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Side and Side- 미국과 멕시코  
상병 이석재   2009-01-01 17:41:13, 조회: 157, 추천:0 

갑자기 삘이 받으면 하루에 한작품씩 올리게 됩니다. 벌써 Side and Side 연재물도 보론을 제외하더라도 7번째 글이로군요. 의외로 장수하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자화자찬]

사실, Side and Side에 나오는 나라들은 ‘라이벌’ 정도로 불릴 수 있는 나라들을 주로 적습니다. 한 나라의 스토리에 편중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이지요. 독일과 오스트리아는 지금은 아니지만, 옛날엔 강대국으로서 티격태격 싸우기도 했고, 두 나라간 균형이 안맞다 보면은 프랑스-벨기에 처럼 한나라 스토리에 치중할 수 밖에 없습니다. 프랑스 입장에서는 벨기에 쪽에 관련된 것을 쓸 거리가 별로 없거든요! 예를 들어 아프가니스탄과 인도의 스토리에 관해서 적으려고 하면 아프가니스탄의 암울했던 역사들을 주로 나열해야 합니다. 인도는?... 사실 두나라간 공통점이라고 한다면 영국 식민지였다. 정도밖에 없겠군요.

이번엔 서글이 좀 길었군요… 이번에 써내려갈 두 나라는 유럽을 잠시 벗어나서, 멕시코와 미국에 대해서 얘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두나라도 나름 재밌는 스토리이니까요. 멕시코 입장에서는 극구 부인을 하겠지만….

미국과 멕시코는, 모두 ‘외국인’들에 의해 세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미국은 ‘인디언’들이라 불리는 원주민들이 살고 있었지만 영국에서 건너온 청교도 인들에 의해 ‘아메리카 합중국’이라는 오만한 이름으로서 건국하게 됩니다. 멕시코 또한 마야 문명에 의해 발전하고 있었지만 단지 수백명에 달하던 스페인 정복자들에 의해 멸망하고, 스페인에 의한 지배 체제를 확립하게 됩니다.

미국의 역사는 잠시 건너뛰고, 멕시코와 국경을 맞대게 된 가장 결정적인 이유만 설명하자면, 루이지애나 주의 점령입니다. 루이지애나 주는 원래 프랑스의 영토였지만, 나폴레옹이 유럽에서 전쟁할 비용을 벌기 위해 이곳을 영국에게 값싸게 판매합니다(주1)

멕시코는 멕시코 나름대로 스페인에게서 독립하기 위해 애를 씁니다. 사실 멕시코에 정착한 유럽인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는데, 스페인에 정착한 유럽 지주들은 스페인의 간섭을 싫어했습니다. 자신들이 땅을 가지고 있는데 자꾸 간섭한다는 이유에서였지요. 그러다가 스페인정부가 뒤집히게 되는 사건이 발생하게 됩니다. 바로 나폴레옹의 스페인 침공인 것입니다(주2)

그러다가보니 멕시코의 지주들은 독립을 외치게 되었습니다. 자신의 상관이 이미 유럽에서 너무나 바빴던 탓이지요. 결국 멕시코는 스페인에게서 독립하게 되고, 그 영토는 캘리포니아서부터 남쪽 태평양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영토를 장악하게 됩니다. 통치자들은 대체로 유럽에서 건너온 지주들(크리올)이 장악하게 됩니다. 하지만 원주민들은 원주민 나름대로 유럽인 지주들을 싫어했기 때문에 멕시코가 독립한 이후에도 멕시코의 전체적인 정치체제는 불안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사이에, 미국과 멕시코가 격돌할 수 밖에 없었던 일이 있었습니다. 바로 ‘텍사스’의 독립이였습니다. 텍사스는 멕시코령이였지만, 미국 쪽에서 이주민들이 넘어오면서 그쪽에 텍사스라는 새로운 정권을 세우게 된 것이지요. 멕시코는 텍사스를 되찾기 위해 끊임없이 전쟁을 했지만 10년동안 점령하지 못하게 됩니다. 물론 텍사스는 미국에 병합되기를 바랬고, 미국도 그것을 내심 바라고 있었지요.(주3)

결국, 텍사스를 무력으로 점령하려는 미군과 그것을 저지하려는 멕시코간의 전쟁이 시작되는데 이것이 바로 멕시코 전쟁입니다. 이 전쟁에서 멕시코는 수도인 멕시코시티마저 미국에게 점령, 패전하게 되고 조약을 통해 멕시코의 국경을 리오 그란데강 이남으로 확정하게 됩니다. 멕시코 영토의 거의 반에 이르는 캘리포니아, 뉴멕시코의 영토를 모두 미국에게 넘겨주게 된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텍사스의 경우처럼 이 영토에도 노예주(노예를 합법적으로 허용하는 주)이냐, 자유주(노예제를 금지하는 주)이냐에 대한 문제가 미국에게 생기게 되었고, 결국 이 새로운 영토에 대한 문제는 후에 남북전쟁에 대한 단초가 됩니다.

