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그랜드민트페스티발 2008 후기.
일병 김예찬 2008-10-26 15:49:54, 조회: 374, 추천:0
음, 사실 이 후기를 책마을에 쓰는건 좀 안어울릴지도 모르겠네요. 이미 IDS&QR이라는 음악 커뮤티니가 있기 때문에..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는 후기로 공연의 감동을 공유하고 싶을 뿐이고! IDS&QR에서는 날 정회원으로 안받아줬고! 마땅히 올릴 곳은 책마을 밖에 없을 뿐이고!" 입니다...
뭐 GMF가 단순히 음악 축제일 뿐만 아니라 00년대 대한민국 대중 문화계에 어떤 상징적인 위치를 점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도 있기 때문에 함께 관심을 공유해보고 싶은 마음에 글을 올려봅니다. GMF의 특성이나 기타 약간 머리 아파지는 부분에 대해서는 다음번에 글을 올리구요, 이번 글은 단지 원초적인 음악 감상에 대한 글이에요. 내년에는 더 많은 사람이 GMF에 가길 바라며..
0. GMF2008을 가기로 결심했던 것은 8월 중순 무렵이었습니다. 아마 3차 라인업까지 떴던 시기였던걸로 기억하는데.. 라인업도 워낙 괜찮았을 뿐만 아니라 올 해 펜타포트를 못갔다는 안타까움 때문에 GMF를 지르게 되었죠. 다행이 뜻이 맞는 친구가 있어서 3일권을 질러 함께 가기로 했습니다.
07년도에는 입궁을 앞두고 각종 락페를 미친 듯이 다녔는데, GMF는 딱 시험 기간에 걸렸던가 하는 이유로 못갔었죠. 그때도 라인업이 참 괜찮았는데.. 다행히(?) 비가 오는 바람에 아쉬움이 좀 덜해졌던 기억이 나네요.
일단 8월 말에 나가서 예매를 해두었고, 문제는 과연 GMF에 맞춰서 바깥 바람을 쐴 수 있을 것인지였습니다. 계획은 별 탈 없이 맞춰 나갈 수 있게 짜놨는데, 바로 그 전 주에 나들이 계획에 트러블이 발생해서 대위기에 빠지기도 했습니다. 결국엔 잘 해결되서 나갈 수 있게 되긴 했지만... 그때 생각만 하면 아찔해지는군요.
아무튼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GMF 전야제 날인 17일의 아침이 밝았습니다!
1. 본가가 올림픽 공원에서 버스로 20분 정도 밖에 안걸리는 곳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GMF를 대하는 제 마음은 여유로웠습니다. 부산락페나 펜타포트 때는 잘 곳이 없어서 PC방을 전전했던 아픈 기억이... 집에 도착해서 화려하게 점심을 먹고 출발해도 오픈 시간인 두 시에 맞춰서 들어갈 수 있다는 계산으로 아침 식사까지 챙겨먹고 느긋하게 서울로 향했습니다. 언니네 이발관 5집을 들으며 집에 오는 버스에서 GMF에 대한 기대는 무럭무럭 자라났습니다.
집에 도착하고 식사를 하니 1시 반 가량.. 드디어 올림피 공원으로 출발입니다. GMF를 축하하는 듯 날씨도 무척이나 화창해서, "햇살엔 세금이 안붙어 참 다행이다 오늘 같은 날"이라는 노래 가사가 절로 흥얼거려지더군요. 2시가 조금 넘자 입장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제 왼 팔목에는 3일권을 상징하는 초록 띠가 둘러져 있었죠. 그 후 3일간 이 초록 티켓은 마치 천국의 입장권인 양 저에게 든든한 마음이 들게 해주었습니다. 선착순 500명 안에 든 터라 CD 선물을 얻어낸 후, 먼저 공연장을 찬찬히 둘러봤습니다.
공연장 가운데를 점하고 있는 메인 무대인 민트브리즈스테이지 앞으로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미 햇살이 잘 드는 자리를 점거하고 돗자리를 깔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보이더군요. 구석에 치우친 블로썸 하우스는 기대보다 너무 작아서 당황스러웠습니다. 일단 흡연을 위해 흡연 존을 찾았는데 상업 부스 뒤에 숨어있어서 처음에는 찾기 힘들더군요. 그리고 공연장과 너무 멀었어요. 화장실 앞에 있는 오픈 스테이지 정도쯤에 흡연 존을 두었으면 좀 더 편했을텐데.. 부스들을 한바퀴 돌았는데 펜타포트보다 먹을 거리가 싼 편인게 마음에 들더군요. 참가팀들의 CD를 파는 부스에서 오지은 1집과 문샤이너스 EP, GMF2008 CD를 사고 첫 공연팀인 '짙은'을 보기 위해 블로썸 하우스로 향했습니다.
