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연과 내포 : 태식씨에게 
 병장 이승일 03-17 03:13 | HIT : 140 



 답변을 달려고 했는데 글이 너무 뒤로 가서 새로 포스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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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식씨께서 제시하신 의견은 충분히 이해했으며, 태식씨께서 문제를 명확하게 보고 계시다고 생각합니다. 태식씨는 이런 말씀을 하시려는 것 같습니다. 
"A 와 B 가 모든 면에서 완전히 같다면, 이들은 애초에 다른 이름으로 구분되어 불릴 이유조차 없었어야하며, 따라서 A=B 와 같은 말은 실제로는 무의미한 말이다. " 
 흥미롭게도 이러한 주장은 라이프니츠의 법칙으로부터 따라나오는 주장이 아니라, 비트겐슈타인의 <논고> 에서 제시된 관점입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논고> 의 한 부분을 인용해 드리겠습니다. 

5.5303
 쉽게 말해서, 두 개의 사물이 동일하다고 말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이다. 그리고 하나의 사물에 관하여 그것이 그 자체와 동일하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아무 것도 말하는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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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
 그러므로 동일성 기호는 개념 표기법의 본질적 구성 성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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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34 그리고 이제 우리는 "a=a", "a=b & b=c → a=c", "(x)(x=x)", "(∃x)(x=a)" 등과 같은 사이비 명제들은 올바른 개념 표기법에서는 아예 적힐 수도 없다는 것을 안다. 


 이 이외에도 많은 부분이 있지만, 이정도면 대충 충분할 것 같습니다. 
 비트겐슈타인이 말하는 바는 태식씨가 주장하는 바와 거의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와 같은 생각에 완전히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언어적 표현의 뜻을 외연과 내포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예컨데 '성태식' 이라는 표현의 외연은 그것이 지시하는 지시체로써, 성태식씨 개인의 물리적 실체라는 단일한 대상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그 내포는 다양할 수 있습니다. 예컨데 "책마을에서 열심히 활동중인 성씨 성을 가진 병장" 이라는 기술어구는 성태식씨를 유일하게 지목해주므로 하나의 내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동시에 "연세대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이 글의 독자 " 라는 기술어구도 아마 태식씨를 유일하게 지목해주므로 또 다른 내포가 됩니다. 우리는 두 개의 기술어구, 즉 두 개의 서로 다른 내포가 하나의 외연과 연결되어있는 상황을 보고 있습니다. 
 비슷한 예로, 샛별과 개밥바라기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것은 내포와 외연의 차이를 강조하는데 자주 쓰이는 예 입니다.) 샛별은 새벽에 동쪽하늘에서 볼 수 있는 별이고, 개밥바라기는 저녁에 서쪽하늘에서 보이는 별입니다. 그러나 이 둘은 사실 동일한 천체(금성)를 지시합니다. 이 천체는 물리적 실체이며, 우리가 그것을 지각하는 방법과는 무관하게 존재합니다. 반면 우리가 그것을 지각하게 된 방법은 다양하며, '샛별'과 '개밥바라기' 라는 표현은 각각 그러한 방법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따라서 '샛별'과 '개밥바라기' 는 내포는 다르지만 외연은 동일한 표현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샛별=개밥바라기"  라는 표현을 다시 의미있게 사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 라는 동일성 기호는 그것의 외연이 동일하다는 것이지 내포가 동일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샛별'이라는 표현이 가르키는 대상과 '개밥바라기' 라는 표현이 가르키는 대상이 동일하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라이프니츠의 법칙에 위배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라이프니츠의 법칙은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기 때문입니다.
" 만약 a=b 라면, 임의의 1차 술어 F 에 대해 Fa↔Fb 이다."
1 차술어에는 "~는 ~로 불린다" 등의 술어는 포함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해당 언어의 메타언어를 필요로하기 때문에 2차술어에 속합니다. 따라서 어떤 것이 서로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고 해서 그들이 동일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이름으로 불리느냐 하는 것은 그 대상의 1차 술어로 기술되는 속성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P.S 1>
 참고적으로 한가지 더 부언하자면, 내포는 "세계에서 대상으로의 함수" 로 정의되며 외연은 대상과 동의어로 사용됩니다. 이 때 세계란 현실세계 뿐 아니라 가능세계도 포함합니다. 따라서 어떤 특정한 세계에서 어떤 특정한 대상에 도달할 수 있게끔 만들어주는 것이 내포인 것입니다. 예컨데 "체셔 고양이" 라는 표현을 통해 우리는 이상한나라의 엘리스에서 제시된 하나의 가상세계로부터 그 세계에 존재하는 특정한 대상에 도달할 수 있는 루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재 대통령" 이라는 표현으로부터 우리는 현실세계에 존재하는 어떤 대상을 지목해낼 수가 있습니다. (이 때 지목되는 대상은 단 하나여야합니다. 그 이유는 함수의 정의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지요)

