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소녀시대 두번째 미니앨범에 대한 두서없는 잡담.  
상병 김예찬   2009-07-07 141549, 조회 347, 추천1 



1. 오늘 앨범이 제 손아귀에 들어 왔습니다. 이미 처음 뮤비를 본 순간부터 이번 앨범에 대해서 어느 정도 입장 정리를 해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리 충격은 없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소원을 말해봐'의 가사는 뭐랄까, 소녀시대 남성 팬들이 가지고 있던 미묘한 불편함을 밖으로 꺼내놓은 듯한 느낌이라.. 이를테면 이런 느낌인 것 같아요. 허물없이 귀여워 해주면서도 속으로는 내심 만약 이 아이가 이성으로 다가오면 어떤 느낌일까, 라고 은밀히 홀로 상상하며 즐거워하던 귀여운 후배 여자애가 어느날 갑자기 나를 대놓고 유혹하는 상황에서 느끼게 되는 당혹감. 너의 판타지를 숨김없이 말해보라니, 다름 아닌 우리 태연이가!!!!!!!!!

뭐 이제 음원이 공개 된지 일주일도 넘어서 처음의 그 당황스러웠던 느낌은 많이 희석되었지만 다음 정규 앨범에서 도대체 SM이 소녀들에게 무슨 짓을 시킬지 걱정되기도 합니다. 아마 제 생각대로라면 지금 이상의 무언가는 시도하지 않겠지만..


2. 두번째 미니앨범을 낼 때 SM 측에서도 상당히 여러가지 고민이 있었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소녀시대는 작년 10월 경에 정규 2집을 낼 예정이었고, Gee 역시 이 앨범에 수록될 서브 타이틀이었죠. 그런데 10월 2집이 엎어지면서, 정규 앨범을 올 해 전반기로 미루자니 연말 가요 대상이 걸리고, 그렇다고 후반기에 내자면 공백기간이 너무 길어지게 되죠. 이러한 상황에서 정규 앨범을 후반기에 내되, 미니 앨범을 통해서 공백 기간을 줄여보겠다는 심산에서 Gee 미니앨범을 냈던 것 같습니다. 애초에 미니앨범으로 대박을 낸다는 생각 보다는, 09년 초에 미니 앨범 한 장, 09년 여름 시장에 미니 앨범 한 장 씩 내면서 인기를 유지해 가다가, 09년 말에 정규 앨범을 냄으로써 09년도 가요계를 결산해버리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그러나 'Gee'가 너무 큰 인기를 얻으면서, 그리고 Gee 활동이 생각 보다 더 오래 진행되면서(가요 프로그램에 10주가 넘게 등장했죠) 소녀시대는 두번째 미니앨범을 낼 시기도 애매해졌고, 이미지 변신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 것 같습니다. '소.말'이 밀리터리 + 섹시 룩이라는 무리한 컨셉을 선택하게 된 것도 무언가 Gee의 이미지를 돌파해야한다는 부담감에서 시도된 것 같구요.

사실 두번째 미니앨범은 '소.말'과 다른 미니앨범 수록곡들 사이에 갭이 너무 심합니다. 언제나처럼 '소녀'다운 러블리 송 'Etude'가 포함되었고, 가볍고 트렌디한 BGM 곡인 '여자친구', 전형적인 SM 스타일 댄스 팝 '남자친구'가 이어지면서 '그대를 부르면', 'Dear. Mom' 같은 이전의 곡들처럼 순수하고 여린 소녀 이미지를 강조하는 '동화'로 마무리되죠. 물론 제시카와 온유의 듀엣곡인 '1년 後'가 있지만 이건 SM 팬들을 위한 서비스 차원이니 빼놓도록 하고. '소.말'을 제외한다면 모든 곡들이 소녀시대의 이전 앨범들과 유사한 구성을 보여줍니다. 원칙적으로 따지자면 'Etude'가 더 타이틀로 적합해 보이는데, 결국 '소.말'을 타이틀로 하고 앨범 컨셉을 아예 그 쪽으로 잡게 된 것은 소녀시대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야한다는 SM의 조바심을 보여주는 것 같아요. 1집 정규 앨범이 이승철의 '소녀시대'를 리메이크하는 안전한 선택을 했던 것처럼 소녀시대 2집 역시 정규 앨범인 만큼 과도한 위험을 무릅 쓸 수 없겠죠. 따라서 두번째 미니앨범에서 승부를 걸어야하겠지만, 글쎄요. 현재 시장의 반응이 뜨겁긴 하지만 여전히 예능과 기타 방송에서 성숙함을 보여주지 못하고 그저 발랄하고 건강한 소녀의 이미지를 벗지 못하고 있는 만큼 이러한 시도가 과연 성공할지는 의심스럽습니다.

