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Side and SIde- 남이탈리아와 북이탈리아(2)  
일병 이석재   2008-12-29 13:40:26, 조회: 86, 추천:1 

북이탈리아와 남이탈리아와의 통일시도는 그동안 이루어지기는 했습니다. 그것이 다른 외세의 세력일때도 있었고(프랑스의 침략으로 인한 통일 시도), 내부의 시도이기도 했습니다(저번에도 말했듯이, 체사레 보르자인 경우), 하지만 중세시대에 이탈리아의 통일이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각자 자신들이 ‘제노바인’, ‘베네치아인’, ‘시칠리아 인’으로 생각했지 ‘이탈리아 인’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지요. 이탈리아 자체를 하나의 국가로 생각치 못했는데 통일을 어떻게 이루었겠습니까. 결국 그렇게 중세시대를 넘어가면서 점점 이탈리아가 주위 강국들의 먹잇감이 되자 이탈리아 내부에서도 이제 통일의 기운이 무르익어 가기 시작합니다. 이제 자기네들도 주위 강국의 침략에 맞서 싸워서 통일국가를 세우려고 한 것이지요.

특히, 그들중에서 가장 강력했던 나라는 사르데냐였습니다. 사르데냐는 이탈리아의 섬에서 발전해왔지만, 피에몬테 지역을 점령한 후에(피에몬테는 지금의 제노바와 북부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탈리아의 독립을 향해 나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탈리아의 독립을 가장 방해했던 세력은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이였습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이 베네치아를 무너트린 이후, 나폴레옹이 몰락하자 오스트리아가 전쟁보상으로 점령한 땅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되자 사르데냐-피에몬테 왕국은 주위의 동맹국을 찾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뒷나라의 프랑스였습니다.

그때 프랑스의 통치자는 자신의 숙부를 모델로 하는 나폴레옹 3세였습니다. 선거로 인해 황제로 선출된 그는 프랑스가 대외적으로 강국임을 인정받기 위해(말 그대로 위신을 높이기 위해) 이곳 저곳 영토를 쑤시고 다녔지요. 오스트리아-헝가리를 견제하기 위해 이탈리아 문제에도 개입하게 됩니다. 일단 오스트리아를 견제하고 싶으니 이탈리아를 도와주긴 했는데, 사르데냐가 승승장구하자 오스트리아와 단독강화조약을 맺게 됩니다. 그러자 카보우르의 사르데냐 왕국이탈리아 입장에서는 베네치아까지 점령할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지만 어쩔 수 없이 베네치아를 제외한 북, 남이탈리아의 통일만을 완결짓게 됩니다.(주9)

하지만 남아있는 곳이 있었지요. 교황령이였습니다. 교황령은 중세 초기부터 교황의 통치권을 대내외 강국에게 인정받은 곳이였기 때문에 그곳을 이탈리아령으로 할 경우 다른 나라들의 압박을 받을 것이 뻔한 곳이였지요. 특히 프랑스가 반대했는데, 위의 이유와 똑 같은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프랑스가 보-불 전쟁에서 패배하면서 이탈리아에 신경을 못 쓰게 되자 냉큼 교황과 협상, 로마의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이탈리아 왕국에 교황령을 넘겨주기로 합의하게 됩니다. 이제 이탈리아도 베네치아를 제외하고 통일 완료.

마지막 남은 베네치아는, 1차대전때 확보하게 됩니다. 이탈리아는 독일, 오스트리아-헝가리와 동맹을 맺었지만, 오스트리아령인 베네치아에 너무 눈독을 들인 나머지 그들을 버리고 프랑스-영국과 동맹을 맺은 후 1차대전에 참가, 승전국이 되었지요. 하지만 이탈리아도 너무 욕심을 부렸습니다. 그들은 일리리아 해안과 알바니아(일리리아는 유고슬라비아의 아드리아해 쪽 해안을 일컫는 말입니다)까지 노리면서 아드리아해를 자신들의 호수로 삼으려고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게 실패하자 영국, 프랑스에 불만을 품고 2차대전에는 독일 편에 들어가게 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욕심이 심하면 언제나 실패하는 법. 

이렇듯, 근대 후반에 가서야 이탈리아는 하나의 나라로서 통합됬지만 북이탈리아와 남이탈리아는 각자 다른길을 걸어왔습니다. 북이탈리아는 도시국가들의 집합체로서 경제적으로 부유했지만 남이탈리아는 주위 강국들의 침략을 견뎌내가면서 자신들만의 문화를 만들어냈지요. 대신 경제적으로는 문제가 많았습니다. 그렇다보니 이탈리아는 북쪽의 돈을 빼내 남쪽에 투자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두 지역간의 불만이 쌓여가기 시작한 것이지요. 지금도 경제적, 문화적 차이로 인해 두 지역간에는 불화의 씨가 여전히 남겨져 있습니다. 그 두나라를 점차 합쳐져 가는 것이 이탈리아의 현재 당면한 과제중 가장 큰 과제이겠지요.

