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감각은 정말로 다섯개인가? 
 병장 이승일 04-07 03:34 | HIT : 219 






 우리와 모든 면에서는 동일하되, 청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들이 사는 세상을 상상해보자.  그래서 그들은 시각, 촉각, 미각, 후각 네 개의 감각만 갖고 살고 있다고 가정해보자. 우리보다는 매우 불편할 것이 틀림없지만, 그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적응 방식이 있을터이므로 별다른 무리 없이 잘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예컨대 그들의 자동차는 크락숀 대신 아주 강한 빛을 사용하여 보행자에게 경고 메세지를 보낼 것이고, 음성언어 대신 수화로 의사소통을 할 것이다. 
 그런데 어느 날 이들 사이에서 청각을 가진 아이가 태어났다고 생각해보자. 돌연변이에 의해서건, 우리가 알 수 없는 다른 이유에 의해서건 상관없다. 그리고 이 청각이 뇌 속에 꼭꼭 숨어있는 귀에 의해 가능하기 때문에, 이들의 기술로는 도저히 발견할 수 없다고 가정해보자. 이 아이는 성장해가면서 자기 자신이 남들과 뭔가 다른 것 같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이 아이의 특별함을 눈치 챌지 모른다. 그는 남들보다 주변 사건에 훨씬 잘 반응하며, 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체할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 아이가 제 5의 감각을 갖고 있다고 믿기는 힘들 것이다. 그들은 아마도 자신들이 이미 갖고 있는 감각들 - 시각, 미각, 후각, 촉각 - 을 이용해서 이 아이의 능력을 설명하고 싶어할 것이다. 아마도 촉각이 가장 유망할 것 같다. 촉각을 통해서도 커다란 소리(진동)는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람들은 이 아이가 굉장히 예민하게 발달된 촉각을 소유하고 있다고 믿을 것이다. 이 아이 역시 스스로의 감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야할지 잘 모를 것이다. 그는 자기 자신이 남들과는 뭔가 다른 차원의 감각을 소유하고 있다고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의심할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느끼는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 자신이 정말로 완전히 다른 종류의 감각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자신할 수 없을 것이다. 
 생물학자나 의사들은 이 소년을 불러서 각종 실험을 할 것이다. 그리고 굉장히 발달된 촉각 덕분에 놀라운 반응속도를 보일 수 있다고 결론내릴 것이다. 간혹 이 아이가 기존의 감각과는 완전히 다른 ?5의 감각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대다수 '주류' 학자들은, 그것이 아무 근거가 없는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할 것이다. 설사 직감적으로는 그러한 주장에 약간 매력을 느끼면서도, 이성적으로 동의하기는 힘들 것이다. 

 이번엔 이러한 상황이 단지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사람이 처한 상황이라고 생각해보자. 여전히 이들의 귀는 찾을 수 없는 곳에 숨겨져 있고, 이들의 과학기술로는 음파라던가 공기의 진동을 기계장비로 검출해내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해보자. 그리고 모든 사람들은 아주 미약한 청각만을 소유하고 있다고 가정해보자.(귀가 꼭꼭 숨어있으니 그럴 만도 하다.) 이 경우에도 사람들은 자신들이 단지 네 개의 감각만을 소유하고 있다고 여기게 되지 않겠는가? 이들이 지각하는 청각이란 단지 촉각의 일종, 혹은 직감, 묘한 느낌이나 환상 따위로 판단 될 것이다. 실제로 외부로 돌출된 감각기관이 네 개밖에 없다는 사실은 이러한 판단을 강하게 지지해줄 것이다. 학자들은 촉각을 통해서는 자신들이 느끼는 현상을 완전히 설명해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밝히는 것은 단지 기술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할 것이다. 즉 단지 복잡한 메커니즘이 얽혀있어서 그렇지 원리적으로는 촉각의 한 종류라고 말할 것이다. 그리고 언젠가는 촉각을 통해 완전한 설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언할 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이러한 예언 속에서 인류의 진보와 승리에 대한 확신을 볼 것이며, 저 숭고한 촉각-환원주의자들은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이성적이며 가장 신뢰할만한 이웃으로 대접받을 것이다. 가끔씩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제 5의 감각이 있다는 주장이 미치광이 학자들로부터 제기되겠지만, 주류 학자들은 그것이 아무런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일축할 것이다. 

