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에 대한 짧은 생각


  자기계발서는 분명 가벼운 책이다. 두께도 얇고 글씨도 큼직큼직한 것이 책을 펼치는 순간 한 눈에 쏙쏙 들어온다. 게다가 또 주제를 다루는 방식은 어떤가. 알기 쉽게 동화나 우화에 빗대어 책을 펼친 지 3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어느새 책을 덮고 있는 자신을 발견 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주제는 더욱 간단하다. 새롭고 독창적인 아이디어라기 보다는 ‘누구나가 알고 있을 법한’ 평범한 소재를 전면에 부각시킨다. 물론 그 소재는 평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실제로 실천을 하지 못하는 것들이다.
 - ‘아침에 일찍 일어나자’ , ‘남들이 가지 않은 나만의 길을 가자’ , ‘당장의 유혹을 이겨내 목표를 달성하자’ , ‘변화에 잘 적응하자’ 
 이런 이야기들을 마치 초등학생 자녀라도 둔 부모의 심정으로 가르치듯 저자는 차근차근 이야기해준다. 그러면서 독자로 하여금 자기반성을 촉구하며 책에서 요구하는 데로 바르게 살아줄 것을 요구한다.

  그러니까 이런 책이 싫었다. 깊게 성찰하고 고민하는 과정은 전혀 없이 마치 저자의 말이 진리인양 시키는 데로 ‘아 그렇군요’ 하고 수긍하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그래서 나는 어느새 이렇게 주변 사람들에게 말하게 되었다.

-	전 아침에 일찍 일어나 마시멜로를 아끼는 책 따위 정말 싫습니다.
요즘 이런 책이 어째서 베스트셀러다 뭐다 해서 다들 열광하는지 정말 알 수가 없네요. 

아는 지인의 권유로 어쩔수 없이 읽게 된 ‘마시멜로 이야기’도 마찬가지였다. 저자는 어째서 이 책에서 ‘성공’의 개념을 보다 많은 돈을 버는 것으로 자본적인 가치로 한정시켜 버리는 가. 언제부터 우리의 성공의 잣대가 ‘보다 많은 부’로 기울었는가. 그렇다면 예수님도 부처님도 – 심지어 싯다르타는 왕자의 직위를 자신 스스로 차버리지 않았는가! 그 무수한 마시멜로를 포기하다니 조나단이 피눈물을 쏟겠다 -  실패한 인생을 살았다는 말인가. 

이처럼 나에게 있어서 자기계발서란 무가치한 책으로 여겨졌다. 누군가 나에게 판타지와 자기계발서 중 하나를 고르라고 하면 나는 서슴없이 판타지 소설을 고르겠다고 할 정도로 나는 자기계발서를 혐오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하지만 새삼스레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과연 나는 왜 이렇게 일방적으로 자기계발서를 몰아세우는가. 
그토록 싫다고 노래를 불렀건만 나의 증오에 가까운 격렬한 미움의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그리스인 조르바’라는 책이 있다. 내가 가장 큰 감명을 받은 책 중 하나로 ‘조르바’의 거칠면서도 굳건한 삶의 양식은 그야 말로 어떤 자기계발서와도 비할 수 없는 큰 가르침을 나에게 주었다. 그리고 나는 ‘마시멜로 이야기’와 같은 자기계발서를 이 ‘그리스인 조르바’와를 동일한 층위에 올려놓고 비교하고 있던 것이다. 이거야 말로 엄청난 넌센스 였던 것이다. 애초에 ‘자기계발서’는 ‘그리스인 조르바’와 같은 희대의 명작들과 경쟁하기 위해 태어난 책이 아니었으니 말이다. 나는 이런 책들이 내가 존경하다시피 하는 책들의 가치를 떨군 다고 생각해 왔던 것이다. 

  - 어떻게 이런 것도 책이랍시고. 어이가 없네

 하지만 사실 내가 ‘그리스인 조르바’를 읽고 조르바처럼 살아야 겠다. 그거야 말로 삶을 진정으로 살아가는 방법일지도 모른다 라고 큰 감명을 얻었다고 하지만 사실 나의 삶은 그 이후로도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실천이 결여된 것이다. 여전히 나는 ‘두목’처럼 열심히 머리만 떼굴떼굴 굴리고 있을 따름이다. 나는 독서를 하고 머리를 굴리며 ‘내’가 성장해가고 있다고 느꼈지만 사실 앞으로 나아가기는커녕 현실의 튼튼한 땅을 잃어 공중으로 둥실둥실 떠다니기만 있을 뿐이다. 
  자기계발서는 대부분 어떠한 책들보다도 강력하게 이런 ‘실천’을 강력하게 요구한다. 그것은 어떤 은유처럼 완곡한 방법이 아니라 직접적으로 독자를 향해 찔러 들어온다. “마시멜로를 먹지마라! …… 아직은” 하고.
 이 가벼운 ‘자기계발서’를 읽어서 누군가 자신의 여태까지의 삶을 반성하고 정말로 새로운 무언가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면 그에게 있어 ‘자기계발서’의 가치는 나의 ‘그리스인 조르바’ 보다 열등하다고 함부로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애초에 ‘가벼움’, ‘무거움’의 가치 따윈 나 자신의 잣대로 정해버린 그런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여전히 나는 ‘자기계발서’가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지도 않고 왠만해선 손에 잡지도 않는다. 하지만 이 책은 분명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있어서 어느정도 ‘삶의 지표’가 되어 주었고, 실질적인 한 걸음을 옮기게 해주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가벼운 책은 그 가벼운 만큼의 가치 이상을 충분히 해내주었다고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하고 문득 생각해본다. 





…… 그래도 난 읽지 않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