3. 이번 앨범에서는 타이틀 '소.말'과 '남자친구'가 외국곡이죠. SM은 이미 보아나 S.E.S 시절부터 외국곡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재미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최근에 샤이니의 '줄리엣' 역시 비슷한 맥락해서 이해할 수 있겠죠. 그러나 예전만큼 외국 곡들이 한국 시장에서 잘 통할지에 대해서는 좀 회의적입니다. 예전에야 한국 대중 음악 시장이 워낙 영미일본에 비하여 트렌드에서 뒤쳐진 감이 있었지만, 이제는 한국도 10년이 넘는 아이돌댄스 시대를 거치면서 쌓아온 댄스팝 장르에 대한 노하우가 적지 않고, 게다가 2000년대 중반부터 일렉트로니카의 기법을 활용하기 시작하면서 그 세련도도 훨씬 높아졌죠. 게다가 이미 작년 한 해 동안 음악 소비자들은 이러한 공식으로 제작된 후크 송들에 입맛이 길들여진 상태에요. 일례로 브라운 아이드 걸스가 다른 걸 그룹들에 비해 브랜드 파워가 현격히 떨어짐에도 불구하고 '어쩌다', 'My Style'이라는 좋은 댄스 팝을 선별하여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 낸 것을 생각해봅시다. 브아걸에게 영광의 시대를 열어준 'L.O.V.E' 역시 그 뼈대는 외국 곡이지만, 오히려 한국 댄스 음악의 공식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서 열광적인 반응을 가져왔거든요. 한국 댄스 음악의 흐름이 이렇게 바뀌고 있는 것에 반해, 오히려 SM은 이런 방식과 동떨어진 곡들로 승부를 보거나(동방신기의 'Mirotic-주문') 아니면 그 트렌드를 극한까지 끌고가는 방식으로(소녀시대 'Gee') 승부를 보고 있습니다. 전자는 기존의 SM 월드를 굳건히 유지하는 방법이고, 후자는 SM 월드로 새로운 소비자들을 포섭해나가는 방법이었죠. 이는 아마 각각 여성 팬과 남성 팬이라는 다른 성격의 타겟을 잡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SM은 이제까지 이렇다할 히트 곡이 없었던 슈퍼주니어 마저도 장기간 차트를 접수하게 만들면서 정말로 SM 왕국을 건설하고야 말았습니다. (슈퍼주니어의 '아이돌 아닌 아이돌' 성격에 대해서는 다른 글에서 논해보도록 할게요.)

그 연장선 상에서 첫 앨범이 등장한게 바로 소녀시대의 두번째 미니앨범입니다. 그런데 두번째 미니앨범은 앞서도 이야기했듯이 그 정체성이 애매합니다. 'Gee' 처럼 국민 가요를 내기에는 타이틀 곡이 너무 명확하게 기존 팬들을 타겟으로 하고 있구요, 기존 팬들의 입장에서도 - 특히 남성 팬들 입장에서 - '소.말' 같은 컨셉은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거든요. 'Gee'니까 남성(특히 삼촌) 팬들이 팬질을 할 수 있었지, '소.말' 같은 섹시 컨셉은... 당혹스럽죠. 어떤 컨셉을 하고 나오든지 충성을 유지하는 여성 팬들과 달리 남성 팬들은 이미지 변신에 따른 이탈 현상이 유독 크기도 하구요.  혹 곡이 정말로 훌륭해서 음악 팬들의 지지를 얻기라도 한다면 모를까....(동방신기는 이제 어느 정도 이를 달성했다고 보입니다.) '소.말'은 정말 앞 날을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



