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우리집 강아지 깽깽 - 개소리
병장 김무준 2009-05-03 23:09:57, 조회: 110, 추천:0
1.
내일부터 깽깽이는 동료들과의 친목도모와 체력단련을 위한 사박 오일의 메이저급 투어에 참가합니다. 여름에 입사를 하여 저주를 받았는지 이번이 세 번째로군요. 그래도 공사에서 갖는 마지막 투어인지라 해탈의 경지에 오른 채 다녀올 생각입니다. 하암. 사라지는 것 같던 감기가 약이 다 떨어져서인지 재발하고 있어서, 혹여 투어를 가서 뻗는 건 아닐지 걱정입니다.
2.
시간도 좀 지났겠다, 독서후기의 형태로 작성하려던 이야기를 늘어놓겠습니다. <유에프오를 믿으시나요?>와 <이번에도 당신입니까?>는 한 텍스트입니다. 그리고 <푸른 봄>, <나의 하루를 팝니다.> 이렇게 총 세 텍스트는 모두 ‘청춘’에 대한 텍스트입니다.
<유에프오->는 나름 자전적인 텍스트에요. 공모전 투고용으로 작성하면서 최근의 트렌드가 ‘안드로메다 너머로’인 것을 깨닫고 아스트랄하게 꾸며봤습니다. 주인공이 일상에서 비일상을 맞이하며 비일상을 통한 변화의 수용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마지막을 좀 아리송하게 마무리하기는 했습니다만. 주인공은 나름대로 진지하게 죽음을 고민하다 사라진 누님으로부터 (아마도 안드로메다에서 날아왔을) 문자를 받습니다. 나름 이 장면이 전하려는 메시지를 담은 부분인데, 그러니까-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이 뜬금없으면서도 어이없거나 혹은 절망적으로 다가올지라도 우리는 절대 미친 것이 아니며, 내일을 살아가야한다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근데 표현이 모자라 이게 잘 전달되었는지는 모르겠네요.
<푸른 봄>은 제목과 등장인물의 예명에서 알 수 있듯 대놓고 청춘을 깔아놓은 텍스트입니다. 생략된 이야기를 늘어놓자면, 푸름은 법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려는 꿈을 품었으나 현실의 벽에 부딪혀 다른 길을 택하나, 다시금 절망합니다. 오크여대생(응?)과 에스대 학생회장과 푸름 모두 청춘을 상실하고 현실에 다가서려는 우리 세대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푸름과 겨울(작중 의뢰인)은 추상적으로 청춘을 상징하며, 주인공 김전일은 현실보다는 이상을 택했다는 점에서 마지막 남은 청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푸름은 라이벌이자 절친한 친구였던(생략되었으나) 김전일에게 탐정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기회를 주고자 자살을 택했고, 김전일은 푸름의 뜻을 모르고 분노의 추리를 시작한다는- 장편으로 늘어놓을까 심각하게 고민했던 텍스트입니다. 전체적인 주제는 그러니까 우리 좀 빡세게 살아보자는 거죠. 더럽게도 생략해놓은 것들이 많은데다 푸름의 죽음이 자살인지 타살인지를 명확하게 구분 짓지 않았습니다. 끝에도 일러두었듯, 추리형식을 띠고 있으니 읽는 이들이 한 번 추리를 해보라는 거였어요. 냐암.
