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론, 진보의 장(발터벤야민)(1)
병장 이건룡 04-19 10:48 | HIT : 149
< 아케이드프로젝트>는 발터벤야민의 미 출간 된 19세기 파리의 파사주에 관한 여러 논제 아래 자료들을 모아 논 노트이다. 그중 "인식론, 진보." 장은 노력의 의도가 구체적으로 들어나는 장이다. 거대한 이 책의 의도를 중히 여기기에 이 장에서 인상 깊은 구절들을 모아 입 맛 따라 구성하여 모아 본다. 더러는 내용이 길어 진득한 필기를 하지 못하는 둥해서 주섬주섬 기워놓은 꼴이 될지 모르지만 단 한 번의 읽기로 종료하지 않을 것이니 정돈이라는 의미 있을 기억으로 남기는 것도 나쁘지 않다. 요즘 무슨 책을 읽을지 갈팡질팡하고 있으니 메모들을 한번 (여태껏 한 번도 하지 않은) 정돈을 하기 좋은 시기가 아닐까?
1. 쇠망의 시대 같은 것은 없다. <비극>에 관한 작업에서 17세기를 살펴보려고 했?만큼이나 19세기를 철저하게 긍정적으로 보려는 시도. '쇠망의 시대' 따위에 운운은 믿지 말 것. 그렇기 때문에 나에게는 (시의 경계 바깥에 있는) 모든 도시가 똑같이 아름다우며, 또 어떤 언어가 가치 있고 다른 언어는 가치가 덜하다는 이야기는 받아들일 수 없다. 인류가 눈을 비비며 바로 이러한 꿈의 이미지를 그자체로 인식하는 시대에만, 바로 이 순간 역사가가 그러한 꿈의 이미지에 대한 해몽의 과제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프루스트가 자기 인생을 이야기를 잠에서 깨어나는(각성) 장면부터 시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모든 역사 기술은 깨어나는 것(각성)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각성이란 꿈 의식이라는 테제와 깨어있는 의식이라는 안티테제의 진테제가 아닐까? 이 순간 사물들은 진정한 -초현실주의적인-모습을 하게 된다. 따라서 프루스트에게는 인생 초고의 변증법적 단절점. 즉 각성의 순간 생애 전체에 대해 쓰기 시작하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것이다. 프루스트는 깨어나고 있는 어떤 사람의 공간에 대한 묘사에서부터(<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시작하게 된다.
진보이념을 자체 내에서 무효화해온 역사유물론을 제시하는 것을 이 프로젝트의 방법적 목표중 하나로 봐도 좋을 것이다. 바로 여기에 역사유물론이 부르주아적 사유습관과 명확하게 분리되는 충분한 이유가 될 수 있다. 역사유물론의 기본 개념은 진보가 아니다. 현실성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아케이드프로젝트>는 19세기로 부터의 각성을 다룰 것이다.
오래된 선사 시대적 두려움이 벌써 우리 부모들 주위 세계를 에워싸고 있다. 왜냐면 우리는 더 이상 전통에 의해 부모들의 세계와 연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징화된 관습적 세계들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붕괴되고, 그러한 세계들 속에 들어 있던 신화적인 것들은 점점 더 급속도로, 무지막지하게 보다 분명한 모습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와는 완전히 다른 상징화된 관습적 세계를 빨리 만들어 붕괴되고 있는 세계와 맞서야 한다. 현실적인 근원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보면 기술의 가속화된 속도는 이렇게 보인다.
분명 전통의 영속성은 가상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처럼 영속적인 것처럼 보이는 가상의 영속성이 이 전통에 영속성을 부여한다. 19세기가 이 근원의 역사의 본래 형식으로서 묘사 되었을 때에만 즉 근원의 역사 전체가 이 지나간 세기에 고유한 이미지들 곳에서 집약의 태로 그려졌을 때에만 비로소 19세기의 근원의 역사라는 개념을 가질 수 있다.
우리를 내부에 있는 이미지를 창조하고 있는 매질을 교육시켜 역사의 그늘의 심연을 입체적으로, 다차원적으로 볼 수 있어야 할 것이다. 현재사람들이 생각하는 보편 사는 반 계몽주의자들의 것임을. 진정한 보편 사는 메시아즘인 것임을 규정해야 할 것이다.
p.s 한 가지 생각. 이로써 전부 끝내지 않을 겁니다. 하나하나 조합해서 올린 것이 그 안에 새로운 조합이 나오는 계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내용상 부족하여 메모를 계속 추가도 물론 있어야겠지요(따라서 어쩌면 계속 바뀔지도).
병장 진규언
잘 읽었습니다. 건룡님의 생각이 충분히 드러나는 듯 하네요..
조금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질문 드립니다.