짙은 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GMF에 참가한다고 해서 처음 들은 이름이였죠. 뭐 물론 워낙 신인이니까 .. 음악에 대해서 그리 큰 기대를 안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저의 온 신경은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의 등장에 쏠려 있었기 때문에..
2시 반 땡 되자 마자 민트브리즈로 이동했습니다. 불나방스타소세지클럽은 06년도부터 좋아해온 밴드죠. 본인들의 표현대로라면 '얼터너티브 라틴 뮤직'을 하는 팀인데.. '시실리아'라는 곡의 히트 때문에 좀 유명세를 탔죠. 케이블 방송에 출연하기도 했고.. 저 같은 경우는 제 친구가 불나방의 예전 멤버랑 아는 사이라 우연히 공연 보러 갔다가 반한 케이스인데, 방송으로 공개하기엔 약간 민망한 가사와 개그 센스가 일품이라 GMF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그렇게 만족스러운 공연은 아니었어요. 일단 시간이 워낙 일렀던 탓에 관객들도 그리 많지 않았고, 충분히 호응이 있을 만한 부분에서도 호응이 크지 않았을 뿐더러 결정적으로 작은 공연에서 보여주었던 불나방의 공연 센스가 충분히 발휘가 안되더군요. 얼핏 보니 멤버도 좀 바뀐 것 같기도 하고.. 그들의 명곡 중 하나인 '미소녀대리운전'에는 원래 댄스 퍼포먼스가 있는데 이번 공연에는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전체적으로 퍼포먼스가 약해졌다는 느낌이 컸습니다.
아쉬움 속에서 불나방의 순서가 끝났고, 저는 별 기대 없이 크라잉넛의 공연을 기다린다는 의미에서 블로썸 하우스의 '장기하와 얼굴들'을 보러 갔습니다. ....만, 이게 대박이었습니다. 저는 모르고 있었는데, 이미 GMF 몇 일 전부터 장기하와 얼굴들의 EBS스페이스 공감 공연 영상이 인터넷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었더라구요. GMF가 끝나자마자 DC 힛갤에 올라갈 정도로 순식간에 떠버린 장기하의 매력... 장기하의 공연을 본 것은 GMF에서의 큰 수확 중 하나였습니다. 제가 블로썸 하우스에 도착하자마자 장기하는 '싸구려 커피'를 부르기 시작하더군요. 무력한 청춘을 노래하는 가사도 가사지만, 역시 중간의 랩 부분이 일품입니다. 마침 공군 웹진 공감 Pop in the sky에 노래 링크가 걸려있군요.(mms://48.2.1.115/Internet/multimedia/junghun/n2006_p427.wma) 일청할 가치가 있는 노래입니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무대의 2부 순서가 되면 '미미 시스터즈'라는 퍼포먼스 도우미(?)들과 함께 합니다. 금발의 무표정한 얼굴로 똑같은 옷을 입고 17일 내내 공연장을 누빈 미미 시스터즈는 '달이 차오른다, 가자'라는 노래로 시작하여 무대를 후끈 달구었습니다. 이미 장기하와 미미 시스터즈는 DC를 중심으로 스타덤에 오르고 있지요.. 하지만 그와 그녀들이 진짜 매력은 공연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
예상도 못했던 장기하의 무대가 이렇게 대박이 나자 장기하와 겹쳐있는 크라잉넛의 공연을 보러 갈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이 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까지 수십번은 봐온 크라잉넛의 무대를 또 볼 필요가 있을까? 장기하를 버려두고? 하지만 이번 무대는 언플러그드 공연이기 때문에 또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 있지 않을까.. 이런 고민 속에 블로썸 하우스에서 갈등하던 저에게 민트브리즈 스테이지쪽에서 환호성이 들려왔습니다. 아, 나왔구나! 라는 생각이 들자마자 제 발걸음은 바로 민트브리즈로 옮겨졌죠. 언제나 마찬가지였던 것 처럼, 크라잉넛은 여전히 저에게 좋은 무대를 선사해주었습니다. 넘치는 열정을 언플러그드 세트로는 다 풀어놓기 힘들었는지, 결국은 '달리는' 무대로 마무리되었지요. 본성을 숨기고 있다가 '달리는' 무대가 펼쳐지자 와락 달려들던 펑크 패션 아저씨들이 인상적이더군요. 결국 슬램까지 한판..
