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300> 얄팍한 후기 
 병장 진규언 04-23 11:15 | HIT : 626 



 한 권의 책을 읽는 것과 비슷하게 한 편의 영화를 읽었으므로 카테고리를 독서후기로 했습니다. <페르시아 전쟁사> 비슷한 책을 한권 읽었다면 보다 이해가 쉬웠으리라는 아쉬움도 함께.. 

 주말에 <300>이라는 영화를 보고 왔습니다. 역시나 들리는 소문대로 대단한 영화였습니다. 몇명인지 모를 엑스트라 전원에게 복근운동을 시켜 과거 스파르타 전사의 용모를 갖게 한 점이나, 스펙타클한 영상과 음향들은 눈과 귀를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늦은밤 동네 영화관으로 혼자 발걸음을 향했기에 가장 집중해서 관람한 영화중의 하나입니다. 한 장면이라도 놓칠새라 팔짱을 끼고 '흐음..'을 연발하며 노려보았지요. 재미있었습니다.


 영화 <300>의 시대적,역사적 배경인 백과사전으로 찾아본 '페르시아 전쟁'
 요약 : 페르시아제국이 BC 5세기 초 시도했다가 실패한 그리스 원정

 페르시아는 BC525년까지 오리엔트지방을 통일하고, 이어 소아시아 연안에 있는 이오니아 지방의 그리스도시들의 반란(이오니아의 반란: BC 500 ~ BC 494)도 진압하였다. 다리우스왕은 BC492년 함대를 그리스 북쪽에 있는 트라키아 지방으로 보냈으나, 아토스곶에서 난파하였다. 이것을 흔히 1차 페르시아 전쟁이라고 하는데, 이 때 페르시아가 노린 것은 트라키아였다는 점에서 페르시아전쟁에 포함시키지 않는 학자도 있다. 또한 트라키아는 페르시아의 세력권에 들어감으로써 목적은 일단 달성한 셈이다.

BC 490년, 제2원정에 들어간 페르시아 함대는 키클라데스 제도 연안을 따라 에우보이아의 어레트리아시를 공격하여 이를 함락시키고, 이어 아테네 북동쪽에 있는 마라톤 평야에 상륙, 아테네시를 공격하였다. 이것은 이오니아의 반란 때 이 두 도시가 밀레토스를 도와준 데 대한 복수라는 설도 있다. 그러나 페르시아군은 아테네의 중장병 밀집대전술에 패하여 아테네시 공략을 단념하고 스니온곶을 돌아 귀국하였다. 그 후 다리우스왕은 죽고 크세르크세스가 그 뒤를 이었다. 그는 페르시아가 동원할 수 있는 모든 군대와 물자를 모아 헬레스폰토스 해협에 선교를 걸고, 아토스곶에 운하를 판 뒤, BC 480년 해륙 양면에서 그리스를 공격하였다. 스파르타왕 레오니다스는 중부 그리스로 가는 통로에 해당하는 테르모필레의 애로를 지켰으나 내통자가 생겨 돌파당함으로써 전원 전사하였다. 이 무렵 아르테미시온 해전이 벌어졌으나 승패는 쉽사리 결정되지 않았다.

 한편, 아테네는 테미스토클레스의 대함대 건조 제안을 채택하여 페르시아의 재침공에 대비하고 있었다. 테미스토클레스는 아테네 시민들에게 이 함선에 탈 것을 설득, 아테네시 전면의 살라미스 섬과의 사이에 있는 바다에서 페르시아 함대와 싸워 이겼다. 크세르크세스는 곧 귀국하여 마르도니우스에게 자기의 뒤를 잇도록 하였다. BC 479년 마르도니오스는 플라타이아이에서 그리스 연합군과 싸워 패하였고, 같은 해 그리스 함대는 소아시아의 미칼레전투에서 페르시아 함대를 격파하였다. 이렇게 하여 세번(또는 두번)에 걸친 페르시아의 그리스 원정은 번번이 실패하고, 소아시아 연안의 그리스 도시들은 페르시아의 지배에서 벗어났다.