4. 'Gee'의 열풍을 이어가면서 소녀시대는 하루 이틀 차이로 앨범을 발매한 서태지 마저도 음반 판매 순위에서 꺾어버리며 일단 순항중입니다. 음반 판매와 선호도를 제외한 음원 판매 점수만으로도 가요 프로그램 1위 2PM과 아주 근소한 차이를 보였으니, 음반 판매 점수가 반영되는 이번 주 부터는 공중파 3사 트리플크라운도 무리가 아닐 것 같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모처럼 이미지 변신을 위해 무리수를 두었으면서도, 여전히 기존의 소녀시대 이미지로 돈을 뽑아내려는 기획사의 방식입니다. '소.말'의 정식 음원은 앞부분과 뒷부분에 소녀들이 웃고 떠드는 짧은 skit이 포함되는데, 이는 어떻게든 이미지 변신을 꾀하면서도 기존의 발랄한 이미지에 대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죠. 앞 부분 skit에서 기존의 소녀시대 이미지를 깔다가, 노래가 나오는 순간 새로운 Fantasy를 느끼게 해주고, 다시 소녀로 돌아간다는 그런.. 

또 다른 아쉬움은 뮤직비디오입니다. Gee 뮤직비디오가 남자 캐릭터를 등장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소녀시대'라는 자기 완결적인 판타지를 그려냈던 것과 달리, '소.말'의 뮤직비디오는 (마치 에로게와 같이!) 관음증적 시선을 적극적으로 채택하며 '나와 소녀시대'라는 전개를 보여줍니다. '나'라는 시선이 등장하면서 각 멤버들은 (반복하지만, 마치 에로게와 같이!)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는 듯 성격화되구요. 멤버들이 세 그룹으로 나뉘어 각기 다른 공간에서 '나'와 함께하는 것이나, 서현이 천사 날개를 달고 춤을 춘다던가 수영이 상당히 보이쉬한 캐릭터로 변신했다던가 하는 것들이 뮤직비디오에서 시도된 멤버들의 캐릭터라이징를 입증합니다. 이미 많은 소녀시대 팬들이 뮤직비디오의 이러한 설정에 대해서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데, 뮤직비디오에 '시선'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팬들 개개인이 가지고 있던 은밀한 즐거움을 바깥으로 끄집어 내는 행위거든요....

어쨌든 많은 불만에도 불구하고 소녀시대의 앨범 자체는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특히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점은 정규 1집, 첫번째 미니앨범과 달리 두번째 미니앨범은 전 곡 모두 고르게 뛰어난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특히 곡 구성과 전개가 어딘지 모르게 어색했던 순수 이미지 9명 떼창 발라드 곡들을 듀엣으로 대체하고,  황성제의 능력이 빛나는 '동화'라는 곡을 배치한 점은 칭찬하고 싶습니다. 백코러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동화'는 9명이라는 숫자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 곡 자체도 사운드가 꽉 찬 훌륭한 곡입니다. (저는 이 노래를 MR로 처음 들었는데, 정말 반해버렸죠.)

다음 정규 앨범에 대해 SM에 한 가지 제안하자면, 정규 앨범 타이틀은 '소녀시대'나 '힘내'를 넘어 좀 더 闡렷 노래로 나가는게 어떤가,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SM의 주력 작곡가 중 하나인 Kenzie가 원래 락 음악을 했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있죠. 게다가 보통 SM 가수들은 알앤비 스타일이 대부분인데 소녀시대의 메인 보컬인 태연은 락에 어울리는 보컬 성향을 가지고 있거든요. 써니나 수영 역시 알앤비 스타일 보다는 락에 어울리는 보컬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한번쯤 좀 더 강렬한 곡으로 팬들을 놀라게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하긴, 얼마전에 오빠밴드를 하면서 슬슬 인기를 얻어가고 있는 트랙스의 정모군이 인터뷰에서 SM에서 가장 闡렷 그룹이 소녀시대라고 하더군요. 크크크.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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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 윤영석 
  잘 읽었습니다. 
저도 예약구매를 하여서 녹색견장 교육회를 다녀왔을때 왔더라구요. 
그래서 교육회 퇴소를 하자마자 들어봤는 데 
이미 음원이 공개되었을때부터 들었었구요. 