슈퍼키드도 저에겐 좀 레퍼토리가 지겨운 팀이긴 했지만, 그래도 그날 따라 멘트 하나하나가 작렬하는게 재밌더군요. 공연 자체도 워낙 괜찮은 놀자판으로 흘러갔고.. 크라잉넛에 이어서 즐거웠습니다.
다섯시 땡치고 타루를 보러 갔는데, 과연 목소리는 참 좋아요. 근데 미모는 조금 달려요. 핫핫(땀) 귀엽긴 하더군요. 남정네들 가슴에 불을 지르는 멘트도 잘 하고.. 근데 역시 얼짱 마케팅에 대한 반감이랄까, 그런게 자꾸 느껴져서.. 보다 말고 캐스커를 보러 갔죠.
캐스커는 사이좋은세상 BGM으로 주로 듣던 노래들을 하더군요. 역시 사이좋은 세상의 위력이 느껴졌습니다. 사이좋은 세상이 GMF의 스폰서기도 하고.. 하긴 따지고 보면 GMF 출연 국내 뮤지션들의 대다수는 앨범 수익 만큼이나 BGM 수익을 많이 내는 상황일 거에요. GMF와 사이좋은 세상이 내건 Boys & Girls ♡ Music 이라는 모토도 참 여러모로 잘 만든것 같아요.
W&WHALE 공연이 시작할 때 쯤 함께 하기로 했던 친구가 공연장에 도착했습니다. 시험 공부 때문에 늦었더군요. 이 친구는 3일 내내 시험 공부 때문에 저녁만 공연을 즐길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하필 시험 기간 직전으로 정해진 GMF의 날짜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출하기도 했죠. 여담이지만 정말 GMF 날짜가 원래 계획대로 10월 3,4,5일로 정해졌으면 훨씬 더 흥행에 성공했을거라고 봅니다. 공연의 주 타겟인 대학생들이 중간 고사 때문에 많이들 공연을 포기했죠. 뭐 이번에도 꽤 흥행에 성공하긴 했지만, 적어도 17일에는 공연장이 좀 한적한 느낌이 적지 않았습니다. 아쉽게 3,4,5일에 자라섬이 하는 바람에.. 내년에는 날짜를 좀 더 잘 잡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어요.
W&WHALE 무대에서는 신곡(?) 위주의 공연이 펼쳐졌습니다. W의 1집을 상당히 좋아라 하는 저에겐 좀 아쉽더군요. WHALE 누님은 포스가 상당하신 것 같던데.. 몇 년 후면 자우림의 김윤아나 클래지콰이 호란을 찜쪄먹는 여왕 포스를 가질 수도 있을 듯한 느낌입니다.
7시가 넘어서 문샤이너스를 보러 갔습니다. 친구는 계속 버티다가 미선이를 바로 보길 원했지만.. 저는 기타히어로 차차의 무대를 포기할 수 없더라구요. 역시 공연장은 알차게(?) 꽉 차있었습니다. 그 날의 문샤이너스는 진짜 롸큰롤의 화신이었습니다. 끝없는 에너지로 절 몰아가더군요. 이런 쪽 음악에는 익숙치 않았던 친구도 차차의 에너지에 반해서 나중에는 싸인 받으러 가자고 난리..
미선이가 나올 즈음 되자 미선이 팬인 친구가 먼저 민트브리즈로 향했고, 저도 곧 뒤따라 갔습니다. 전 사실 미선이 시절의 노래는 '진달래 타이머' 말고는 인상 깊게 들어본게 별로 없어서 그렇게 끌리진 않았어요. 물론 루시드폴은 참 좋아하지만.. 그래도 워낙 주위에서 대단한 무대일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을 많이 봐와서인지 그래도 가긴 가야겠다는 생각으로..
전체적으로 '감동의 무대'였습니다. 미선이의 공연은 완벽하진 않았지만, 적어도 진심이 묻어나는 무대였어요. 그리고 관객들의 그 분위기, 잊을 수가 없네요. 제 친구도 거의 울먹거리면서 듣던데, 그 감동에 저도 전염되서였는지 참 좋았습니다. 특히 제가 좋아하는 '사람이었네'도 역시 감동이었고.. 공연 끝나자 미선이 사인회 줄이 주욱 늘어나더군요. 다음 무대가 델리스파이스였음에도 불구하고..
