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인사] 終
병장 김무준 2009-05-17 01:18:51, 조회: 505, 추천:0
발을 옮긴다. 철커덕. 발이 걸린다. 역사와, 이념이 만든 족쇄가 흔들린다. 다시 발을 옮긴다. 차락. 법과 제도로 이어진 쇠사슬이 어지럽다. 그그긍. 돈으로 된 철구가 구른다. 무겁다. 사내에게, 세상 그 무엇이, 발에 잠긴 족쇄보다 무거울 수 있으랴. 시간의 모래밭에서 걸음을 옮긴다. 지나온 길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죽을힘을 다해 걸어온 자욱들은 옛 바람에 모두 지워졌다. 살아온 흔적과 사랑한 추억이 사내의 사막에 비처럼 내리건만. 모래는 젖지 않는다. 비는 처음부터 그랬다는 듯. 적막히 바스라진다. 긴 긴 밤은 까맣게 타오르고 사내는 그래도 발을 옮긴다. 한 걸음. 내딛을 때마다 치열한 삶이 고통이 햇살 같이 온 몸을 때려대지만. 사내는 걷는다. 힘겹게. 다시 한 걸음.
죄를 지었나. 사내는. 아니. 무슨 죄를 지었나. 발아래 으깨어진 시간이 소리를 지른다. 사내는 사막에 두 발을 내딛으며, 원죄를 부여받았노라고. 어둠에 섞인 죽음이 귓가에 속삭인다. 사내는 삶에 이끌렸기에, 死의 방문을 예고 받았노라고. 사내는 대꾸하지 않는다. 시간의 목소리에도, 죽음의 속삭임에도. 듣지 못하는 저 존재의 반대편, 無처럼 대꾸하지 않는다. 존재자체가 사내의 죄라도 혹은 사내의 죄가 아니라도. 사내는 시간의 모래밭을 속죄하며 걸었으리라. 발에 채이는 쇠사슬이 없었더라도. 사내는 죄인처럼 사막을 걸었으리라.
왜?
사내는. 끝없이 펼쳐진 사막위에서서, 저 멀리 반짝이는 자유로의 탈출을, 목격했기 때문이다. 사내는 보았다. 사막 어딘가에 빛나는 희망의 오아시스에서, 꿈으로 가득 찬 영롱한 단물 한 모금을 마실 수 있다면, 창공을 가르는 한 마리 새가되어, 밤하늘의 별처럼 아름답게 하늘을 질러, 자유로, 자유로, 자유로 날게 되리라. 사내는 믿었고, 믿고 있으며, 앞으로도 믿는다. 불현듯 사랑이 심장을 찢으며 가슴을 관통하더라도. 극한의 통고가 칼날이 되어 날아들어도. 자유를 향한 걸음을 내딛었다.
사내는 말했다.
살아서는 새가 되고, 죽어서는 비가 되겠소. 내 새가 되어, 그대 세상 어디에 있던 날아가. 그대 발아래 앉겠소. 내 비가 되어, 그대 세상 어디에 있던 떨어져. 그대 발아래 머물겠소. 내 영혼을 태워 그대의 앞을 밝히고, 내 심장을 내어 그대의 앞을 닦겠소. 그대여. 내 가진 전부를 내어드릴 테니 부디 그 자리에만 있어주오. 그렇게 내 사랑하게 놓아두오.
사내는. 가슴에 품은 마지막 사랑을 위하여. 사내의 자유를 취하고, 주머니 가득 꿈을 담아, 사막을 건너, 사내의 情人 곁에 머무르고자 그렇게 사막을 걷고 또 걸었다.
사내의 죄는 곧 사랑이었으므로.
- 안녕, 안녕히.
내일을 향해 나아가는 이들에게 빛나는 시간이 함께 하기를.
그리고 걸어가는 길에 아름다운 이가 함께 하기를.
다시 바람은 부니,
내일을 위하여 어제에 인사를 보내기를.
Bye. By my yesterday.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10
13:02:18
상병 양동훈
무준씨도 저녁먹으러 가시는군요...