주9-이태리 독립 3걸전- 재상 카보우르. 엠마누엘레 2세, 그리고 가리발디 이 3명을 3걸이라고일컫습니다만, 사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우리나라에도 들어와 독립의식을 고취시키는데 사용되기도 한 책입니다. 남이탈리아의 양 시칠리아왕국에서 호소 한번에 사르데냐-피에몬테와 합병을 결정하게된 사건 또한 유명하지요. 이부분에 관해서는 나중에 좀 더 알아보고 설명드려야 겠군요.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33:10 

 

병장 김민규 
  그래요. 최근 유럽에 부는 분리주의의 바람은 남북이탈리아를 더욱 불안해 보이게 합니다. 분명 밀라노와 로마는 너무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문화적으로나, 경제적인 면에서나, 사고하는 방식에서나, 사람들의 기질에서나, 부산과 서울의 거리감을 능가하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아요. 해를 정면으로 두고 로마에서 나폴리로 향하는 남북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느꼈던 따가운 오후의 열기만큼이나 호탕하고 쿨한 남쪽 사람들에게 반했던 저이지만, 북쪽의 냉철함에 밀려버리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졌지요. 발칸이, 스페인이, 독일이, 이탈리아가, 아일랜드가, 그 거리감을 어떻게들 메우며 하나의 국가론을 세울지 십년후가 궁금해지는 요즘입니다. 2008-12-30
09:23:57
  

 

상병 이지훈 
  민규// 

최근에 부는 '분리주의'라는 것이 단순히 EU에 대한 반대 개념의 것인지 아니면 아예 서로 다른 국가로의 독립을 하자는 개념인지 궁금해요. 저번에 제 독서후기에 답글 달아주실 때 질문했어야 하는데 지금에서야 하네요. 아 건망증. 2008-12-30
17:43:30
  

 

병장 김민규 
  EU와는 별개로 돌아가는 분위기라고 생각해요. 현재의 분리주의는 실재實在하는 것들에 보다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봅니다. 

EU가 사실 실리를 위해 끼워맞추어진 관념적 연합체라면 국가는 보다 실질적이고 전통적인 하나의 주체로서 기능해 왔죠. 불과 몇십년 전의 2차대전에서 총부리를 겨누었던 나라들이 EU헌법을 논하는 것을 보며 생각해 봤습니다. 그러니까 만약에 실제 개인의 삶을 규제하고 문화적 차이에 따라 해석이 다를 수 있는 형법이나 민법같은 것을 EU공통으로 제정한다고 했으면, 이에는 마약이니 낙태니 온갖 세세한 이슈들로 잔말이 엄청 많을건데, 인간의 존엄 내지는 민주주의같은 대전제를 다루는 비교적 관념적인 주제의 <헌법>이니까, (비록 아직도 제자리에 머물러있기는 하지만) 말이라도 나올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입니다. 
그만큼 유럽사람들은 EU의 단맛을 많이 보고 있고, 인정한다고 해서 그다지 손해되지도 않는 EU Citizen의 지위를 특별히 거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죠. 그러나 국가의 경우는 조금 다르지 않던가요. 뜻하지 않게 그 나라 국민이 되어버린 민족들도 많은 동네 아닌가요. 

카탈루나와 마드리드가, 바이에른과 베를린이, 세르비아와 몬테네그로가, 북아일랜드의 IRA와 본섬의 브리티시의 경우들이 공유하는 공통점들이 있죠. 종교적 차이, 한쪽의 경제적 우세, 민족 내지는 문화적 차이. 이중 일부만 해당하는 경우도 있고 모두를 다 포함하는 경우도 있겠지요. 핵심은 '뜻 맞고 잘 어울리는 우리끼리 그냥 살게 내버려 두렴', 이 아닌가 해요. 어차피 국경의 의미가 퇴색되고 예전만큼 국적에 목숨을 걸어야 하는 시대도 아니니, 게다가 먹고사는데 별 애로사항도 없는데 괜히 다른 동네에 퍼줘야 하는 것 같고, 그냥 우리 좀 건드리지 마셈! 

댓글로 쓰자니 횡설수설같아 찜찜하기는 한데, 여간 10년 후 이것이 어떤 형태로 변형되어 갈 것인가는 또 다른 문제이고, 지금으로서는 짐작조차 할 수 없으니 호기심이 마구 자극되고 있습니다. 허허 2008-12-30
22:16:18
  

 

일병 이석재 
  병장 김민규/ 현대 유럽의 세계도 중세나 근세만큼이나 참 재밌는 곳인거 같습니다. 따로 또 같이라는 어디서 나온 말이 기억나는군요. 비록 영토분쟁은 옛날보다 적어지긴 했지만, 그만큼 경제적인 문제, 이민자 문제가 가장 크게 대두되는듯 싶습니다. 종교, 문화적 차이도 계속 발생하고 있지요. 이래저래, 근대 외교사를 전공하고 싶어하는 사람이긴하지만 '사실'이란 참 재미있는 것들인거 같습니다. 2008-12-31
19:06:33
  

 

병장 이동석 
  이탈리아 통일 과정은 언제봐도 흥미로운것 같아요. 흐흐. 정말 잘 읽고 있습니다. 2009-01-04
01:06:03
 

 

상병 이석재 
  병장 이동석/ 흥미로운 주제지요. 민족주의 바람에 한꺼번에 항복이라, 멋진 나라입니다. 2009-01-05
03:1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