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Side and Side- 프랑스와 벨기에  
일병 이석재   2008-12-31 21:08:15, 조회: 110, 추천:1 

이번 Side and Side 시리즈물은, 어떤분의 요청대로 프랑스와 벨기에, 어찌보면 참 안맞는 두나라에 대해서 쓰고자 합니다. 그러나..프랑스 역사보다는 벨기에 역사에 더 치중하지 않나 싶군요. 프랑스 역사는..하나의 글로 쓰기엔 너무나 방대하거든요.

사실, 벨기에는 예부터 지금까지 세계 역사에 강대국으로서 부상한 적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프랑스, 영국, 오스트리아, 스페인등을 넘나들며 통치를 받다가 결국엔 독립하긴 했는데… 독립 이후엔 자이르 하나 먹고서 땡입니다. 그 자이르도 자신이 점령한게 아니라, 어쩌다가보니 강대국들이 아프리카에 중립지대 하나 놓고 싶고, 그렇다고 자이르를 독립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니 나름대로 유럽국가인 벨기에가 식민지 하나 없이 빌빌거리길래 여러 강대국들과의 협의 끝에 자이르(지금의 콩고)를 넘겨준 것입니다.

하여튼, 벨기에가 전격적으로 역사에 나오기 시작한 때는 100년전쟁때였습니다. 영국과 플랑드르(벨기에 지역을 의미합니다)는 경제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었는데, 영국에서 양모를 주면(주1)  플랑드르지역에서 그걸 가공해서 면직물로 팔아넘겼습니다. 그러다보니 플랑드르지역은 프랑스의 가신이였지만 경제적으로는 영국에 더 가까웠던 것이지요. 

그러다가, 영국의 플렌테저넷 왕가(주2)가 프랑스의 발루아 왕가(주3)와 전쟁을 벌이는 100년전쟁에 가서는, 플랑드르지역은 오히려 영국에 붙게 됩니다. 남쪽의 부르고뉴또한 프랑스인으로서 영국에 붙어서 전쟁을 진행하는 데요. 왜냐하면 부르고뉴의 영지중 하나가 플랑드르 지역이였기 떄문이지요. 그래서 프랑스는 이때부터 플랑드르인들에게 원한을 가지게 됩니다. 자신이 못해준게 뭐가 있다고! 이러면서 말이죠. 하지만 플랑드르는 나름대로 영국하고 전쟁하게되면 자신의 경제적 기반이 몰락하게 되는 상황을 만들게 되버리니까요. 결국 영국은 플랑드르를 통해 영국해협의 제해권을 장악하고, 나아가 프랑스 침입의 교두보로서 활용하게 됩니다.

물론, 아시다시피 100년전쟁은 궁극적으로 프랑스의 승리로 끝났고, 유럽 본토 내의 영국령은 칼레로 축소되었으며, 플랑드르는 다시 프랑스 령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부르고뉴가 전쟁에서 졌더라도 가문의 영토는 함부로 뺐을 수 없는 법이지요. 결국 부르고뉴가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가(또 다시 나오죠? 원래 유럽 역사란 이렇답니다) 에게 넘어가면서 이젠 벨기에는 스페인의 역사에 편입되게 됩니다.

사실 이 합스부르크 왕가라는게 참 웃긴게, 사실 슈바벤의 작은 영지만을 다스리던 가문이였지만, 어찌어찌하다보니 외가는 스페인 왕가, 친가는 오스트리아 왕가가 되버린겁니다. 그 친가와 외가 사이에서 낳은 아들인 카를 4세는 할머니, 할아버지, 아버지, 어머니가 죽자…영토가 장난아니게 늘어나버린 겁니다. 

그렇게 벨기에는 카를 4세의 영토(사실, 카를 4세가 태어난 곳이기도 합니다)였다가, 카를 4세가 자신의 동생에게는 오스트리아를, 아들에게는 스페인을 넘겨주면서 벨기에 또한 스페인 영토로서 존속하게 됩니다. 물론, 네덜란드또한 덤으로 넘어오게 되지요.

하지만, 벨기에 인들 입장에서는 스페인 인들이 맘에 안들었습니다. 벨기에나 네덜란드는 경제적인 이득을 취하는 입장이였기 때문에 돈을 좀 안좋게 보는 카톨릭보다는 돈을 버는 행위또한 신에게 봉사하는 행위라는 프로테스탄트의 이념에 더욱 잘 맞았던 것이지요(이걸 누가 말했더라…기억이 안나는군요. 혹시 아시는 분 제보바랍니다). 그런데 저 먼나라 사람들이 “카톨릭을 믿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 라고 나서니 네덜란드랑 벨기에는 짜증이 확 치솟는 겁니다. 결국, 네덜란드와 벨기에는 스페인에게 독립을 요구하게 되고, 이것이 네덜란드 독립전쟁입니다.

