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이은씨와 얘기해보았습니다
지난번 한상원 병장님의 회원특집이 1월 31일자로 게시되었으니 꽤 많은 공백이 있었던 셈입니다. 그간 책마을이 자리잡기까지 다른일들이 많았지만 이제 얼추 정돈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어서 앞으로는 한달에 한개쯤은 회원특집을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에요. 평소 너무 궁금하고 알고싶어서 회원특집으로 옭아매고 싶은 분들이 있다면 틈나는대로 추천해주시면 좋겠네요. 흐흐.(웃음)
먼저 전역인사를 올려버리시는 바람에 김이 좀 새긴 했지만(땀)
오래 기다리셨어요. 육이은 병장님의 회원특집. 자기소개부터 시작할께요.
0. 자기소개
이름 : 육이은
나이 : 만 22세
학력 : 대재
학교 : 문근영이 다니지 않는 성대
전공 : 술마시고 꼬장부리기, 사보타주
책마을 입문 : 2005년 11월
안녕하세요. 제 이름은 육이은이라고 하고, 키는 171에 왜소하고 부끄럼 많은 만 22살 '소년'입니다. 대학에서 형식적으로는 경제학과와 사회학과에 적을 올려두고 있고, 실제로는 술먹고 깽판부리고 사람들 불러모아서 거리에 나가고, 하면서 지내다가 2003년 12월에 입대, 작년 11월 경 책마을에 가입했습니다. 책마을 활동은 저에게 여러 가지로 좋은 경험과 자극을 주었습니다. 저는 관심사가 주로 사회과학에 맞춰져 있었는데, 책마을을 계기로 철학, 소설, 시, 예술 등 다방면에 관심을 갖게 되더군요. 또 개성강한 다양한 문체를 구사하는 몇몇 분들의 글을 보며, 제 내공이 많이 상승했음을 깨닫곤 합니다. 그 외에도 여기서 소중한 인연들을 만들어가 참 반갑고, 또 이 경험과 사람들 만으로 2년 4개월의 고난은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흐흐.
병장 노지훈 (2006/03/18 21:52:56)
1. 첫번째 질문은 간단하게 이름이 이쁘신데요. 이름 풀이 좀 해주세요.
한글입니다. 원래 아버지가 생각하셨던 이름은 민승(民承)이었지요. '민주주의를 잇다' 뭐 이런 뜻이었는데, 다의적으로도 해석되요. 할아버지는 承자를 '조상의 뜻을 잇다', 뭐 이런식으로 생각하신 것 같기도 하구요. 또 어머니가 민씨라 한자는 다르더라도 같은 발음인 民을 쓰려고 하셨다고도 하고.
결론은 '기왕이면 한글로 가자'고 해서 잇다의 형용사로 '이은'이 되었지요.
병장 노지훈 (2006/03/18 22:12:51)
2. 신, 절대자에 대하여.
신을 믿지 않습니다. 유멀론과 불가지론의 숭배자라서요. 유멀론과 불가지론이 모순이라는 비판도 가능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불가지론이 본질적으로 '한계선을 긋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한계 너머에 뭐가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안에만 이야기하자는 거죠. 그리고 그 안에서는, 유멀론으로 해석이 다 가능한 것 같아요.
저는 천주교 모태신앙입니다만, 천주교를 포함한 여러 종교들이 한국 사회에 미친 영향 - 일제 찬양, 독재 미화 등 -을 보고 호감을 갖기는 힘들겠지요. 물론 그릇된 것에 저항하는 사람들도 있었습니다만, 주류는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가난한 사람보다 좀더 많은 힘을 가진 사람과 교분을 두려는 성직자들을 정말 많이 보아왔지요. 저는 종교를 도덕적으로 비난하고 있는 건 아닙니다. 긍정적인 역할도 많이 하고 있지요. 결국, 완벽하지 않다는 거고 이런 상황에서 그 종교집단을 통해 '신 혹은 절대자'를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하다고 생각해요.
병장 노지훈 (2006/03/18 22:21:12)
3. 인생의 화두(話頭)는? 혹은 현재의 화두는?
