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인 걱정 
 병장 진규언 04-20 09:36 | HIT : 358 



 아주 이기적인 놈입니다. 얼마전에 이곳에서 어떤 님의 글에서 어깨너머로 구경한 리처드 도킨스 라는 사람이 쓴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을 보지 않더라도, 말이지요. 굉장히 이기적인 놈입니다. 


 아름다운 나라의 동부에서 큰 사건이 터졌다지요. 처음 케이블TV의 24번에서 사건을 접했을때, 아주 솔직히 말하면 흥미진진했습니다. 이기적일 뿐 아니라 악독하고 놈이지요. 유대인의 나라와 그들이 무단 점거한 나라 사이에서 분쟁이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중동 콧털아저씨의 나라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한 것과 마찬가지로, 더.. 솔직히 이야기 하면 2001년 9월 11일에 발생했던 참극과 비슷한 느낌으로 스펙타클한 사건에 몸을 떨었습니다. 

 용의자 아시아계 학생으로 추정.
 덜덜..
 이어서, '왕'씨 성을 가진 당나라인으로 밝혀져
 휴우..
( 이 시점에서 안도감을 넘어선 조금 더 솔직한 생각을 말하면 저를 아주 나쁜놈으로 보실까봐 말하지 않을래요)
 충격적인 사실. 한국계가 아닌, 한국 국적의 아름다운 나라 영주권자. 
 두둥..
 안타까운 일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슬픈 일입니다. 일어나선 안되고, 결코 있어서는 안될 전 인류를 향한 범죄행위 입니다. 모두가 슬퍼하고 모두가 애도하고 있습니다. 추모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고, 우리의 자랑스러운 전통문화인 '촛불집회'의 물결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언제부터 우리의 전통문화가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항공사진을 보면 이쁘기만 하더라구요) 모.. 집단에서는 올 연말 큰투표운동 과정에서 이 집회를 금지하는 법안을 상정한다고 해서 논란이 일고 있으나 뭐 그러거나 말거나 내 알바는 아니지요. 말이 또 새나갔는데, 진짜 슬픈 사건 입니다.

.. 허나, 제 앞가림조차 제대로 못하는 터라.. 전 인류적 슬픔을 함께하기란 버거운 일입니다. 딱 저에게 주어진 범위내에서만 고민을 하는 터라, 나에게 미칠 영향만을 고려해보고 있는데.. 이거 이거 큰일 났습니다. 사랑하는 하나뿐인 형제가 다음주면 배움의 길을 떠난다네요. 하필, 그 나라의 동쪽으로. 그리 멀지 않은 곳으로.. 진짜 걱정이 이만저만 최홍만입니다.(...) 둘째놈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며 사선을 넘나들고 있고(응?), 첫째놈은 배움의 길도 좋지만 엔트로피가 극도로 높은 곳을 향한다니.. 사랑하는 부모님의 심정은 오죽하실까요. 걱정입니다.

 별책부록격인 걱정으로.. 그곳의 곳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모든걸 걸고 사랑했었던 첫사랑님, 초등학교 동창님, 사촌누나인 교수님 등등 기타 등등 모든 이들의 안녕을 기원합니다. 

 비판적 '지지'에 마지않는 상품무역서비스일반에 관한 자유무역협정 보다도 더 큰 형태의 경제블럭화에 대해서도.. 안좋은 영향을 끼칠까도 두렵습니다. (더 솔직히 이야기하면 속물일까 놀리실까봐 이야기 안하지만.. 아주 비밀스럽게는 이것의 가장 큰 수혜주라고 불리우는 종목을 아..주 극미량으로 보유하고 있습니다. 진짜 못됐네요!?) 