 페르시아의 원정을 맞아 스파르타와 아테네는 잘 싸웠으나, 그리스의 도시 중에는 페르시아에 항복한 도시도 있었다. 또한 아테네 안에서도 페르시아와 내통하는 자가 있었다. BC 480년 ~ BC 479년 그리스군의 총지휘권을 장악하고 있었던 것은 스파르타였으나, 그 후로는 아테네가 대신 연합함대의 지휘권을 쥐고 있다가, 마침내 델로스 동맹의 맹주가 됨으로써 그리스 전역의 패권을 잡았다. 마라톤에서는 중산시민이 중장보병으로서 활약하였고 살라미스에서 무산대중이 수부로서 활약하여, 정치적 발언력이 그들에게까지 미쳐, 아테네의 민주화에 기여하였다.


 이상이.. 페르시아 전쟁의 개괄적인 내용입니다.

 영화는 조금더 구체적으로 2차 페르시아전쟁만을 배경으로 취합니다. 그중에서도 아테네 점령이 실패로 돌아간 후 다리우스왕의 뒤를 이은 크세르크세스가 스파르타의 북쪽을 공략하는 시점입니다. 스파르타의 왕 레오니다스와 페르시아의 왕 크세르크세스의 격돌을 가장 큰 구성요소로 삼습니다. 

 역시나 예상대로, 서양우월주의는 피해갈 수가 없습니다. 스파르타나 아테네등의 그리스인만 사람축에 속한다는 발언도 곳곳에 보이고, 각종 유색인종들은 모두 짐승취급한다라는 점에서 백색 피부를 지니지 않은 인종에 속하는 저로써는 불쾌감마저 들었는데요. 지중해 연안에서 홍해까지만을 '세계'라고 보았던 그들의 오만과 오리엔트 지방과 그곳을 구성하는 모든 사람을 미개한 땅, 미개인이라고 보는 관점등이 잘 드러나는 영화입니다. 비판적인 부분들이야 비판적으로 봐주는 편이 낫겠지요. 

 드는 생각은 무슨 헌팅턴이 저서 <문명의 충돌>에서 언급했다던 서방문명과 중동이슬람 사이의 충돌은.. 애초에 이 페르시아 전쟁이 시발점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뿌리깊은 원한관계가 여기서 성립이 되나요. 페르시아가 세계패권을 향해 출발하였든, 그리스 세계가 먼저 시비를 걸었든 간에 테르모필레에서 붙었던 싸움이 서로간의 감정의 골을 깊게 만들었겠지요. 영화에서도 보여지지만 왠지모르게 서방은.. 동양을 두려워하는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피부색도 다를뿐더러 곱상한 그들보다 험악하게 생겼다..(고 묘사되니) 그리고 성격도 불같다고 하고, 짐승을 잘 부리니.. 짐승과도 같다고 하는데. 자꾸 열받네요.(웃음) 

 그리고 스파르타의 왕 레오디나스가 구국의 결단을 하여 300명의 전사들과 함께 스파르타와 전 그리스의 운명을 건 전투를 하고 있는 동안 스파르타의 의회에서는 파병 논란이 거셉니다. 주화론과 주전론이 충돌하고, (페르시아와 동맹하여 재수없는 아테네인들을 척살하자. 혹은 페르시아에게 조공을 바쳐 전 그리스를 낼롬 삼키자. 등등) 오만 정치적 결정들이 난무합니다. 당연히 자신들의 왕이나 나라전체의 운명을 생각할 겨를이 없겠지요. 그 중간에서 자신의 야욕을 펼치는 놈도 있고, 개중에는 국가의 대의를 위해 여왕에게 발언권을 주려는 사람도 있지요. 결국 한 정치인의 반역사실이 드러나면서 파병이 결정되지만... 