화두라 할 것까지는 없고, 군대에 틀어박혀 추상적으로 고민한 주제들 정도인데... 굳이 밝히자면
① 어떤 유명한 사람이 이런 말을 합니다. "정치는 science와 art의 결합이다"
그런데 이 사람의 살아온 생애를 종합해 보면 여기서의 이 정치는 특정한 형태의 정치, 바로 '진보' 혹은 '자유' '평등'과 같은 말로 대체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저는 연애란 science와 art와 love의 결합이라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정치 = science + art
정치 = 진보적 정치행위
진보적 정치행위 = science + art
연애 = science + art + love
연애 = 진보적 정치행위 + love
라는 쓸데없는 고민을 하다가, 며칠 전에 주영준씨에게 비웃음을 당하고 말았지요.
② 영국에 가서의 생활에 대한 고민들
③ 짝사랑과 연애에 대한 고민들
④ 유멀론과 변증법의 모순관계에 관한 고민 - 이걸로 주여준씨와 30분 정도 토론했었다는.
상병 조주현 (2006/03/18 22:25:56)
4. 언제든 열정을 불러 일으킬수있는 것은?
여자, 술, 책, R
상병 조주현 (2006/03/18 22:26:34)
5. 가장 재미있었던 일은?
흠! 너무 많다보니 딱히 생각나는게 없다는... 윽
상병 송희석 (2006/03/19 07:34:59)
6. 책마을 중 인생의 라이벌이 될것 같은 사람은?(없다면 없음해도 됨.)
없습니다. 다만, 왠지 살면서 계속 만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7. 종교와 과학이 소통할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제가 종교를 안 믿다 보니 이런 대답밖에 드릴 수 없군요.
8. 전기 육이은님 사상과 후기 육이은님 사상은 각각 무엇이었는지?
제가 무슨 사상가도 아니고, 또 얼마나 살았다고 '전기 육이은 사상'과 '후기 육이은 사상'이 있겠어요. 그래도 크게 두 가지 단계를 겪은 것 같아요. 첫 단계는 고등학교 때인데, '근대시민사회사상사'를 비롯한 자유주의적 경향의 글들을 읽고 이를 중고등학교에 적용하려는 구상을 하던 시기였지요. 그런데 고3때 한계에 도달했어요. 아무튼 그런 모임들을 하다보니 비교적 다양한 친구들을 많이 만나게 되었는데, 비교적 잘사는 친구들이 많이 다니던 고등학교에 다니다 강북의 비교적 빈곤한 생활을 하던 친구들을 만나니 충격이 컸지요. 그리고 그 모임을 하면서 몇몇 친구들이 학교나 교육부에게 징계나 처벌을 받으면서 "왜 헌법에 있는 내용을 공부하는 우리에게 이렇게 적대적일까?"라는 고민을 했고, 그 시절의 어설픈 자유주의는 극한에 이르렀지요.
이 극한에 달했던 경험이, 대학에 와 여러 이론들을 급속히 흡수하는 원동력이 된 듯해요. 여기에 대해서는 상세히 설명하기 어렵고, 아직 고민의 수준이 낮아서 저도 잘 모르는 것일 지도 모르지요. 아무튼 별거 없어요.
병장 한상원 (2006/03/19 12:56:03)
9. 친절한 글쓰기를 말하는 제 글에 움찔 하셨다고 했는데, 저는 전혀 그런 의도가 없었음을 한번 밝혀야겠네요.(웃음) 친절한 글쓰기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스스로 생각하기를, 다치바나 다카시가 말하는 것처럼 글을 읽는 이들이 글을 읽으려는 의지나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저의 글쓰기는 그런 자극을 결여하고 있지는 않나 가끔 고민이 들어요. 익명의 대중을 상대로 글을 쓰고 의도를 전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려면 비트겐슈타인이 강조한 언어적인 오류를 피할 수 있다고 생각을 확고하게 하지만요. 어쨌든 이런 맥락에서 친절한 글쓰기라는 것에 대해 이은씨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리고 자신의 글쓰기는 어떠한 것을 지향하고 있나요?
