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글과 잡담
병장 김무준 2009-05-22 08:15:17, 조회: 207, 추천:0
일주일 동안 한 자도 쓰질 못했습니다. 짜놓은 몇 개의 단편 시놉시스와 잡담들을 써보려 무진장 애를 썼는데, 두세 시간씩 붙잡고 있다가도 싹 날려버리는 짓거리를 반복했습니다. 이유가 참 재미있는 게 ‘문장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였습니다. 흐아암. 출판사 및 기타 등등의 사람들이 <구회 말 투아웃>에 대해 문장이 좀 부족하다는 평을 많이 내렸거든요. 독서량을 조금 늘리면서 한국현대문학을 조금씩 읽기 시작했습니다. 구효서의 <명두> 등 수 편의 소설들, 수십 편의 수필과 시 따위를 보고 있으니, 깽깽이의 텍스트에 문장력이 딸린다는 생각이 팍팍 들더군요. 쩝. 자격지심이랄까.
문학에서 말하는 가장 좋은 문장이 가장 짧은 문장이라는 건 몇 년 전부터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나름 고민하고 고민해서 끙끙거리다 전역인사를 써냈는데, 쓰는 내내 생각이 많았습니다. 이게 김무준 스타일인가. 그건 아닌 것 같더라고요. 깽깽이가 주로 쓰는 문장이란 ‘불라불라 나불나불, 어쩌고 저쩌고, 비비고 지지고 볶고, 삶아먹었다.’ 따위인데. 문장을 반에 반 토막 내려니까 참 힘들었습니다.
요즘 문장을 다듬는 중이에요. 번역 투를 자제하고 동일 명사를 반복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며, 적절하게 문장을 맺고 끊고. 짧으면서도 색깔 있는 문장을 쓰려하는데… 어렵습니다. 엉엉. 으레 문장이란 게 그렇지만, 짧게 단어를 조합해서 나만의 스타일을 끌어낸다는 게 마음처럼 잘 풀리질 않습니다. 뭐 모든 텍스트를 그렇게 쓰고 싶은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단편이라 부르고 싶은 것들은 최대한 깔끔하게 써보려고요.
예술가에게는 각자 마음을 표현하는 도구가 있죠. 사진가는 카메라로 피사체를 담고, 화가는 붓과 연필로 그려내고, 음악가는 멜로디와 악기로 소리를 만들고. 작가는 문장으로 마음을 써내야하는데. 그걸 잘 알고 있는데 아는 만큼 실천하지를 못합니다. 그렇다고 지금 예술을 하고 싶다는 건 아니지만.
몇 년 동안 나는 글이 아닌 텍스트에 가까운 무엇을 생산해냈습니다. 나는 단순히 즐거운 텍스트를 생산하고 타인이 텍스트를 해석하며 새로운 의미를 창조한다는 관점이었거든요. 텍스트에 쉽게 글이라는 딱지를 붙이지 않았습니다. 내가 소설가나 비평가, 작가라는 말은 더더욱 하질 않았고요. 그렇게 지내다가 집에 갈 날이 얼마 남질 않으니까, 토해놓았던 텍스트를 하나씩 읽어보았습니다. 징하게도 많이 뿌려놨더군요. <구회 말 투아웃>을 보고 그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무언가 깨닫는 게 있었습니다.
간만에 눈물을 쏟았다는 분들이 종종 있었습니다. 아, 부족하기만한 나의 텍스트를 읽고서 감동과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구나. 내가 타인에게 텍스트라는 매체를 통해서 어떤 뜨겁고 차가운 무언가를 전달할 수 있구나. 이런 생각들이 스치고 지나갔습니다. 내가 글을 써가는 중이구나, 하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아직은 부족함이 많아 내가 생산해놓은 모든 텍스트에 글이라는 단어를 붙이기는 부끄럽습니다. 나는 부족한 텍스트를 읽은 수많은 이들과, 앞으로 읽게 될 많은 사람들을 위하여 <구회 말 투아웃>을 책으로 내어보고자 합니다. 부족한 텍스트를 수정하고 또 수정하는 중입니다. 비평을 가르쳐준 형님께서 말씀하시더군요.
