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장 김청하

사람이 어째서 외로운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명이 있죠. 

한 가지는 라캉 식으로, 사람은 언어를 배우고 난 이후부터는 언어를 통해서만 사유할 수 있는데 언어는 결코 세계 그 자체가 아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있어요. 반대로 말하면 아기라던가 동물이 외롭지 않은 것은 세계를 세계 그 자체로, 자신의 인식틀 안에서 직접 받아들이기 때문이라는거죠. 그런데 언어를 배우고 나서는 모든 사유가 언어화되고 사물을 보아도 자연스럽게 언어 속에 편입시켜버리기 때문에 세계를 언어를 거쳐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하지만 개는 '개'라는 단어가 아니고 인간 김청하도 '김청하'이라는 단어와 같지 않죠. 그건 이름일 뿐이니까요. 우린 그렇게 머리속에 이름들만을 가득 채우고 세계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함으로써 세계와 분리되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세계와 실제 세계 간에 절대로 메꿀 수 없는 간극이 생겨서 외로운 거죠.

언어를 통하지 않는 사유란 없다, 는 말도 안될 정도로 강한 전제가 깔려있긴 하지만 이런 식의 설명도 시사하는 바가 꽤 있으니까 조금 가려서 받아들여야 할지는 몰라도 아예 폐기처분하는건 현명하지 못한 태도죠. 무엇보다도, 그럴싸하지 않아요?


다른 한 가지는 유전자적인 설명이죠. 이건 더 쉽습니다. 인간은 사회적으로 진화한 동물이고, 그 이전에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해 설계된 존재이기 때문에 애초에 외롭다는거죠. 유전자를 널리 퍼트리기 위해서는 사회 속에서 성공하거나, 적어도 사회적으로 타인에게 인정을 받는 쪽이 유리하니 아마 진화 과정에서 외롭지 않은 존재는 도태되었겠지요. 혼자 살 수 있는 인간이 생겨난다고 해도 그는 자신의 유전자를 퍼트리지 못할테니 해당 유전자는 도태되었을 거라는 논증. 게다가 그는 외부의 충격에도 약해요. 인간이 무리를 지은건 여러가지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생존을 위한 것이니까요. 뭐 이것도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해 생존본능을 만든거겠지만.

이 설명도 완전히 인간의 외로움을 설명해주진 못해요. 일단 인간의 문화적이고 개인적인 부분을 무시하고 있고, 더이상 유전자를 퍼트릴 능력이 없는 노인, 특히 폐경 이후의 여성이라거나 하는 인간들의 외로움을 설명하지 못하죠. 물론 조금 수정할 수는 있습니다. 본능적인 외로움은 유전자를 퍼트리기 위해 발달되었으나 그 이후에도 지속된다, 라는 식으로요. 



사회라는 거대한 틀 이외에, 미시적인 관계 속에서 외로움을 해석해볼 수도 있죠. 아이들이 외롭지 않은 것은 부모가 있기 때문입니다. 적어도 나는 어릴 때는 그리 크게 외롭다고 느껴본 적이 없어요. 아이를 이해하려 하는 부모가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덜 외로울테고, 외로움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겠죠. 그렇지만 나이가 든다고 부모가 항상 자식의 이해에 소홀해진다는 것은 아닙니다. 나이가 들면 자기 스스로가 복잡해지니까, 부모도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생기고 아마 그 부분 때문에 외로운 거겠죠. 그래서 짝을 찾는 것일테고요.
  2007/03/26 
병장 김청하 담배 피고 왔어요.
  2007/03/26 
병장 김청하 오늘 인간극장 보면서 농사란 참 힘들지만 해볼만은 한 일이구나.
하고 느꼈어요. 보람이 있고 없고는 뭐 개인차고. 

난 언제나 이런 정체에서 벗어날까요.
  2007/03/26 
병장 김청하 인간은 누구나 밑빠진 독이죠. 관계는 밑빠진 독에 붓는 물이고, 언제나 조금씩 그 물은 빠져나가고 있는 겁니다. 완전히 바닥이 드러나면 인간은 조금 솔직해지죠.
  2007/03/26 
병장 정우용 일단 읽고.. 답변할게요~
  2007/03/26 
병장 정우용 아아... 저는 빠진물을 불을 채워넣지 않은지가 오래 된듯합니다.
마지막 말이 전 와닿는군요.
한살 먹을때마다 배로 고민이 늘고 복잡해지면서..
....저도 누군가에게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커요..
  2007/03/26 
병장 김청하 사람은 누구나 외로우니까 관계를 맺는 것일까요, 아니면 관계를 맺는 이익이 자연선택에 이득이 되기 때문에 외로움을 느끼게끔 진화한 것일까요? 이것도 답은 하나가 아닐겁니다. 조금씩 상호작용하면서 발전해왔겠죠. 아마도 여러가지 설명에 조금씩 일리가 있고, 실제로도 여러가지 요인들이 합쳐져서 나의 이 크고 질척한 외로움, 을 만들어내는 것이겠지요.

안그래도 찌글한데 말이 너무 많으니 더 찌글해보이네요.
담배나 피면서 질척질척하다 와야지 ..
  2007/03/26 
병장 김청하 아, 누가 날 좀 사랑해줬으면 좋겠다...
  2007/03/26 
병장 정우용 아아.. 왠지 이럴때 담배는 부럽군요.

외로우니까 관계를 맺는것도 어느 순간 무의미해 지고...
그냥 무시하며 살게 된거 같습니다.
익숙해졌다고 하면서 말이죠.

........사실 익숙해진건 아닌데..

연락하지 않으면서 연락오길 바라는 심리. 거 이상해요.
  2007/03/26 
병장 정우용 아아.. 청하님. 저랑 같은 생각을 하시는군요.

전 고백 안할거에요. 훗훗
  2007/03/26 
병장 김청하 라캉 식의 설명에서 빼먹은게 있네요. 인간은 자신조차 언어화해서 사유하기 때문에, 혼자서는 자신을 제대로 알 수 없습니다. "타인은 나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죠? 이게 바로 그런 뜻이에요. 인간은 혼자서는 자신에 대해 알 수 없고, 오로지 타인을 통해서만 자신의 의미를 정돈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혼자서는 자신이 살아있는지 죽어있는지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존재라는거죠. 자신이 살아있다는 증거를 얻기 위해 타인을 찾는다는거.
  2007/03/26 
병장 김청하 우용/ 그래도 난 그냥 좋으면 좋다고 하는데 .....
  2007/03/26 
병장 김청하 담배를 끊기 힘든건, 담배가 자신을 태우는 불꽃이기 때문이죠.
원래 자신을 파괴하는 쾌락이라는게 다 강렬한 거거든요.
자폭개그에 중독되면 헤어나올 수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2007/03/26 
병장 정우용 아아.. 멋있어요 역시..
  2007/03/26 
병장 김청하 그리하여 오늘의 길고 찌글한 소리들은

임현종이 담배를 피우지 않는 이유는 자폭으로 충분히 자신을 파괴하는 쾌락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명제를 위해 존재했던 것입니다.

Q.E.D.
  2007/03/26 
병장 김청하 근엄은 나의 빛
개그는 나의 길
농사는 나의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