리회사만 있다고 생각할수 있을만큼 거대했다.
KFC는 물론이요, 핸드폰 대리점, 수많은 식당, 서점, PC방, 오락실, 피자가게, 치킨가게, 슈퍼,세탁소, 비디오 대여점등 왠만한 편의 시설은 회사안에 다 갖추고 있었고 필요에 따라 회사 밖에 나가기도 하였다.
나의 경우 한국에서 출국한후 이곳에 입사했을 당시 면접에서 합격한 사원들을 모아놓고 7주간의 주입식 교육을 받았다. 첫 번째 주에는 간단한 교육이 행해지며 2주차 부턴 훨씬 강도 높고 전문적이며 우리 회사의 창립배경과 상황, 직면한 위기 등등을 배우게 될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입사를 취소하고 싶은 사원은 돌아가도 좋다고 했다.
대부분이 남아있었지만 이 회사가 이렇게나 체계적이고 폐쇠적인 교육을 행할지 몰랐던 몇몇은 결국 1주일만에 입사를 취소하게 되었다.
7주의 교육이 끝난후에 다시 자신이 일할 분야에 대한 전문적교육을 4주동안 받게 되었고 총 11주간의 교육에서 나는 좋은 성적을 얻어 조금 변두리긴 하지만 꾀나 요직에 있는 한분의 비서로 일하게 되었다.
하지만 입사를 결심했을 때 내 마음과는 다르게 점점 나는 외국 생활에 지쳐갔고 중도에 퇴사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입사당시 2년 1개월 9일 간 회사에서 일한다.-는 얼토당토않는 계약서의 싸인으로 목이 매여있기에 퇴사할수 없었다.
점점 이 회사 구조의 부조리를 알게 되고 물들어가는 나를 볼때마다 마음을 되잡아보았지만 그건 쉽사리 되는것이 아니였다.
1년의 근무후 한단계 승진과 본사로의 발령.
난 엄청난요직에 계신분을 모시게 되었고 그에따라 나의 힘도 커져만 가는것 같았다.
흔히들 말하는 사탕발림에 넘어간적도 많았고 나 또한 권위적인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도 하였다.
몇 번의 계약 연장 제의.
나는 생각하지도 않았고, 하기도 싫었고 도통 네고네이션의 제고 조차 없는 제의에
"No" 라는 간단한 대답으로 일관해 왔다.
지금 받는 연봉에 10배이상 인상해주겠다는 회장의 제안.
하지만 전혀 끌리지 않는다. 마지막 남은 한달을 버텨내고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고 말리라.
2년이 넘는 이 회사생활로 나는 많은 것을 얻었다고 할수 있을까? 그도 아니면 20대의 태양과 같은 나이에 회사에 목매여 많은 것을 잃었다고 할수 있을까.
이제 점점 내 계약서에 명시된 계약기간의 끝을 바라보고 있다. 하루 하루 아이보리색 방문과 벨소리에 씨름을 하지만 한국으로 돌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생각에 설렘가득한 눈으로 그 방문을 바라볼때가 생겼을 만큼 다시 나는 의욕에 차기 시작했다
누구나 열다섯에서 스물 다섯사이는 인생의 간이역에 서 있게 된다.
하나의 열차에서 내려 또다른 열차를 기다리는 시간.
우리가 타고온 열차가 어디에서 왔는지는 알지만 곧 타게될 열차가 우리를 어디로 데려갈 지는 아무도 모른다.
이 간이역에서 우는 우리의 생에 가장 예민한 피부와 귀와 눈을 가지게 된다.
얼마나 예민한가 하면 가끔은 스치는 바람에 각막을 다치기도 하고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에 귀가 얼기도 하며 저만치 사람하나가 지나가는데 피부에 물집이 잡히기도 한다.
결정된건 하나도 없고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은 안개속에 숨어있다.
그 외로움 옆에는 친구도 가족도 없고 그 막막함은 절대적이라서 위험하기 조차하다.
나는 아직도 그 간이역에 서있는 것인가, 아니면 이미 열차를 탄것인가는 잘 모르겟다.
손에 티켓은 쥐고 있지만 어디로 가는 티켓인지도 모르겟다.
간이역에 놓인 심정으로 입사했지만 결국 스물다섯이 되지 않았기 때문인가 아직도 난 열차를 타지 못했다.
2년동안 열차를 기다려보앗지만 아직은 시기상조 인가보다.
우선 나는 권위적인 모습과 스트레스를 버리고 빨리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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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1개월 9일 간의 계약기간중 4일이 남아있네요. 마지막 전역교육이다 뭐다 해서 PC를 잡을수 있는 시간은 오늘이 마지막일 것 같습니다.
제가 책마을을 통해서 토해내고 싶었던 열병 가득한 글에 대한 열망을 여러분은 어떻게 느끼셧는지 모르겠지만 스스로는 굉장히 만족하고 갑니다.
연애의 공식이란 짧은 연재물도 완결을 지었고, 연재 기간 내내 보이지 않는(?) 성원들도 많이 받았구요.
이제 마구로 동슥의 전역인사가 올라 오겠군요.
그럼 마구로가 나타나기 전에 사라지겠습니다.
모두 건승하시고 건강하세요.
아!... 제가 쇼핑몰을 오픈했습니다.
www.the-june.com
뷰티 & 웰빙인데 자신은 있지만 확신이 없네요.(웃음)
시즌2에서 뵙기를...