 이제 우리가 사는 현실세계로 돌아와 보자. 인간이 5감만을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정말로 사실인가? 그것은 누가 정한 것인가? 우리는 인간에 대한 설계도를 가지고 있는가? 그래서 그 설계도에 '이 제품은 다섯개의 감각을 갖고 있습니다' 라고 명시되어있는가? 또한 설사 대다수의 사람들이 5감만을 소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 중 일부가 그보다 많은 감각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가? 
 만약 우리에게 수학적 대상이나 관념적인 대상을 지각할 수 있는 감각이 실제로 있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것이 단지 머리 속에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지각해내는 것이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수학이나 관념적인 대상들이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보편적인 방식으로 받아드려지고, 놀라운 내적 일관성을 갖고 있는 이유가 다름이 아니라 그것들이 실제로 존재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라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 모든것이 설사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귀를 상실한 나라의 사람들처럼 그러한 지각능력을 다른 감각들의 조합으로 환원하거나 혹은 착각이나 환상일 뿐이라고 주장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이런 주장이 가장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고 타당한 주장으로 간주되지 않겠는가? 오늘날 과학자들은 인간의 관념과 의식 등의 문제에 관해, 실제로는 완전히 설명해낼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설명하는 것은 단지 기술적인 문제일 뿐 이라고 주장한다. 단지 복잡한 메커니즘이 얽혀있어서 그렇지 원리적으로는 신경회로의 연결 속에서 모두 파악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언젠가는 완전한 물리주의적 설명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언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그 속에서 과학의 힘과 승리를 본다. 숭고한 물리적 환원주의자들은 가장 합리적이고 가장 이성적이고 가장 신뢰할만한 이웃으로 대접받는다. 가끔씩 우리가 아직 알지 못하는 제 6의 감각, 혹은 제 2의 실체가 있다는 주장이 미치광이 학자들로부터 제기되곤 하지만, 주류 학자들, 그리고 자부심을 갖고 이들을 따르는 다수의 젊은이들은 그것이 아무런 근거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고 일축하곤 한다. 

 나는 얼마전까지도 나 자신이 그러한 젊은이들 중 한명이었음을 부끄럽게 생각한다. 





 일병 구본성 
 과학은 인간의 오감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는 박쥐의 반향탐지법-초음파같은 것이 물체에 반사되어 오는 파동을 감지하여 그것으로 박쥐만의 영상을 구성하는-을 그럴듯 하게 설명해 낼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학이 만능은 아닐 것이고, 신으로 군림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단지 과학은 우리의 오감이 바탕이 되는 경험적 근거들을 가지고 세상을 설명하고 있을 뿐입니다. 근거가 없으면서 과학 행세를 하려고 하는 것에 배척하는 것이지, 모든 근거없는 언술들을 거부하는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살다보면 근거없는 말을 할 수도 있지요. 그리고 그것도 나름의 가치를 지닐 수 있고요. 

 그리고 과학은 근거를 지닌 미치광이에게는 관대한 듯 합니다. 근거만 있다면 가장 변화를 잘 받아들이겠지요. 근거가 없으면서 상대방에게 그것을 믿으라고 하는 것이 오히려 부자연스러운듯 합니다. 04-07   

 병장 이승일 
 본성 / 그것은 아주 건전한 생각이지만 대다수의 과학자들은 그렇게 건전하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이지요. 특히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과학자일수록 말입니다. 현대사회에서 과학은 분명히 신적인 지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단지 경험적 근거를 가지고 세상을 설명할 따름' 이라고 말하는 것은 언제나 깔끔하고 또한 매우 쉽습니다. 그러한 말에는 언제나 강력한 힘이 실려있기 때문에, 말하는 사람은 항상 자신감과 우월감을 가지고 말할 수 있지요. 그러나 실제로 행해지는 과학적 방법들은 그렇게 깔끔하지 않으며, 우리가 발견하는 세상 또한 그렇게 간단하지 않습니다. '과학적 근거' 라는 말도 본성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명료한 것이 아닙니다. 

 특히 의식과 관련된 문제는 선도적인 과학자들의 비정상성을 가장 잘 드러내는 것 중 하나입니다. 유명한 학자들 중 대부분은 다음 두 입장 중 하나를 취합니다. 1인칭적 의식이라는 현상은 아무런 의미가 없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입장 (제거주의), 혹은 그것이 조만간 신경과학의 발달에 의해 밝혀지리라는 입장 (환원주의) 이 그것입니다. 그것이 현재의 과학적 방법론 바깥에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과학자는, 최소한 명망있는 과학자들 중에서는 극히 드물며 이들은 대중과 동료 과학자들의 인기를 끌지 못합니다. 극단적인 주장을 해야지만 사람들이 무언가 있다고 생각하고 관심을 갖게되죠. 그러나 제거주의나 환원주의 그 어떤 쪽에도 본성씨가 이야기하는 종류의 근거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특히 제거주의의 경우, 우리가 가장 직접적으로 지각하고 느끼고 있는 1인칭 의식의 존재를 아예 부정한다는 점에서 '과학적 근거' 라는 표현이 얼마나 자기 멋대로 이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겠습니다. 
 환원주의자들의 경우, 의식과 관련해서는 어떠한 신경학적 증거를 찾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조만간 성취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습니다. 증거가 조금밖에 없다는 말이 아니라 '전혀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이들이 과연 아무 근거없이 떠들어대는 미치광이들보다 더 나은점이 무엇일까요? 이들의 이야기는 단지 좀 더 세련되고 규격화된 헛소리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많은 사람들은 그 세련됨에 매력을 느낄테고요. 04-07 * 