멕시코는 미국과의 전쟁 패전 이후 원주민들이 권력을 잡게 되지만, 내전과 전쟁등으로 외채 상환이 불가한 상황이 되자(주4) 프랑스, 영국등이 멕시코에 침입하여 멕시코에 괴뢰정권을 세우게 됩니다.(주5) 결국 프랑스는 패배하고 멕시코는 독립국가로서 존속하게 되지만, 멕시코는 외채상환으로 인해 자신들의 자원을 거의 외국에 퍼다주게 되는 상황을 만들게 되버립니다.(주6)

멕시코와 미국은, 심지어 미국이 남북전쟁 속에 빠져들었을 때에도 조용히 지내지만, 1차대전때에 다시 붉어지게 됩니다. 사실 미국이 피해의식은 좀 센탓이였긴 했지만..

문제는, 독일에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독일은 1차대전중 미국이 계속 영국에게 군수물자를 지급해주는것에 열받아서(사실 자기 아버지뻘이니…) 익히 아시다시피 무제한 잠수함 작전등 미국을 대전에 끌어들이는 바보 같은 짓을 하기 시작합니다. 물론 독일 입장에서는 미국이 군수물자를 팔든, 전쟁에 병사를 투입하든 다를바가 없었겠지만 미국입장에서는 두 입장은 완전히 다른 입장이였지요. 그렇게 미국의 여객선들마저 잠수함에 당하게 되자 미국 언론에서는 난리가 납니다. 미국의 대통령인 윌슨은 그때까지 유럽에 최대한 간섭을 자제하려고 했지요(주7)

하지만, 독일의 미국대사에게서 날아온 전보가 미국을 발칵 뒤집어놓게 됩니다. 이 전보의 내용은 멕시코에게 켈리포니아, 뉴멕시코등 전쟁에서 잃게 된 땅들을 다시 찾게 해주는 대신, 미국을 공격해 달라고 한 것이지요. 정작 멕시코가 이 전보에 대해 반응하기도 전에, 이미 전보의 내용이 미국 언론에 터져버린 것입니다. 그러다가 보니 윌슨 입장에서도 더 이상 유럽에 간섭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버려야 했던 것이지요. 결국 멕시코도 미국의 편에 서서 전쟁에 참여하게 되고, 독일은 이래저래 전보 한장 때문에 적을 더 늘린 셈이 되버렸지요.

그 뒤로 멕시코와 미국은 전쟁 같은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미국입장에서는, 멕시코의 가난한 사람들이 국경을 자꾸 월경해서 자신들의 땅에 들어오는 것을 싫어했던 것이지요. 비록 캐나다-미국-멕시코간 자유교역협정을 맺었지만 멕시코의 경제 입장에서는 당연히 미국 경제에 예속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도 멕시코와 미국 국경에서는 국경을 넘어 아메리칸 드림을 이루고자 하는 멕시코 인들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재밌었던건 영화 ‘투모로우’에서 미국인들이 오히려 역으로 멕시코로 월경하는 장면을 보여주는데요. 결국 상황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에게 일깨워 주고 있습니다.

주1-루이지애나 주: 프랑스는 이후에 캐나다에서도 축출당하게 되고, 아메리카 전체에 프랑스령이라고는 서인도제도의 몇 개의 섬정도밖에 남지 않게 됩니다. 프랑스의 식민지는 이후 아메리카보다는 동남아시아, 그리고 북아프리카에 많이 치중하게 됩니다.

주2-나폴레옹: 나폴레옹은 스페인의 합스부르크왕가를 뒤집어 엎고 자신의 형을 스페인 왕에 등극하게 됩니다. 나폴레옹이 몰락했지만, 스페인의 왕가는 그대로 존속하게 되어 스페인은 후에 ‘부르봉 왕가’로서 왕조가 바뀌게 됩니다.

