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패션에 관한 잡담 시즌 투 - 4  
상병 김무준   2009-01-06 18:48:06, 조회: 264, 추천:1 

최근 패션계에서 연일 화제가 되고 있는 인물이 있습니다. 앙드레 김도 아니요, 장광효도 아니고, 하상백도 아닙니다. 준지JUUN. J를 이끌고 있는 디자이너 정욱준입니다. 나이가 사십 쯤 되었던가요. 신인 디자이너 치고는 꽤 나이가 많은 이 아저씨가 잡지며 언론에 생소한 얼굴을 날려대고 있습니다. 패션잡지에서는 대한민국 패션을 이끌어 갈 기대주로 선정한 지 오래죠.

지난해였던가요.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정욱준이 준지라는 브랜드로 파리 컬렉션에 진출했습니다. 이제 세 시즌 정도가 지났죠. 자기 말로는 트렌치코트 몇 벌 들고 맨땅에 헤딩하는 심정으로 달려들었답니다. 그의 컬렉션 사진을 처음 접했을 때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하이브리드Hybrid한 옷을 만든다는데, 많은 파리 컬렉션의 디자이너가 그렇듯 이걸 입을 수 있나 싶은 옷이 대부분이었죠.

창의성을 최고로 치는 파리 컬렉션답게 언론은 그를 치켜세웁니다. 평가는 간단했습니다. 웨어러블. 즉 입을 수 있는 옷이랍니다. 아직 눈이 트이지 않아서인지 어딜 봐서 입을 수 있다는 건지. F/W Collection에 그의 옷이 나오고, 엄청난 충격에 빠졌습니다. 트렌치코트를 입은 모델들이 걸어 나오는데 버버리 프로섬의 트렌치코트만큼이나 멋져 보이더군요.

옷이라는 게 글로는 설명하기가 참 힘이 듭니다. 왜 멋진지 설명하기가 참 힘들죠. 어쨌거나, 그의 매장에 패션의 황제라는 칼 라거펠트가 찾아오고, 쇼의 피날레에 직접 트렌치코트를 입고 나왔답니다. 세계적 편집매장과 브랜드에서 러브콜이 쇄도하고 있다죠. 패션계에서는 정욱준을 세계패션의 최정상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인물로 평가합니다.

지난 11월쯤에 신사동 가로수 길을 지나고 있을 때였습니다. 한 매장 앞에서 걸음이 멈췄습니다. 매장에는 한 벌의 트렌치코트와 신발 하나가 전시돼 있을 뿐이었습니다. 코트 위에 달린 브라운관에서는 쇼의 한 장면이 방송되고 있었죠. 멍하니 코트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청담동의 번쩍거리는 브랜드 매장 앞을 지날 때도 멈춰 섰던 적이 없었습니다. 전시된 트렌치코트가 누구의 것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죠. 준지의 트렌치코트였습니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아우라가 사람을 사로잡았습니다. 그러니까, 그게 대체 무어냐 묻는다면 직접 보시라 답하렵니다. 사람을 사로잡는 책이 있듯이 사람을 사로잡는 옷도 있습니다. 코트 앞에 선 칼 라거펠트가 같은 기분이었을까요. 슬프게도 지갑은 텅텅 비어있었고, 화면 속에서 런웨이를 걸어 나오는 모델들만 하릴없이 바라보다 다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사람을 사로잡는 옷을 만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누구도 답해주지 못할 물음만 머리에 맴돌았습니다. 폴 스미스를 꿈꾸고, 이브 생 로랑을 꿈꾸고, 조르지오 아르마니를 꿈꿉니다. 정욱준은 자신이 꿈꾸는 자리에 다가가고 있을까요? 그 모습과 과정이 자신이 꿈꾸는 것이었든 그렇지 않든, 그의 도전은 더 큰 도전을 향해 나아가고 있고 발걸음은 미치도록 멋져 보입니다.

이충걸이 <성공과 상처>를 쓰며 느꼈을 감정이 이런 것일까요. 물론 다르겠죠. 이충걸은 잡지 편집장으로, 한 사람의 남자로 충분히 성공했다 할 만한 사람이고 글쟁이는 아직 그렇지 못하니까요. 글쟁이의 감정이 순수한 자괴감에 더 가깝겠죠. 하지만 이충걸이 그러했듯 [나보다 잘났단 이유로 그들을 미워하진 않을 거야…] 라고 외치렵니다. 아직 하지 않았고, 나이가 사십 무렵이 되었을 쯤, 누가 더 높은 자리에 있을지는 지나봐야 알 수 있을 테니까요. 그러니 잘났단 이유로 그들을 두려워하지는 않으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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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7
14:12:35 

 

병장 이동석 
40.6.1.206   이미 무준씨는 상위권입니다. (뭘로?) 2009-01-06
19:12:57
 

 

병장 박장욱 
56.3.1.253   어느 콜렉션 사진을 잠시 보다가 저도 좀 신선한 충격이었는데 

아직 실제로 눈으로는 못봤네요... 2009-01-07
07:32:04
 

 

상병 구진근 
7.7.1.95   저는 아직 제 머릿속을 맴도는 코트의 이미지와 닮은것을 찾아 헤메이고 있습니다. 2009-01-07
08:56:05
 

 

일병 박성민 
48.1.4.183   기회가 되면 한번 꼭보고싶네요 2009-01-08
13:19: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