미선이가 끝나고 아발론을 보러 갔던 것 같습니다.. 만 좀 심심한 공연이었습니다. 음악은 좋았지만, 뭐랄까 역시 미선이 무대를 바로 경험한 후인지 감정의 갭이 좀 컸어요. 그냥 음악에 맞춰 몸 좀 흔들다가 델리스파이스를 보러 이동했습니다.
17일의 마지막 무대는 델리스파이스. 델리스파이스를 크게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런저런 공연을 보러다니면서 자주 보았던 밴드고.. 결정적으로 제가 처음 밴드 공연 할 때 드럼을 쳤던 노래가 '챠우챠우'여서 은근한 호감을 계속 간직하고 있긴 했죠. H2를 본 사람이라면 잊을 수 없을 노래 '고백'도 그렇고.. 델리스파이스의 최근 음반은 거의 전혀 못들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태였지만 공연 자체에 대한 기대는 가지고 있었습니다.
델리의 무대는 주로 잘 알려진 노래들로 편성되었더군요. 다행이었습니다. 항상 엔진을 켜둘게, 고백, 달려라 자전거, 종이비행기, 뚜빠뚜빠띠, 고양이와 비둘기에 관한 진실.. 마무리는 챠우챠우였던 걸로 기억나네요. 뭐 그냥 감동이었습니다. 멘트 중에서 자신들도 나이를 먹었고 팬들도 이젠 나이가 든 것 같다는 내용이 있었는데, 옛날 생각 나더라구요. 물론 제가 모던록 1세대 밴드들이 태동했을 때 부터 그 씬에 관심을 가지고 있던 건 아니지만, 그 바로 다음 세대 정도는 될텐데.. 10년전 PC통신의 그 모던록 소년 소녀들이 이렇게 자라서 여기서 만났다는 느낌에 훈훈한 기분이 들긴 하더군요. 첫 날 공연이 끝나는 순간부터 내년 GMF에도 꼭 가야겠다고 친구와 약속했습니다.
2. 감동의 하루를 마무리하고 잠이 들었고, 집에서 다시 일어났을 때 마음은 벌써 올림픽 공원에 가있었습니다. 습관처럼 MP3에 '뉴 히피 제네레이션 GMF2008 MIX'를 플레이시키고, 왼 팔목의 티켓을 확인하고, 목에 타임테이블 목걸이를 걸고 집을 나섰습니다.
날씨가 참 좋았어요. 그 전 날 보다 따스한 느낌이더군요. 버스에서 내리자 어제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올림픽 공원을 메우고 있었습니다. 알고봤더니 신혜성 콘서트를 바로 옆에서 하더군요. 무튼, 오늘의 첫 타자는 재주소년으로 잡고 러빙포레스트가든으로 향했습니다.
러빙포레스트 가든은 시작부터 꽉 차있더군요. 역시 주말이 되니까 사람이 확 늘어난게 느껴졌습니다. 재주소년이 무대는 그냥 정감이 갔어요. 그렇게 유난히 재밌고 감동적이진 않았지만, 훈훈한 분위기. '귤'을 부를 때는 저를 포함한 몇몇 사람이 귤을 들고 좌우로 흔들기도 했고.. 다만 마지막 곡을 하지 못하고 시간에 쫓겨 무대를 내려가야만 했던게 아쉬웠습니다. 스탭들의 진행 미숙이 슬슬 나타나기 시작했어요.
잔디마당으로 내려와서 누워서 좀 쉬다가, '페퍼톤즈'의 무대를 즐겼습니다. 첫 곡이 '뉴 히피 제네레이션'이었던 것 같은데, 역시 GMF 정신(?)이 담긴 노래 답게 호응도 좋고 즐거운 공연. 그리고 뎁이 올라와서 '레디 겟 셋 고'를 불렀던 것 같네요. 뭐 전체적으로 흥겨웠어요. 간간히 멘트도 웃겼고.
그리고 또 그냥 노닥거리다가 - 친구가 안와서 매우 심심했음. 정말로 그냥 햇볕쬐고 노닥거리는 것 말고는 그닥 할게 없더라구요. - 이지형 무대를 봤는데.. '산책'은 좀 좋았는데 위퍼 시절 노래는 친숙하지 않아서인지 좀 별로. 이하나나 볼걸.. 그냥 '나오미 & 고로' 보러 향했습니다. 근데 자꾸 민트브리즈 음향이 블로썸 하우스까지 침범해서 좀 짜증나더군요. 조용조용하니 기분 좋은 공연이었는데.
