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연등시간, 독서실에서 백지를 두고 책상 앞에 앉았습니다. 저의 역량과 자질의 깊이를 스스로 잘 알고 있음에도 혼란의 시기를 틈타 날라리 부운영자가 된 저를 채찍질하며 책마을의 주민분들에게 보이는 얼개 글을 손으로 적어보고 싶은 마음이었습니다. 컴퓨터 덕으로 지금은 글을 '쓰는'게 아닌 '치는' 세상이지만 초등학교 시절 원고지에 차근차근 써내려가던 시기의 설렘과 긴장을 지금도 잊을 수 없습니다. 무척이나 고민하다 첫 문장을 이렇게 적습니다.

"어리석은 사람은 없습니다. 어리석은 시각이 있을 뿐입니다."

한 선배가 군에 있는 제게 해 준 말입니다. 그 말을 이렇게 바꿔 되뇌곤 했었습니다. 

"그래. 세상에 현상들은 많아. 문제는 관점이야."

제가 지향하는 관점은 어떤 것일까.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앞뒤 없이 백지에 나열했습니다. 진보, 공동체, 민주, 이타심, 평화, 세상과의 소통, 소수자에 대한 배려, 자신의 혁신, 진솔함, 연대의식. 이렇게 좋은 의미의 것들 중 딱 집어내어 "바로 이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제가 줏대가 없는 걸까요, 아니면 세상의 중심적 가치들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일까요.

가만히 백지를 한켠으로 밀어두고 이렇게 자위해봤습니다. 제가 가진 지향점을 꼭 짚어내지 못한게 참 다행일지도 모르겠다고, 앞으로 해나가야 할 것이 많아 다행이라고. 물론 백지에 적어 내려갔던 단어들의 교집합 속에 제 지향점은 조그마한 자리를 잡고 있겠지요. 

첫인사에서 이것만은 약속드리고 싶습니다. "가치로 매길 수 없는 사람들"이라는 책마을의 기치처럼, 세상과 그리고 주민 여러분과 낮고 굵은 목소리로 소통하며 웃고 떠들고 치열하게 연대의 바다로 나아가겠습니다. 이곳이 주민분들의 고뇌와 더불어 사람냄새가 녹아있는 공간이 되기를 바랍니다. 


01|병장 정경준  
 갈피를 잡지 못하고 헤매는 저의 지향점들도 "가치로 매길 수 없는" 우리 책마을 주민들과 함께 하는 가운데 작은 방향을 잡아가고 있는 듯 하여 즐겁습니다. 부촌장님 아자!

2007-11-20 09:32:06 | ipaddress : 52.2.6.194  
02|병장 배진환  
 공지글로 사뿐히 가주시는센스??,, 
수고하십시오. 기대많이 됩니다!!
2007-11-20 09:35:52 | ipaddress : 16.81.1.31  
  
 저도 노력하겠습니다!


2007-11-20 10:03:39 | ipaddress : 52.2.6.64  
02|병장 이기중  
 사람 냄새가 나는 곳, 그래서 책마을이 좋지요. 앞으로 많이 고생해주시길(웃음) 저도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드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07-11-20 10:25:52 | ipaddress : 56.4.2.227  
03|병장 문혁  
 사람 냄새가 나는 공간이 되길 .. 저 또한 바랍니다.

2007-11-20 10:33:34 | ipaddress : 22.39.1.140  
02|병장 정찬용  
 멋진데요. 역시 준연님. 다시 느껴지는 인트라넷의 따듯함에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웃음)

저역시 열심히 노력해보겠습니다!
2007-11-20 10:47:17 | ipaddress : 54.2.2.223  
01|병장 이선열  
 이런분이 있으시니까 책마을이 존속할 수 있는 거겠지요. (웃음)
2007-11-20 10:59:14 | ipaddress : 22.96.1.111  
02|6급 하지연  
 멋지십니다. 사람 냄새가 나는 공간은 저희 모두 만들어 나가야할 어떤 지향점인 것 같습니다.
여러분!! 추천을 아끼지 말고 마구마구 날려주세요.
추천.   생활화 합시다.


2007-11-20 11:20:53 | ipaddress : 52.1.4.101  
03|병장 최강  
 킁.. 이 냄새는 뭐지??(웃음)
2007-11-20 11:31:38 | ipaddress : 20.50.1.207  
02|병장 장윤호  
 멋지십니다 준연님(웃음)
저도 군생활의 목표 중 하나가 '관점 세우기'입니다. 
사회로 나가는 날 소중한 기억으로 남을 - 앞으로의 '관점을 세워나가는 날들'을 조심스럽게 기대해봅니다.

2007-11-20 12:38:59 | ipaddress : 48.1.2.227  
  
 정말 멋집니다.
앞으로의 책마을의 모습이 더욱 기대가 됩니다
2007-11-20 13:52:48 | ipaddress : 18.2.1.67  
02|병장 황인준  
 사람냄새가 남아 있는 공간.
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좋네요.
제가 추구하는 것이 사람냄새가 나는 사회 인지라.
아무튼 앞으로 많은 기대 할게요.
2007-11-21 08:23:49 | ipaddress : 52.1.8.185  
  
 관점이라. 으음.
2007-11-21 08:46:12 | ipaddress : 18.77.1.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