 병장 배진호 
 흥미로운 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1 가지 제약을 함으로써 우리가 갖을 수도 있는 
 미지의 한가지 부분의 가능성에 대해서 
 조리있게 설명해 주셨군요.. 

 문제는 아마도 그 한 사람이 아무리 특별한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전체는 그것을 인정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그 것 때문에 한 사람은 아마도 어느새 사라져 버리겠죠.. 

' 돌연변이' 

 영화-엑스맨을 보면서 그와같은 생각을 많이 했었습니다.. 
 그것이 실제 돌연변이가 아닐지라도 다른 여러가지 의미를 
 내포할 지라도 제가 본것은.. 소외받는 돌연변이였고 
 능력이 있더라도 그 능력을 감추어야만 함께 살아갈 수 있는 
 돌연변이들의 모습이었으니까요.. 
 그들은 최소한 둘이상이었지만.. 

 만약 이 이야기처럼 하나일 뿐이라면 그 고립감은.. 
 아마 그 무엇보다도 심하겠죠?... 

 때로 그 것이 능력이 아니라 자신의 숨기고 싶은 비밀의 
 일부일 지라도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자신만이 알아야 하는 것.. 그러한 것들이 쌓여나가게 될 경우 
 그것은 자신의 내면에 변화를 초래하고 몇가지 예측할 수 없는 
 형상들로 들어난다고 생각하거든요.. 

 우리의 감각은 6개일 수도 7개일 수도 있죠.. 
 만약 그것이 자신에게 느껴진다면 말이죠.. 
 어쩌면 저도 6개인지도 모르겠네요.. 
 다수에 의해서 전 아직 5개라는 말밖에 할 수없지만 말이죠.. 
( 이것 힘의 논리에 순응하고 있는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04-07   

 병장 이영준 
 역시, 외눈박이들의 나라에선 두눈박이가 비정상이겠죠? 
 저도 우리의 삶에는 우리가 인식하는 것 외에 무엇인가 더 있는 것 같다고 종종 느껴요.. 04-09   

 병장 성태식 
 실제로 그런 케이스가 있습니다. 5번째 미각이라 불리는 것이지요. 아미노산 종류의 액체에 반응하여 맛을 낸다고 들었습니다. 순수한 MSG의 맛이라고도 하는군요. 동양 사람들은 간장, 된장 등의 발효식품을 자주 먹기 때문에 이 맛을 좋아한다고 합니다. 반면 그러한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발효식품의 전통이 없는 유럽 사람들은 이 맛을 불쾌하게 여긴다고 하는군요. 

 어떤 과학자가 제 6의 감각이 존재한다고 이야기했을 때 그의 말이 무시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 사람이 그 감각에 해당하는 신경계와 신경세포, 두뇌의 수용기를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 않다면 그가 발견한 '감각'은 무궁무진한 해석의 여지를 남기게 됩니다. 위의 감각은 제 5의 미각에 대한 수용체와 신경계를 찾았기 때문에 인정되는 것이지요. 

 좀 더 나아가보지요. 연장성을 갖지 않는 물체를 지각할 수 있는 감각이 있을까요? 불가능할거라 추측됩니다. 연장성을 갖지 않는 무언가가 연장성을 갖는 감각세포에 자극을 줄 수가 없으니까요. 

 요가 수행자들이 자신의 신체기능을 자유자재로 통제하면서도 과학적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거지요. 그건 단지 '신기한 것'일 뿐입니다. 간간이 신문에 보도될 뿐인 그런 종류의 것이지요. 과학적 발전에 의미있는 실험결과는 아직 없습니다. 외려 그런 현상은 과학적으로 다룰 수 없는 것이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주기에 유익하지요. 

 그런 현상들은 '의지' 혹은 '당위' 혹은 '욕망' 같이 정형화되지 않고 사물로 환원되지 않는 무언가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러한 것들을 논리적 범주 안에서 다룰 방법은 없다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모순율'이 허용되어야 될거 같거든요. 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