주3-텍사스: 미국이 텍사스를 점령 못했던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텍사스가 ‘노예주’였기 때문이지요. 북부는 노예주인 텍사스가 들어오게 되면 남부에 힘을 실어줄게 뻔하기 때문에 반대했고, 반대로 남부는 텍사스의 영입을 통해 새롭게 주 하나를 얻는 것이였기 때문에 대환영을 했습니다. 북부와 남부가 이견이 있었기 때문에 텍사스가 아무리 미국을 바랬어도 병합하는데 10년이나 걸렸던 것이지요.

주4-국가 파산(판데모니엄): 국가가 파산하게 되면, 대체로 ‘받아들여주는’나라들도 있지만 ‘전쟁을 불사하는’나라들도 있습니다. 판데모니엄을 선언한 국가는 1930년대의 바이마르 공화국에서부터 현대의 아르헨티나 정권까지 다양합니다. 물론 파산을 선언하게 되면 채무는 없어지게 되지만 국가의 신용도는 급격히 하락하여 아무도 돈을 안빌려주려고 하겠지요.

주5-괴뢰정권: 이때도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가 주도했습니다. 나폴레옹 3세는 이탈리아편과 프랑스편, 독일편에도 얘기했었지만 자신의 숙부를 닮아 프랑스를 대외적으로 위신을 높이는데에 애를 썼습니다. 이를 보나파르티즘이라고 얘기하는데, 결과적으로 독일에 패배하고 황제위에서 물러남으로서 모든게 물거품이 되버렸지요. 하여튼, 이때 괴뢰정권의 수장인 오스트리아의 막시밀리아 대공을 보고싶으시면, 진중문고중 ‘위대한 패배자’에 보시면 잘 나와있습니다. 한번 읽어보시는 것도 좋을거 같습니다.

주6-과테말라 총독령: 사실 멕시코가 멕시코 남부의 중미 지역을 차지한 적이 있었지만, 반란으로 인해 분리, 중앙아메리카 연방을 구성했지만 다시 분리하여 지금의 형태가 만들어지게 되었습니다.

주7-먼로주의: 저번에도 먼로주의에 대해 얘기한 적이 있었지요? 역사란 다 이렇게 얽히는 것입니다. 미국은 먼로주의를 주장하며 아메리카에 대한 간섭을 막았지만, 역시 자신들도 유럽에 얽히는 것을 반대해 왔습니다. 자기내들끼리 잘먹고 잘 사려고 했던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러다보니 유럽에서 1차대전이 진행되도 미국은 물자만 팔면서 수수방관만 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33:46 

 

병장 김민규 
  멕시코가 초반러쉬로 강하게 나갔더라면, 그래서 현 미국영토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면, 지금과는 또다른 모습이 되었겠죠? 역사에 가정은 없는 것이지만, 이래저래 강자독식구조에서 약삭바름이 지혜로 보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2009-01-01
19:13:28
  

 

상병 이석재 
  병장 김민규/ 멕시코 입장에서는, 미국하고 전쟁을 별로 하고 싶지가 않았던 겁니다. 애초부터 텍사스는 미국과는 하등 관련이 없는 지역이였기 때문이지요. 주위 국가들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고 조용히 병합해서 없던일로 만들고 싶었을 뿐이였습니다. 하지만 거기 사는 사람들이 미국인들이였기 때문에 문제였지요. 나중에 독일이 게르만 민족을 통일한다고 체코의 주테텐란트 지역을 요구한 것은 이와 비슷한 문제라고 볼 수 있겠군요. 2009-01-01
20:11:03
  

 

상병 김세현 
  아 재미있습니다 진급을 축하드립니다 2009-01-01
21:13:44
  

 

상병 이석재 
  상병 김세현/ 허허, 제 진급을 알아보시다니 감사합니다. 재미있다고 하는 댓글 하나가 저를 춤추게 합니다 2009-01-01
22:37:44
  

 

병장 홍석기 
  몇 가지 발뱀 붙여봅니다. 

