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의 반격_금융은 범죄다! 
 병장 강세희 02-13 16:37 | HIT : 242 



 자본의 반격_금융은 범죄다!

2 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는 케인즈주의의 지배 아래 경제발전을 지속하고 있었다. 그러나 70년대에 들어 자본수익률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찾아왔고 이는 결국 케인즈식 타협의 붕괴로 이어졌다. 이러한 위기가 발생한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많은 논의가 이어졌고 네오리카도주의자의 이윤압박론, 근본주의자들의 이윤율(고정자본에 대한 이윤의 비율)저하 경향을 통한 설명, 조절이론과 브레너의 주장 등은 분석 방법이 다르긴 했지만 결국 이윤율 저하가 위기의 원인이라는 생각을 공유했다. 뒤늦게 이 논쟁에 뛰어든 프랑스의 정치경제학자인 뒤메닐과 레비는 이윤율 하락과 함께 감소하던 축적률(고정자본의 성장률)이 9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이윤율 상승에도 불구하고 그에 비례해 회복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으며 그들의 분석은 바로 이 점이 신자유주의로의 전환을 통해 금융이 이루어낸 업적임을 밝혀냈다.

 그것이 어떤 이유에서건 1970년대의 이윤율은 급격히 하락했다. 이렇게 이윤율이 낮아지면 기업은 현금흐름, 유동성 부족, 부채상환과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게 되는데 이는 산출과 고용의 감소로 이어져 경기침체가 발생한다. 결국 금융은 케인즈주의 정책의 실패라는 명분과 대중투쟁이 약화된 시대적 상황을 틈타 지배계급의 권력과 소득에 도움이 되도록 사회·경제를 재편했다. 가장 두드러지는 변화는 1979년의 급격한 금리 인상이다. 물론 고금리를 통해 비효율적 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가능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실 그것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자본의 잠식을 막기 위한 조치였으며 이는 전체적인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다.
 금리상승이 비금융기업들에 미친 영향을 알아보기 위해 저자들은 이자 지불 전과 이자 지불 후의 이윤율을 비교한다. 이들에 따르면 1980년까지의 두 수치는 거의 일치한다. 이자가 인플레이션에 의해 상쇄되어 기업의 수익에 거의 영향을 끼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금리의 급격한 상승 이후 이자 지불이 포함된 이윤율은 원래의 이윤율보다 훨씬 낮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업의 이윤이 채권자들에게 상당부분 이전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심지어 94%의 이윤이 배당으로 분배되기도 했다. 여기서 이들은 왜 이윤율과 축적률이 비례하지 않고 있는가에 대한 답을 얻는다. 즉 축적률은 이윤율이 아니라 이윤에서 실질금리, 세금, 배당을 차감한 유보이윤율의 변화에 정확히 반응하며 이것이 다시 고용과 실업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다시 한 번 정리해보자. 1970년대에 이윤율이 하락함에 따라 인플레이션이 발생하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비금융기업이 대부자에게 돌려주는 이자는 0에 가까웠다. 낮은 이자를 인플레이션이 상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신자유주의 정책의 출현과 함께 금리가 폭등하면서 비금융기업의 부가 금융에게 이전되고 축적률이 하락하면서 위기와 실업이 심화되었다. 문제는 비금융기업의 기술발전이 이윤율을 다시 상승시켰는데도 그 이득의 많은 부분을 금융이 가져간다는 점이다.

 금융화는 투자에 얼마나 기여하는 것일까? 이것은 신자유주의에 의한 변화가 경제성장에 긍정적인가를 확인하는 중요한 질문이다. 신자유주의자들은 소득이 주주와 채권자에게 이전되어 자율성을 획득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효율적으로 이윤이 기업들에게 배분되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신자유주의를 비판하는 이들은 금융활동이 생산적 투자로부터 자본소유자를 분리시켜 실물투자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이 책에서는 이윤율의 상승에도 불구하고 자본축적률이 그만큼 높아지지 않은 점, 자본축적률이 유보이윤율과 함께 움직인다는 것은 이자와 배당의 형태로 분배된 이윤이 투자에 기여하기 위해 비금융기업 부문으로 회수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는 점을 들어 후자의 입장을 취한다.
 저자들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다. 금융이 이득을 얻는 이러한 방식은 가치를 새롭게 창출한 것이 아니라 기업의 소득이 채권자나 주식소유자에게 이전된 것일 뿐이며 이는 범죄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법적으로 그것이 범죄가 아니라 하더라도 신자유주의를 통해 지배계급은 이윤을 뽑아내고 이자와 배당의 증가를 통해 이를 증식시켰으며 결국 최상위 1%의 가계가 모든 자산의 20%를, 최상층 1%가 모든 증권의 40%를 보유하는 극단적인 양극화를 낳았다는 사실만은 확실해 보인다.
 저자들은 이러한 상황 앞에서 케인즈주의가 지배하던 시절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그 한계를 분명히 지적한다. 자본주의가 구조적 위기를 반복하는 역사적 경향이 있으며 이러한 경향의 이면에 있는 특권계급의 권력과 부, 지배와 착취가 근본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거시경제의 통제는 장기적으로 충분한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며 이를 뛰어넘는 근본적이고 새로운 대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하면서 책을 마무리한다.

