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내가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들
병장 주해성 2008-09-30 10:51:56, 조회: 344, 추천:0
주전멤버들이 다 휴식중인가요.
이럴때 아니면 언제 잔디밭에서 놀아보겠어요!
1.
요즘 신경을 써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잘 돌아가기만 하면 장땡! 이라는 물질관을 가지고 있지만 돈 더주고 사면 병신! 취급을 받을 것 같은(나 스스로에게도) 컴퓨터나 DMB니 3세대니 다 쓰잘대기 없고 전화와 문자만 되는 핸드폰은 어디서 구해야 하는 생각과 생전 처음 EMS까지 보내며 수십만원을 투자한 외국 자격증시험과 35만짜리 오디오인터페이스를 25만원에 내놓은 사람에게 2주뒤에 봅시다! 하며 연락을 해야 하는지 같은 것들 말이다. 프리랜서 개발자로 뛰기엔 실력이 모자라고 바리스타를 하기엔 시간이 부족하여 결국 88만원이라도 받으면 감사하지만 자기 개발할 시간은 남으면 좋겠다는 양심 없는 상념까지 더 하면 일은 점점 커진다. 춥다는 이유로 이불을 부여잡고 방안을 뒹굴며 만화책과 귤로 하루를 보낼 확률이 일백프로라는 점에서 뭐, 지금의 머리아픔은 또라이짓으로 치부될 것이 뻔 하지만 말이다.
2.
“짬(밥)은 제가 더 많이 먹었을 겁니다.” 라는 후임의 말처럼 우리(나)의 짬은 농담의 소재로 쓰여질 정도가 되어버렸다. ‘왜 이등병은 잘 듣지 못할까’ 와 더불어 ‘왜 말년병장은 귀차니즘에 빠지는 것일까’라는 골드버그의 추측보다 어려운 난제에 나는 정확히 직면하고 있는데, 그 수수께끼의 열쇠 중 한 가지는 새로운 무언가를 하기엔 너무나 애매모호 하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몇 일전 바디샤워가 떨어진 내가 1/10도 쓰지 않을 바디샤워를 사기엔 돈이 아깝고 20일-정확히는 18일(!)- 동안 빌려 쓰기엔 조금 거시기 하고, 이번 주 주중에 이발을 하면 머리가 너무 길고 다음 주 주말에 하기엔 너무나 짧을 것 같은 것들 말이다. 새로운 글을 쓰기엔 부족하고 차마 올리지 못했던 글을 다듬기엔 더 꼬이기만 한다.
3.
‘못하는 이유’라는 제목에 달기 위핸 적어도 3~4가지 이유는 읊조려야 하지 않겠나 싶을 때 드는 가장 결정적인 이유는 나는 애초에 글을 잘 쓰지 못하는 것이다. 책마을을 알기 전에 나는 글을 써본 적이 없었다. 혼자 알고 혼자 사고했으되 남에게 말해 본적 없었고 자기검열이나 객관화를 위해 끄적여 본 적 또한 없었다. 그래서 독단적이고 편협했으며 그 그릇은 작기만 했다. 책마을을 알고서 그들의 생각과 수준에 나의 오만을 알게 되고 내 주변을 한번쯤 돌아보게 됐다. 초심자의 행운이 그러하든 처음에야 끄적거릴 소재들과 힘이 있었지만 조금 더 나은, 조금 더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필요하다. 언제부터 내가 ‘요즘은 글을 쓰지 못하겠다’ 라 말할 수 있단 말인가? 원래가 글을 잘 쓰지 못했다.
4.
얼굴의 뽀드락지가 피어오르는 것이나 나의 슛이 계룡산을 뛰어넘을 기세라는 것이나 하루 종일 머리가 아프다는 것이나 300원밖에 쓰지 않은 전화카드를 잃어버리는 것과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다 카페인 부족이다. 커피없는 가을은 너무나 힘들다!
결론은 give me the coffee!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10
10:00:37
병장 노요셉
멜라민땜시 커피도 못먹겟더군요 2008-09-30
10:54:26
병장 배상혁
마지막 설탕까지 13일 남은 시점에
치약 클렌징폼 샴푸 바디샤워 스킨 로션 수ㅔ이빙크림(등록불가단어?!) 들이 전멸하는 바람에
카드 한번 제대로 긁었습니다.
싸게 샀다고 생각하고 나가서 그대로 써야죠 뭐(엉엉) 2008-09-30
11:02:16
병장 전승원
13일 정도라면 빌붙기를 하셔도 될건데, 하지만 저녁전날 모포말이의 가혹함이 더 증가한다는 단점도 있죠. 그냥 Time 비누 혹은 도브를 쓰심이 더 현명한 선택 같습니다. 2008-09-30
11:07:24
병장 이태형
3번에 올인. 2008-09-30
13:11:35
상병 양순호
밖에서 여느 누군가와 저는 이렇게 외쳤지요. "커피 퍼먹어~~~~"
개미퍼먹어가 유명하던 때에였답니다. 2008-09-30
13:12:52
병장 강호준
저도 마지막 설탕까지 7일 남았군요. 하지만 저는 5일전에 폼 클렌징과, 샴푸를 결국 충성클럽에서 사버렸습니다. 빌려 쓰기는 거시기 하더군요. 2008-09-30
13:26:42
병장 문두환
어이쿠, 이분들 다 가시고 나면 한동안 썰-렁해지는 느낌은 어쩔 수 없겠죠 아마.
요즘 책마을이 참 잠잠해요. 누가 이 침묵을 깨주시려나?(웃음) 2008-09-30
16:19:58
병장 이동석
이런, 멤버들 죄다 졸업하는건가요. 두둥- 2008-09-30
18:30:53
병장 배상혁
자자 여러분 매크로님 등장하셨습니다 2008-09-30
18:49:22
병장 문두환
동석님 이제 오셨네요. 으흐흐흐. 2008-09-30
18:57:38
상병 이동열
전 글은 고사하고 댓글도 잘 못달겠습니다(땀)
그래도 우리 책마을의 유령님이 돌아오셨으니 분발해보아야겠군요(웃음) 2008-10-01
12:41:00
병장 김태형
매크로님은 요즘 한발씩 늦으시네요, 일이 많이 바쁘신가 봐요 (으엉)
곧잘 댓글 달던 저도 컴퓨터 앞에 앉기가 싫어서 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