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 나와. 당신의, 
 
 
 
 
회원특집을 하면서 느낀 점



제가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였는지를 알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습니다. 질문들이 몇 개의 분야에 집중되어있고, 저에 대한 평도 편차가 크지 않더군요.(총 30개의 질문 중에서 SF에 관한 질문이 6개나 되고, 글쓰기와 음악에 대한 질문까지 포함하면 압도적인 숫자네요)

역시 인상적이었던 것은 인물평이었습니다. 제가 책마을 회원분들께 어떤 모습을 보였는지 알 수 있었어요. 책마을에서는 김동석이라는 사람을 차분하고, 따뜻하고, SF를 많이 읽고, 엄격한 글을 쓰는, 그런 사람으로 인식하고 있더군요. 

어린 시절의 일화가 생각납니다. 초등학교 선생님이신 어머니는 제가 다니는 초등학교의 선생님들 몇 분과 안면이 있으셨지요. 집에서는 제가 워낙 조용히 지내기에(사실은 형에게 눌려지냈습니다) 어머니는 학교에서도 그렇게 조용하기만 할 거라고 짐작하셨던 모양입니다. 그래서인지 어머니의 친구분인 저의 옆반 담임선생님께서 저희 집에 찾아오셔서 하셨던 말씀에 어머니는 꽤 충격을 받으셨던 것 같습니다. 저는 반에서 장난꾸러기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엄청난 개구쟁이였거든요. 쉬는 시간이면 복도를 뛰어다니며 친구들과 놀기 바빴고 수업 시간에는 키도 작은 녀석이 맨 앞에 앉아서 어찌나 장난을 치는지 보는 사람이 지칠 지경이라고까지 말씀하시니, 어머니는 이게 무슨 말인가 하고 놀라셨을 거예요. 엉뚱한 상상이나 우스운 얘기를 워낙 많이 해서 선생님들의 인상에 강하게 남았던 그런 아이였습니다.

아마도 낯설어서일 거예요. 저는 낯선 이들에게 말을 건넬 때 무척 조심합니다. 그리고 홀로 있을 때는 한없이 작아지는 그런 사람입니다. 책마을은 시인부락처럼 폐쇄된 커뮤니티가 아닙니다. 낯선 회원들도 제가 쓴 글을 읽고 저를 보는 눈이 수백 명이나 되는 곳이죠. 책마을에서 친구들에게 하듯 웃고 떠들 수 있으려면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해야 할 거예요. 하지만 이제는 헤어져야 할 시간이 다가오네요.

다시 만날 날이 올 겁니다. 여기에 있는 분들도 이제 곧 전역을 하게 될 것이고, 그렇게 시간이 지나며 하나 둘씩 바깥 책마을에서 모일 것이고, 낯섬도 조금씩 익숙함으로 바뀌며 마음을 보이기가 한결 쉬워지겠지요. 회원특집을 하면서, 제가 얼마나 조심스럽게 행동해왔는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까지도 철저하게 자체검열을 거쳐서 올렸고, 책마을 회원들에게 그런 모습은 따뜻하면서도 또한 엄격하게 보였던 것이겠지요. 지금 생각하면 저를 좀 더 보여드릴 용기를 내지 못한 것이 참 안타깝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제가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지 못한 것은 저의 부족함을 드러내지 않기 위한 방어였습니다. 저는 그 사실이 부끄럽습니다.



책마을을 보면서 느낀 점



최근에 바깥에서 뵈었던 어느 분께서 제게 이런 말을 하셨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에 대해 좋게 생각하지 않니 그건 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네가 좋은 사람이기 때문이야. 좀 더 자신감을 가져. 아직도 저는 자신감을 가지지 못하고 있습니다. 책마을을 알고 나서는 더욱 그랬죠. 처음 책마을에 발을 들였을 때, 글 하나 쓰는 것이 얼마나 어려웠는지 모릅니다. 필진들은 얼마나 높이 보였는지, 회원들이 나누는 말은 어찌나 이해하기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저도 이곳에서 처음 글을 읽었을 때는 어려움을 호소하는 다른 분들과 똑같은 생각이었습니다. 저 또한 철학이나 과학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글로 쓸 만큼 정통하지도 못했고, 그저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저의 독서법과 제가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정도였습니다. 

여기에 모인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그 사람만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다고, 그리고 그 이야기에는 분명 우리가 배울 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전에 박준응군이 했던 말이 떠오르네요. 똑같은 취지의 말을 하더라도 사람마다 다른 의미가 나오기 때문에, 지식을 덜 쌓은 사람이라 해도 발언을 해야 다양한 의미가 나오고 토론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했었지요. '내가 이야기해봤자 저렇게 아는 것도 많고 생각도 많은 사람에게 별 도움도 안될 테니 나는 그냥 입다물고 읽기만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순간, 그 토론은 소수 발제자들만의 잔치로 끝나게 됩니다. 

