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후일담
상병 김무준 2009-01-02 05:43:06, 조회: 260, 추천:0
굉장히 춥더이다. 나가자마자 안성에 도착해 옷을 갈아입고 신촌으로 향했습니다. 동석씨가 약속시간에 늦는 바람에 깽깽이가 연락담당을 했습니다. 역시나 코리안 타임 때문인지 제 시간에 도착하는 사람은 몇 명 없더군요. 신촌 맥도날드 앞 로또판매점에서 제일 먼저 두환씨를 만났습니다. 짧은 머리에 안경을 쓰고서 깽깽이를 반갑게 맞이해 주시더군요. 어머나. 깽깽이를 대번에 알아보십니다. 그렇게 깽깽이답게 생겼나?
홀로 열심히 담배를 펴대며, 전역한 해성씨를 만났습니다. 이 사람. 굉장히 미남입니다. 살 빠진 김민종이랄까. 개인적인 원한(?) 때문에 꼭 만나고 싶은 사람이었는데, 어째 모임에 나왔더군요. 셋이서 추위에 벌벌 떨어가며 역시 전역한 상원씨를 기다렸습니다. 캠코더를 충전해서 온다는데 남정네들 모임에 캠코더는 왜 가지고 오는지.
삼십분 쯤 지나서 상원씨가 도착했습니다. 경상도 싸내라던데, 영상 쪽 일을 하고 계신 모양이더군요. 그야말로 동네 형 같은 이미지-랄까? 날씨가 너무 추웠던 관계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남정네들끼리 모이면 일단 소주 한 잔. 삼겹살을 시키고 깽깽이는 열심히 집게를 움직였습니다. 왜냐구요? 나이도 안 고. 짬도 안 되고. 깽깽이가 스물두 살로 제일 막내였고, 상원씨가 스물 셋, 해성씨와 두환씨는 스물넷이었거든요.
술을 들이키며 열심히 집게를 놀리는데, 전역하신 형주씨가 신촌으로 오셨습니다. 당연히 깽깽이는 픽업을 나갔죠. 오. 처음에는 윤형돈씨와 이름이 비슷해 깜짝 놀랐는데, 이 분. 엄청난 동안에 훈남입니다. 거기다 담배도 안 핍니다! 오오. 어쨌거나, 눈팅족이었다는 소개를 받고서 술자리에 도착해보니 웬 떡대 좋은 짐승 하나가 와있습니다. 보나마나 동석씨였죠. 푸근한 인상. 음. 곰돌이 푸 같은 이미지-랄까요. 꿀단지만 쥐어주면 될 것 같더군요.
여섯 남자들끼리 열심히 술을 마셨습니다. 소속이 다들 화려하더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비밀. 자리에 앉아 우리가 썼던 글들과 앞으로의 책마을이 오프라인에서 나아갈 방향, 문집에 대한 이야기들을 나눴습니다. 여러 생각이 많았는데, 일단은 시즌 2의 기반을 확실히 하는 데로 의견이 모였습니다. 상원씨의 말을 들어보니, 네이버는 지적 재산권 문제 때문에 보류- 위키는 이용자 수가 10만밖에 되질 않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보였고, 싸이가 DB를 관리하거나 대중에 접근하는데 용이할 것 같더군요. 그래서 대충 이야기는 시즌 2를 활성화 하고 난 다음에 결정하는 것으로 좁혀지더군요.
그 와중에도 우리의 상원씨는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주민들을 위해 영상을 찍고 있었습니다. 인터넷에서 시즌 2를 찾아오면,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주민들이 우리 얼굴과 이야기를 들을 수 있도록 영상을 만들 거라 하시더군요. 아 감사해라. 다들 초상권이 있지만, 주민들을 위해 기꺼이 출연했습니다. 문집관련해서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깽깽이가 문집과 시즌 2에 참여하지 않는 이유를 말했습니다. 자신이 없다- 는 게 요지였죠. 까놓고 말해서 우리가 밖에 나갔을 때 다들 먹고 살기 바빠서 파봐야 돈도, 쌀도 나오지 않는 문집을 붙잡고 있을 까닭이 없겠다. 그런고로 깽깽이는 하다 마느니, 차라리 하지 않는 것을 택하겠다. 라고요. 다들 인정했지만, 의견은 달랐습니다.
