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왈왈  
상병 김무준   2008-11-27 19:19:50, 조회: 155, 추천:1 

토해낸 텍스트의 분량을 재어보니 대략 책 한권은 찍을 수 있을 것 같다. A4지 150장 쯤 되려나. 두 달 간 하루 서너 시간을 모조리 글 쓰는 데 투자했다. 극도의 귀차니즘과 심심함 사이의 입식 타격기에서 심심함이 승리한 덕일까. 텍스트를 싸질러놓고 퇴고를 하지 않는 삐뚤어진 성격 탓일까. 어쨌거나 조잡한 텍스트에 잡담이란 이름을 붙여 연재했고, 완결 지었다 이제는 시즌 투를 시작했다. 장르문학과 관련해 A4지 40자 분량의 텍스트를 뿌렸고, 다시는 쓰지 않겠다던 세 개의 환상소설 단편을 썼다. 이외에도 신변잡기적인 텍스트를 줄줄이 늘어놓았으니. 이게 다 이동석씨 때문이다. (응?) 7월 초를 제외하면 하루에 한 번 꼴로 A4 2~3장 분량을 꾸역꾸역 밀어냈으니, 극도의 귀차니즘에 시달리는 깽깽이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놀라울 뿐이다.

많은 사람의 물음에 답할 때가 온 건가. 하암. 어려운 글. 전문적인 글을 쓸 수는 있다. 그렇지만 쓰지 않는다. 내가 텍스트를 생산하는 목적은 어디까지나 ‘즐거움’에 있다. 그러나 쌓아놓은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런저런 텍스트를 늘어놓았을 때 그 결과는 결코 즐겁지가 않다. 내 스스로가 만족해야하고, 타인이 글을 보며 눈을 찌푸리지 않아야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에게 쉽게 읽힐 수 있어야 한다. 이것이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글이고, 비록 아직도 내 텍스트에 텍스트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는 않지만 열심히 써 나가고 있다. 답답함에 텍스트를 토해놓기는 하지만, 깽깽이는 토론 따위를 싫어한다. 탁상공론이랄까. 지적유희를 나누며 텍스트를 쏟아내고 심력과 시간을 퍼부으면 뭘 하나. 정작 변하는 것이 없는데. 그래서 이른 나이에 장르소설계에 뛰어들었고 적잖이 실망했다. 지금은? 별 관심 없다. 거대 커뮤니티가 다소 비협조적이고 방관적이었던 탓도 있겠지만, 꿈을 꾸던 이들이 대부분 현실과 마주해 ‘타협’을 선택한 탓도 있다. 어쨌거나 지금 깽깽이는 다른 꿈을 꾸기도 바쁘다.

왜 시간을 들여가며 책마을에서 이 짓을 했는지는 아직도 의문이나 아마 심심해서였겠지. 파봐야 쌀도, 밥도, 돈도, 설탕도 안 나오는 짓을 미련하게 하고 있는 건 심심함 때문이었을 것이다. 때로는 온 몸이 뒤틀리는 살인적 심심함에 꾸물거리기도 하니까. 매달 말에 그랬듯 이제 심심함은 모두 해결되었다. 잡지 세권을 마저 스크랩해야 하고 슬슬 연말 결산모드에 빠져야한다. 올해 다 읽지 못한 책들도 처리해야하고, 쌓인 책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등 할 일이 많다. 토요일에는 수영장에 가서 마린보이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다가오는 주말에는 올해가 가기 전에 성당엘 한 번 다녀와 이번에는 기어코 졸지 않고 미사에 참석하자는 방대한 꿈도 있다. 하암.

아직 번외(下)를 작성하지 못했다. 애인에게 편지도 써주지 못했다. 이게 제일 큰 문제다. A4지 10장 분량의 글을 쓰는 동안 정작 ‘자기야’라고 부르는 아가씨에게 편지 한통 하질 못했으니. 오오 원 펀치 쓰리강냉이는 예약완료요 왕복 싸다구에 후두부 후려치기 등을 당하지 않으면 다행이리라. 그런고로. 깽깽이는 생존을 택하기로 했다.

우선 편지부터 쓰자. 그리고 책 좀 보자. 디자인 공부를 올해 안에 마무리하자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결국 반의반도 못 끝냈다. 눈물이 비 내리는 호남선 남행열차 와이퍼에 흐르듯 줄 줄 줄 흘러내리는구나. 집에 가기 전까지 스페인어와 남자를 위한 영어 회화책은 대체 어떻게 공부하려고 싸질러 놓은 건지. 이럴 시간에 책을 한자 더 보면 마누라 얼굴이 바뀔 터인데.

다시, 우리 아가씨가 보면 토요일 밤의 분노를 퍼 부울 만한 위험한 멘트를 날리며,

깽깽이는 잠수. 꼬로록.






























이라고 말하려 했으나
싸질러 놓은 것은 책임져야하니, 최대한 빨리 위의 추천 시스템과 관련한 글을 해결보고 올해 안에 번외(下)를 작성하도록 하리다.

타오르는 신비주의를 위하여! 깔깔깔깔깔.

뱀발. 이참에 게을교나 창시해볼까.
뱀발 둘. 동슥씨 20대 후반에 들어서는 것을 미리 축하드리옵나이다.
뱀발 셋. 설마 지금 20대 중반이라 우기고 싶은 건가요.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4:09:21 

 

상병 양 현 
  이런 신비주의. . . . 2008-11-27
20:39:08
  

 

일병 이지아 
  상병이신데 애인이... 있다니 2008-11-27
21:05:50
  

 

병장 정병훈 
  덕분에 GQ를 새로운 시선으로 잘 보고있네요. 2008-11-27
21:59:40
  

 

상병 이준혁 
  타오르는 신비주의 하시니 괜시리 신비주의가 재가되어 없어지진 않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도 전 다행이네요. 이번년이 가도 아직 20대 초반이네요.(?) 
궁 입주를 그리 느지막하게 한건 아닌가 봅니다. (후후훗) 2008-11-27
22:00:57
  

 

상병 이우중 
  그러니까 20대는 20~24세의 초반과 25~29세의 후반으로 나뉘는 거 맞죠? 2008-11-27
22:38:36
  

 

병장 김현민 
  잘 읽었습니다. 무준님 150장이라니 대단하시네요 졸도! 2008-11-28
07:09:26
  

 

병장 박장욱 
  그러므로 추천 ! 2008-11-28
07:41:19
  

 

병장 이동석 
  저는 국제적인 마인드의 소유자기 때문에 제 나이는 아직 스물 셋이로소이다. 
그런 로컬-적 연령주의은 잊어버린지 오랩니다. 허허. 

강냉이 잘 보존하시고, 조만간 또 뵙겠습니다. 2008-11-28
09:19: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