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최근 근황과 몇 가지 느낀점  
병장 정영목   2008-12-15 12:52:58, 조회: 190, 추천:0 

7.8g의 슈가를 즐기다가 이제야 돌아왔습니다. 사실 금요일날 오긴 했는데 주말엔 그냥 그 동안의 글들을 천천히 읽어보기만 했어요. 꽤 인상 깊은 일이 일어났더군요. 이에 관한 건 잠시 후에 언급하겠습니다.

전 이제 4주 남았습니다. 한주당 한편씩 쓰면 제 연재를 2부까지 마칠 수 있을 겁니다. 이건 반드시 지킬꺼구요. 주민탐방 인터뷰는 현재 25개의 질문이 올라왔고, 애초에 30+- 한다고 공지했으므로 내일 17:00 까지만 질문을 받고 모자라면 모자란 대로 넘으면 넘는대로 답변을 시작하겠습니다. 내글내생각도 하나 더 쓸꺼리가 있긴 한데, 이는 주민탐방 인터뷰를 마친 후, 전역 인사겸 올릴 생각입니다.

이 글을 통해 다음 탐방자를 정했으면 좋겠네요. 만약 없으면 제가 선정하겠습니다.

...

책마을의 수준 저하(?)라는 화두에 대해서는 주말에 곰곰히 생각해봤는데 전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오히려 인심이 넉넉해졌다, 라고 표현하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저도 사실 근래에 부쩍 눈에 띄는 사랑 이야기, 잘 안봅니다. 이건 그런 글들이 수준이 낮기 때문이 아니라 제가 그닥 감성적인 인간이 아니라서 그런 글을 읽고도 감흥을 못느끼기 때문입니다. 이는 제가 순수 문학을 즐기지 않는 이유와도 같아요. 정말로 느낌이 없습니다. 아무래도 슬픈 일이죠.

허나 사랑 이야기만 올라오는 건 아니잖아요? 김무준님의 문학 평론 쪽 이야기는 저 또한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습니다. 늦깎이 SF 작가 지망생로서 그런 쪽에 무심할 수가 없거든요. 김예찬 님의 글도 그래요. 칼 폴라니 '거대한 변환', 잘 읽었습니다. (이런 식으로 하나하나 언급하면 우리끼리의 자화자찬이 될 것 같으니 이 정도로 해둘게요.)

물론 피가 튀는 살벌한 토론이 뜸한 건 사실입니다. 야성을 잃어버린 지성은 좀 느끼하고 아쉽죠. 헌데요. 이는 (제 경우엔) 비용은 높은데 얻는 건 적어서 의도적으로 안하게 되는 탓도 있습니다. 단점에 쓴소리를 하기 보다는 장점을 칭찬하는 게 질적 향상을 위해서나 심적으로나 여러모로 좋으니까요. 이는 둥글게 살자는 소리가 아니고, 나름 근거가 있는 주장입니다. 마침 김용준 님께서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독서후기를 올리셨더군요.

이왕 자기계발서 얘기가 나왔으니 하나 더 언급하겠습니다. 저도 2003년 경에는 자기계발서를 읽었습니다. 치즈니 뭐니 그땐 나름대로 큰 감명을 받았었어요. 물론 지금은 읽지 않습니다. 마찬가지로 감흥이 없기 때문입니다. 뭐, 그런 책들이 실제로 수준 낮은 것이기 때문에 그런 건지도 모릅니다만, 여튼 자연스럽게 안읽게 되었습니다.

자, 만약 제가 자기계발서를 읽는 이에게 대뜸, "그런 책은 이러이러해서 수준이 낮으니 대신 이러이러한 책을 읽어라."라고 말하면, 그 사람은 어떻게 행동하겠습니까? 제 말을 곧이 곧대로 들을까요? "지가 뭔데."라며 오히려 일이 꼬일 공산이 큽니다. 마찬가지로 '자기계발서'를 '자기개발서'라고 쓴다거나 '낫다'를 '낳다'라고 쓴 이에게 "맞춤법 좀 지키시죠?"라고 비꼬면 어떨까요? 과연 '소통'이 되겠습니까?

보급창 시절에 박수영 님이라는 분과 꽤 크게 맞붙은 적이 있습니다. 제가 '매 잡는 비둘기'라는 글을 올렸는데, 그 분이 제 글을 보고 수준이 '낮다'라며 공격을 하셨죠. 전 원체 도발 면역이라 그냥 무덤덤하게 그 비판의 허점을 지적했습니다. 끝까지 서로 간의 인신 공격은 없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토론을 통해 얻은 건 별로 없었습니다.

비판이란 게 소통에 있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상대방이 실수했을 때에는 그저 못본 척 하다가 뭔가 조금이라도 잘했다 싶으면 즉각 칭찬하는 게 오히려 더 좋은 방법일 겁니다. 그리고 인터넷 게시판이라는 매체에는 소위 '무플'이라는 무시무시한 징계책이 이미 존재합니다. 못본 척 하는 것이죠. 그러다 좋은 글이라 생각하면 그 즉시 피드백을 날려 주면 되는 것입니다.