“텍스트가 명작이 될 수 있느냐 없느냐는 얼마만큼의 퇴고를 거쳤느냐에 따라 정해진다.”
팔십만 자가 넘는 텍스트를 쏟아놓았습니다. 언제나 당당했던 건 아니었어요. 부끄러운 텍스트도 더러 있고, 글이라 부르고픈 텍스트도 있었습니다. 수많은 텍스트를 보면서 스스로에게 질문했습니다. 나는 글을 쓸 수 있느냐. 아직은 명확하게 답할 수가 없어요. 글을 쓰려 노력하고는 있지만 아직 내가 글을 쓰고 있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글을 쓰려고요. 모자란 텍스트를 읽고서 많은 사람들이 내가 전달하려던 어떤 것을 받았지만, 그 텍스트들이 완벽에 가까운 건 아니었거든요. 뭐랄까, 읽는 이에 대한 예의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를 갈고 닦으려합니다. 예전처럼 주구장창 텍스트를 뱉지는 못하겠지만, 더 단정하고 더 아름다운- 진짜 글을 쓸 수 있도록.
언젠가는 내가 깽깽이가 아닌 글쟁이라고 말할 수 있으려면, 가장 부족한 문장부터 다듬어야겠죠. 아움. 어렵네요. 글쓰기.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08
09:24:24
병장 차종기
짧고 간결한 문장이 좋긴 하지만,
자신의 색깔이 희미해 진다면, 그건, 좀,,,
저는 무준씨 문장이 좋던데. 흐응- 2009-05-22
09:28:01
상병 손근애
정말 쓰면 쓸쓰록 어려운게 글쓰기인것 같습니다.
저도 글을 쓰면 하염없이 늘어지는 스타일이라서 쓰다가 중간중간 정신을 차리고 의식적으로 끊어쓰곤 하죠. 끊으면서 내 느낌을 살리고자 무진 애를 쓰고요.
짧은 문장안에 많은 것을 쉽게 담아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요.
또, 그런 문장들이 모여서 공통된 하나의 정서를 담아낸다는 것은 정말 어렵습니다.
계속해서 노력중이지만, 그렇다고 제 스타일을 버리고 싶진 않아서 참 많이 고민합니다.
더 많은 것들을 짧게 담아낼수 있도록, 그리고 그 문장들을 읽었을때 누구나 저의 글인것을 알수 있도록 하기위해서.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많은 개념들을 머릿속에 넣으며, 더 많은 글을 써야겠지요. 후후. 2009-05-22
14:08:06
병장 김범수
글은 간결하고 명확할 수록 좋습니다. 뭐 자신의 색깔이 희미해진다나 그런 소리는 자신만의 문체가 만들어졌을때야 하는 소리인데, 지금 일종의 '견습생'인 상황에서 자신만의 색깔이 있다는 것은 조금 '오버'스러운 생각이네요. 문체라는게 몇 년 쓰고 몇 년 살아가면서 생기는게 아니니깐 말이에요. 그리고 정말 글을 잘 쓰는 사람은, 형식을 탈피한 문체가 나온답니다.(아주 대단한 경우죠) 저도 뭐, 무준씨의 구회말~ 을 안 읽은 것은 아닙니다. 비록 모니터로 읽는 습관이 없어서 제대로 읽혔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무준씨 글을 보면 몇 특정 현재 작가의 글체와 많이 흡사합니다(비하하려는 생각은 아닙니다. 그렇게 느낀 것 뿐 입니다) 2009-05-22
14:37:03
병장 차종기
언제나 글은 간결하고 명활할수록 좋은 것은 아니죠. 2009-05-22
14:39:49
병장 김범수
무준씨가 글을 괜찮게 쓰긴 합니다. 소재도 독특하고,,그건 저도 느낀 바 입니다. 하지만 그건 현재 주위 사람들 사이에서의 '상대적인 기준' 입니다. 아직 작가들로 따지면 견습생인 사람이 벌써부터 지나친 욕심이나 혹은 자만을 가지실 필요는 없다는 것 입니다. 무준씨 글을 재밌게 보고 있고, 또 다음글도 기대하고 있는데 곧 전역하신다는 말에 약간이나마 안타까움이 생깁니다. 무준씨 같은 분의 글은, 글을 쓰면 쓸 수록 더 나아진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2009-05-22
