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가입인사] 잇힝  
상병 김무준   2008-12-16 06:09:30, 조회: 587, 추천:0 

1. 이곳은 어떻게 알게 되었나요? 
먹이를 찾아 산기슭을 어슬렁거리는 저 검고 무거운 표범처럼 어둠의 경로를 통해 심심풀이 땅콩을 찾다 여름 쯤 번뜩이는 눈동자에 들어온 곳이 있었으니 그곳은 이름하야 책마을. 깽깽이는 김원택씨의 배트맨 연대기, 황민우씨의 문학이야기, 하지원님의 비급 취향과 에세이 등으로 무료함을 달래고 있었습니다. 헌데, 깽깽이가 열심히 놀고 있던 한 게시판이 문을 닫으면서 생산한 텍스트를 폐기처분해야 할 엄청난 사태에 도달합니다. 웁스. 이걸 버리자니 아깝고, 처리할 곳은 없고, 그동안 먹은 심심풀이 땅콩에 보답하고자 텍스트를 토해놓는 경악할만한 짓을 저지릅니다. 그게 지난 시월이었군요.


2. 당신은 살아가면서 어떤 것들에 푹 빠져있었습니까? (독서를 제외하고) 
일단 말하자면 패션을 빼 놓을 수 없겠죠. 왜 패션에 빠지게 되었는지는 차차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삶의 도피처이자, 앞으로 살아갈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해 입사했습니다. 사실 그 때는 결혼을 마음먹은 여인네는 있었고, 돈은 없었기에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고자 갈매기를 달려 했을 뿐인데. 민간인 신분으로 최종까지 간 시험에서 떨어지고 말았고 홧김에 입사한 것도 있습니다. 입사 초기만 해도 정규직으로 갈까 고민하다 일월 쯤 여인네를 떠나보냈죠. 삶의 지표를 잃어버리고 방황하다 텅 빈 가슴을 채울 것으로 패션을 택했고, 이제는 패션으로 이룰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서고 싶습니다.

빠져있었습니까? 는 과거형이니 옛날 것도 말해보죠. 모던 락에 심취해있던 사촌 형의 영향을 받아 초등학생 때부터 니켈벡, 크리드, 후바스탱크, 인큐버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퍼들 오브 머드, 매치박스 트웬티, 힌더, 실버 체어, 림프 비즈킷, 콘, 데프톤즈, 린킨 파크 등의 음악에 빠져있었습니다. 그렇다고 사회에 짱돌을 던지는 용감한 짓은 할 줄 몰랐죠. 부드러운 음악부터 쿵쾅거리는 음악까지 가리지 않고 빌보드 모던 락 차트를 기웃거렸고 최근에는 걸걸한 목소리에 취해 음악을 찾고 있습니다.

반항기와 똘기를 풀 것으로 음악을 선택해 일찍이 힙합에도 발을 담그는데, 그 때 당시만 해도 리쌍이나 씨비 매스, 드렁큰 타이거가 울컥하는 음악을 하고 있을 때였죠. 김진표도 좀 그랬고. 최근에는 좀 더 언더 쪽 음악을 찾아서 화나, 티비엔와이, 이그니토, 개화산 같은 이들의 음악도 듣고 있긴 합니다. 인디 음악을 찾아서 데굴데굴 거리는지라 요즘은 허밍 어반 스테레오, 요조,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눈 뜨고 코베인, 장기하와 얼굴들, 짙은 등의 음악에 빠져 ‘바나나 요 바나나’, ‘달이 차오른다. 가자.’나 ‘뭉친 커피가루, 뭉친 미숫가루.’ 등 다소 미친 소리를 중얼거리고 다닙니다.

남정네들. 이건 좋든 싫든 깽깽이를 깊은 수컷의 구렁텅이로 잡아 처넣더군요. 친구라 부르고 개놈들이라 해석하는 아가들과 점점 함께 나이를 먹어가며 커져가는 현실의 벽 앞에서 함께 바둥바둥 거리고 있습니다. 거기다 입사하니까 온통 남정네 밖에 없더군요. 그래서 좀 풀 내음 솔솔 풍기는 여인네들 찾아 산과 들로 여행을 다니고 있습니다. 아가씨들이야 깽깽이의 삶에 활력소랄까. 다들 그렇겠지만 짐승이나, 짐승만도 못한 것들 사이에 있다 보면 울컥하는 게 있으니까 해소를 시켜야죠.

지금은 꿈입니다. 선인장 위에 올라야 할지라도 별을 따기 위해 손을 뻗어라. 구르고 넘어져 다쳐도 어언 십여 년 만에 찾은 꿈을 좇고 있습니다. 한 마리 늑대처럼 살고 싶고, 사냥감의 목을 물어뜯고 놈의 몸뚱이 위에 발을 올리고 울부짖고 싶은데 아직은 늑대는커녕 늑대 새-끼도 아니군요. 그래도 뭐 먹빛 갈기는 돋아나더이다.


3. 당신이 궁금합니다. '한' 문장 이내로 자신을 소개해 주세요. (예: 나는 XXX이다.)
이 정체불명의 유통기한 이 한참 지난 간식은 섭취 불가이며 유통 과정에서 떨어져 나왔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간식은 아마 지구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다.