음. 친절한 상원씨의 '친절한 글쓰기 운동'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제가 갖고 있던 '친절한' 혹은 '쉬운' 글쓰기에 대한 고민들이 상원씨와 맥락이 같은 지에 대해서는 확신을 하기 어렵습니다만, 일정부문 공유된 부문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첫 번째로 저는 우선, '친절한 글쓰기'를 하지 못하면 자기 스스로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닌가, '자기'가 '말'을 쓰는(write) 것이 아니라, '말'이 '자기'를 쓰는(use) 수준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요.. 무슨 이야기인고 하니, 김영하도 자기가 글을 쓰는 게 아니라, 내 안의 괴물이 글을 쓰는 것 같다.. 라고 말했다고 책마을 어느 분이 인용한 걸 본 적 있는데요. 저는 이 말을 보고 소름 돋는 기분이 들었거든요. 가끔 글을 쓰다보면, 특히 쓰고 싶은 글이나 감정적으로 열이 오른 상황 혹은 고도로 집중한 상황에서 글을 쓰면 마치 제가 글을 쓰는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 때가 있어요. 이 때 나온 글은 대체로 '나만의' 표현을 사용하고, 창의적인 어휘를 전개하고, 뭐랄까요, 글이 춤을 추는 것 같다, 라는 느낌을 받곤 하는데요. 나름대로 장점도 있습니다만, 이게 지나치면 논점이 흐트러지고, 가끔 문맥상 말이 안 되는 문장이 '저도 모르게' 들어가 있을 때가 있어요. 그래서 다 쓰고 침착하게 읽으며 교정을 하다보면 "내가 왜 이렇게 글을 썼지?"하는 생각이 들며, 굉장히 글이 낯설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결국 자기 세계에 빠져 글을 쓰는 것이 되는데, 이때 사용하는 말은 '너무도 창의적'이고 '주관적'이라 소통으로서의 언어가 되기에는 어려운 경우가 있어요. 즉, 좀 돌려서 이야기해버렸는데, 자기만의 세계에 빠져 불친절해지는 경우가 있겠구요.
두 번째로는 잘난 척 하는 글쓰기겠는데요. 굳이 어려운 표현, 특히 한자어를 사용하거나, 일반 교양 수준의 글에서 지나치게 전문적인 용어를 사용하려 한다든지, 하는 것들이겠지요. 가령 저를 이 관점에서 비평하자면, 지난번에 상원님의 로마인 이야기 논쟁하다가 마키아벨리 논쟁으로 넘어갔을 때, 마키아벨리 이야기하며, '~~관점'이니 알튀세르니 이야기 한 것은 좀 불가피했어요. 사실 마키아벨리 이야기는 다른 주민분들을 향한 글이 아니라 재찬님을 향한 글이었고, 이를 또 풀어쓰자니 분량과 시간이 엄청 소비되거든요. 반면, 저를 비롯한 몇몇 분들이 굳이 불필요하게 '스머X'나 '똘똘이 XXX'라든지의 표현을 사용한 것은 좀 문제가 있었겠다 하는 반성을 하고 있지요(사실 이런 맥락에서 '찔렸다'고 한 거구요)
세 번째로는 그냥 좀 정리된 글의 필요성인데요. 너무 막 쓴 글로, 소통을 추구해서는 안 되겠지요.
다만 친절하되, 단순히 쉬운 어휘만 나열한다고 해서 친절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가끔 한자어나 전문적 용어를 사용하여 나름의 '문학적 효과'를 넣으려는 경우가 있거든요. 부족하지만 저는 어떠했냐면,
제가 지난번 휴과 나가서 쓴 글 중에 "이 시대에도 사회과학이 구원이 될 수 있는가?"라는 글이 있는데요. 그 글에서 저는 계간(鷄姦)이라는 표현을 썼었어요. 대충, 자신의 어린 시절의 꿈이나 최초로 느낀 저항의식을 '현실'이라는 이름 앞에 포기 혹은 유보한 사람은 그 꿈이 평생 자신을 뒤쫓아와 자신을 계간(鷄姦)한다... 뭐 이런 맥락에서 썼었지요. 제가 "자꾸 생각나 자신을 괴롭게한다"라고 표현하면 좀더 쉬운 어휘를 사용한 셈이 되었겠지만, 이런 표현은 나름의 의도를 갖고 쓴 것이었지요. 우선 계간이라는 어휘를 모르더라도, '계간'이라는 단어에서 느껴지는 부정적 느낌, '계'자가 별로 호감가는 발음도 아니고, '간(姦)'자야 워낙 부정적인 어휘의 대명사다보니, 일단 뜻이 통하는데 문제 없겠다, 라는 계산이 하나 있었구요. 계간이라는 어휘를 아는 경우, 계간의 뜻이 '동성애적인 성행위'라는 느낌이 강한 말인데, 자신의 꿈이라면 '이(異)성' 보다는 '동(同)성'에 의한, 또 꿈이 앞에 있는 상황이 아니라 뒤에 있는 상황이니, 계간이라는 표현이 적당하겠다, 라는 생각을 했던 거지요(사실 이진경씨가 이런 표현을 쓴 것을, '노마디즘'에서 본 적 있어요. 저는 이 표현을 이런 식으로 해석했기에, 이런 맥락에서 사용하게 되었지요)