" 상징화된 관습적 세계들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붕괴되고, 그러한 세계들 속에 들어 있던 신화적인 것들은 점점 더 급속도로, 무지막지하게 보다 분명한 모습으로 드러내고 있다.이와는 완전히 다른 상징화된 관습적 세계를 빨리 만들어 붕괴되고 있는 세계와 맞서야 한다."
.. 라는 구절이 조금 이해가 안되어..
전혀 다른 상징화된 관습적 세계를 구현하는 것이.. 쉬운일이 아님을 알고 있으나, 선구자적 노력으로 인하여 그것이.. 형상화 되었을때에.. 그리고 전 세계에 널리 퍼졌을때, 그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그 또한.. '곧 붕괴될지도 모르는' 상징화된 관습적 세계로 변질되지 않을까요 ? 잘 모르겠습니다.
더불어, 발터 벤야민 이라는 사람을 일전에 언급해주셨던 기억이 있는데.. 기억력이 너무 안좋아 잊어버렸습니다. 조금만 설명 부탁드릴게요..(웃음) 04-19
병장 이건룡
엄밀히 저의 글은 아니죠. (웃음) 말했듯이 발터벤야민의 글을 조약하게 조합한 것에 불과해요.
그리고 오타가 있어서 그러신 것 같은데. '현실적인 근원의 역사하는 관점'이 아니라 '현실적인 근원의 역사라는 관점' 입니다. 그 부분에서 제가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이 부분인데. 여기에서 오타가 나온 것을 미처 신경쓰지 못했군요......중요한 것은 그의 유물론적 역사 관점, 바로 인식면입니다.
이외의 유년기적 경험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습니다(다만 그의 저작 <베를린 유년시절>을 구하질 못했죠). 그와 관련된 메모는 쪽지로 보내드립니다.
발터 벤야민은 문예비평가로써 공식석상에 드러낸 사례는 적고 그에 대해서는 한나아렌트와 아도르노등에 의해서 이름이 드러나게 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더구나 그의 주저인 <아케이드프로젝트>도 사실 유서(그것도 피난민이 폐기 했답니다)외 남겨진 (미완성 된)글에 불과 했었습니다(프랑스와 스페인 인접된 국경에서 그와 함께 있었던 난민들에 통해서). 한편 게르만 숄렘은 <한 우정의 역사>라든지 서신들을 모아 <편지 전집>으로 발터 벤야민을 기억하기도 했답니다. 그에 관한 책은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04-19
병장 심승보
규언/ 반성완 역,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이란 책으로 접근하시는 것이 가장 무난할 듯 합니다. 여담이지만, 발터 벤야민은 강유원, 진중권이 무척 총애하는 사상가이기도 합니다. 가장 유명한 단어는 '아우라', 가장 유명한 그의 글은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입니다. 물론 위의 책에 포함된 글입니다.
건룡/ 입장 총서 시리즈 중 하나인 벤야민의 <베를린 유년 시절>은 아마 절판 상태로 알고 있습니다. 다행히 전 인터넷 헌책방에서 운 좋게 구했답니다. 건룡님도 나중에 한번 헌책방 쪽을 잘 뒤적거려 보시면, 아마 구하실 수 있을 겁니다. 물론 자주 '도는' 물건은 아니지만요 04-19
병장 이건룡
승보/절판되어 전 그냥 제본 뜰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알라딘 어느정도 회원되어서 재출간 하면 연락도 준다 해도 언제까지 기다리기만 할 수 없는 노릇이고요. 헌책방은 나중에 시간 많을때나 들락거려야 겠네요 감사합니다.
규언/ 이제 생각하니 <발터벤야민의 모스크바 여행기>를 전 개인적으로 추천해 드리고 싶네요. <발터벤야민의 문예이론> 알라딘 서평 보니깐 모스크바 여행기 번역하신 김남시분이 오역들을 지적하더군요. 우선은 그탓인지 아직 전 구입 안했습니다(돈도 없고). <기술복제시대의 예술작품>은 진중권 학술연구팀에서 번역해 논게 네이버 상에서 돌아다니더군요.
전 문예 비평 보다는 '산책가' 발터 벤야민을 좋아해서요. 04-20
병장 진규언
건룡님, 승보님 답글 감사합니다. 피상적으로나마 접해본 진중권씨가 총애하는 분이라니.. 적어주신 서적들을 소중히 적어 놓겠습니다. 04-20
병장 이건룡
굳이 딴지를 걸자면 총애하는 보다 신뢰하는 것이 맞지 않나요.. 진중권씨를 높게 평가하시는 가 봐요. 언제 <미학 오디세이> 읽을 기회 있어야 겠는데 아직 너무 붕떠서 뜬구름 잡고 있으려니 04-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