4. 그렇다면, 다섯 '문장'으로 자신을 소개해주세요. 
다섯 문장이군요. 지금은 하도 오래 되어서 주소까지 까먹었지만 태양계 저 끝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 클레오파트라에 살고 있었는데 사진을 찾아보시면 알겠지만 개뼈다귀 같이 생긴 소행성에서 살고 있었고 어린왕자와는 깽깽이가 형님하고 부르는 이웃사촌 사이입니다. 언제인지는 모르겠는데 이십 년 전쯤인가 지구에 어린왕자 형님이랑 관광차 나들이 왔다가 불시착 해버렸는데, 아니 이 양반이 여기도 좀 구를만한 동네라고 깽깽이를 냅다 던져놓고 지 혼자 우주선 타고 토껴버려서 혼자서 우주선을 열심히 고치고 있는 중이나, 우주선의 연료가 여름에는 얼어붙고 겨울에는 기화되어버리는 요상한 놈인지라 언제 한 번 액화되었을 때 채취해서 채워 넣어야지 하면서 매번 까먹고 사는 편입니다. 지구의 아가씨들과 이래저래 친해져버려서 이미 정체는 다 들통 났지만 현재까지 맨 인 블랙 한국지부 담당자가 연락이 없는 지라 비자와 여권 발급도 없이 불법체류 중이죠. 다섯 문장이군요.


5. 좋은 느낌으로 읽은 책을 다섯 권만 간략하게 소개해주세요.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 - 무척 오래전에 읽은 책이라 사실 내용도 잘 기억나질 않습니다. 주인공과 아저씨가 등장했다는 것 정도만 기억합니다. 근데 이상하게 제일 감명깊게 읽은 책을 꼽으라 하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책입니다. 작가도 기억나질 않고. 남미 문학이었는지, 브라질 작가인지 포르투갈 작가인지 모를 양반이 썼다는 것 정도 밖에는. 그래도 아련히 그 나무의 향이 떠오릅니다. 깽깽이가 올라타고서 ‘이랴’하고 외쳐본 적은 없지만, 아직까지 깽깽이에게 말을 걸어주는 걸 보니 깽깽이는 철이 덜 들었나봅니다.

<폴라리스 랩소디> - 이영도의 폴라리스 랩소디 맞습니다. 주인공 키 드레이번은 타인을 자신에게 비추는 거울과도 같은 사람이죠. 해적단을 무겁고 습한 카리스마로 휘어잡는 피도 눈물도 없는 악당일지도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가 의도했든 혹은 의도하지 않았든 많은 이들이 그에게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말았습니다. 깽깽이가 어떤 사람처럼 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 갖게 해 준 책이랄까요. 총 여덟 권인가 그런데 판타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지 말고, 문학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읽어볼만한 책이겠네요.

나머지 세권은 앞으로 살아가면서 채워 갈 생각입니다.


6.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당신의 삶에 있어서 어떤 의미를 갖습니까? 
대화 혹은 시간 보내기 정도랄까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자면 나라는 존재를 좀 더 명확하게 해 줄 어떤 것을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음. 늑대가 되어 가는데 도움이 되는 일종의 지침서 역할도 하겠네요. 근데 뭐, 말만 그럴싸하지 사실은 심심풀이죠.


7. 환영합니다! 그야말로 가입‘인사’를! 뭐든 좋습니다. 하고 싶은 말들을 써주세요.
님하 즐이라고 쓰고 튀고 싶은데 왠지 그러면 동석씨가 칠 번 항목 다시 써서 원고지 천자 분량으로 제출해오세요 이 그지 깽깽이야! 하고 버럭 할 것 같아서, 근데 가입한지 세달이 다 되어가는 사람에게 가입인사를 쓰라는 것도 폭력이니. 흐음. 그렇다면 櫛. KIN (튀어!)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6
14:12:37 

 

상병 김지웅 
  이야 무준씨 가입인사를 이제야 올리시는군요, 하하하하 
책마을에 오신 깽깽이를 밤지킴이는 환영한답니다, 헷 2008-12-16
06:26:49
  

 

상병 김무준 
  좀 웃긴게, 깽깽이가 깽깽이보고 깽깽이라 부르는 건 괜찮은데, 남들이 깽깽이보고 깽깽이라 부르는 건 뭔가 울컥하게 만드는 게 있습니다. 

바보는 자기가 바보란 걸 몰라서 바보지만, 깽깽이는 자기가 깽깽이인걸 몰라서 깽깽이인 건 아니거든요. 2008-12-16
06:34:36
  

 

상병 김지웅 
  저는 애칭인줄 알았어요 하하하하하하 실례가 됬다면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아잉? 2008-12-16
06:44:24
  

 

상병 양동민 
  처음 오신분 치고는 훌륭한 가입인사네요. 반갑습니다. 
(신화 팬들이 부활 TV공연 하는거 보고 신인치고는 노래 잘한다고 말하는 톤으로) 2008-12-16
07:45:07
  

 

상병 김무준 
  사과 주실거면 어여쁜 여인네가 담긴 사과를 주세요. 아니면 안받아요. 2008-12-16
07:50:17
  

 

상병 김무준 
  동석씨가 정말 '소개'를 해주고자 띠동갑 누님을 생각하고 계시다면 일단 감사합니다. 첫번째. 저와 그 누님의 나이차는 대략 열 다섯살 임을 생각해 주시고 두번째,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깽깽이가 다소 눈이 높은 편임을 염두에 두시고 세번째, 그 누님과 깽깽이 두 사람에게 모두 욕을 먹지 않으실 자신이 있다면 감사한 인연으로 받겠습니다. 