이런 경우는 어려운 어휘를 사용하더라도, 되려 더 친절해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 '친절함'은,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의 '효과적인 전달'일테고, 이것이 '효과적'이 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쉬운 설명문을 넘어 나름의 '문학적 효과'도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다만 이 경우에도, 말씀드렸다시피 ① 그 뜬금 없는 어휘를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전반적인 글의 이해에 무리가 없어야 하고 ② 그 뜬금 없는 어휘가 맥락의 설명력을 더 높여준다는 경우에만 해당되겠지요. 저는 이 영역에 지금 많은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만, 계간이라는 표현을 비롯해 여러모로 한계를 느끼고 있어 고민이 많습니다. 제가 원래 '이론'만 강하고 '실천'은 영 아니거든요 (웃음) 저는 원영씨가 참 친절하다고 봐요.
10. 자신이 추구하는 어떤 앎에 대해서 자신이 추구하고 있는 방법은요? 공부하는 방법론 정도가 되겠군요. 민우님이 글 쓰시는 것처럼 그런 지식들을 머리에 다 담아두는건 너무 어려운것 같애요.(웃음)
제 머릿속에 모든 지식을 다 담아두었으면 기쁘기 한량없겠습니다만, 결국 불가능하니 어쩔 수 없군요.
공부하는 방법은 책마을 와서 많이 배웠어요. 지금까지의 공부법 보다는 앞으로의 공부법을 보자면, ① 책을 읽으면서 요약하기 (단, 문학서는 제외한다 - 맥락을 놓치기 싫고, '정보전달'이라는 특징이 약해서) ② 꼭 독서후기 쓰기, 라고 결심하고 있습니다.그런데 사실 잘 안 되더군요.
11. 식을줄 모르는 각종 고시열풍이 인문사회학적 지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그리고 본인이 시험제도를 바꿀 수 있다고 한다면 이 고시 열풍 속에서 그나마 바람직한 대안을 짜본다면 어떨까요?
뭐 결국 취직 문제인거고, 사실 고민 별로 안해봐서.(다른 주민분들, 상원씨 전역할 때 어려운 질문 산더미 만큼 부탁드려요.
결국 취직문제니까, 이 사회에서의 실업문제를 어느 정도 해결해야 한다고 봐요. 이 문제에 대해서는 사실 저도 답이 없어서(굉장히 거시적으로 가게 되는군요) 좀더 공부해봐야 할테고
취직이 아니라 정말 뭔가 신념이 있어서 '전문직'을 선발하기 위한 것이라면, 고시는 최소한의 능력검증만 된다면 패스할 수 있게 해야된다고 봅니다. 그리고 단순한 이론 나열이 아니라 좀 일하면서 배울 수 있고(이게 실습기간 운운하며 착취하는 구조여서는 안되겠고).. 뭐 그래야 겠지요. 끙.
상병 이영준 (2006/03/20 07:46:24)
12. 얼마 전에 있었던 남자와 여자 사이의 우정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세요? 과연 이성간에도 순도 100%의 우정이란 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순도 100%는 없습니다. 적극 공감했다는.
상병 황인덕 (2006/03/20 08:09:28)
13. 군 생활에서 이것만큼은 싫다... 군생활에서 가장 싫은 Best 5!!
(제가 이등병 때 있었던, 지금은 없어진) 가혹행위, 지나친 사역, 사적인 것에 대한 지나친 개입(다 거의 없어졌군요), 휴가 나갔을 때 "또 나왔냐"는 주위의 태도, 연애 없이도 "이렇게 사는 것도 살만하네"라고 생각하게 되는 나 자신
병장 김강록 (2006/03/20 18:00:30)
14. 멋진 이름으로 인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놀림을 많이 받았지요. 육이오, 육계장... 어릴 땐 참 싫었는데, 크고 나니 이름이 특이해서 어지간 하면 사람들이 저를 다 기억하더군요.
