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야기]개와 고양이는 표현법이 틀려 싸운다네.
병장 윤영돈 [Homepage] 2008-09-14 16:43:56, 조회: 224, 추천:2
나는 누굴 먹여주는 것을 좋아한다. 내가 남녀노소 상관없이 나에게 무엇이 됐든간에 호감을 가지게 만든 모든 이와 식사를 할 때 한번이라도 음식을 집어 상대방에게 주고, 그 행위는 주는걸 받아서 먹는 것이 아닌 입까지 다이렉트로 연결되어야 한다. 취미답지도 버릇답지도 않은 이 행동은 나와 식사를 처음하는 상대방들을 당황하게 한다. 남녀노소는 물론이며 지위나 친분에 상관없이 마음에 든다하면 아무런 말도 없이 주고보는 것뿐만 아니라, 평소의 내 성격에 대한 평들인 냉정하다, 참견을 싫어한다, 파이터기질이 투철하다, 악당이다. 등등의 이미지와 부합되지 않기 때문에 더 당황하는 것 같다. 위의 악평들에 대한 그렇지 않다는 소소한 변명을 할 수는 있지만 굳이 관심을 기울이면서까지 하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에 내버려뒀고 그래서인지 나와 친한사람들이 아니면 대부분 내가 건내주는 음식물을 "아, 응?, 응"하며 어색하게 먹는다.
먹여주는 행위는 내가 가지고 있는 애정표현의 한 수단이다. '내가 비록 너를 처음봤어도 이유를 불문하고 마음에 드니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눠먹고 오순도순 잘 살아보자구나.'라는 의미를 가진 조금은 보통에서 벗어난 애정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이런 보통의, 일반적인, 보편적인 표현을 벗어난 표현은 상호간의 커뮤니케이션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내가 하는 애정표현이 상호간의 불화를 일으킨 적은 없었지만 후에 나의 절친한 동생 K군이 "나는 형이 나한테 뜬금없이 입을댄 수저를 내밀었을 때 게이인줄 알았어"라고 말하는 등의 작은 오해를 불러일으킨 적은 있었다. 그렇다고 해서 남에게 떠먹이는 것을 자제하지는 않았다. 먹여주는 것을 좋아하고 그것이 작은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는 해도 아직까지 큰 피해를 입힌 적은 없었기 때문이다.
나와같이 비일반적인 표현을 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을 거라고 생각한다. 성격은 털털하면서 이상하게 뒤에서 사람 옷깃잡고 있는걸 좋아하는 미소년 문종양. 덕분에 내 옷이 늘어난게 많았더랬지. 늘어난 옷에 대해 한숨을 푹푹 쉬며 괜히 애꿏은 아이에게 화를 내면 울상을 지으면서 귀가 쫑긋쫑긋 움직이는 생물학적으로 불필요한 근육은 퇴화한다는데 과학적으로 아직 진화가 덜된 종욱군과 이상하게시리 친해지면 친해질수록 쑥스러움을 더 타는 핑크 재현군등 주변을 둘러보면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잘 받아들여주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적을 거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은 일반적인 것에 익숙해져 비일반적인 것에 대해서 우선은 경계부터 취하고 보자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나와같은 표현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근데 이런 표현들도 보고있으면 다른 표현과 그렇게 차이가 나 보이지 않는다. '이상하다'는 개념으로 취급해버릴만큼 특별하지도, 해괴하지도 않은 표현이다. 단지 자주 볼 수 없기 때문에 익숙하지 않은 것 뿐인데 너무 심각하게 생각하고 받아들이는건 아닌지. 타문명도 이해해보자는 세계화시대에 너무 야박하게 굴지말고 그래도 안된다면 굳이 이해하려고 노력할 필요는없다. 그런 비일반적인 표현을 하는 소수의 사람들중 대부분은 솔직한 편이니까 그냥 '하 고놈 참 애정표현을 때때하게 하는구나' 또는 '푸- 웃긴 놈.'이러고 말면 된다. 그런 놈들은 이해해주길 바라는게 아니라 자기가 원해서 하는 행동이니까.
물론 그 표현의 범위가 '나는 새디스트니 너를 괴롭히고 고통주는게 내 애정표현이니까 부담없이 받아줘♡'하는건 위험하겠지만 익숙하지 않은 표현을 하는 사람들이 병원에 입원할 만큼 정신적 병명을 지닌것도 아니고 피해를 주는 만큼 폭력적이지도, 퇴폐적이지도 않으니 '문제있다.' 라고 규정할 수는 없다. 개와 고양이의 싸움도 서로의 표현방법이 틀려서 싸운다는 소리도 있다. 근데 요새는 고녀석들이 TV에서건 주변에서건 서로 잘지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서로 짖어대고 노려보는 모습속에서 그런 모습을 보고 있는것을 보고 있으면 각자 무리에서 이상한 취급을 받는 녀석들이 아니라 서로의 애정표현을 이해하거나 받아들여주고 있는 것 같아 괜시리 웃음이 나온다. 그걸 내 주변에서도 볼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하는 작은 소망도 바래볼 뿐이다.
이 철저하게 용두사미한 자기주장이면서도 내글내생각이 아닌 일상이야기라고 올린 이 이야기는 부대찌게 회식중 간호miner님께 싸준 쌈하나가 발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순식간에 사모한다느니 하는 소문이 쫙 퍼졌는데 나와 친한 직원들은 같이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다. 사회에 있을때와 마찬가지로 날 변론할 필요성을 못느끼고 있으므로 그냥 마음대로 떠들라고 냅두고는 있는데, 자꾸 신경이 거슬리게 하고있어서 짜증은 나지만 지금 화내봤자 변론에 도움이 안되는게 당연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속풀이라도 해볼까 애꿎은 주민분들께 끄적이는 화풀이격인 글이다.
뭐, 그렇다는 이야기다. 자, 입 벌리세요.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20:09:54
일병 오창희
중대장(균) : 자네, 의무병(따개)이면서 멸균법은 숙지하고 있나? 2008-09-14
16:48:28
상병 박찬걸
사실 그건 그래요.
장난으로 한 말이 상대방에게 상당히 기분나쁘게 들리기도 하더라고요. 쩝. 2008-09-15
11:40:52
병장 이태형
왜 일상이야기로 하셨나요.
가지로 외칠려고 했는데.
대신 추천. 2008-09-16
09:15:44
병장 윤영돈
일상이야기이니까요(웃음) 2008-09-16
09:31:39
병장 이동석
일상이야기도 가지로 갈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글만 좋으면, 하하 2008-09-16
12:41:57
병장 이동석
음, 전 수저로 떠먹여주는건 어무니가 주셔도 안먹으니까요,
어서 수저를 내려놓으세요.
쌈싸주는건 생각해보죠. 2008-09-16
13:25:18
상병 박문희
획일화를 방해하는 것들은 모조리 쌈싸먹어~
예의,매너,체면을 중시하는 쭌교수님은 이리 말씀하셨을까요.
다름을 잘 받아주지 못하는 한사람으로써 영돈님의 개성있는 모습은 참 인상적이네요. 2008-09-16
13:45: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