<P.S 2>
 저는 예전에 존재를 대상과 관점의 순서쌍으로 표기하자고 제안하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 때 관점이라는 것이 결국 내포와 유사한 의미였습니다. 예컨대 샛별과 개밥바라기는 (p, a) (p, b)  로 표시할 수 있는 것이지요. 물론 저는 "=" 기호에 대해서 다른 해석을 제시했었지만, 어쨌건 일반적으로 언어학 등에서는 내포가 같건 다르건 외연이 같은 경우 동일성 기호를 사용합니다. 그래서 (p, a) = (p, b) 가 되는 것이지요. 

<P.S 3>
 수학에서의 동일성 기호도 마찬가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이라는 기호와 '1+2' 라는 기호는, 비록 그 내포는 다르지만 동일한 수학적 대상을 지시하고 있다고 간주할 수 있습니다. "3=1+2 " 라는 식의 뜻은, 이렇게 서로 다른 내포가 지목하고 있는 수학적 대상이 동일하다는 것이지요. 

 아무튼 내포와 외연을 구분하는 것은 언어의 의미를 파악하는데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설사 외연의 존재를 받아드리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추가적으로 정당화가 이루어져야할 사안입니다. 

 성태식씨 글에 대한 답변으로 필요한 내용만 이야기하자면 이렇습니다. 
a 와 b 가 동일하다는 의미는, 우리가 하나의 대상을 두 개의 다른 내포로 인식하고 있었는데, 이 두 내포가 사실은 동일한 대상을 지목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사물의 객관적 속성이 어떻다는 설명이라기 보다는, 우리가 그것을 이해하는 방식이 어떠해야한다는 설명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상병 하성훈 
 승일// 글 읽으면서 궁금한점이 생각나서 써봅니다. 
 가정을 몇가지 써놓은다음에 질문 하겠습니다. 
 첫번째는 이 세상에 자신의 경험이라고는 책으로 얻은 지식 뿐이며, 
 두번째는 그 지식의 한계는 그가 읽은 책의 안에서 발생하며, 
 세번째는 어느 사람이든 눈에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가정을 해보겠습니다(사람이야 경험에 의해서 알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범위만 좁힌겁니다.) 
 그렇다면 작가가 쓴 단어는 그 사람이 경험하거나 상상으로 써져있는것인데, 
 읽혀 지는 사람은 그것이 판타지 인지 아닌지 모르는 경우를 생각해봅니다. 
 영화에서도 그 영화의 주인공은 자신이 있는곳이 실재라고 믿을것이며, 
 만약 현실세계와 거이 같다면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진 곳도 보는 관객의 눈에는 현실이라 믿을겁니다. 
 작가가 말해주기 전까지는 말이죠. 
 그렇다면 이러한 상황에서 진실과 거짓을 구별할수 있는지요. 
 관객의 눈에는 진실, 작가의 눈에는 거짓이라도 이 둘을 연결해 주는 객체는(상영되는 장면) 사실일 테니까요. 
 그리고 그 둘사이에 이뤄지는 연극은 눈은 거짓을 보여주지 않기 때문에 언제나 눈으로 보여지는 진실일 테구요. 
 그렇다면 " 만약 a=b 라면, 임의의 1차 술어 F 에 대해 Fa↔Fb 이다."라는 명제의 말에따라 
 관객과 작가는 같은것을 보고있다면 둘다 관객일 겁니다. 
 관객(작가,흥미로 보는 사람)이 같다면, 1차 술어는(그것이 현실에서 보여지는 것이므로) 둘다 똑같은 것을 본다는것 아닌가요? 
 이제는 현실같은 가상 가상같은 현실을 만나고 있는데, 저희가 보는것 또한 진실인지 거짓인지 아무도 모른다는 겁니다. 
 단지 유물론적이니 관념론적이니 이런 개념의 상하 구분은 개개인의 경험에 따라 달라진다고 보여지네요. 03-17   