뭔가 소녀의 느낌이 벗어난 이미지가 있었는데 짧은 Skit에서 
소녀시대는 소녀다라는 느낌을 마지막에 주네요. [웃음] 
퀄리티는 'Gee'앨범보다 더 좋은것 같습니다[웃음] 
예찬님의 소녀시대 예찬론은 항상 재밌네요. 2009-07-07
150406
  

 

병장 김범수 
  이야, 예찬씨 분석력 (분석증이라고 해야하나) 장난 아니네요, 

예전에, 나는 아이돌 따위엔 관심없어! 라고 외치고 온 녀석인데 벌써 하악하악 원더걸스, 2ne1, 이러고 있네요. 누군 그러더라고요, 집에 오면 나아질 거라고. 근데 내가 보기엔 예찬씨는 그러지 않을 것 같은데요 아하하, 그러다가 진짜 소녀시대 만나면 어쩌려고요 
(참고로 난 운이 좋은지 몰라도 꽤나 많은 연예인을 보았는데, 소녀시대도 본 적이 있어요. 바로 코 앞에서. 큭큭) 2009-07-07
155257
  

 

상병 김예찬 
  저도 집이 소녀시대 숙소 바로 옆이라 자주 봤어요. 크크. 아니, 자주 봐서 팬이 된 케이스라고 해야하나.. 어쨌든 집에 있을 때도 이러고 살았으니 아마 나가서도 마찬가지일듯 2009-07-07
161500
  

 

일병 박정민 
  대단합니다. 이처럼 애정이 담뿍 담긴 분석이라니요. 이 글 복사해서 소시갤에 올리면 공지로 갈듯...(웃음) 혹시 엄청 유명한 고정닉 아니십니까 흐... 2009-07-07
164524
  

 

병장 이찬휘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에서 선호도를 따지자면, 

동화(MY CHILD) - ETUDE - 여자친구(Girlfriend) - 나머지 
사실 나머지는 사놓고 거의 안듣고 있는 트랙이기도 합니다. 

Gee에서도, 처음 나왔을때 좀 당황했었는데, 
이번 앨범은 정말 당황스럽게 만들어 주시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정규 1집과 같은 모습으로 회귀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2009-07-08
063732
  

 

병장 차종기 
  전 그냥 아무 생각없이, 뮤비를 봤었는데,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까 또 그런 것 같네요, 
역시 예찬님의 소녀시대 예찬! 2009-07-08
075205
  

 

병장 김형태 
  더.더.더.더. 덕후다... 2009-07-08
083300
  

 

이병 안재성 
  전 이번 소원을 말해봐에서, 뭔가 더 매혹적인 소녀시대의 모습을 느꼈달까. 

이전과는 색다르면서도 매력적인! 

전 개인적으로는 대 만족입니다. 

특히나 태연의 첫구절이.. 2009-07-08
083726
  

 

상병 김예찬 
  덕후라고 놀리지 말아요~ 빠밤. 2009-07-08
091014
  

 

일병 송단아 
  감사히 읽었습니다. 흐음.. 이렇게 글로써 정리를 하기가 쉽지 않으셨을텐데. 
저도 구입은 했으나 손아귀에 들어오지는 않았습니다.. 
본가에서 곱게 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저는 비주얼에 빠져 사실 가사를 잘 듣지 못합니다.. (삐질) 
보는게 바빠서 가사가 들리지 않더군요... 
그냥 막내 서현이 이쁘다 생각만 했는데 
태연 가사에 저런 부분이 있었을줄이야.. 2009-07-08
110506
  

 

상병 김정민 
  개인적으로 소시 노래에서 가장 좋아하는 노래는 

뚜뚜루 뚜뚜뚜~ 
키싱유 베이베~ 

이 곡이네요. 예찬씨 이 곡에 대해서도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글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07-08
110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