'루이지애나 매입'은 ('매입'이란 단어가 조금 그렇지만) 나폴레옹이 영국에 판매한 것이 아니라 당시 미국의 대통령이었던 제퍼슨이 나폴레옹에게 일정 금액을 주고 '매입' 해 온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가 캐나다에서 쫓겨난 것은 이 사건보다 이전의 일 (미국 독립 이전)으로 알고 있고요. 그리고 '루이지애나 주 매입' 이라 하면 현재의 루이지애나 주(뉴올리언스 주변의 땅) 이라고 혼동할 수 있는데, 그 당시 매입 대상이었던 '루이지애나'는 미시시피강 유역 대부분, 즉 현재 플로리다에서 텍사스 사이의 모든 지역- 대부분의 미국 중서부 지역(라고 쓰지만 사실 중동부 지역이죠) 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그리고 텍사스의 병합이 남북전쟁의 단초가 되었다는것은 좀 비약이 있네요. 노예주/자유주 문제는 1850년의 '미주리 타협' 때 (미주리/캔자스의 분할을 놓고) 정점을 달렸던 문제입니다. 당시 나름 짬 찬 상원의원이었던 헨리 클레이가 땜빵안을 가지고 묶어놓긴 하지만, 멕시코와의 전쟁 후 캘리포니아를 놓고 다시 갈등이 일어나게 되었던 (텍사스는 노예주로 결론내렸던 걸로 알고 있습니다) 것으로 기억합니다. 2009-01-02
09:15:31
  

 

병장 홍석기 
  아, 그리고 한가지 더. 윌슨은 '먼로주의'를 주창한 게 아니라 다른 이야기를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물론 제 기억의 정확도는 매우 떨어집니다만). 당시 미국의 '먼로주의'는 스페인과의 전쟁과 함께 이미 깨진 상태였죠. 그리고 '먼로주의'는 지금처럼 영향력있는 발언이 절대 아니었습니다. 미국이 1차대전 이전까지만 해도 3류 국가에 불과하였기 때문이죠. '아메리카 대륙 전체'에 개입하지 마라-와 같은 대담한 소리를 큰소리 떵떵 치는 미국에 유럽 국가들이 반응하지 않은 것은 단지 '나 용용초등학교 6학년 짱인데 우리동네 출입하지 마라' 라는 초딩에게 무플로 일관한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2009-01-02
09:27:32
  

 

상병 이석재 
  병장 홍석기/ 1. 루이지애나 매입이 '영국'에게 했다는 것은 제가 잘못 표기한 부분이군요. 미국이 맞습니다. 왜 제가 영국으로 했는지.., 그 전의 캐나다와 영국을 생각하면서 쓰게 된거 같습니다. 프랑스가 캐나다에서 쫒겨난건 제가 노템전으로 하다보니 기억을 차마 못했군요. 루이지애나의 자세한 설명 또한 감사드립니다. 제가 그걸 놓치고 표기를 하지 못했네요. 

2. 텍사스의 병합에 대해서는 제가 좀 잘못 알았던 것 같습니다. 노예/자유주 사건이 텍사스에서 시작되었다고 알고 있었는데, 켈리포니아 쪽 얘기였꾼요. 

3. 스페인과의 전쟁또한 시간의 전후를 잘 기억하지 못해서 일어난 오류군요. 먼로주의가 영향력 없던 발언이라는 것또한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부분이구요. 이런 뱀발 너무 감사드립니다. 사실 미국이 그렇게 얘기했어도 프랑스는 멕시코와 쿠바에 개입했으며, 스페인 또한 계속 남미지역을 차지하고선 미국의 얘기는 저 멀리 흘려보내긴 했죠. 2009-01-02
12:28:58
  

 

병장 김민규 
  이런 넘치는 두분의 포스를, 어떻게 감당해야 할 것인가- 책마을의 춘추전국이 밝아 옵니다. 2009-01-02
14:21:20
  

 

병장 이동석 
  낄낄낄, 아 재밌어라. 따지고 보면 미국이 지금같은 모습을 가지게 된것도 불과 몇년만의 일인데 미국의 발전사-식민지 독립국은 어떻게 제국이 되었는가-에 대해 공부해보는것도 재밌겠군요. 

그리고 멕시코는 생각하면 할수록 여간 안습. 2009-01-04
01:49:34
 

 

상병 이석재 
  병장 김민규/ 포스라니. 전 아직 부족할 따름이지요. 

병장 이동석/ ..역시 멕시코는 생각하면 할수록 여간 안습이긴 합니다. 미국을 견제할 나라로 클 수 있었는데... 허허 2009-01-04
22:3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