 병장 배진호 
 이 글은 정말 많은 생각이 들게 해주는 글이 군요.. 
 그나저나 그 P.S.1 에서 제기된 
 어떠한 특정 사물에 대해서 떠오르도록 제시할 수 있는 능력 
 어쩌면 그 능력이 중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김제동이 진행하는 연상퀴즈도 이와 
 약간은 비슷한 느낌을 지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가시 하면.. 어쩌면 덩쿨이 생각나는것보다도 
 어쩌면 장미 생각나듯이.. 
 어떠한 루트로 제머리속의 단어들이 
 왜 그렇게 연결되어있는지도 생각해 볼 문제 인것 같네요 

 그것이 단순한 책의 영향인지 아니면 
 어떠한 고리에 대하여 생각한것에 관련된 영향인지 
 뇌의 연결이라는 주제와 지민님이 자주 쓰시는 
 사건과 이미지와 그 복선과 여러가지 생각들이 
 맞물려서.. 복잡한 생각들이 창출되는 그런 느낌이네요.. 03-17   

 병장 이승일 
 성훈/ 물론, 당연하게도, 그렇습니다. 자, 그러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진호/ 음 그런 식으로도 생각할 수 있겠군요. 하지만 연상의 경우엔 한 자극이 하나 이상의 것과 연결될 수 있는 반면, 내포와 외연의 관계는 1:1 대응, 혹은 다대 1 대응의 경우만 허용됩니다. 
 하나의 내포가 두개 이상의 대상을 지목해낸다면 그것은 술어에 해당하게 됩니다. 예컨데 '파랗다' 라는 술어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파란 것들의 집합을 지시하는 식으로 말이지요. 03-17 * 

 병장 성태식 
1. 위의 답변은 'a와 b가 같다.'는 말에서 a와 b가 내포를 가리킬 때 성립합니다. 
 그러나 비트겐이나 저는 'a와 b가 같다'고 할 때 a와 b를 외연을 가리킬 때 사용했습니다. 
 따라서 '외연a 와 외연b 가 같다.'는 말은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2. 위의 답변은 'a와 b가 같다.'라는 말이 의미를 가질 때 
 그 의미를 명확히 풀어놓은 것입니다. 
 따라서 ('a와 b가 같다' 라는 말은 무의미하다.)라는 주장에 대한 
 적절한 반론이 되지 못합니다. 
 간단히 말하면 ('a와 b가 같다.'라는 말이 의미가 있다.)라는 주장은 
 이 글에서 전제로 사용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주장의 옳고 그름을 밝혀주는 내용은 없습니다. 

3. '.'점과 '.'점은 공간적 차이를 제외한 모든 측면이 같다. 
 만일 이 두 점이 공간적으로 같게 된다면, 과연 이 두 점은 두 점일까? 한 점이 되는가? 
 이 질문을 승일씨께서 설명하신 내포와 외연 개념을 사용해서 표현해 보겠습니다. 

'.' 점과 '.'점은 각각 다른 외연이며 
 형태나 색채라는 내포에서 같고 공간이라는 내포에서 다르다. 
 만일 이 두 점이 공간이라는 내포에서 동일해진다면, 
 이 점들의 외연은 보존되는가? 아니면 하나로 통합되는가? 
 더 나아가, '.'이 점은 서로 다른 같은 내포를 가진 
 서로 다른 두 외연이 만들어낸 점인가? 또는 하나의 외연으로 이루어진 점인가? 

 제 입장에서 이 질문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의미가 없습니다. 
 이 질문은은 '실재' 혹은 '본질' 혹은 '사실' 혹은 '대상'이라는 
 단어가 무의미한 이유를 나타내기 때문입니다. 03-18   

 병장 이승일 
 음 새로 글을 써서 답변을 하겠습니다. 03-19 * 

 병장 성태식 
 논의가 새로운 측면으로 발전되어 가는군요.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0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