아, 참고로 깽깽이의 어머니는 올해 딱 마흔일 겁니다. 마흔 하나인가? 가물가물. 근데 깽깽이는 사람 사귀는 데 있어서 나이는 별로 안따져요. 삼십대 작가들 한테도 할 말은 하는 짐승이니. 캬흥. 2008-12-16
07:54:29
  

 

병장 양 현 
  이런 그지 깽깽이같은, 난 깽깽이란걸 들으면 이게 생각나요. 제가 자주 하는 말이거든요. 뭐시깽?이랑 같은 깽돌림이라지만 그지깽깽이와 뭐시깽은 전혀 다른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그리고 잇힝은 사전에 없는 말입니다. 한컴사전에 치면 있다가 나와요.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준다고 하는데, 이건 불행을 가져오는거군요. 냐옹. 2008-12-16
08:50:41
  

 

병장 이동석 
  음, 일단 그 누님은 윤택남 노조에서 활동하시는 PD분이시고, 한번 다녀오신거 말고는 결혼정보회사의 그 된장스러운 조건에도 저연혀 결격사유 없습니다. (애도 없어요.) 그런데 어머님께 언니-라고 부르는게 자연스러울 연배로군요. (허허) 2008-12-16
09:14:52
 

 

상병 김무준 
  콜. 의사를 물어 보시길. 2008-12-16
10:05:21
  

 

병장 양 현 
  그러고보니, 첫마디는 킬리만자로의 표범인가 그거군요. 2008-12-16
10:08:07
  

 

상병 김무준 
  조용필씨의 독백부인데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2008-12-16
10:14:52
  

 

병장 양 현 
  정확히 기억 안해도 되는데요 뭐, 이렇게 떠오르는걸요 2008-12-16
10:51:05
  

 

일병 장봉수 
  플라리스 랩소디.. 
그렇죠. 하하 저는 이영도 씨를 존경하는 일인입니다 하하 2008-12-16
13:00:56
  

 

병장 이동석 
  점심먹고 전화해보니, 제 귓방망이 때리러 친히 연평도로 갈수 없으니 다음에 출도 하는 날이면 바로 자기 집으로 달려와 머리박고 있으라고 하는군요. 

무준씨 까였어요. 어떡하죠? 우리 일촌 못하는 거임? 2008-12-16
13:15:13
 

 

일병 한성용 
  같은 취향 발견! (초롱초롱...!) 2008-12-16
13:31:06
  

 

상병 김무준 
  일촌 못합니다. 다른 분을 구해보시던가요. 사실 스물한 살과 서른 여섯살의 차이에 아무리 정신머리가 똑바로 박혀있는 동생이 다리를 놔주려고 해도 사회적, 도덕적, 심리적, 현실적으로 뒤적거려서 될 리가 없겠죠. 얼굴보고 홀딱 반한다면야 또 모를까. 풉. 2008-12-16
13:54:06
  

 

상병 김용준 
  무준// 
무준씨의 글만큼이나 가입인사도 독특하네요. 후후. 잘 보고 갑니다. 

동슥// 
동슥씨 아쉬운 저라도 일촌 해드려요? 낄낄낄. 2008-12-16
16:29:42
  

 

병장 이동석 
  낄낄, 그냥 용준씨랑 일촌하렵니다. 2008-12-16
17:09:43
 

 

상병 김무준 
  깽깽이의 숨겨진 일상을 보려면 응당 댓가가 필요한 법이지요. 2008-12-16
17:23:55
  

 

병장 이동석 
  비싸시기는, 히히. 2008-12-16
17:29:17
 

 

병장 장지훈 
  무준씨가 88이였다니. 이건 말이 않되요. 2008-12-17
08:23:27
  

 

상병 김무준 
  좀 빨리 입사했습니다. 2008-12-17
09:33:34
  

 

병장 정현진 
  앗, 패션. 저는 펑크에, 엄청나게 심취해 있죠. (후후) 

완전소중한 아머링과 스파이크 초커. 2008-12-17
14:27:06
  

 

병장 이동석 
  엄, 이제 알만큼 아는 무준님이지만, 

그래도 궁금한 무준님입니다. 질문 쏴봅시다- 2008-12-23
22:09:20
 

 

상병 이석현 
  88이라니..나보다 어리잔..(퍽) 2009-01-02
20:54:07
  

 

병장 이동석 
  실제로보면 그냥 고등학생처럼 생겼습니다. 껄껄. 의외로 귀여운 무준씨 2009-01-03
15:07: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