14:42:16
상병 박원익
문체나 사람의 말버릇이 일종의 저마다의 '틱'이듯이, 정말 고치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정말 자신이 보기에도 좋은 문장을 쓰는 건 정말 여기 있는 사람들의 일생일대의 소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언어를 계속 갈고 닦아야만 이유는, 아마 언어라는 게 일종의 질병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마치 신경증 환자가 자신의 신경증에 대해 아무리 잘 알고 고치려 노력해도 백약이 무효듯, 언어 역시 곱씹고 또 되씹을수록 헤어나올 수 없는 미궁이 되어 버리는 것 같네요. 고민하는 바가 무척 공감이 갑니다. 2009-05-22
14:43:31
병장 김범수
무엇보다도, 무준씨 본인이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더욱 기대됩니다. 어서 빨리 무준씨가 등단하는 모습도 보고 싶어집니다. 특히 [더 단정하고 더 아름다운- 진짜 글을 쓸 수 있도록] 이 글귀는 저 스스로 하여금 다시 한 번 되 새길수 있는 기회가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2009-05-22
14:43:33
병장 김범수
병장 차종기/ 글은 간결하고 명확할수록 좋은 것이랍니다. 자신이 정말 실력있는 '프로'가 아닌 이상, 괜한 미사여구로 겉멋에만 충실하다면 그건 발전이 없는 껍데기일 뿐입니다. 기본이 되지 않고 발전은 없습니다. 간결 명확하게 쓰는것은 글쓰기의 기본입니다. 명심하세요. 글이란 상대에게 전달되어야 하는건데, 자신만 알고 있는 암호 비스무리 두루뭉실 뜬구름 글은 자위행위에 불과하다는 걸요. 아무리 좋은 글이면 뭐합니까. 읽혀야지. 2009-05-22
14:45:10
병장 김형태
무준씨가 어렵다면, 나는 어렵다의 어자도 못꺼내겠습니다. 위에 해성씨의 글 제목 보이시죠? 2009-05-22
14:46:38
상병 김태완
범수 / 허허 자위행위라.
흥분하신듯 하군요. 진정해요. 2009-05-22
14:59:41
병장 이동열
제가 쓴 글을 다시 읽으면 늘 호흡이라든지, 자연스러운 연결들이 늘 걱정이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고, 쉽사리 쉬 나아지지가 않더라구요. 이러한 걱정이 저만의 것이 아니라는데 드는 안도감과 이를 통해 조금은 나아질 수 있으리나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그나저나 무준씨 집에 아직 안 갔나요?(웃음) 2009-05-22
15:13:13
병장 김형태
범수/
글은 본인의 문체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맞지 않나 싶어요. 꼭 간결하고 명확할 필요는 2009-05-22
15:38:16
상병 양동훈
범수// 웃긴 얘기지만, 가끔은 명확하지 않고 간결하지 않은 글이 그 목적성을 달성할 때도 있죠. 그리고 그 글이 그 글만의 맛이 있을 수도 있구요. 물론 그런 때는 대부분이 '많은 사람이 읽고 공감하게 하겠다'라는 목적성으로 넘어가기는 어렵겠지만 말이에요.(웃음)
저는 진심으로 쓸데없이 어려운 글을 써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글을 쓰는 것이 더욱더 어렵더군요. 모 인터넷 카페에서 토론을 하다가 도저히 말과 논리로 상대할 수 없는 사람이 있길래,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근거와 사료제시로만 가득찬 글을 써놓고 그 글을 이해 못한다는 이유로 '이것도 모르세요'라고 완전히 속된 말로 '밟아' 버렸죠.