해 봐야 아는 것 아니겠냐고. 우리는 20대니까.
문집과 시즌 2가 20대의 소통을 위한 장이 되었으면 좋겠다. 우리의 발언대는 우리가 만들어야한다는 것이 다른 분들의 견해였습니다. 자리를 옮겨 병맥주를 까면서도 이야기는 이어졌습니다. 모두가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책임감도요. 우리가 하지 않으면 그 누가 할 것인가. 깽깽이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전역한 해성씨와 상원씨 형주씨. 전역할 동석씨와 두환씨 모두 불타오르고 있었습니다. 책임감이랄까요.
누군가 말했습니다. 단순히 군내에서의 군인 커뮤니티가 아니라, 오프라인까지 만남을 이어가며 소통한다는 것이 얼마나 아름다운 일인가. 우리는 월요일 저녁. 다들 먹고 살기 바쁜 마당에도 시간을 쪼개고 알바를 때려 치고, 8년간의 짝사랑과 약속을 취소해가며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많은 대화를 나눴습니다. 시간을 버리고 사람을 얻었습니다. 어쩌면- 우리의 미래와 목표를 얻었을 지도요.
마침 시즌 1 분들도 오늘 모임이 있다고 하더군요. 동석씨의 연락으로 홍대에서 시즌 1 분들과 즉석 6:6 소개팅이 제안되었고, 우리는 걸어서 홍대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눈이 내렸습니다. 깽깽이를 얼려 죽이려는 영감님의 호작질이 눈에 보였습니다. 으으. 얼어 죽을 것 같은 상황에서 동석씨의 목도리를 강탈해 추위를 달래며 홍대로 향했습니다.
이 추운 날 월요일 저녁에 모인 사람들이 어찌나 고맙던지요. 하지만 깽깽이는 애인님의 앙탈에 어쩔 수 없이 자리를 떠야만 했고, 남정네들에게 떡밥을 던졌습니다. 깽깽이가 엄청나게 아끼는 시오노 나나미의 <남자들에게>를 상품으로 놓고, 다섯 명이서 눈물의 가위바위보 배틀이 열렸습니다. 다들 시크한 척 하더니 책 앞에서는 무너지더군요. 누가 책마을 주민 아니랄까봐. 해성씨가 복불복 토너먼트에서 승리해 상품을 가져갔습니다. 덤으로 외롭다고 하도 징징대기에 깽깽이가 소개팅을 주선해 보겠다 말했죠.
홍대 앞에서 내리는 눈발을 맞으며 우리는 헤어졌습니다. 시즌 1 분들은 만났는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 몰라요. 아마도 몇몇 분들은 두환씨의 집에서 끝까지 달렸을 테고, 수많은 이야기를 나눴겠죠. 깽깽이는 홍대에 강림하신 애인님의 등쌀에 못 이겨 자리를 떠야만 했습니다. 한 분 한 분 꼭 안아드리고 자리를 떠났습니다. 우리가- 언제 또 만날 수 있을까요.
자리에 모인 이들은 모두가 아름다운 청춘이었습니다. 20대를 걱정하는 20대였습니다. 그리고 행동할 줄 아는 20대였죠. 우리는 점점 나이를 먹어 가겠지만, 그 자리에서의 마음이 변함이 없다면. 분명 20대를 위한 소통의 장은 탄생할 겁니다. 그 장이 30대, 40대의 장이 되든, 20대를 위해 되물림 되든. 어쨌든 지금의 열정이, 차가운 겨울바람에도 식지 않았듯이. 불타오를 수 있다면. 얼음을 깨고 문집과 시즌 2가 나올 겁니다.
자, 이제 깽깽이는 다음 주자에게 바톤을 넘깁니다. 1월에 모이세요. 2월에도 모이세요. 깽깽이는 참석할 수 없을지 몰라도, 우리의 소통을 위해서는 더 많은 이들이 모여야 하고, 더 많은 이들이 대화해야합니다.
도와주세요. 이 멋진 청년들을 위해서. 함께하세요. 아름답게 타오르기 위해서. 다시 취하고 싶은 이 밤. 자리에 모였던 이들의 얼굴을 떠올리며, 깽깽이는 텍스트 속으로 돌아갑니다.