사실 투표건에 관하여 장문을 글을 써놓았지만 올리지 않겠습니다. 구태여 이렇게 저렇게 하세요. 라고 말하는것도 조금은 ‘아이러니’ 하네요.
제가 목이 마릅니다. 우물을 찾아 물을 마십니다.
전제조건은 ‘목이 마르다.’ 이고 원인이지요.
결과는 ‘물을 찾아 물을 마신다.’ 입니다.
구체적인 결과물에 대한 부연 설명은 좋지만 목이 마르다. 라는 확실한 원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친절한(?) 과정을 지나고 있지요.
‘지금 우리 몸에선 수분이 0.6%가 부족하여 신진대사가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고 부족한 수분으로는 신장혼자 해독하기에 과부화가 걸리므로 빨리 물을 마셔야 할 것 같아요. 우리는 지금 물을 않마시면 건조해진 호흡기에 수분 충족이 되지 않아 감기를 비롯한 기타 바이러스에 감염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지요. 그러니 우린 더 이상 수분이 빠져나가기 전에 물을 마셔야 해요.’ 라고 뇌가 말합니다.
‘그런데 저는 여러분 의견이 어떤지 모르겠으니 거기 손톱님, 발톱님부터 손가락님과 관절님 그리고 심장, 신장님을 비롯한 오장 육부님들도 물을 마실지 말지 자기 의견을 내보세요. 아. 과반수가 넘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게 눈에 보이지만 물을 마시지 않을 작정입니다.’
‘아. 그리고 지금 물을 마실지 말지 결정 하지 않고 있는 분들은 우리 몸이 아닌가요?’
저 또한 투표를 하지 않았지만 떨어져 나갈 부분이라 미약하게나마 전역인사에 제 의사를 밝히고 떠나갑니다.
아. 무준님- 제가 있어서 행복 역시 이곳이 살아남는 것입니다.
그럼 정말 다들 안녕 - 북잇 수다에서 노닥이고 있겟습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10
11:21:52
병장 김민규
그동안 지훈님에 대해 가지고 있었던 모든 거리감을 한방에 깨어주는 글입니다. 조회수 1에 보아서 더욱 그런걸까요. 주체할 수 없어 한 마디 남깁니다.
가지로-
수고 많으셨어요. 시즌2에서 뵙길 2009-02-10
08:42:13
병장 황성근
음. 하늘 648번째 방문자이셨군요
고생하셨어요~ 2009-02-10
08:54:57
상병 김예찬
반가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다음 번에 꼭 뵙지요. 안녕히- 2009-02-10
09:01:24
일병 권홍목
수고 많으셨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떠나보내는게 아쉽기만 하네요.
오늘은 연애의 공식을 다시 찾아봐야겠어요 2009-02-10
09:02:16
병장 김도환
상당히 수고 많으셨습니다.
시즌 2에서도 활발한 활동 부탁드리고,
하시는 사업...번창하시길 바랍니다 진심으로 2009-02-10
10:00:14
상병 김영윤
문득 물을 마시는 사람이 나오는 부분에서 사회 역시 그것을
이루는 사람들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사람이 목이 마른 이유는
몸의 모든 세포가 물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리고 몸 자체를 유지하기 위해
뇌가 대표해서 신호를 보내기 때문이잖아요. 사회 역시 사람들의 권리와
견해를 수렴하고 사회체제를 수호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고요.
그런데 체제를 수호하는데만 급급하고 사회 구성원들의 인권에는 안중에도
없는게 요즘 우리나라의 현실인데, 이를 사람 몸에 비유하면 뇌가 자신의
안락함을 위해서 당장 급한 부위 외에는 물이나 산소를 공급하지 않는 것
같아서 씁쓸하네요. 당장 생명에는 지장이 없을 지 몰라도 손발이 썩고,
뼈가 바스러진다면 몸을 건강하게 오래 유지하지 못하겠죠.
왠지 모르게 이런 근시안적인 사고를 가진 정치인들이 우리나라에 많은 것 같아서
안타까운데 - 그냥 그렇다고요. 글 내용과 약간 벗어난 댓글이라 이쯤으로 해두고.
비범한 가입인사 때문에 관심을 가진 적이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연애관이라던가 저와 차이점이 많으신 것 같아서 저와 거리감이 있었어요.
그래서 솔직히 지훈님 글들을 많이 읽어보진 않았었지요. 그래도 막상 괴수분
한 분 가신다니까 안타깝네요. 그 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그리고 시즌2에서 다시 뵈요. 2009-02-10
10:49:58
병장 김무준
파이팅- 2009-02-10
11:04:55
상병 이동열
저도 민큐님과 비슷한 생각입니다.
멀다고 생각했던 것은 저 자신이었을지도 모르겠군요.
수고하셨습니다. 시즌2에서 뵙지요-
사족. 쇼핑몰 책마을 주민은 특별혜택 없나요? 낄낄 2009-02-10
12:29:55
책마을
후- 정신이 없군요. 늦게나마 공지로 올립니다. 2009-02-10
13:09:15
병장 김용준
'수고한 그대 이제 떠나라! 하하하.'
지훈님 북잇 수다에서는 좀 더 친해져 보아요?(웃음) 2009-02-10
16:01:33
상병 정근영
고생하셨어요, 지훈씨
나중에 뵙죠 2009-02-10
21:15:32
책마을
3일 지났기에 내립니다. 좀 더 오래 있으면 좋을텐데, 이거 원 집에 가시는 분들이 너무 많네요.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