그 당시에는 그걸 조금은 즐긴거 같기도 한데, 지금 생각해보니 이건 뭐 완전 초딩같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곤 하네요.(웃음)
역시나 결론적으로 제가 하고싶은 말은 태완씨의 말처럼 진정하시라는거(웃음) 2009-05-22
15:42:47
병장 김범수
저는 충분히 진정하고 있어요. 싱긋, 조금 입보다는 손가락이 거칠은 것은 고쳐야할 문제지만요. 항상, 그렇듯 받아들이고 안받아들이고는 본인의 마음이니깐요. 그저 저는 제 의견을 말한 것일 뿐이니깐요. 물론, 제가 논술이나 기사 처럼 간결하게 쓰라는 뜻은 아닙니다. 문학에 맞는 간결한 글을 쓰라는 것이니깐요. 2009-05-22
15:49:38
상병 양동훈
범수// 저는 손가락보다 입이 더 거칠어서 문제인데... 차라리 손가락이 거친게 낫지 않을까요(웃음) 2009-05-22
15:52:29
병장 김범수
동훈 // 손이 거친것은 비열해보여서, 차라리 솔직한 입이 낫다고 생각해요. 2009-05-22
15:58:06
병장 이웅재
남들 의견에 의해서 많이 변하시지 않으셨음 하네요. 당당하게 . 예전에 많은 사람들에게 하던 말 자격지심같지 말고 일단 쓰고보라는 그 말 전 기억하고 있는데 하핫.
어찌되었든간에 난 무준씨가 책 내면 꼭 살게요 낄낄. 2009-05-22
20:26:30
병장 김무준
마지막 탈출까지는 보름 쯤 남았습니다. 다만 공사의 일정 때문에 진득하게 앉아 주절댈 시간이 없어서요.
문학을 하고 싶은 건 아닙니다. 등단이 목적인 것도 아니고요. 어디까지나 꿈은 패션디자이너지, 작가가 목표는 아닌지라.
이게 참 큰 딜레마입니다. 똑같은 의미를 담은 문장일지라도, 미사여구를 줄줄이 늘어놓은 문장보다는 짧고 간결하면서 특유의 빛을 내는 문장이 더 맛깔스럽거든요. 하지만 아직까지 긴 호흡의 문장을 뽑아내는데 익숙해서 이를 간결하게 줄이는 게 참 힘듭니다. 사실 문장의 아름다움이란 기준도 기존의 할배들에 의해 관습 혹은 통념화가 되어버렸죠. 무조건 짧은 문장이 최고라고 생각지는 않아요. 최근 들어 손가락을 못 놀리는 게, 문장론에 관한 지식과 가치 그리고 감성이 부딪히고 있어서 그렇습니다.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게 부담 없는 텍스트를 뽑아내려고 노력합니다. 단어선택에 있어서 가급적 보편적인 놈들을 골라 긴 호흡이라도 거부감 없이 넘어가는 문장을 그리려 해요. 어떻게 보면 퇴고의 습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구회 말 투아웃> 퇴고를 하면서 계속 손을 대는 부분이 주로 문장이에요. 구성이나 진행에 있어서는 그렇게 고칠 점이 없다고 보거든요. 근데 전체적으로 텍스트를 살피다보면 걸리는 게 참 많습니다. 표현력이 부족해서 그런지 ~것, ~게와 같은 녀석들이 특히. 되도록 종결어미로 문장을 마무리하려 애쓰는데 그렇지 못한 곳도 눈에 보여요. 퇴고를 거치면 이런 놈들이 토막 나거나 호흡이 짧아집니다. 제일 어려운 건 각 인물마다 다른 문체를 적용시키는 건데, 아무래도 공부가 모자라 마음만큼 잘 풀리질 않네요.
다른 텍스트를 수정할 때도 비슷합니다. 종종 백업한 텍스트를 블로그에 옮기면서 퇴고를 거치는데, 손대야할 문장이 너무 많아요. 게으른 탓이 제일 크겠죠. 그렇다고 던져놓은 텍스트에 열심히 칼질을 하기에는 엄청나게 게을러서, 그럼 처음 텍스트를 뽑을 때부터 일정 퀄리티 이상을 유지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표하는 게, ‘엄청나게 뽑아내면서도 일정 퀄리티 이상을 유지한다.’는 건데, 다른 사람들 보기에는 어떨지 몰라도 스스로에게는 늘 성에차지 않거든요.