<나의 하루를 팝니다.>는 애인대행이라는 신종 아르바이트를 소재로 한 텍스트입니다. 김태완씨가 깽깽이가 잡아놓은 이야기에 상당히 근접했고, 신선한 풀이이기도 했지만 깽깽이가 만든 시놉시스는 조금 다릅니다. 모든 것이 환상이었다는 건 맞습니다. 대학로 앞에서 여자가 본 것들, 그리고 백화점에서 무수히 많은 물건을 샀음에도 정작 집에 도착한 것은 여자가 그토록 바라던 핸드백 밖에 없었으니까요. 여자가 처음에 비를 맞으며 어두운 거리를 걸어간 이유는 첫사랑의 장례식에 다녀왔기 때문입니다. 여자는 좀 더 쉽게 돈을 벌기 위해 자신의 미모를 이용한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입니다. 다행스럽게도 자신만의 긍지Dignity는 있죠. 첫사랑은 죽은 뒤 여자에게 청춘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자 여자를 일상에서 비일상으로 끌어냅니다. 대학로 앞에서 기묘한 숲을 보여주죠. 숲은 마찬가지로 청춘을 상징합니다. 청춘, 봄, 새싹, 식물 뭐 이런 이미지 도출을 통해 끄집어낸 거예요. 여자가 애인대행을 하는 이유는 구찌 핸드백에서 알 수 있습니다. 소비를 하기 위해서였죠. 첫사랑은 여자의 소망을 알았고, 그러한 물질적 욕구가 결코 온당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려주려 합니다. 그래서 점심 무렵에 근사한 식사와 함께 백화점을 들쑤셨으면서 저녁에 삼각 김밥과 음료수 따위를 내민 거고요. 남자는 여자에게 무엇도 알려주지 않고, 바다로 돌아갑니다. 이것도 <푸른 봄>에서와 마찬가지로 자살과 같은 개념이 아닙니다. 첫사랑은 본디 어제 죽은 사람이고, 사라지는 거죠. 아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남자가 입은 티, 이브 생 로랑의 수장이었던 디자이너 ‘이브 생 로랑’씨는 얼마 전 타계했습니다. 나름 의미를 부여하려고 했는데, 널리 알려진 건 아닌지라 전달이 안 된 모양입니다. 무튼 마지막에 이젤과 구찌 핸드백이 나란히 놓여 있는 건, 여자에게 그림을 그렸던 과거 즉 꿈이 있어서였습니다. 마지막에 이르러 꿈이냐 욕망이냐를 선택하라고 질문하는 거죠. 하암.
많은 것들을 생략해버린 건 깽깽이가 극도로 게으른 생명체라서가 아니라, 많은 분들에게 상상의 공간을 만들어드리고 싶어서였습니다. <구회 말 투아웃>이 그랬던 것 처럼요. 깽깽이 나름의 시놉시스와 상징을 풀이해놓았습니다만, 김태완씨처럼 다양한 그림을 본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에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텍스트는 생산되고 타인 앞에 내던져진 이후- 읽는 이를 통해 재해석되고 새로이 창조된다는 겁니다. 당신들이 보고 새롭게 그려낸 이야기가, 당신 자신만의 이야기라는 거예요. 문학적 텍스트에는 이런 재생성의 즐거움과 그 여지가 있어야한다고 믿습니다. 깽깽이가 구구절절이 설명을 늘어놓은 건 심심해서 그런 것뿐입니다. 깽깽이는 많은 이들이 깽깽이의 텍스트를 읽고 이런 창조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런고로 불친절한 텍스트 생산은 계속되겠죠.
3.
이제 약 십분 후면 금요일까지 깽깽이는 사라집니다. 깽깽이의 다른 텍스트들이 궁금하신 최근 입주민들은 ‘김무준’이라는 단어로 이름 검색을 해보시면, [책마당], [내글/후기], [연재], [칼럼], [책가지]에 있는 약 A4 500페이지 분량의 텍스트를 찾으실 수 있습니다. 네에. 나름 신비주의전략에서 거품을 빼 약간의 홍보를 하고 있습니다. 어차피 깽깽이는 곧 집에 가는 말뱀이지만, 깽깽이의 텍스트를 통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어떤 것을 창조하고, 사고하며, 사유하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텍스트의 독서는 깽깽이와 당신을 잇는 소통의 과정이 되는 거죠. 비록 그것이 깽깽이에게서 당신으로 향하는 일방적 소통일지는 모르나, 당신이 다시 텍스트를 생산하며 또 다른 이에게 일방적 소통을 이어가며, 그 소통이 돌고 돌아 모두가 대화하는 광장이 열릴 것이라 믿기에, 깽깽이는 소망합니다. 왈왈.
4.
전역인사는 아니에요. 깽깽이는 유월에 집에 간답니다. 이번 투어가 끝나면 한동안은 뒹굴 거리겠죠. 흐아암.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08
09:24:09
병장 김무준
깽깽이는 병장 김무준과 상병 김무준의 두 형태로 책마을에 거주하기에
공통 키워드 '김무준'을 이름으로 검색하셔야 모든 텍스트를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멍멍. 2009-05-03
23:11:18
상병 이재원
깨갱- 이런 저런 의미를 부여하며 글쓰는건 참말로 즐거운것 같네요. 내공이 달려서 저런거 읽고나서야 아, 그렇게도 설명이 가능하구나, 나는 뭐라고 생각했지? 라는거 밖에 떠오르지 않으니 이런..
나머지 텍스트들이나 더 후르륵 쩝쩝 하러 가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