이 전쟁에서, 스페인은 바다쪽으로 접근하는게 빠르긴 했습니다. 그러나 네덜란드 제해권이 너무 강력한 나머지 바다쪽으로는 접근을 못하고, 스페인, 프랑스 남부, 스위스, 독일을 거치는 긴 거리를 보급로로 선택해야만 했습니다(물론, 이쪽 모두가 스페인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지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독일은 스페인의 보급로로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였고, 이에 나중에 30년 전쟁에 스페인이 끼어들게 되는 단초를 제공하게 됩니다. 뭐 이건 이렇고…왜 두나라의 역사를 설명하는데 스페인까지 끼어들게 되는거지 …

역시 아시다시피, 스페인은 이 전쟁에서 패배하고 북부의 6주를 네덜란드로 독립시켜 주게 됩니다. 남부의 나머지 주들은? 스페인의 영토로서 존속하게 되지만, 강력한 자치권을 부여받게 됩니다. 자기 윗동네가 독립했는데 자기라도 독립 못할쏘냐! 라고 나온다면 스페인 입장에선 더욱 난감하니 이 정도로 절충한 것이지요.

하지만 스페인은 다시 벨기에의 통치권을 프랑스에게 넘겨주어야 했습니다. 나폴레옹이 스페인을 무력으로 점령하고, 벨기에를 프랑스의 영토로, 네덜란드를 자신의 동생에게 넘겨준 것이지요. 이때부터 프랑스의 벨기에 사랑은 계속됩니다. 프랑스는 예로부터 벨기에는 자신의 영토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그 생각은 나폴레옹이 워털루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계속되었습니다. 물론 벨기에는 네덜란드 왕국으로 통합됬다가 다시 분리되긴 했지만, 나폴레옹의 조카인 나폴레옹 3세 또한 벨기에를 호시탐탐 노리게 됩니다.

그러나, 이젠 프랑스 주위국가들이 프랑스의 확장을 그냥 바라보지 않게 됩니다. 벨기에를 점령해서 자기 배 채우겠다는데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영국도 반대했고, 독일은 더욱더 반대했습니다. 하지만 나폴레옹 3세는 무리하게 벨기에를 점령하려고 했고, 이는 주위 국가들이 프랑스를 바라보는 눈을 안좋게 만들게 된것입니다. 결국 보-불전쟁때 주위 국가들이 수수방관만 했던것도, “프랑스가 벨기에를 먹는것보다얀…”라는 생각으로 주위 국가들이 생각했기 때문이였습니다.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거죠.

그동안 벨기에는 네덜란드 왕국에서 독립한 이후 어디선가 레오폴드 1세를 끌어와서는 입헌군주국을 세웁니다.(주4) 레오폴드 1세는 나름 왕이 좀 영토도 넓고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 나머지, 자기 나라의 80배가 넘는 자이르(콩고)지역을 식민지로 삼게 된 것이지요. 위에서 말한것처럼 주위 나라들이 좀 도와준게 있긴 하지만, 왕 나름의 외교력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였겠지요. 하지만 벨기에의 통치 능력은 최악이여서, 지금까지도 자이르는 자원부국임에도 불구하고 나이지리아나 남아공처럼 아프리카내에서 좀 이름날리는 국가가 아닌, 내전으로 점철된 국가가 되버렸습니다. 이래저래 수탈의 역사가 낳은 안타까운 현실입니다.

벨기에는 그렇게 자기 나름대로 잘살아 먹겠다고 했는데, 이젠 프랑스가 아니라 독일이 건드립니다. 1차대전, 2차대전시 독일의 전략은 애초부터 네덜란드, 벨기에를 독립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독일이였습니다. 1차대전때는 독일이 벨기에를 침략함으로서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현상을 낳기도 했지요, 벨기에는 독립 이후에 ‘중립국’을 선언했기 때문입니다. 중립국을 공격하게 되면 외교적으로 지탄을 받기 마련입니다.

하여튼, 양차대전간 벨기에의 역사는 암울 그 자체였기 때문에 건너뛰도록 하겠습니다. 1970년대까지 자이르의 통치권을 쥐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놀랍긴 하군요. 결국 2차대전 이후 벨기에는 완전한 국가로 다시 독립했고, 나중엔 룩셈부르크를 독립시켜주어야 했습니다. 사실 벨기에가 빛을 발했던 시기는 별로 없는듯 싶군요.

하지만, 지금은 양 나라가 분열의 위기에 휩싸여 있습니다. 벨기에 남부지역과 북부지역간의 경제적, 문화적 차이가 심하기 때문이지요. 벨기에 남부지역은 카톨릭, 프랑스어 지역권인데 반해 북부지역은 기독교, 네덜란드어 지역권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생각이 다른 두 지역 사람들간의 감정의 골이 깊습니다. 그 수준이 저희 북한과 남한을 바라보는 정도니, 좀 심각한 정도입니다.(주5) 오죽하면 남부와 북부과 분리독립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나오겠습니까. 벨기에에서는 이런 이유로 정권을 세우기가 좀 힘들다고 합니다.