책마을에 온지는 아직 정말 쥐뿔도 되지 않았지만
그리고 저라는 사람의 존재도 잘 모르시겄지만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무준씨의 글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진짜 진심으로 재밌었는데 말이죠(웃음 X 20000)
건강하시길 바래요~! 2009-05-17
01:45:30
상병 이석재
저녁밥까지의 기간이 폭파기간이였던게 한이였군요. 떠나간 미소와 함께 마침내 행복하기를. 2009-05-17
07:04:51
상병 이재원
저도 들어온지 얼마안됫는데..무준님의 글을 섭취하고 우와!!!
이런사람들이 모여있구나! 했었는데, 이곳을 구경한지 얼마나됫다고..흑흑..
지금쯤 무준씨는 미소를 머금고 밖으로- 밖으로 힘찬 발걸음을 옮기고 계시겟지요?
구회말 투아웃 책으로 나오길 아니 서점에 진열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있겠습니다-! 2009-05-17
08:50:43
상병 손근애
무준씨.
뭐라고 말을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잘 지내셨나는 안부? 고생하셨다는 인사?
그 어떤것도 썩 마음에 드는 것이 없는 것을 보니 무준씨의 저녁인사에 나 스스로는 참 많은 것을 아쉬워 하고 있는 듯 합니다.
무준씨.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만나보고도 싶었어요. 이것저것, 쉽지않는 시간들을 보내면서 계속해서 발목은 잡았던건, 이곳에 남겨졌던 사람들에 대한 그리움과, 아쉬움. 그중에서도 무준씨는 참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음 시간으로 보내어야 하겠네요.
고생하셨어요, 무준씨. 잊지 않고, 바깥에서 뵙겠습니다.
평안하시길. 2009-05-17
09:23:45
병장 이지훈
덕분에 많은 것을 배우고 느꼈습니다. 고마워요. 나가서 꼭 뵙길. 2009-05-17
09:27:24
상병 김진홍
bye. 2009-05-17
09:55:54
상병 김예찬
정말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2009-05-17
14:02:56
병장 김우현
안녕히 가세요. 무준씨의 구회말 투아웃은 참 잘봤습니다. 문장 하나하나가 신비롭고 잘 읽히더군요. 굉장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허허.
38일 뒤, 저의 족쇄가 풀리는 그날 시즌2에서 저 또한 무준씨의 글을 제가 읽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며. bye Mr. 2009-05-18
00:30:39
병장 김형태
또하나의 별이 지는군요. 하지만 가칭 '이솔'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계속 보길 원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2009-05-18
07:21:23
상병 황호상
고마워요. ... 무슨 말을 해야될 지 모르겠네요.
언젠가 제 스스로 충분한 역량과 용기를 갖추어, 함께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랍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수고하시길-. 2009-05-18
08:27:08
상병 정근영
하아, 무어라 말을 해야할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내뱉고, 망설임없이 행하는 그대의 용기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고, 또 느꼈습니다.
앞으로도 흔들림없이 자신의 길을 걸어갈 수 있기를.
고생하셨어요. 2009-05-18
08:37:55
병장 이동열
좀 있다 봅시다. 후... 2009-05-18
09:03:19
병장 김무준
동훈/ 감사합니다. 동훈씨도 건강하기를 바라겠습니다.
석재/ 좋은 글 많이 써주셨으면 합니다. 밖에서도 뵐 수 있기를.
재원/ 조잡한 텍스트를 즐겁게 읽어주셨다니 다행입니다.
꼭 책으로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근애/ 기회가 되면 만날 수 있겠죠.
부산에서 술 한 잔 사주시면 부산 어디든 달려가겠습니다. (웃음)
지훈/ 감사합니다. 지훈씨도 다른 분들에게 많은 것을 전해주셨으면합니다.
진홍/ Adios.
예찬/ 소사님 언제나 고생 많으십니다. 앞으로도 부탁드리겠습니다.
우현/ 요즘따라 '문장'을 쓰는 게 많이 힘듭니다. 극복해내야겠죠.