슬슬 친구가 도착할 때가 되서 맞이하러 잔디마당으로 나가는데, 글쎄 사람들에게 둘러쌓여서 페퍼톤즈가 TAKE 1 공연을 하고 있더군요. 마침 제가 가자 '뉴 히피 제네레이션'을 불렀어요. 그냥 통기타도 둥둥 거리면서 다들 떼창하는데 진짜 "세상은 넓고 노래는 정말 아름다운 것" 같다는 기분이었죠. 마침 조금 후에 하늘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자 다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 위로 비행기가 지나간다, 괜히 코 끝이 찡한 걸 보니 난 아직도 사춘긴가봐"를 불렀습니다. 아, 재밌었어요.
이러고 노는 사이에 투 톤 슈가 등장했습니다. 그 후로 30~40분 동안 제 기억이 없습니다. 미칠듯한 그루브에 몸을 가만히 둘 수 없었습니다.. 오지은을 보러 가야되는데, 하면서 몸을 주체할 수 없더군요. 결국 가장 기대하던 무대 중에 하나였던 오지은은 두 곡 정도만 들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도 대단한 무대였어요. 여왕님 포스를 내뿜는 오지은..
7시가 조금 안되서 정재형을 보러 러빙 포레스트 가든으로 다시 갔는데, 진짜 사람이 꽉꽉 차있었습니다. 러빙포레스트 가든 수용 인원이 너무 적은 것 같아요. 매년 문제가 될듯. 무대는 참 분위기 있게 잘 꾸며 놨는데 이렇게 사람이 적게 들어가서야.. 아무튼 공연은 시작되었고, 제 마음은 외로움과 우울함의 파도가 휩쓸고 지나갔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음악.. 비록 장비 상의 문제가 심해서 공연에 방해가 되긴 했지만 음악 자체는 참 마음을 울리는 무대였죠. 자우림을 못본 게 아쉽긴 했지만 - 자우림 이번 무대가 그렇게 좋았다는 후문이 들리더군요. 흑 - 나름 감격의 무대였어요. 정재형도.
정재형 무대가 끝나자 요조를 보러 향했습니다. 요조를 크게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워낙 주변에서 떠들석하잖아요? 그 미모를 확인해보고 싶은 마음이 들더군요. 타루도 봤고, 뎁도 봤고, 오지은도 봤으니까 요조도 잠깐이라도 봐야지? 라는 생각에.. 제가 갔을 때 마침 '바나나파티'를 부르려고 하고 있더라구요. "이 노래 때문에 요새 음란가수라는 말 많이 들어요. 어쩌구저쩌구. 여러분 야한거 싫어하세요? 전 야한 것 좋은데. 야한 거 싫어하세요? 안녕하세요, 음란 가수 요조입니다" 뭐 대충 이런 멘트를 했는데 참... 귀엽고 좋았습니다... 바나나파티 노래야 또 워낙 귀엽고. 대충 두 세곡 쯤 듣고 나니 밀려오는 피곤에 집에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욜 라 탱고는 워낙 잘 모르는 밴드라.. 다만 기타 테크닉이 예술이긴 하더군요. 한 두세 곡만 보고 돌아섰는데 그야말로 환상적인 소리의 향연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래도 전 마지막 날을 대비해 집으로 향했죠. 집으로 향하면서, 19일이 마지막이라니, 이제 이 음악의 낙원도 하루만 남은건가.. 라는 아쉬움에 안타까워 하면서.
3. 19일, '브로콜리너마저'를 꼭 보고 싶었지만 교회 때문에 놓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딱끝나자마자 공연장에 도착했더라구요. 마지막 날이라는 생각에 정말 처음부터 너무 아쉽더군요. 19일에는 사람이 정말 정말 정말 정말 많았습니다. 잔디마당은 온통 돗자리로 꽉 찼어요. 피크닉 온 기분으로 좀 쉬면서 '뜨거운 감자' 무대를 봤습니다. 김C 호소력있게 노래 잘하더군요.
'이한철과 The M.V.P'는 정말 MVP를 받을 만한 무대를 보여줬습니다. 불독맨션 시절부터 참 좋아했는데, 쉴 수 없는 댄스 스테이지였네요. 과연 관록의 이한철.. 처음 듣는 '차이나' 라는 신곡도 재밌었고. 마지막 곡으로는 윤은혜가 불러줘서 떴다는 '슈퍼스타'까지.. 아무튼 관객과 뮤지션이 하나되서 정말 즐거운 무대였어요. 이한철은 역시 이름값을 보여주는 무대 매너의 소유자인듯.