15. 입대 전에 군에 가서 이거 하나만큼은 얻어와야지, 했던 목표가 있었다면? 그리고 얼마나 이루었는지.
바로, 여러분을 얻었잖습니까~ 책마을을 통한 지적 자극과 어설픈 인맥.
상병 박민수 (2006/03/20 22:43:28)
16. 잡지를 보시나요? 만일 보신다면, 어떤 잡지를 보시는지. 그리고 그 중에서 꼭 사고야 마는 것은 있는지 궁금하군요.
보기 어렵지만, 본다면 시사저널을 길거리에서 사서 보구요. 개인적으로 남문희 전문기자의 글이 참 마음에 들어서. 가끔 이상한 말도 좀 나오지만, 그의 날카로운 정치분석에는 늘 감탄을 하고 있습니다. 전에도 한번 쓴 적 있는데, 현재 주간주 중 '국내?북한?동북아?한-미정치관계'에 있어서는 시사저널이 아주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한-미나 동북아를 제외한 해외 뉴스나, 문화, 사회 부분은 좀 취약하다는 인상도 좀 있지만요. 이게 없으면 한겨레21을 보려고 하지요.
17. 반복-음악에서 되풀이 되는 가락에 관한 것이라던지, 군이라는 곳에서 쉬지 않고 돌아나오는 똑같은 일이라던지, 그 어떤 것에서든지-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시나요?
뭐.. 몸에 베이게 하는 수밖에. 군 생활이라는게 늘 반복이다보니 시간도 잘가고.. '지루함'과 '시간이 잘 감'이 공존할 수 있다는 사실에 늘 깜짝 놀라곤 했지요. 별 수 없잖아요. 참고 버텨야죠.
그런데 의외로 이런 규칙적인 생활이, 개인 시간만 잘 주어진다면 나쁘지만은 않아요. 다시 사회로 나가면 꼭 이런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야 말 계획입니다.
18. 나중에 하고 싶으신 일이 있으신가요? 그리고 그 일을 하기 위해 현재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뭐.. 책을 하나 내고 싶습니다만, 지금 실력으로는 어림도 없고, 그런데 꼭 제가해야만 하는 일이라 하긴 해야겠고 하는 일이 있습니다. 이건 사석에서 말씀드리고 싶군요.
상병 조용준 (2006/03/21 08:16:29)
19. 문고판과 양장본에 대한 간단한 의견 부탁드려요(방긋)
아.. 정말. 어렵다. 양장본은 비싸서 싫어요. 책은 볼 수만 있으면 종이 질이나 그런걸 별로 따지는 성격이 아닌지라. 뭐, 결국 잘 볼수만 있고 가격 싸고, 번역 잘 되면 좋다는.
상병 박종민 (2006/03/21 20:13:51)
20. 비주류 문학(무협이든, 판타지든 etc.)에 대한 의견을 여쭙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의 끝에는,
언젠가 혹시나 만날지도 모를 어느날에,
나지막하게 "은육협"이라고 불러보고는 후다닥 도망가도 괜찮다는 승낙여부를
덧붙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뭐, 무협?판타지 류가 순수문학 보다 저급하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좀 수준을 올릴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 보면 맞춤법이나 문법도 다 틀린 글이 버젓이 출판되는 걸 보고 충격을 받기도 했지요. 나름의 문학성만 가미된다면, 그 특유의 상상력 덕분에 아주 재밌는 글이 될 수 있겠지요. 중학교 이후로 무협?판타지를 거의 안 봐서, 솔직히 자세한 말씀을 드릴 능력이 안 됩니다.
그리고 은육협, 저도 좋아합니다. 꼭 그렇게 불러주세요. 로맨틱한 은육협
병장 김동석 (2006/03/23 07:49:21)
21. 이은님과 이은님 여자친구의 취미가 전혀 다르다고 할 때, 서로의 취미에 대해 어떠한 태도로 대하시겠습니까?
연애 못해본지 삼 년이 다 되어가서, 이제 연애의 감을 모두 잃어버렸습니다. 동석씨가 소개시켜주시면 제가 이 문제에 대한 답을 드리겠습니다.