야성미가 넘쳐야 좋은 지적 공동체라는 건 환상입니다. 그건 있으면 좋을 수도 있고 반면 오히려 나쁠 수도 있습니다. 끝으로 궁이라는 곳이 인간을 시니컬하게 만든다는 점 또한 일러두고 싶네요. 이는 제가 이곳에 오기 전부터 이곳을 이미 나온 제 친구들을 보며 느낀 바입니다. 그걸 미리 인지한 저마저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은 걸 보면(요새 갖은 일들로 힘겨워하는 홍모씨는 알겠지요) 그 매커니즘이 무척 강력한 것 같습니다.

우린 서로 깎아 내리지 않고도 더 잘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성 문화의 한계를 뛰어넘는 의미있는 도전이기도 합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9:28:36 

 

병장 이동석 
  그 홍모씨는 뭐하는지 궁금합니다. 2008-12-15
12:58:22
 

 

상병 이동열 
  때마침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또한 주말간 벌어진 사단(?)에 당황해하고 있는 찰나였지요(땀) 
이런 저런 생각에 휩싸여 있었는데 뭔가 정리할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영목님께 드릴 질문 빨리 다듬어야 하는데(웃음) 2008-12-15
13:46:54
  

 

상병 김용준 
  글 잘 보고 갑니다. 후후. 2008-12-15
15:32:15
  

 

일병 장봉수 
  음.. 
자기계발서라... 
그것은 맞는 사람을 위한 것이겠죠. 
아무래도 모든 책은 읽으는 상황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니 말입니다. 
마치... 
'사람은 태어나서 삼국지를 세번 읽어야 한다.'는 말과 같겠죠. 
음.. 
현 책마을 상황이라면... 
옛날보다 다양한 분야가 되었다가 될까요? 
아무래도 요즘 사이트들 단속이 심하다보니 
길 잃은 어린양들께서 대부분 이곳이나 80정비대대에 몰리면서 생기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나쁜 점은 역시 멤버가 늘어난다는 점일지도 모르겠네요. 
서버는 한계가 있으니... 
그래도 다양해진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좋을 수도 있겠지요.. 
다만 문제는 트래픽이... 2008-12-15
15:43:49
  

 

병장 양 현 
  자기계발서에 대해서는 남이 이렇게 생각하기 때문에 너도 이래야 한다를 듣기 보다는, 이 사람은 이렇게 했고, 나는 이런 상황에는 나 나름대로 어떻게 해야 한다를 해야 하는걸 보여주지요. 그래요. 맞아요. 밥상을 차려주되 밥 먹는 방법은 알아서 배울 수 있도록 해야죠. 밥상 앞에 두고 수저 떠먹여주는것이랑, 뒷간 가서 끙아도 닦아줘야 할 지 모르겠지만 말예요. 옆마을 가보니 회원수가 사천여명 되던데. 이건 뭘까요. 허허. 나는 이 일상이야기를 추천할랍니다. 어때요, 당신은? 2008-12-15
16:35:10
  

 

병장 김현민 
  저도 그래요. 처음에 와서 몇글을 읽었을 때 피튀기는 논쟁을 원하는 분위기에 간혹 
당황스러워 하기도 했습니다. 100분토론은 재미가없어요. 그것도 주관이네요. 
참여하고 싶은 사람은 참여하고, 불참하고 싶은 사람은 불참하고, 구경하고 싶은 사람은 
구경하고, 그것이 뭐 잘못된걸까요. 지적도 지적나름이죠, 겸손한 지적은 점점 수그러들게 
하는 반면 공격적인건 무시가되요. 칭찬은 확실히 좀 더 분발시키는 마력이 있는듯합니다. 

글 잘 읽었어요. 2008-12-15
18:30:51
  

 

병장 정영목 
  현재 홍모씨는 개인적 사정에서부터 공식적 업무에 이르기까지 여러모로 피폐한 상황입니다. 혹자는 털빠진 대머리 독수리 같다며 놀려대곤 하지요. "잘 읽었어요~"라는 댓글이 요즘 책마을의 문제 같다며 한마디 논평했습니다. 2008-12-15
18:32:23
  

 

상병 김무준 
  문학 평론은 무슨... 그냥 텍스트 입니다. 2008-12-15
19:26:49
  

 

병장 이동석 
  깔깔- 홍모씨님이 그립습니다. 그리고 영목님도 반갑습니다. 

그리고 깎아내리지 않고도 이야기 할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도발이뮨-이라니, 제가 제일 무서워하는 사람입니다. 흐흐. 전 할줄 아는게 도발기-밖에 없어서요. 2008-12-15
20:5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