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과 실재 : to '가상과 사실' 
 병장 이승일 03-21 22:37 | HIT : 105 




 태식씨가 글을 쓰신다고 하시길래 다음의 논점도 중요하게 생각보셨으면 하는 측면에서 간단히 써봅니다. 

 우리가 지금 문제삼고 있는 것이 과연 무엇입니까?

 태식씨는 "가상과 사실" 이라는 제목으로 글을 쓰고 계시다고 하셨지만, 이 두 단어는 문제의 본질을 정확하게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관심을 갖고 있는 것은 "인식과 실재" 사이의 문제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을 알고 있지 못합니다. 당연한 말이지요. 때문에 이 세상은 결국 우리가 지각하고 이해한 것, 즉 <우리가 인식한 것으로서의 세계>일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우리는 자신의 인식이 언제나 미완에 불과하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항상 무언가를 새로 발견하곤 하는데, 그것은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우리의 인식이 계속 확장될 수 있다는 것은 그것이 불완전함을 암시하는 것이며, 아직은 인식되지 않은 무언가가 존재할 수도 있음을 말해주는 것입니다. 실재라는 개념이 요청되는 것은 바로 이 지점입니다. 실재란, 우리가 아직 인식하지 않았을 수도 있을 무언가를 인정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입니다. 
 우리가 아직 인식하지 않았지만 앞으로 무언가를 인식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야 말로 인식을 초월한 실재라는 개념을 받아드리게 하는 강력하면서도 사실상 유일한 요소인 것입니다. 

 저는 실재라는 개념을 다음과 같이 해체할 수 있다고 믿습니다.

 실재 = 우리가 이미 인식한 것 + 우리가 아직 인식하지 않았지만,  인식할 "가능성" 이 있는 것

 좀 더 정확히는, 

a 가 실재한다 ↔ a 는 이미 인식 되었거나, 또는 인식될 가능성이 있다. 

' 인식할 가능성이 없는 것' 역시 실재의 개념에 포함시켜야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도 있고, 이것은 어려운 문제임에는 틀림없지만 저는 잠정적으로, 그것을 받아드리기 곤란하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나중에 논의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인식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습니다. 따라서 위의 도식에 따라 실재라는 개념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가능성' 이라는 개념만 정확히 이해하면 되는 것입니다. 가능성이라는 개념만 제대로 정립한다면, 우리는 실재를 오직 인식이라는 개념을 사용해서 이해할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그렇게 된다면 태식씨가 고대하던대로 우리는 실재라는 개념을 버릴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제가 실재라는 개념을 계속 옹호했던 것은, 그것이 정말로 영원히 폐기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니라, 아직 가능성의 개념이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역시 태식씨 못지않게 실재라는 개념을 폐기하고 싶어서 좀이 쑤십니다. 그러나 가능성이라는 개념은 실재라는 개념 못지않게 여전히 불확실한 개념입니다. 물론 실재라는 개념 보다는 훨씬 다루기 쉽지만요. 

 이러한 측면을 충분히 고려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