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장래희망 2006-09-26 16:08:38
병장 이영기
http://22.49.3.1/home/?article_srl=15253
장래희망을 물을 때면 항상 난감하다. 아주 어릴 적부터 내 장래 희망 직종은 항상 관료직 공무원이었고, 이 꿈은 사회에서는 꽤나 흔해 빠진 것으로 치부된다. 혹은 야망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거나. 내 희망직종이 꽤나 오랜 꿈이라는 것을 설명하려면 조금 긴 설명을 덧붙여야 한다는 사실은 꽤나 귀찮은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쨌든 중요한 건 나 자신의 의지라고만 생각하기에는 또 왠지 억울하고. 나는 모든 사회와 인간을 알고 싶고, 그 직종이 되어서야만 알 수 있는 지식이 많은 직종을 택하려 했기에 공무원을 택한 것이다, 라거나 알게 된 뒤에 보다 더 많은 혜택을 던지기 위해서 젊은 나이에 가능한 직종은 공무원 뿐이었다, 라고 하나하나 다 말하는 것은 정력적으로 꽤나 낭비적인 일이다.
문제는 그 뿐만이 아니었다. 관료는 어디까지나 장래 희망 직종일뿐, 장래희망은 아니다. 장래희망은 보다 본질적으로 내가 앞으로 살아갈 모습을 꿈꾸는 것이며, 그 사람의 사상 그대로를 보여준다. 다른 이와 함께 웃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할까? 모든 걸 다 알게 될 수 있길 바란다고 할까? 행복할 수 있고 싶다고 할까? 아니 행복은 너무 모호하다. 보다 더 정교하고 세부적인 목표가 필요해. 흔한 일이지만, 사유의 흐름 속에서 보통 장래희망에 대한 보다 세부적인 고민은 어느새 장래의 인생에 대한 목표로 전이된다. 어른의 인생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는 청년, 소년들은 따라서 다시 직장에 대한 생각을 시작한다. 직장을 가진 이의 생활은 그나마 예측가능성이 있다고 오해하고 있기 때문에.
혹여 다른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을 수 있다. 자식에 대한 양육계획이라거나, 배우자에 대해 조금 더 세밀하게 생각하는 이들은 그러나 생활에 소득이 전제되지 않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비판의 가능성 때문에 별다른 의미를 두기 힘들다. 이상형의 제시나 자신의 어린 시절에 대한 불만 토로가 아니라면, 가족계획은 어디까지나 소득에 대한 예측을 바탕으로 해야만 하고 따라서 고민은 다시 직업에 대한 것으로 옮아간다. 사실 불가피한 일이다. 직업은 업이고 자기 계발의 일차항목이며 자아 획득의 전면에 드러난 함수다. 직업을 외면하고 장래희망을 짠다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 사실이다.
허나 그렇더라도, 직업에 대한 고민만으로 내 인생에 대한 희망을 가로하긴 왠지 모자란 느낌이 든다. ‘나’란 어딘가 따로 떨어진 존재인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직업이며 가족, 행복 추구의 그 모든 것은 그 동떨어진 나를 추구하는 것처럼 생각된다. 사실, 장래희망을 생각할 때, 외부적 요소에 대한 그 어떤 고민도 결과적으로 의미가 없는 것으로 부정되는 이유는 어쩌면 바로 여기에 근거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퓨어스도 말했듯, 사회 속을 살아가는 인간은 사회적 관계와 조건의 총합체에 다름 아니다. 따로 떨어진 나, 는 최소한 현실적으로는 의미없는 몸부림에 불과하며, 차라리 모든 예측 가능한 사회적 관계와 조건들을 총체적으로 고려함으로써 장래희망을 설계하는 것이 보다 의미있는 노력이 될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직업에 대한 고민만으로 스스로를 속이는 느낌이 드는 것을 타파할 수 있지 않을까. 장래희망 직업에서, 같이 살고 싶은 연인, 자식에 대한 고민, 삶을 영위할 태도, 퇴직 후의 노년에 대한 기대와 계획, 젊은 날 꿈꾸는 최종적인 목표, 한국 미래에 대한 예측과 예상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계속 자신이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찾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으로써 ‘장래 희망’을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이 사회에 대한 고민, 자아에 대한 성찰, 이상형에 대한 고민, 자신의 성장과정에 대한 성찰에 자식 교육에 대한 관점, 소득, 소득의 활용, 사회적 지위, 권력, 권력의 의미, 명예, 지양할 가치들. 꽤나 지난한 작업이겠지만, 글쎄, 장래희망의 고민이란 건, 어차피 하릴없는 젊은 시절의 유희니까.
대충 이렇게 정리하자. 난 모든 것을 알고자 하는 지 知를 추구하는 것을 인생의 업으로 삼는다. 알게되면, 최대한 많은 이가 행복할 수 있게 행할 것이다. 그것을 위한 관료, 그래서 관료를 지향한다. 그 속에서도, 조직내의 한 단위로써 큰 힘을 발휘할 수 없겠으나 최선을 다하자. 잔잔한 감성의 문예를 사랑하고 (가능하다면 그 분야에 종사할) 여인과 사랑하고 서로를 한없이 끌어안고 싶다. 자유롭게 자식을 키우고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아름답게 살아갈 수 있도록, 이 나라가 흔들리더라도 비겁해지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대충, 그러하다.
기품,
우아함,
무엇보다, 단아함.
사랑하고 싶습니다. 가을. 혼란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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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장 이영기
말했듯, 일상언은 발췌언같은, 이미 071c가 쉽게 써버릴 수도 있을 정도로 비교적 잘 아는 지식을 시류영합(.....?)적으로 써내는 글이 아니라, 도리어 071c가 잘 모르는 분야를 도전하듯이 그냥 제껴 써대는 글입니다. 따라서 대부분 비공개. 이번 글도 심리나 욕망분석이라는 전혀 생소한 분야를 제끼듯 써댔기 때문에 더더욱 난삽합니다만, 사유의 외연을 넓히기 위해서는 일단 같이 생각해 보는 것도 좋잖을까, 싶고 선정성 적당히 있어서 놀기 좋을 것 같아서 원래는 올릴 계획이 없었음에도 올립니다. 발췌언과는 달리, 이영기씨에 관심이 없다면 안 읽어도 무관은 합니다. 또한 그냥, 일상의 비틀어보기 시도 기록이라고 봐 둬도 무관합니다.
이 댓글은 향후 1번 더 달릴 예정입니다.
2006-09-26 16:13:34
상병 조형규
으음. 와. 이런 글도 올려주시다니. 뭔가 써놓고 혼자서 이리저리 고쳐보며 즐길 만한 글인데, 다 같이 돌려보자고 올려주신 것 같아 웬지 고마운데요.
장래 희망 직종과 장래 희망은 다르다는 거.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건데 그렇게 생각하기가 쉽지는 않네요. 뭐 장래 희망 직종에 대해서도 아무 계획도 생각도 없는 저 같은 사람한테 장래 희망이란 더 머나먼 얘기라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알게되면, 최대한 많은 이가 행복할 수 있게 행할 것이다' ←저도 이런 말 해보고 싶습니다. 아음. 그만 게으르고 생각좀 해야지.
2006-09-26 16:44:18
병장 고계영
영기씨 같은 분이 '관료'가 되신다면. 그쪽 지역사람들은 참 재미있을 거에요.
이래 저래.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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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이 스르륵느껴지는 글이군요. 잘 읽었습니다.
2006-09-26 18:5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