그런데 결국 사랑이라는게 맞춰가는거고... 그런 노력이 중요하겠지요. 그런데 노력해도 안되면 서로 존중해줘야지요.
22. 현재 이은님의 가치관에 가장 위협이 되는 요소는 무엇인가요?
'현실'이라는 단어.
23. 이은님의 2세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이 있다면?
책을 좋아하는 습관이겠지요. 저희 아버지는 어린시절 놀아주신 기억은 없습니다만, 책을 읽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셔서, 어린 시절부터 '책 읽는 것이 재미있다'라고 인식하게 되었어요. 물론 고등학교 들어 제대로된 독서를 하기 시작하면서 '빡세다...'라는 걸 깨달았습니다만.
병장 권기범 (2006/03/25 00:58:38)
24. '인간'의 필요충분조건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세요? (생물, 도덕, 문화 조건 등등 가능한 많이 듣고 싶어요.)
의식주... 겠지요. 그리고 지금 인류가 가진 평균적인 생산능력을 감안할 때, 의식주에대한 걱정없고, 의료문제나 기초 복지문제에 대한 고민도 없어야 겠구요. 가끔 영화도 보러 나가고, 연애도 할 수 있고.. 그래야 겠구요.
무엇보다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교육제도가 필요하지요.
상병 엄보운 (2006/03/25 07:59:22)
25. '사람을 믿는다.'는 화두에 대해 질문드리겠습니다. 누군가에게 상처받는다는건 그 사람을 믿은 뒤에야 가능한 사건이라고 생각합니다. 큰 흉터를 지닌 사람들이 마음을 열지 못하는 건 사람을 믿지 못해서기 때문이라는 점도 같은 맥락인 듯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마음을 열어 스스로를 성장하는데 있어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사람의 한계성을 직시하고 사람을 믿는 사람이 바보라는 주장이 있습니다. 전적으로 어느 한 쪽으로 쏠려있지는 않지만 살다보면 후자에 힘이 실리게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습니다. '마음을 비우고 타인을 내 마음대로 움직이려 하지 않는 자세를 가져라.' 라는 말이 제가 찾아본 잠정적인 해답인데, 이은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 많은 숙고를 해보셨을 이은님에게 적당한 질문이라 생각되어 드려봅니다.
"믿는다"라는 것은 특정 사람을 '나에게는 어떠 어떠한 사람이다'라고 상정하는 경우입니다. 이렇게 미리 평가를 내리는 게 사실 좋은 것이 아닙니다. 제 한 친구는, 굉장히 터프하면서도 내면은 사실 여린 친구인데, 친구들을 '이 친구는 이러이러한 친구'라고 미리 상정하며 우정을 믿다가 늘 상처받더군요. 사람이라는 게 어떤 특정한 틀 속에 딱 맞춰서 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따라서 '믿는다'의 맥락이 자기 자신이 임의로 상정한 것에 대한 기대감이라면, 뭐 가지는 것이 당연함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집중하지 않는 편이 좋겠구요...
아. 너무 어렵네요. 그냥 독서후기 하나 쓰고 회원탐구 접으면 안되요?
그리고 사람은 믿되, 지금 사회가 '사람을 계속 믿을 수 있게 만드는' 사회가 아님을 직시해야해요. 사람에게 계속 '어떻게 행동하라!'고 속삭이거든요.
26. 젊을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어느 한 쪽에 깊이 개입하지 않는 것이다. 라는 문구를 여기 저기서 봤습니다. 고승덕씨 자서전인가요? 거기서 봤을 때 두드러기가 잔뜩 나서 혼났었는데, 이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물론 아직 전체를 아우르기 힘든, 또한 감정이 풍부한 상태의 젊은 날. 패기만 앞세워서 도전하는 건 연륜이 묻어나는 어른들 입장에서는 안타까워 이런 말들이 나온 것이겠지만. 이런 말 속에 존재하는 구조 순응적인 조언에 저는 큰 굴욕감을 느낍니다. 시간이 지나면 그렇게 나도 변할지 모른다는 생각이 스믈스믈 피어오르기에 강한 거부감이 생기는 것 같아요. 이은님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저는 굴욕감을 넘어 경멸감을 느낍니다. 그런데 저도 아직 어려서, 이 질문에 대한 답이될까 싶어요. 젊었을 때 아니면 언제 '질러' 보겠어요. 저도 여기저기 경험해보고 싶습니다.
