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 고지에 올라서서.  

병장 손근애  [Homepage]  2009-06-01 09:17:45, 조회: 124, 추천:0 

이곳에 온후, 많은 것이 바뀌었다.
많은 것들에 제한을 받았고, 많은 것들의 새로운 면을 보았다. 먼저 거쳐온 친우들을 통하여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던 이곳이었기에 들어오기 전부터 어느정도 다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과연 그 이상의 공간. 겪어보지 않고서는 감히 다 알수 없는 곳이었다, 이곳은.

살아가면서 내 자신의 위치에 대해 이렇게 필사적이 되었던 때가 얼마나 있었나 싶다. 하루하루가 곧 경험치였고, 한달한달이 목표에 근접하는 한걸음이었다. 그것들을 모두 쌓은 사람들을 하나하나 정문 바깥으로 보낼때마다, 저사람들이 쌓은 것만큼 나도 쌓여가고 있다고 위안하며 버텨나갔다. 내 위치를 만들고, 그 위치를 딛고, 올라서고. 회색조의 계절은 어느새 생동감이 넘치는 짙푸른 녹음으로 바뀌었고, 다시 붉게 물들었다가 회색조로 바뀌는 것을 반복했고, 다시한번 돌아온 짙푸른 녹음의 계절에서 나는 그토록 꿈에 그리던 최후의 고지에 올라섰음을 실감한다.

양 팔에 올라앉은 네개의 작대기는 새로운 위치의 시작을 알리는 것과 동시에 이 기나긴 터널의 끝이 다가왔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시작의 설렘과 끝의 무상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진한 아쉬움의 향을 코끝에 머금는다. 지금보다도 더 먼 미래를 바라보고, 준비할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남은 시간 뿐이다.

이제 온전히 높은 위치에서 밑을 바라보고 내리막을 준비할 때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더 높은 오르막을 쉼없이 달려갈수 있도록 가속을 준비해야 한다. 지금까지 달려온 것 이상으로 더욱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고, 준비하고, 달려가야 할테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온전히 기뻐한다. 그동안 잘 버텨온 내 자신에 대한 대견함으로, 얼마 남지 않은 이 생활에 대한 후련함으로.

진심으로 소망한다. 
정문을 나서면서 누구보다도 기쁘게 활짝 웃을수 있기를. 더 잘하지 못했다는 후회와 더 얻어나오지 못했다는 아쉬움에 휩싸여있지 않기를. 그리고 그것을 통해 얻어진 에너지로 쉬지 않고 더 높은 오르막을 쉽사리 오를 수 있기를.

이제, 내리막을 준비한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6-08
08:54:47 

 

병장 김형태 
  축하드립니다- 
캬캬캬, 저희는 4학년이 8개월인지라 내리막을 준비한다고 하면 호되게 당하곤 하는데, 뭐... 부럽습니다 2009-06-01
09:26:22
  

 

상병 양동훈 
  저도 다음달에 따라갈거에요! 2009-06-01
09:32:19
  

 

병장 정근영 
  그러게요. 
도착했습니다, 드디어. 
미묘한 기분이에요. 2009-06-01
09:32:41
  

 

상병 양동훈 
  어머나 근영씨도 달았네.... 2009-06-01
09:36:04
  

 

병장 차종기 
  저는 저번달에 이미.. 2009-06-01
10:20:27
  

 

상병 김태완 
  축하드립니다. 2009-06-01
10:51:33
  

 

병장 이동열 
  내리막길은 조심해서 내려오셔야 합니다. 낄낄 

등산에서도 하산을 더욱 조심하라고 하지요. 깔깔 2009-06-01
12:06:28
  

 

병장 손근애 
  모두에게 // 

참 많은 생각을 하게 되는 마지막 오르막의 정상입니다. 내리막을 준비한다고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더욱 많은 것들이 일어나는 이곳의 특성상, 얼마나 더 많은 시간과 사건을 겪어야 될런지요. 후후. 

축하 감사드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2009-06-01
12:55:35
  

 

상병 김태훈 
  요즘 '전문V'를 장려한다고합니다. 어떻습니까? 이곳의 좀더 높은 곳을 구경하실 기회는 많습니다. 하하하 2009-06-01
15:31:50
  

 

병장 김우현 
  6월 24일. 저 또한 정문을 나서겠군요. (웃음) 
저 또한 후회스러울 2년이 되지 않기 위해 과거부터 많은 준비를 해왔지만 
오히려 다른 부분에서 후회가 남더군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건지기에는 2년이라는 시간이 짧은 건지 
그저 자신을 위한 핑계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입니다. (웃음) 2009-06-01
18:33:49
  

 

병장 박창현 
  김태훈님의 의견에 적극 찬성(?) 합니다. 
그리고 축하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