형태/ 별이라니요. 똥강아지 한마리 집에 가는 겁니다.
호상/ 감사합니다. 함께 할 날에, 함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근영/ 그냥 철이 없다는 걸로 해두죠. 낄낄낄낄.
동열/ 그래요. 좀 있다 뵈요. 2009-05-18
20:08:54
병장 김동욱
수고많으셨어요. 축하드려요. 밖에 나가셔도 건필하시길. 2009-05-18
23:40:05
상병 이웅재
오랫동안 무준씨 글 많이 눈팅했는데 낄낄 . 굿바이 2009-05-19
04:43:58
병장 홍석기
으하, 잘 가요 귀여운 무준씨. 2009-05-19
16:01:01
일병 김태건
언제나 멋진글을 써주셨던...
멋있는 분이 또 하나 가네요...
그냥 덧으로 말하는 거지만 무준씨의 연애담이 저는 부러웠다는...(훌쩍)
그냥 그렇다고요...(흑...)
저녁 축하드립니다~! 2009-05-20
08:08:01
일병 송단아
고생하셨습니다. 저녁밥 축하드립니다. 2009-05-20
09:48:11
상병 이재익
라디오 듣다가 사연이 나오길래 깜짝 놀랐었는데 어느덧 가는군요
바깥이 무시무시하다지만 그래도 부럽고 축하드립니다
예전에 댓글로 달아준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의 차이점은 평생 잊지 못하는 한 문장이 될 듯 하네요 2009-05-20
22:42:08
상병 박원익
아, 얼마 안 되었지만, 이렇게 한 분 한 분 떠나가는 군요. 저녁밥 축하드리고, 하는 일마다 건승하시기 바랍니다. 2009-05-21
04:09:56
상병 김태완
하이드를 연상케한 무시무시한 스산함을 내뿜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었는데.
이제 못보겠군요.
민규님에 이어 다시한번 허전함을 느낍니다.
수고하셨어요.
잘가요. 2009-05-21
15:24:54
병장 김무준
동욱/ 옙써. 달달 볶아줄 깽깽이 하나가 사라져서 어떡합니까?
웅재/ Adeus.
석기/ 시끄럽소. 소심한 낯가림쟁이.
태건/ 앞으로는 태건씨가 멋진 글을 써주세요.
단아/ 책마을을 잘 지켜주세요.
재익/ 엄머. 깽깽이의 개소리를 기억하시다니.
원익/ 앞으로도 양질의 텍스트 많이 부탁드리겠습니다.
태완/ 깽깽이를 보고 싶으시면 시즌 투로 오세요. 2009-05-22
07:15:51
상병 권홍목
생각보다 빨리 가시는군요
민규님에 이어 제가 책마을에 계속 들어오도록 만들었던 또 한분이 나가네요
언젠가 서점에서, 혹은 패션을 말하는 TV프로에서 무준님의 이름석자를 보며 기분좋게 웃을날이 오길 바라겠습니다.
축하해요. 잘가요. 2009-05-27
10:47:09
병장 박정현
정말 생각보다 빨리 가시는군요.
상병 김무준 을 본지가 엊그제 같은데..
여태까지 좋은글들 잘 읽었습니다.
안녕히가세요. 2009-05-28
06:38:11
일병 이선목
아쉽네요. 잘가요.
책마을 잊지 말구요.
여기에 당신 글이 남아있는 이상 책마을 주민들은 무준씨를 잊지 못할겁니다. 2009-05-28
07:48:34
하사 김대운
이게 뭡니까
6월 12일 저녁먹는날 아니였나요? 2009-05-30
21:25:23
병장 김무준
홍목/ 엠넷에서 언젠가 출연을 해보겠사옵니다.
정현/ 고맙습니다. 잘 갈게요.
선목/ 나는 어쩌면, 기억되기 위해 발버둥 쳤는지도 몰라요.
대운/ 이게 뭡니까. 결국 갈매기가 되셨군요. 초심 잃지 말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