 이로써 2500여년 전의 일들이 현대의 일들과 엇비슷한 무게로 가치를 지닙니다. 그 시기의 정치행태가 오늘날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면, 역사가 진보한 것이 아니라 계속 반복되는 것이며 그 구성원들또한 진보한 것이 되지 못하겠지요. 민주주의는 이래서 시끄럽고, 의회제나 대의제 또한 말도 안되는 부분들이 많습니다. 상충하는 가치들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곳이 의회이며 정치에 있어서 철저하게 여성을 배제시키려는 남성우월주의의 산물또한 영화속에서 보여집니다. (그래도 여왕이 '구국의 결단'을 하는 장면이 있는걸보면.. 스파르타의 양성평등적 사고방식도 엿보입니다. 타 그리스의 도시들에 비하여..)

 아무튼 전 이 영화를 주변인에게 추천하고 싶습니다. 이 영화가 18세 이상 관람등급을 받은 이유가.. 육체의 선정성이나 폭력성이 드러나서가 아니라, (목이 잘리는 장면에서 잔혹함이 조금 드러나나.. 15세이상 정도면 무리없이 소화할 수 있을겝니다. 그리고 매우 매우 아쉽게도.. 선정적인 장면은 거의 전무하다고 보면 됩니다.) 이 영화에 내포된 정치적 폭력성에 있다고 봅니다. 오히려, 세상이 너무 정치적이다. 정치성이 미치지 않는 분야는 없다. 라는 슬픈(?) 혹은 씁쓸한 현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18세 이상의 사람들이 보는 편이 합당(?)할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애초에 부조리한 세계에 맞서거나, 부조리한 세상과 타협하기 위한 용기 내지는 자유가 결여된 청소년들이 이 영화를 본다면 안좋은 영향을 받을것만 같아요. 왕이라는 절대적 권력에 대해 정치적 결단으로 자기 잇속을 챙기는 의회나, 장애인들에 대한 편향된 시각 등등.. 회의주의에 빠지거나 편중된 사고방식을 지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서 18세 이상인것 같습니다. 

 영화 재미나게 보고 왔습니다. 언젠가 나들이부터 혼자 영화보는게 버릇아닌 버릇이 되었네요. 장점이 더 많은것 같습니다. 몰입할 수 있고, 이틀 정도가 지난 지금까지 모든 스토리와 장면들 심지어.. 등장인물들의 원어 대사까지 기억에 남는걸 보면 말이지요.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혼자' 보겠다는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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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장 양각산 
 전부터 느낀 건데, 신작 영화를 소개해주는 프로그램의 폐해가 너무 큽니다. 

 영화의 가장 큰 볼거리를 미리 다 까발려버리는 것도 그렇고. 
300 같은 경우에도 얼마든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였는데 메이킹 필름에서 보여준 조악한 실내 스튜디오와 커튼마냥 너풀너풀 쳐진 블루스크린안에서 100% 찍어진 영화라는 정보는 영화를 보는 내내 CG그래픽 너머의 진짜 배경을 떠올리게 하더군요.(울음) 

 그래도 하나 얻은게 있다면, 나도 밖에 나가서 제대로 된 프로그램, 그리고 트레이너와 함께라면 딱 '6주' 안에 몸짱이 될 수 있어! 라는.. 현재의 방종적 생활을 정당화할수 있는 확신!(......) 

 그리고 원래 영화는 혼자 보는 거랍니다. 괜찮으니 굴하지 마세요.(?) 으쓱. 04-23   

 병장 이영준 
300, 인상깊게 본 영화이긴 합니다. 
 그 속에 담겨있는 서양우월주위는 불쾌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페르시아인들을 괴물로 묘사한 것은 참.. 
 어이가 없다고 볼 수 밖에요.. 04-23   