사실 프랑스-벨기에 중심적인 역사로 진행하려고 했습니다만, 벨기에의 역사가 워낙 주위 국가들의 이런저런 침략을 많이 받다 보니 프랑스는 커녕 ‘벨기에의 역사’가 되버린듯한 느낌입니다. 현재의 벨기에는 프랑스, 네덜란드, 독일 3국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사실 프랑스가 벨기에를 안좋게 보는 이유는, 옛날엔 자신의 밑에서 빌빌거렸고, 별로 내세울것도 없는 나라인데 EU본부가 있는가 하면 EU의 정치적인 중심지로서 현재 발전하고 있는 모습이 눈에 아니꼬워서, 라고 생각하시면 되겠지요. 이제 외교적 승리만 성공하면 되는것인가요?[퍽]


주1-양모: 영국에서 양모는 나중에 산업혁명시기 아주 중요한 자원이 되지요, 중세시대부터 이미 영국은 양모로 유명했습니다. 이탈리아지역은 면직물, 벨벳으로 유명했습니다.

주2-플렌테저넷: 이름만 영국식입니다, 그러나 실제 왕가는…한때 남이탈리아를 정복했던 앙주가문이 영국으로 넘어가서 왕가가 된 것입니다. 그렇게 다른나라 왕가가 영국에 가서 이름을 바꾸는 게 흔했는데요, 예를 들어서 노르망디의 노르만 세력이 영국으로 건너가 정복하지를 않나, 독일의 하노버가문이 영국으로 건너가서 지금의 영국 왕실을 건설하기도 했습니다. 이래저래 영국 자체 사람들이 왕가를 세우기가 힘들었는지 원…

주3-발루아: 프랑스 카페-발루아-부르봉 왕조로 이어지는 중세 프랑스 왕조의 중간단계입니다. 떼루아가 아닙니다..! 종교의 자유를 보장한 낭트칙령을 발표한 앙리 4세가 발루아 왕가의 시조입니다. 영국은 프랑스의 왕에게 서신을 보낼 때 “발루아 가의 가주에게” 라는 식으로, 프랑스의 왕권을 부정하는 바람에 두 나라가 결국 100년전쟁에 빠져들게 된 것입니다. 사실 영국의 플렌테저넷 왕가(앙주 가문)도 카페왕조 이후에 프랑스 왕가를 이어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래저래 가문 혈통따지면 골치아파지기 시작하는군요. 

주4-가문 끌어오기: 사실, 영국에서도 이와 비슷했습니다. 위에도 말했지만 독일의 하노버 왕가는 영국의 명예혁명이후 영국에서 새롭게 ‘영입’한 왕가였기 때문이지요. 1차대전 이후 독일색을 싫어한 나머지 가문 이름을 바꾼 것은 유명한 일화입니다. 

주5-분리독립: 유럽내에도 분리독립을 주장하는 나라들은 많습니다. 예를들어 스페인과 바스크, 남,북 이탈리아, 몰도바, 우크라이나 같은 나라들이 대표적이지요. 각자 문화적, 종교적인 요소들이 많습니다. 최대한, 유혈 사태를 막는 것이 제가 되고싶은 외교관들이 할일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33:29 

 

상병 이지훈 
  꾸준하시군요 

2009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허허 잘 보고 있습니다 2009-01-01
14:42:38
  

 

병장 김민규 
  꺄아, 읽으면서 이런 눈물이..... 잘 읽었습니다. 
낄낄, 벨기에 아저씨들 생각하면 프링글스가 먼저 떠올라요. 뭔가 어수룩한.... 

그나저나 벨기에에도 분리독립의 바람이 있는줄은 미처 몰랐네요. 말이 국경이고 나라지 워낙 섞여있는 분자들이라서 불씨는 항상 존재하나봅니다. 허허 2009-01-01
19:07:30
  

 

상병 이석재 
  상병 이지훈/ 09년에도 열심히 써야지요. 이제 다른 주제를 들고 나올때가 된듯...? 

병장 김민규/ 어이쿠 이런 눈물까지... 사실 유럽에 속해있는 민족들은 많지만 그 많은 민족들이 다 독립하지는 못해서 생긴 문제겠지요..? 2009-01-01
20:12:54
  

 

병장 이동석 
  와와- 플랑드르 지역이었군요. 제가 얼마전엔가 예시로 써먹을랬다가 기억이 안나서 말아먹었던 기억이. 

먼나라 이웃나라-만큼이나 재밌는 역사 기행입니다. 재밌는데다가 알찹니다. 2009-01-04
01:40:01
 

 

상병 이석재 
  병장 이동석/ 아니 이렇게 제글에 리플을 많이...허허, 아직 먼나라 이웃나라만큼에 도달하진 못했습니다. 과찬이세요 2009-01-04
22:31: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