그리고 또 한참 빈둥거리다가, 로로스를 보러 갔습니다. 로로스의 무대는 명불허전이더군요. 심장을 때리는 음악이랄까.. 끝없는 몽환의 사운드가 정말 좋았습니다. 첼로 켜시던 누님도 참.. 매력적이셨고. 라이너스의 담요 연진씨도 키보드를 치셨는데 뭐 멘트도 별로 없었지만 수수하고 담백하면서도 참 예뻤어요. 눈과 귀가 즐거운 무대. 진짜 음악이 뭔지 들려준 무대였던 것 같네요.
그리고 6시부터 네시간이 넘게 민트브리즈에서 죽 치고 서있었습니다. 저도 친구도 모두 참 좋아하는 뮤지션들이라 손쉽게 의견일치를 보고 마이 앤트 메리, 언니네 이발관, 토이의 연속을 즐겼습니다. 다리가 참 아프더라구요. 마이 앤트 메리도 추억의 밴드죠. 음악을 즐겨듣고 그러진 않았지만, 그냥 들을 때 마다 옛 생각이 나는 그런 노래들. 무대 매너도 좋았고, 관객들도 참 분위기 좋았어요. 이 때부터 전체적으로 관객 중 여성 비율이 높아졌던 것 같아요.
그리고 언니네. 언니네 5집을 정말 CD가 닳도록 들어왔는데, 드디어 라이브로 확인하게 된다니 공연 전부터 스스로 긴장이 되고 설렜습니다. 마침내, 첫 곡으로 '가장 보통의 존재'가 흘러나오자 뭔가 뇌리를 강하게 스치고 지나가는 느낌. "아, 이 놈들 센스있게 이번 공연에서 5집을 순서대로 다하려고 드는구나!" 제 예감이 맞아 떨어졌습니다. 하긴 이석원이 워낙 5집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긴 했어요. 순차적 감상을 계속 강조하기도 했고. 그래도 개인 공연이 아닌 이런 페스티발에서 이런 선곡을 하다니, 정말 센스쟁이. 하여튼 마음에 들더군요. 예전에 비해 훨씬 마르고 아파보이는 얼굴이 좀 안쓰럽기도 했지만, 그가 생명을 깎아내 만들어낸 듯한 5집의 음악들은 정말 좋았습니다. 개인적으로 베스트 트랙이라고 생각하는 '의외의 사실'은 기대만 못했지만, '아름다운 것'과 '나는'의 라이브는 그야말로 울컥하는 감동의 연속. 울고 싶은 무대였습니다. 저도, 친구도 마음으로 울었습니다. 다른 관객들도 마찬가지였을 거에요. 아마. 앵콜 같지 않은 앵콜 곡은 '나를 잊었나요'. 역시 매우 좋아하는 3집의 킬러 트랙이죠. 작년 쌈싸페 때 '2002년의 시간들'을 들었을 때가 생각나더라구요. 그 때도 참, 작렬하는 감동이었는데.
언니네가 끝나자, 아, GMF도 이렇게 끝이구나 하는 허망함과 마음을 채우고 들어오는 음악의 소중함에 대한 생각들로 머릿 속이 어지러웠습니다. 그리고 장시간의 스탠딩의 후유증으로 슬슬 다리도, 허리도 아파왔고.. 하지만 이미 저와 친구는 무대에서 셋째줄까지 진출해있었고, 이미 제 뒤에는 인의 장막이 너르게 펼쳐져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토이를 기다렸습니다. 과연, 언제나 나올는지.