가장 좋아하는 문체는 <우리는 하루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순간을 기억한다.>에 사용한 문체입니다. 문장으로 그림을 그리듯 이미지를 이어나가고, 적절한 호흡으로 끊어내는. 이게 제일 나다운 문체라고 생각하고요. 문제는 언제나 이런 문체를 사용할 수는 없다는 거죠. 텍스트에 장르를 나누고 형식을 맞추는 건 죽어라 싫어하지만 어쩔 수 없이 어떤 장르적 특성을 나타냅니다. 이렇게 여기저기 적용시키다보면 뜻하지도 않게 시니컬하다거나 차가워 보인다는 이미지를 전달하게 됩니다.
그래도 의도치 않은 이미지의 왜곡을 떠나, 잡담이 아닌 텍스트를 쓸 때는 지금처럼 긴 호흡의 문장보다는 짧은 호흡으로 이어나가고 싶은데, 선호하는 문체에 맞춰서 무언가를 전달한다는 게 쉽지가 않습니다. 나는 국문학을 전공한 정통 문학도도, 등단을 목표로 하는 작가지망생도 아닙니다. 기존 문단에 엿이나 먹여주겠다는 심보로 취미생활을 이어나가는 중이죠. 취미생활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컨텐츠의 공급자 혹은 텍스트의 생산자로서 도리를 다하고자합니다. 타인에게 텍스트를 보이는 이상 텍스트의 창조자가 가져야할 최대한의 예의가 있으니까요. ((참조)책가지/[내글내생각] 글쓰기의 도의 - 병장 문두환) 내게 있어 최대한의 예의는 애프터서비스를 하지 않는 텍스트입니다. 게으름과 욕구 사이의 갭에 배패해 항상 던져놓기 일쑤지만.
게으름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중이고요. 노력하다보니 계속 문장의 미에 관한 딜레마와 스타일 사이에서 왔다갔다 서성입니다. 글을 쓰기로 결정했으니까, 글다운 글을 써야죠. 나는 나만의 색깔이 있다고 믿어요. 이게 총천연색은 아니라도 꽤나 많은 스펙트럼이 있습니다. 뚜렷하게 한 색을 내비치지 않아 일정치 않게 보일 뿐이지. 꼭 집어서 말하자면 회색빛이랄까. 무튼 글다운 글에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뭔가가 있어야 하기에, 무채색의 명암을 조절하고 표현기법을 다양화하는 식으로 갈고 닦는 중입니다.
전체를 그려내고 소묘하듯이 내부로 접근한 다음, 다시 전체를 그려내는 게 내 문장의 집합입니다. 하암. 그렇지만 칼질을 거듭해 해 조각을 깎기보다는, 한 칼에 텍스트를 베어내고픈 욕심을 품다보니 깊은 수렁에 빠져가고 있습니다. 수련의 늪이죠.
밤은 깊어만 가네요. 뭔가를 좀 ‘써봐야’하는데……. 2009-05-23
00:53:01
병장 김무준
여담이지만, 누구 닮았다- 비슷하다- 는 말을 듣기 싫어서 문학을 정독하지 않는 편인데, 요 몇달새 책을 좀 많이 읽었더니 부작용이 나타나는 모양입니다. 쩝. 2009-05-23
00:56:45
병장 김요셉
음음. 최근에 출간된 이응준 선생님의 '국가의 사생활', 문장에 유의하며 읽어보세요. 배울 점 많은 문장이더라구요. 2009-05-26
16:13:09
병장 김요셉
쓴 글의 문체가 읽은 글의 문체를 따라가게 되는건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그것도 다독과 다작을 통해 해결될 일이라 생각해요. 읽고 쓰기를 수없이 반복하고 수없이 '새로' 하다 보면요. 2009-05-26
16:14:53
병장 김우현
아직 안가셨습니까? 저녁 드신줄 알았는데 무준님의 이름이 있길래 깜짝 (웃음) 2009-05-26
19:09:38
병장 곽상민
늦은감있지만 끄적거립니다.
그런생각 하신 자체가 이미 진화하고 계신거겠지요(웃음)
부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