27. 어떤 사안이 벌어졌을 때, 월등히 우월한 위치에서 '왜 들 그러니, 그건 다 부질없어.' 라는 언급을 해주는 사람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그런 역할 모델의 경우 한 걸음 뒤로 빠져 있기 때문에 결국은 절충안이나 양비론으로 치닫는 경우를 많이 봐왔습니다. 머리가 굵은 이후의 토론은 결국 '의견의 조율'이라는 목적이 전제적으로 깔려있었기에 이러한 절충안을 수용하기에 이르렀지만, 어렸을 때 전 이런 시람들을 참 많이 비난했었습니다. '명백한 신념에 대한 방법론적 변형'에 관한 질문으로 풀이해주셔도 좋겠습니다.
'월등히 우월한 위치에서' 말을 한다면, 그 말이 무엇이든 제대로 된 '소통' 혹은 '토론'이 아니라고 봅니다. '내가 뭔가 가르쳐줘야한다...'라는 착각을 갖고 있는 태도 (뭐, "내가 지도해야한다..."라고 서로 믿고 살던, 제가 과거 활동했던 모 단체의 활동가들처럼)로 접근하는 인간들이랑은 대화 해봤자 입만 아퍼요. 대화의 자세가 안되어 있거든요.
저는 '토론'해야 할 문제와 '논쟁'해야 할 문제가 다르다고 봅니다. '토론'은 말씀하신 대로 의견의 조율이라는 성격이 강하고, 타협해야 만 할 무엇이 있는 것입니다. 가령 책마을 MT를 갈 때, 보운씨는 산으로 가자고 하고 영준씨는 귀신나오는 폐가에 가자고 하고, 동환씨가 바다로 가자고 하는 경우, 타협해야만 할 무엇이겠고, 토론해야겠지요. 서로 '어디로 가는 것이 좋은가?'의 근거로, 영준씨는 "대화의 집중을 위해 폐가로 가자"라고 한다든지, 보운씨는 "산의 신령한 기운을 마셔야 책에 대한 토론이 잘된다"라든지, 혹은 제가 나타나 "토론이 끝나고 뒤풀이로 여자들과 놀기 위해서는 바다가 좋다"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논쟁', 타협할 무엇이 없다고 생각해야 할 경우가 있습니다. 가령, 제가 반대하는 어떤 정치 현안이 있다고 합시다. 저는 그런 현안에 대해서는 절대 타협할 생각이 없습니다. 타협해서, 중간쯤으로 맞추자고, 제 신념의 수위를 조정해야 할 필요도 없구요.
상병 안대섭 (2006/03/25 08:45:21)
28. 술을 즐기시는 편인지? 혹 술에 대한 에피소드가 있다면?
좋아합니다. 에피소드가 너무 많아서 딱히 말씀드릴 것도 없군요. 음... 아.. 최근에 상천씨, 영준씨와 술을 먹는데 상천씨가 너무 안 먹어서 영준씨와 저만 먹고 딱히 강요하지 않았지요. 그런데 우리가 한 병씩인가 나눠 먹었을 때 두 잔을 마신 상천씨가 버럭 화를 내며 "왜 나만 마셔!"라고 말해서, 당황했던 기억이.. 음 이건 별로 재미없군요. 아 그때 대현씨가 전화를 했는데, '저와 상천씨가 너무 취해서' 대현씨 목소리를 여자 목소리로 들어 실례를 범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병장 김형진 (2006/03/26 18:40:44)
29. 저는 이은님의 이상형이 궁금해요
저도 형진씨의 이상형이 참 궁금합니다. 제 이상형은 제가 오래전부터 좋아했던 분이 가장 근접하지요. 결단력 있고, 절 좀 잘 이끌어주고... 명랑하고 성숙하고 이해심 많은거.. 뭐 그런거지요. 뭐. 별거 있나요,.
병장 김형진 (2006/03/26 18:47:08)
30. 그리고 항상 '이렇게 살자' 하고 다짐하는 신조가 있으신지요? 그러니까 좌우명이라고 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좌우명은 없고... 난감한 질문이 참 많군요. 그냥 신념대로 살자, 주어지는대로 살지 말자. 뭐 이런거지요.