오래도록 잊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까, 오래도록 변치 마세요. 우리의 열정이, 우리의 우정이, 우리가 30대, 40대가 되어서도 변함이 없기를. 우리의 꿈을 이룰 수 있기를.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4:12:21
병장 이우중
오, 정말 멋집니다.
부럽기도 하고요.
저 자리에 함께 할 수 없었다는게 매우 아쉽네요. 즐거운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허허허. 2009-01-02
07:06:26
병장 박장욱
가고 싶었지만 설탕이 없는 관계로... 2009-01-02
07:20:34
병장 박찬걸
2월에 한번 더 하죠. 그때는 아주 밖으로 나가는데. 2009-01-02
08:58:32
상병 김예찬
2월 초 어떻습니까! 저는 2월 1일을 강추합니다. (웃음)
뜨거움이 느껴지는 글이네요. 2009-01-02
09:12:47
상병 차종기
어엇 , 재밌었겠다아- 2009-01-02
11:01:11
일병 송기화
아악! 다음! 다음번은 언젭니까?!
아, 알아서 일을 벌이면 된다구요?
그럼 치밀한 계산부터 좀 해보고요. 2009-01-02
11:11:13
병장 김동균
우와- 진짜 이런모임이 가능하다니!
기회가된다면......아니,기회를만들어서 저도 얼굴좀 디밀면 안될까요 2009-01-02
11:14:50
병장 정영목
후기 잘 읽었습니다. 기왕에 2월 콜, 다들 손들어 볼까용. 2009-01-02
13:50:52
병장 이동석
2월 1일 저도 강추합니다. 껄껄 2009-01-02
14:01:24
병장 김민규
2월 3일, 강추합니다.
아마도 2일에 나갔다가 3일에 면접 보고, 4일에 들어올 듯 하야(울음) 2009-01-02
14:13:59
병장 박윤수
2월도 괜찮습니다~ 2월이면 과외 빼고는 크게 할 거 없을터이니.. 2009-01-02
14:27:15
병장 홍석기
...(젠장) 설탕 미루기 스킬을 가동하여야 하는가. 2009-01-02
16:11:03
상병 정근영
흐흐
2월 콜입니다 2009-01-02
17:05:25
상병 김예찬
음, 2월 1,2,3일 중에 정해보는게 좋을 것 같네요. 전 일단 3일에 들어오는 예정이긴 합니다만 날짜가 확실히 정해진다면 살짝쿵 조정해볼 수 있도록 할게요. 2009-01-02
17:11:13
병장 박윤수
전 2월 1~10일까지 밖에 있고, 더구나 11일이면 퇴궁이니.
서울이기만 하면 갈게요 2009-01-02
18:07:49
상병 이석현
으윽 이모티콘으로 유유를 날리고 싶을 정도로 슬퍼지는데요. 저는 2월 2중순은 되어야 나갈수 있을 듯 싶은데, 왜 여론은 2월 초인가요. 이건 신의 농간임이 분명합니다-제인장
2월초에는...무지무지혹독하고추운 이름을 말해선 안되는 무엇인가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이런 볼드모트보다 저주받을..
그래서 결론은 2월 중순안될까요?(굽신굽신) 2009-01-02
21:04:33
병장 김동욱
오, 정말 유익(?)했을 것 같은 모임이었군요.
2월1일 콜? 민규님 좀 당기면 안될까요오오오오오~
저도 아직 불분명하긴 하지만 흐흐 2009-01-02
22:59:53
병장 김민규
으흑흑, 예찬님도 그렇고, 동숙님, 동욱님까정. 2월 1일이 대세인가요?
설탕이 잘해봐야 2.3g이라서, 근데 3일이 면접이거든요. 면접은 봐야겠고, 그러니 2일에 나왔다 4일에 들어가는 수 밖에는...쩜쩜
어떻게 안될까요오오오오~ 흑흑 2009-01-03
11:05:48
병장 김민규
3일로 잡아주시면, 유망주와의 저녁식사를 포기하고 달려가겠나이다. 쩜쩜..... 2009-01-03
11:06:48
병장 문두환
아니 이렇게 진지하게 쓰시면 날림으로 쓴 저는 뭐가 되나요?허허허허... 2009-01-03
18:17:23
병장 정병훈
변했군요. 김무준씨.
제가 하고 싶은 말은, '푸하하' 2009-01-06
20: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