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2007년 현재 대한민국에서 군복무를 수행중인 장병 모두를 지칭합니다.

JYP 사단의 첫 번째 여성그룹으로 박진영은 만15세의 매우 '어린' 소녀들을 2월 13일자로 우리에게 선사했습니다.
이름부터 '놀라운 소녀들'이란 뜻의 '원더걸스'는 나이에서 한 번 놀래키고
도저히 90년生 중학생들로 보여지지 않는 성숙함에서 두 번 놀래키며
마지막으로 JYP의 프로듀싱에 부합하는 그들의 음악적 자질에서 세 번 놀래킵니다.

하지만 우리는 짧게는 3개월, 길게는 2년 3개월 가량 TV와 함께 군생활을 하며
수많은 가수들의 흥망성쇠를 지켜보았습니다. 우리를 열광시켰던 저 수많은 여성 가수들-너무 많아 그 이름을 다 헤아리기도 버거울 정도입니다-처럼 원더걸스도 그저 단순한 자본주의 상품의 하나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원더걸스에게는 우리를 열광시키는 무언가 다른 어떤 것이 존재하고 있지는 않을까요?


1. 스쿨룩과 잊고 있었던 환타지

분명 원더걸스는 아이비처럼 도발적이지도 않고 이횰처럼 섹시하지도 않으며 서인영처럼 홀딱 벗고 나와서 춤을 추지도 않습니다.
대신 그들은 이쁘장하지만 약간은 아슬아슬한 '스쿨룩'을 입고 나옵니다.
여기서 우리는 스쿨룩을 입은 그녀들의 숨겨진 계략을 알 수 있습니다.
대다수의 우리들은 중,고등학교 시절 이성에 대한 막연한 환타지와 현실의 괴리 사이에서 우울하고 답답한 세월을 보냈습니다.
우리는 대부분 남자들만 다니는 쾌쾌한 고등학교를 다녔고 그나마 우리가 유일하게 이성을 만날 수 있던 학원, 교회, 성당 기타 등등의 장소의 그녀들은 꾀죄죄한 교복과 오탁후스런 성향-하이틴 스타들에 대한 열광, 애니메이션 주인공들을 향한 집착 등-으로 우리의 시선을 다른 곳으로 옮기게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상형을 가깝고도 먼 TV의 연예인들로 (어쩔수 없이) 정했고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연상인 여인들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랑해마지 않던 AV들 대부분의 등장인물도 성숙하다 못해 XX한 여인들이었기에
우리는 알게 모르게 같은 성숙함과 매력을 지닌 '동갑'들에 대한 갈급함과 목마름이 잠재의식 속에 내재된 채로 성인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원더걸스를 보자마자 우리는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가 '실제로' 이제 갓 고등학생, 중학생인 그녀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그녀들은 우리의 환타지보다 훨씬 낫습니다. 
거기에는 동시대에 우리가 실체화시키지 못한 환상들이 존재하며 실존하는 그녀들의 모든 것이 생기발랄하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열광할 수 밖에 없습니다.


2. 연령대의 확장, 남성성의 표출의 확장

이것은 단지 환타지의 실체화에 따른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닙니다.
실제로 원더걸스가 등장하자 심심찮게 이런 말들이 오고 갔을 것입니다.
'고등학교 때 예쁜 초등학생들 잘 키워놓을 걸'
'선생님이 우리한테 [너네 짝들은 저~기 초등학교에서 구해야 한다]라고 했는데 그게 사실이었어'

억압된 성문화와 입시 아래 죄악시 여겨지던 연애와 사랑에 대한 우리들의 비극은 성인이 되어서도 우리를 줄곧 괴롭힙니다.
'어린' 다시 말하자면 '입시 아래'에 있는 저 소녀들은 너의 남성성과 육욕의 표출에 전혀 해당사항이 없다는 강박관념 말입니다.
점점 영양상태와 발육은 좋아집니다. 소녀들의 아리따움은 점점 저학년으로 내려가고 우리는 그런 시대적 흐름과 정신적 억압 사이에서 알게모르게 일종의 탈출구를 원했던 것입니다.

원더걸스를 보며 '아래 10살까지는 커버되겠구낫!' 흘러넘치는 이 기쁨에 아이러니를 따라 부르며 춤을 출 수 밖에 없습니다. 


3. 나머지
'아이러니'는 박진영 프로듀싱에 Brian Stanely의 믹스가 돋보이는 곡으로 
그녀들의 싱글에는 'Bad Boy'와 '미안한 마음' 외에 업비트된 '아이러니'의 리믹스 버전을 들을 수 있습니다.


우리 놀라운 소녀들이 더이상 자라지 않고 이대로 영원히 '아이러니'만 불렀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