9시가 조금 지나자, '길에서 만나다'가 흘러나오며 무대 스크린에 화려하지만 쓸쓸한 서울의 밤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과연 A night of Seoul이구나, 라는 느낌. 이 노래도 제가 개인적인 추억이 상당히 많은 노래라 마음이 울컥울컥. 그리고 '라디오 천국'이 뒤이어 흐르면서 토이의 세션들이 등장했습니다... 캬, 이 노래를 공연장에서 듣다니. 유희열이 등장하자 주변 여자분들의 환호성이 장난 아니더군요. 뭔가 진지한 음악 팬으로 스스로를 위장하고 있던 사람들이 갑자기 유희열 빠순 모드로 급변한듯한 인상? 뭐 나쁜 뜻이 아니라 그냥 그런 급변모가 재밌었어요. 그때쯤 제 동행인도 "오빠! 오빠!"를 남발했고.. 저도 자기도 모르게 "형 멋있어요!"를 외쳤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등장하고 첫 곡으로 '거짓말 같은 시간'이 나왔던 것 같네요. 스크린에 흐르는 가사들, 그리고 가슴 속에 저절로 기억되어있는 멜로디.. 사실 9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문화 생활을 영위해온 20대 초중반 치고 누가 토이 노래를 안들어봤겠습니까. 그리고 '거짓말 같은 시간','여전히 아름다운지','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좋은 사람'을 들으며 청춘의 아픔에 가슴으로 울던 기억이 없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그냥 추억과 감동의 무대였습니다. 토이의 쟁쟁한 객원 보컬들도 대부분 무대에 올랐고.. 특히 이지형은 도대체 본인 무대를 제외하고 객원으로 몇 번이나 무대에 오른건지.. 아무튼 정말 가슴 찡한 토이의 공연입니다.
4. 뭐 이렇게 GMF도 마무리 되고, 가슴 한 구석이 뚫리는 듯한 허전함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3일 동안 정말 즐거웠고, 거의 모든 무대가 감동의 연속이었습니다. 그냥 잔디 마당에 누워서 햇볕 쬐는 것 마저 행복한, 가는 곳곳 마다 음악이 들리고 그 음악에 맞추어 몸을 흔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그런 잊혀지지 않는 순간들이었네요. 펜타포트, 부산 락페, 쌈싸페 등등 쟁쟁한 공연을 한두번 가본 것이 아니었지만 GMF 처럼 편안하고 감동적인 공연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이런 축제가 성공리에 개최됬다는게 스스로 너무 즐겁고, 2009년에도 무조건! 가야겠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어요. 물론 그때도 저는 궁에 있겠지만..(한숨)
그래도, 음악이 있어서 즐거운 인생입니다. 안그런가요?
BGM. GMF2008 테마 송, 페퍼톤즈 - NEW HIPPIE GENERATION (GMF2008 DJ Lozik RMX)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37:22
상병 양순호
수많은 것들 가운데에서, 책마을에서 보는 이야기네요. 히히. 2008-10-26
16:09:16
상병 김신흥
저는 당연히 삼일관람이지. 라는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첫날만 갔었답니다.
물론 공짜로 갔지만, 끝날때까지 토,일요일 공연의 아쉬움이 계속 남았답니다.
문샤이너스는 처음 알게된 밴드인데, 어쩌다 공연장 맨 앞쪽에 있던 터라 굉장히 즐거웠네요. 하하 예찬님 어쩌면 저랑 마주쳤을지도. 2008-10-26
16:15:12
병장 이동석
책마을은 가리는게 없습니다. 흐흐. [내글내생각]으로 올려도 되지 않을까 싶은 무게가.
저도 내년엔 반드시 갑니다.
그랜드 부킹 페스티발 반드시 참가 할껍니다. 흐흐. 2008-10-26
17:12:10
일병 김예찬
동석님 리플을 보니 중요한 사실을 빼놓았다는 것이 떠올랐습니다.
GMF 갈 때 가능하다면 꼭(!) 애인을 만들어 가세요. 내년도를 준비하는 저의 강한 다짐입니다. 흑흑. 2008-10-26
17:26:50
병장 김준엽
어제보단 오늘이, 오늘보단 내일이 기대되는 공연인거 같네요 싼가격에 가수들이 매일 돌아가면서 하던 공연이 있었는데 이승환이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남자와 둘이 공연을 보러간적이 있었습니다. 공연은 재밌었지만, 공연만 재밌었죠. 2008-10-26
17:31:47
이건진
개인적으로 입궁후 무수히 많은 공연들을 놓쳤습니다.
마룬5, 비욘세, 씨아라, 11월에 있을 자미로콰이 공연도 못갈꺼고..
쌈싸페 2년연속 못가고.. 거기에 GMF는 라인업이 장난이 아니더라구요.
글 속에서 제작년 쌈싸페 갔던 제가 오버랩되는군요.
잔디광장에서 뒹굴거리며 음악을 한껏 느끼고, 슬램도 하고.