인터뷰
인터뷰로 풀어보고 싶은 부분들이 많았는데 워낙 날짜가 아슬아슬하게 남은 타이밍이기도 했고, 이은님이 말년에 갑자기 업무를 많이 맡게되어 바쁘시다니 아쉽습니다. 아아. 눈물을 삼키며 저 하나, 촌장님 하나 이렇게 질문 두개만 드릴께요.
?콤플렉스 극복기 : 나는 왜 저항하는가? 글을 읽고 주류에 저항하는 이은님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지식인의 입장에서 주류에 대한 저항의 삶과 비주류에 대한 베푸는 삶의 갈림길이 있다면 무엇을 택하실지, 답변과 그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체게바라와 한비야씨의 삶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좀 기계적인 구분이라는 생각도 듭니다만, 이 구분을 따라가자면 전자를 따라가겠습니다. 이유는 명확합니다. '베푸는 삶'이 틀렸기 때문이 아니라, '비주류'를 비주류이게끔 만든 원인을 바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베푸는 삶은, 어찌보면 너무나 순응적이에요. 이 삶도 소중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만.
27사단 시절 '소크라테스 두 번 죽이는 거 목격하기'라는 후기 말미에 "당 서적이 2년동안 잃어버렸던 고민들을 다시 일깨워주는 촉매제가 되었으며 이는 운명의 신이 깔아준 복선일지도 몰라"라고 적어놓으신걸 보고 나중에 이은님에게 질문할 기회가 생기면 꼭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기대 반. 궁금함 반으로 4월 14일 이후 펼쳐질 이은님의 삶에 대한 간략한 청사진을 훔쳐보고 싶습니다.
일단 외국에 나가서 이것저것 경험도 하다가 내년 1월 즈음에 돌아올 계획입니다. 그 다음 2년간 학교를 다니면서 전공 공부를 하겠지요. 다행히 전공을 무척 재밌어 하고 있어서요. 몇 가지 연구해보고 싶은 주제가 있는데 능력이 되면 계속 해보고 싶군요. 그리고 내년 1월부터는 바깥 책마을에서 다들 소중한 인연을 계속 만들어 갔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처음부터 궁금했던 것은 아닙니다만 회원특집을 위해 책마을 주민들이 댓글로 달아주신 서른개 남짓한 질문을 찬찬히 뜯어보면서 “이은씨라면 이 질문에 어떤 답을 할까?”하고 점점 궁금해졌었어요.
사실 기대만큼 길다란 답은 아니었습니다만(웃음) 이은씨랑 친하게 지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엔 차고 남았습니다. 그의 행보를 가까운 곳에서 보고싶어지는군요. 하핫.
열흘후부터 펼쳐질 이은씨의 유학생활에 최상품의 건강이 항상 함께하길 기원하면서 회원특집을 마무리 짓겠습니다. 건강하세요오-.
-end-
상병 엄보운 (2006/04/06 17:28:46)
이은씨가 그리워지는군요. 동환님 정말 수고 많으셨어요.
상병 박민수 (2006/04/07 13:06:55)
회원특집은 볼 때마다 흥미진진하군요. 책마을에 이은님이 남기신 마지막 선물. 제가 한 질문에 대한 대답, 꼭 기회가 닿아 들어보고 싶군요. 그리고 리장님 수고 많으셨어요.
병장 주영준 (2006/04/07 13:09:17)
내게 영국 본토산 던힐 한보루와 유럽 각국의 대표 담배 한갑씩을 전역 선물로 안겨주기로 약속한 육이은 병장님이시군요. 흐으. 이 사람하고 올해의 마지막 데이트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상병 이영준 (2006/04/07 15:38:10)
영국에서는 담배 한갑이 만원이상이었던걸로 기억해요. 5파운드 얼마였으니.
요새는 원화가 강세니 조금 싸져서 한 8~9천원 하겠네요.
육이은씨, 돈 많이 드시겠어요(웃음)
병장 한상원 (2006/04/08 01:16:10)
영국 다녀오시면 볼 수 있겠죠. 아쉽습니다. 잘다녀오세요.
병장 노지훈 (2006/04/13 05:24:02)
영준 / 금연 중이지만 저도 한 대 얻어 필 용의가 있습니다.(웃음)
상병 한승호 (2006/04/28 15:15:50)
이공계 학생인 저로써는 이곳이 상당히 자극적이라는..
빡센 독서를 지향하는 내가 되어야 하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