 한편 때 아닌 사대주의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깊은 애도의 뜻을 표한다"라는 정도의 정부성명만 있으면 된다는 논리와(이마저도.. 필요할까 하는), 맹방이므로 온통 모든 도당들이 들고 일어서 추모의 뜻을 밝히고 일동 묵념하시는 거룩한 행사까지 해야한다.(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긴하죠..)라는 극단들이 싸우고 있습니다. 어찌됐건 그 나라의 대사님께서야, 한국은 그럴필요 없다. 한 정신나간 개인의 문제이다. 라고 하시지만 말이지요. 이마저도 사대주의에서 입각하여 발생하는 심각한 오류라고 보시면 어쩔 수가 없어요. 빌어먹을 식민 잔재때문에.. 안고가야할 짐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닐 수도 있지요. 

 까짓거, 여권에 쿵. 하고 도장하나 찍어주는걸.. 면제해주는 프로그램의 추진에도 악영향을 끼칠까봐 두렵습니다. 대사관앞에 줄지어 있는 수많은 중생들을 걱정해서가 아닙니다. 그렇다고 거시적인 안목에서 동맹을 굳건히 해야한다는 알량한 생각도 아닙니다. 다만.. 언젠가는 꼭 가보고 싶은 드라마 <성과 도시>가 배경으로 삼은 도시로의 가벼운 발걸음에 지장을 초래할까 두려운 겁니다. 아. 진짜 이기적이구나?

.... 해서 이기적인 저는 오늘 오후에 사랑하는 가족품으로 살포시 아주 잠깐 들어갑니다. 걱정이 태산을 쌓고도 남으실 부모님께 심심한 위로의 말도 건내주어야 겠고, 형제에게 9mm와 21mm권총까지는 안되더라도 마음의 무기정도는 심어주고 와야겠지요.

 한아름 책을 사올 예정이기도 한데.. 하도 게을러져서 아직 일전에 산 책들을 다 읽지 못했지만 그래도 책을 읽는 것만큼이나, 사는데 더 즐거운데 어떡하죠. 뭐가 뒤바뀐것 같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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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장 김지민 
VT 사건을 거론하며, 현 사회에 대한 인식을 이야기 하는 듯 하지만 결국은 캐 염장이구나. 잘 다녀오세요~ 04-20   

 병장 황성규 
 읔. 나두 책 읽는 것보다 사는게 더 즐거운데 04-20   

 병장 손한성 
 으음... 태생은 한국이지만 미국이 키워낸 살인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괜히 미안해 할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드네요. 슬픈일이긴 하지만... 

 동정할 생각도 없지만 딱히 밉지도 않았는데, 어제 동영상을 보고는 울컥 올라오더군요.. 
 총을 난사해 사람을 죽였으면서도 너희들 때문이라니... 
 그러면 그 총 맞고 죽은 사람들이 "어이쿠 미안해서 어쩌나" 라던가 
 그가 비난하던 만족할 줄 모르는 탐욕스러운 
 부자들이 모두 "앞으로는 착한 일 많이하고 검소하게 살아야겠다."라고 생각할 줄 알았다면 
 정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삐입니다. 

 어디까지나 현실에서 도망친 주제에 성자 어쩌구 하는 부분에선 화도 안 나더군요... 

 이런 분노가 내가 세상이 바뀌 길 바라기 보다는 
 거기에 적응해 버렸기 때문일까하는 생각도 들고... 

 암튼 잘 다녀오시고 좋은 후기 부탁드립니다 04-20   

 병장 이희웅 
 물론 그 한 인물로 인해서 우리나라 이미지가 휀손되고... 
 어떠한 피해나 보복이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거 이해됩니다... 
 근데 너무 심하지 않나요? 
 물론 그냥 피해자들을 위해 추모는 인류의 평화까지는 들먹이지 않더라도.... 
 애도하는건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너무 움추릴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에이쿠나....아직 삼십여일동안 꼼짝못하는 저에게 '얼레리꼴레리'하는거 같네요...잘 다녀오세요...후기도..... 04-20   