 상병 김성수 
 참 말 많은 영화, 300. 
300 의 정치적인 무책임함에 대해 뭐라 그러는 이들이 많이 있죠 
 어디서는 영화속에 현 미국-이란의 문제까지 녹여내며 영화를 까더라고요 
 열심히 그래픽과 첨단기술을 동원하여 프랭크 윌러의 그래픽 노블을 제대로 영상으로 옮겨보자고 만들어진 영화에 대고 이데올로기나 역사적 사실들을 들어가며 비하하는건 좀 오바죠 04-23   

 병장 강세희 
 저는 영상적인 측면을 제외하고는 무척 불쾌하게 본 영화였습니다. 규언님이 언급하신 긍정적일 수 있는 측면에 비해 말이 많은 서양우월주의를 포함하여 폭력에 대한 정당화를 넘어선 미화, 더 많은 민주주의라는 측면이 아닌 다른 방향에서의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 파병에 대한 정당화를 위한 의회에 대한 부정 등 제 입장에서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여지가 상당히 많은 영화였습니다. 추가 파병에 대한 왕/왕비의 주장과 (관객의 입장에선 답답하게도!!)그것을 저지하려 했던 의회의 모습은 감독의 의도 여부를 떠나 분명히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여겨지더군요. 04-23   

 병장 진규언 
 각산님, 저만 혼자보는게 아니어서 다행입니다..(..) 

 영준님, 성수님, 세희님이 지적해주신 단점들 때문에.. 이 영화가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을 받았다고 여기기에는..제가 한국 문화관광부의 수준을 너무 높게 보는걸까요. 등급을 매기는 주체가 문광부인지도 잘 모르지만, 애초에.. 영화속에 숨겨진 정치적인 의도를 알고, 18세 이하 청소년들에게 미칠 악영향을 알고 등급을 정했다면 크게 고무적인 일일것 같아요. 적어도 18세 이상의 성인이라면.. 비판적으로 바라볼 능력이 갖추어져 있을 것이다. 하는 기대감의 발로가 아니었을지.. 

 의회민주주의의 부정도 내포하고 있고.. 하지만 동기야 어찌되었든 결과적으로 파병이 결정난걸 보면 '어찌저찌해도 대의제가 최선이며, 민주주의라 질퍽질퍽 삐걱거리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정의를 향해 나아간다.'라는걸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를일이지요. 04-23   

 병장 윤재훈 
 영화 300이 언제부터 기획되고 어떤 의도로 만들어졌는지는 모르겠지만. 중요한 것은 개봉 시점상 이 영화를 보고 이라크 전쟁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제작자가 단순히 영상을 옮기자고 해도 그 시각과 내용이 현 상황에서 매우 민감하게 받아 들여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했었어야 되는 것 아닐까요? 04-23   

 상병 조진 
 아무튼 스포일러 규언님. 04-23   

 병장 이영욱 
 전 전쟁영화가 액션영화로 만들어지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 04-23   

 병장 진규언 
 하악, 조진님.. 제가 그점을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 불찰입니다..(..) 대충 내용을 다 말해 버렸네요. 잊어주세요... 04-24   

 병장 이건룡 
 이란 정부의 항의 기사를 업어 단지 역사(인종?) 비하 차원에만 겨냥했었는데 다른 방향의 생각이 아른 거리는 군요. 그렇다 해서 딱히 구체적으로 떠오르는 것은 없지만 첫 부분에서는 에로틱한 장면이 제법 있더군요. 04-24   

 병장 박희원 
 스포일러성이 있을것도 같아서 읽지는 않았는데.. 

 얄팍한..후기는 아닌듯한데..(덜덜) 04-24   

 상병 심재원 
 사실 주인공의 적대세력을 괴물처럼 묘사하는것은 원작자인 프랭크 밀러의 표현 방식이죠. 원작을 너무 충실히 옮겨서 그런지 원작자의 사고마저도 그대로 옮겨진듯 하더군요. 04-24   

 병장 김지민 
 그러게요. 두터운데요. 흐흐 04-25   

 병장 김태호 
 전 별로 재밌게 보진 않았습니다 
 다만 모든걸 떠나서 잘 만들어진 상업영화라는 것은 분명합니다. 05-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