여러분에게는 여러분만의 이야기보따리가 있습니다. 당신이 다른 회원들에 비해 '딸려 보인다고, 쪽팔리다고' 생각하는 자격지심 때문에 숨어있기만 한다면, 우리는 한 생명의 진리를 잃어버린 것입니다. 보여줄 논리가 없다면 자신의 삶을 그대로 이야기하셔도 좋습니다. 어차피 삶 속에는 자신의 논리가 녹아있는 것이니까요. 책마을은 논리와 논리의 결투만 존재하는 곳이 아닙니다. 여러분이 이곳에 들어온 이상 여러분만의 자리가 있고, 그 자리에서 자신의 뜻을 이야기할 권리와 의무가 있습니다. 작아지지 말고 숨어있지 마세요. 무엇이 그렇게 두렵습니까. 모자란 생각으로 주절거린다고 타박할 사람이 여기 누가 있겠습니까. 당신의 생각은 당신의 존재만큼 소중합니다. 아무리 지식과 지혜가 일천한 사람이라고 해도, 한 사람이 고민하고 생각하여 쓴 정성어린 글에는 그 진실한 생각의 무게만큼 가치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찾지 못한 것을 당신은 찾을 수 있는 능력과 기회가 있습니다. 그걸 찾아서 당신만의 생각을 쓰세요. 세상은 거창한 담론으로 이루어져있지 않습니다. 지금 당신의 손목에 찬 시계, 당신의 눈에 보이는 모니터와 키보드, 당신이 입고 있는 옷, 세상은 그런 것들에서도 진리를 찾아낼 수 있게끔 만들어졌습니다. 썩은 해골물에서 자신의 참뜻을 발견했던 원효대사처럼, 비루한 것일지라도 자신의 고민을 투영한다면 진리를 담은 그릇이 될 수 있습니다. 어쩌면 세상은 부족해보이는 당신을 '진리를 담을 그릇'으로 삼았을지도 모릅니다. 힘내세요. 당신에게 부족한 것은 지식과 지혜가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며 진지하게 생각하는 마음가짐 그것 뿐입니다. 책마을은 당신의 말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남은 건 당신이 용기내어 말하는 것뿐입니다. 그럼, 이제 우리에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겠습니까.

 병장 김동환님에 의해서 게시물 이동되었습니다 (2006-07-31 1713) 

  
 
 
 
병장 권기범 (20060730 112320)

우와. 멋지다. 덕분에 전역인사에 집어넣을 생각거리가 하나 생겼어요.    
 
 
병장 김봉현 (20060730 122658)

멋지네요. 하핫.    
 
 
병장 김희곤 (20060730 123251)

조만간 올려주실 회원특집이 기대되는 걸요.    
 
 
병장 황민우 (20060730 135948)

My tale is long and Sad,..  
 I can understand your tail is long. but I can't understand why do you sad  
(웃음)    
 
 
병장 고계영 (20060730 150345)

'딸려 보'일 수 있어서. '쪽팔'릴 수 있어서. 저는 책마을이 좋습니다. 하하하. 
동식님은 참 좋은 사람 같습니다. 정모에 나가고 싶은데 점점 힘들어 지네요... 
동석님의 '계보'는 다른 여러분들이 이어 주실겁니다. 회원특집 기대하고 있어요~    
 
 
상병 김청하 (20060730 153436)

에잇, 가지로 보내버릴겁니다.   
 
 
병장 박민수 (20060730 155942)

이런 글 보면, 힘이 나요. 
더 많은 분들이 읽으시기 위해서라도 가지로 보내버려야겠어요.    
 
 
병장 엄보운 (20060730 175811)

가지로 갑시다.    
 
 
병장 김동석 (20060730 200118)

This thing all things devours 
Birds, Beasts, trees, Flowers; 
Gnaws iron, bites steel; 
Grinds hard stones to meal; 
Slays king, ruins town, 
And beats high mountain down. 

My Adventures in Militaryland is almost finished. 
____ is up.    
 
 
병장 주영준 (20060731 101902)

내가 가지로 보내주겠다.    
 
 
 병장 박진우 (20060731 130555)

보안관은 뭐하는거야. 이런글 가지로 안보내고.    
 
 
 병장 노지훈 (20060731 213700)

에잇 가지로 왔군요.    
 
 
상병 조주현 (20060801 003954)

진우씨 난 가지로 못보냅니다요, 그건 촌장님께 의뢰하세요~    
 
 
 병장 노지훈 (20060801 004613)

주현씨 옮기셔도 됩니다. 가지로는 제 판단이 아니라 회원분들의 판단이니까요.    
 
 
병장 조주현 (20060801 093415)

어, 촌장님, 사실 방법을 잘 몰라서 그만    
 
 
상병 양경국 (20060802 013847)

고마워요. 동석씨는 이렇게 글을 통해서 힘을 주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