 뒤메닐과 레비의 주장이 브레너나 이윤압박이론에서처럼 왜 이윤율이 하락했는가에 대한 명쾌한 해석이 부족하고 이윤율 저하 경향을 통해 구조적 위기를 설명하는 근본주의자들에서 크게 나아가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이 책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명확하다. 저자들은 금융에 의한 신자유주의적 재편 전후의 근본적 차이점을 수익의 이전을 통해 명쾌히 분석해냈으며 이를 통해 실물생산을 하지 않는 금융이 어떻게 이토록 많은 이윤을 획득하고 확장해 나갈 수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또한 저자들이 말하는 신자유주의의 기원과 그 실체는 90년대 말 국가적 위기를 겪었음에도 그러한 위기를 일으킨 바로 그 원인 속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려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의미하는 바가 크다. 그러나 그들이 기여한 바는 여기까지이며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극복해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고 가능성을 열어가는 것은 이 책을 읽는 우리들의 몫으로 이미 넘어와 있다.



 상병 김재영 
 세희님 잘 지내셨지요. 
 그 동안 굵직한 책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의 자본의 반격을 드디어 다 읽으셨군요. 
 저는 사놓고 챕터 1,2 정도를 읽다가 지금 물러놓고 다른 책을 읽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제라르 뒤메닐과 도미니크 레비의 작업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아직 과문한 탓에 이들의 작업을 제 시선으로 평가하지 못하고 있던 차에 
 충실한 서평을 만나서 매우 반갑습니다. 

 저도 더욱 정치경제학 비판과 관련된 학습을 꾸준히 해서 언제 이 부분에 관련하여 
 심화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물론 시간은 한 1-2년 정도 걸리긴 하겠지만요. 02-13   

 일병 구본성 
 관심만 있고, 아는 것이 없네요. 두 분 모두 많은 성취 있으시길 바랍니다!! 02-13   

 병장 강세희 
 재영님 / 저도 책의 내용을 제 언어로 바꿔 말하기도 벅찬 수준입니다. 개인적으로는 90년대 후반 이후의 이윤율 상승이 뒤메닐과 레비가 말하듯 자본의 유기적 구성의 증가로 인한 이윤율 하락 경향이 종식된 것인지 아니면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가 지속되는 환경 속에서 잠시 반등한 것일 뿐인지에 대해 논의하고 싶었는데 제 능력범위를 벗어나기도 하고 신자유주의에 대한 이들의 주장을 소개하는것만 해도 충분히 의미가 있는 것 같아 포기했네요. 우연치고는 너무 같은 책을 많이 읽은듯 하네요. 웃음. 02-13   

 병장 강세희 
 본성님 / 그렇다면 저와 함께 공부를 하핫. 02-13   

 병장 이승일 
 오ㅡ 재밌게 잘 읽었습니다. 현 시대 흐름에 비추어보자면 굉장히 반동적인 책이군요. 02-14 * 

 상병 김재영 
 진보평론 작년 여름인가 가을 호에 보면 정성진 선생의 논문이 있는데 거기서 이루어지는 레비와 뒤메닐의 작업에 대한 비판적 평가를 읽어보시면 많은 도움이 되실 듯 합니다. 거기서는 심지어 이들의 작업을 케이지언 주의의 새로운 판본이라고 까지 몰아붙이는 데 역시나 강경한 트로츠키 주의자들이 봤을 때 이들의 작업이 마뜩찮게 보이는 것이겠지요.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정치경제학 비판과 관련된 기본 개념들을 다시 정리한 후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해서 독서를 한참 미루고 있는 중입니다. 

 우연 치고는 같은 책을 많이 읽는 것보다 뭐 관심사가 비슷한 것이겠지요. 이젠 또 어떤 책 읽을 예정이신지? 02-14   

 상병 김재영 
 아, 그리고 고대 경제학과 박사과정생이 쓴 자본의 반격 서평.. 혹시 읽어보셨는지? 관심 있다면 제가 타이핑 해서 올려드릴 수도 있는데.... 참고로 사회운동 '06년 5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02-14   

 병장 조형규 
 재영/ 이 쪽 얘기만 나오면 갑자기 활달해지고 말이 많아지고.. 그것도 병이유 병 흐흣. 02-14   

 상병 김재영 
 홀자 / 뭐 어쩌겠소. 아무도 안 읽는데 우리라도 읽어줘야지. (웃음) 02-14   

 병장 강세희 
 승일님 / 감사합니다. 
 재영님 / 안그래도 진보평론의 그 글은 언급하려다 말았는데 브레너의 분석에 입각해서 글을 참 잘 썼더군요. 다음 책으로는 브레너의 저작이나 '제국'에 대한 논쟁에 뛰어들어볼까 생각하고 있습니다만 밀려있는 책이 많이 있어서 당분간은 힘들것 같아요. 그리고 사회운동에 실린 서평은 제가 못봤네요. 시간이 되신다면 감사하지요. 웃음. 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