 병장 이승일 
 정말로 희생자들과 그 유가족에 대한 슬픔이 아니라, 한국인에게 어떤 피해가 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으로 인한 슬픔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 같아서 안타깝습니다. 학교에서 강의를 듣고 있다가 어떤 놈이 쳐들어와서 총 난사했고 30명이 죽었습니다. 교수도 죽고 친구도 죽고. 그 총을 쏜 개인은 또 어떻습니까. 십수년 동안 이국 땅에서 따돌림 당하다 결국 어둠의 나락으로 스스로를 몰아넣었습니다. 아...그 부모는 도대체 어떤 심정일까요? .... 이 사건 자체만으로도 너무나 슬픈 일이 아닙니까. 설사 이 일로 한국인이 욕을 먹는다고 한들, 그게 대수입니까... 그런 종류의 어설픈 욕 때문에 좌절될 '어메리칸 드림' 이라면, 그런게 없었더라도 충분히 좌절했을 것 같습니다. 그런 걱정은 제발 그냥 안했으면 좋겠어요. 04-20 * 

 병장 이성욱 
 한 히키코모리의 극단적인 경우로 생각했으면 합니다. 사건을 사건으로 바라보고, 주변의 환경적인 문제를 고쳐야지요. 미국에서 총기보유법에 대한걸 언급하는 것처럼요 
 지금 우리나라 상황을 보면 집단주의의 문제가 어떤지 알수 있습니다. 적당한 개인주의도 필요하지 않나요? 04-20   

 병장 이건룡 
 전 왠지 공범이 있을 것 같은데. 석연찮은 점들이 그가 모든 걸 다 해치워내었는지 의심스럽더군요,.....수사방향이 너무 편중되었는지 뉴스가 그런지 여러 관점이 부족해서 생각하면 할 수록 아직 마음에 와닿지도 않고. 사지방에서 검색도 했는데 수확은 실망. / 부럽다~잘다녀오세요 04-20   

 병장 한치영 
 한국인의 살인행위라기 보다는, 한국국적을 가진(정작 그곳에선 국적같은거엔 신경을 그다지 안쓰고 있더군요) 정신병자의 살인행위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맥락에서 한국인에게 가해질지도 모르는 보복에 초점을 두는 것에는 실소를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한 개인이 그토록 극단적인 선택을 해야만 했던 환경과 그러한 선택을 쉽게 행동으로 연결지을 수 있게 한 사회적인 법제 및 수단에 대해 더 논의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어짜피...그렇게 논의 해봐야...우리나라 일이 아니라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 뜻하지 않게 유명을 달리한 고인들에게 애도를 표합니다. 04-20   

 병장 양각산 
 슬픕니다. 슬픈 일이죠. 무기를 만들어 수익을 내는 회사, 그들에게 로비를 받는 정치인들, 그때문에 수많은 역기능에도 불구하고 유지되는 총기자율화, 그로 인한 군수산업의 거대화, 또 그 거대군수기업의 시장유지와 확장을 위해 방관되고 종용되며 유지되는 분쟁, 전쟁 지역들, 이와 같이 공교한 톱니바퀴에 심심찮게 팔다리가 끼어 빨려들어가는 수많은 사람, 사람들. 
 하지만 한국계임이 밝혀진지 몇시간만에 어디서 구했는지 32명 희생자들의 영정사진까지 일일히 만들어놓고 기도회를 한다, 추모집회를 한다, 추모 금식을 한다며 나서는 모모종교계와 모모 단체의 모습은 좀 황당하기도 했습니다. 내국인들 큰 일 당했을땐 이처럼 신속한 피드백을 보인 단체는 없었거든요. 
 하지만 진심으로 삼가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어설픈 발음으로라도 Imagine 이란 노랠 부르고 싶어지는 요즘입니다. 04-20   

 병장 윤재훈 
 이 일로 미국 총기규제법에 대한 논란 중에 학교에서 총기 소유를 금지해서 이런 사태가 벌어졌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그럼 학교다니는 사람들이 총을 들고다니면서 누가 총을 쏘면 내 총으로 총쏘는 사람을 죽이라는 건지. 아무리 자기자신을 스스로 보호한다는 생각이 강하더라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싶어서 말입니다. 이 얘길를 생활관에서 했더니 그럼 학교가 '서든 어택'이 되는 것 아니냐고 하더군요. 04-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