완전 최고였는데. 내년엔 꼭 GMF, 쌈싸페 다 갈껍니다. 꼭. 2008-10-26
18:16:46
상병 이우중
음란가수 요조는 저도 꼭 보고 싶었는데 말이죠(웃음)
저는 나가자마자 영화제부터 싹 쓸고 다니고 싶어요.(어디까지나 희망이지만) 2008-10-26
21:05:07
병장 강문석
와우, 멋진 공연 후기입니다. 이렇게 인디밴드들이 많이 나오는 줄 알았더라면 한번 알아볼걸.. 하는 생각이. 우리나라 인디 페스티벌은 쌈싸페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이거 우물안 개구리였네요.
...그나저나, 공군 Pop in the sky가 되나요? 전 공군 뉴스레터 들어가려고 하면 안 되는데. 정말 거기 안되서부터 궁생활 낙이 절반은 사라져버린.. 2008-10-26
23:42:24
상병 이지훈
하늘지킴이 뉴스레터 막힌지 꽤 되었습니다 공감으로 직접 들어가면 됩니다 2008-10-27
04:33:12
상병 김남우
덧, 내년에 가실 분은 돗자리와 와인, 보드카도 꼭 챙겨가세요! 전 이번이 첫 지엠에프였는데, 그것들을 챙겨가지 못한게 엄청난 한이 되었다는... 2008-10-27
06:55:26
상병 김동민
돗자리, 와인, 보드카가 없어도 잔디밭에 앉아서 캔맥주 까먹는것도 나름대루 좋은데.
요샌 또 대학에서조차 그런것 못하잖아요.
거기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건, 0군 약복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 엄청난 철면피다라는 생각... 2008-10-27
07:23:26
병장 이현승
GMF! 펜타를 가는 대신 이걸 포기해야했죠. 근데 올해 라인업이 역대 최고 였으니..
욜라탱고하고 투톤슈,, 그리고 토이까지. 이건 뭐 답이 없었네요.
부러워요! 2008-10-27
07:52:40
병장 박상욱
무려 frog 군복 입고 다니시던 대인배 이병님도 보았다죠
맥주도 좋지만 거기서 사먹게 되면 한잔두잔 은근히 돈이 많이 나가기 떄문에
근처 마트에서 보드카/위스키/와인을 사가는 게 좋아요.
그리고 그랜드 부킹 페스티벌 은근히 보람찬행사더군요 2008-10-27
08:38:09
일병 김예찬
오 GBF에서 성과가 있으셨던 분은 따로 후기를 좀 올려주시는건 어떠신지. 핫핫. 전 저녁이 한참 남아서 차마 신청하기가 뭐하더라구요. 내년에나 한번 시도해볼까 생각 중입니다.. 2008-10-27
11:26:54
병장 어영조
엠넷 take1에서 GMF 참가 가수들의 곡을 좀 들려줬는데요.
저는 무엇보다 데파페페가 제일 좋았어요.
그리고 공감에서 들어본 싸구려커피는 정말 탄성이 절로 나오는 곡이더군요. 2008-10-27
11:50:25
일병 권홍목
이건진/ 저는 입궁후에도 볼건 다본 케이스 하하핫(땀땀)
M.C.R , 뷔요크, 마룬5는 입궁전에 보고
입궁후 펜타포트와 GMF도 챙겨봤네요 (자미로콰이도 볼겁니다 후후)
볼거 다보려고 노력했지만, 그래도 포기할수밖에 없었던 듀란듀란과 쌈싸페, 그리고 있는지도 몰랐던 LCD사운드시스템과 저스티스의 공연들을 생각하니 역시 저녁먹는거밖에 답이없단생각이 드네요 2008-10-27
12:38:26
병장 이동석
요새 '싸구려 커피' 가사를 인용하는 댓글놀이도 있다던데, 아아 궁금해라, 어떻게 하는건지. 흐흐.
정말 내년엔 무슨일이 있어도 갈겁니다. 철없는 복학생에게 시험따위. 요새 힘달려서 펜타포트는 조금 부담이 있긴한데, GMF는 그런 부담은 덜할것 같군요. 그리고, 꼭 님과 함께 갔으면 하는. (깝) 2008-10-27
13:50:10
병장 김동욱
언니네 5집은 정말 대박! 요새 거기에서 헤어나오질 못하고 있어요. 그런데 그 곡들을 라이브로 듣는 기회를 놓쳤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납니다.
"'거짓말 같은 시간','여전히 아름다운지','내가 너의 곁에 잠시 살았다는 걸', '좋은 사람'을 들으며 청춘의 아픔에 가슴으로 울던 기억이" 있는 제게 토이의 공연도 너무 아깝네요.
내년에는 꼭 저도 갈거요! 2008-10-29
01:2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