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패션에 관한 잡담 시즌 투 - 3  
상병 김무준   2008-12-18 14:55:24, 조회: 265, 추천:0 

자 상상해봅시다. 눈앞에 빨간색 타탄체크셔츠가 있습니다. 타탄체크는 뭐냐. 버버리체크무늬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빨간색 보다 조금 더 어두운 붉은 바탕에 흰색 줄무늬가 가로세로로 엇갈려 있고, 거기에 다시 초록색 얇은 선이 가로세로로 띄엄띄엄 엇갈려있는 버버리체크를 생각해보죠. 상상이 가십니까? 식탁보나 스코틀랜드 전통의상의 치마가 생각난다고요? 맞습니다. 타탄체크는 왠지 모르게 촌스러워 보입니다. 아버지의 옷장을 뒤지다보면 툭 하고 떨어져 나오는 퀴퀴한 옛날 옷이란 이미지가 있죠.

이번 시즌에는 그 체크무늬가 유행을 탔습니다. 가을이면 으레 여러 가지 체크무늬가 유행하지만, 보통 남자들은 ‘촌스럽다’는 생각을 가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체크무늬 특유의 패턴이 묘사만으로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오랫동안 우리가 보아왔기 때문이겠죠. 익숙하기에 세련되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러나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 체크무늬가 유행했습니다.

누군가는 ‘체크무늬가 유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새로운 유행거리가 없다는 것이다’라 했습니다. 그럴지도 모르죠. 무튼 체크무늬는 올해 봄부터 영국풍의 트렌드에 맞게 재해석되었고, S/S 시즌의 구찌Gucci 에서 출발해 F/W 시즌에 접어들며 폴 스미스Paul Smith, D&G, 크리스 반 아쉐Kris Van Assche는 물론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 디 스퀘어드D' Squared 등과 같은 브랜드에서도 나타납니다.

원더걸스, 브라운 아이드 걸스, 씨야 등이 복고풍 패션으로 단장하고 나온 것도, 이런 시대적이고 문화적인 흐름을 계산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겠습니다. 체크무늬는 디자이너들의 컬렉션에 힘입어 올 한해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글쟁이 역시 올 가을 쯤 회색 타탄체크셔츠와 붉은색 타탄체크셔츠를 입고 다녔습니다. 사진을 본 분들은 알고 계시겠죠. 아, 사람들이 보내는 ‘뭐야 저 듣보잡은?’ 따위의 시선이 어찌나 상큼하던지.

패션은 형태가 불분명한 주기적 흐름이 있습니다. 이건 디자이너 브랜드가 나오기 훨씬 전부터 존재했던 것이죠. 하이탑 슈즈가 테크토닉과 함께 불과 일 이년 새에 유행했다고 알고 있다면 착각입니다. 80년대에도 이미 발목까지 올라오는 신발, 하이탑 슈즈와 같은 신발이 유행했었습니다. 체크무늬가 유행하고 있는 건 패션의 순환성 때문이겠죠.

촌스러운 것이 세련된 것이 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스타일을 원하는 상위 16%의 계층, 즉 혁신 그룹Fashion Innovater 과 리더 그룹Fashion Leader이 새로운 것을 추구하며 기존의 패션을 파괴합니다. 그 과정에서 옛 것을 재해석하는 ‘복고’열풍이 불어오고 있죠. 패션은 참 변덕스럽습니다. 어느 날 갑자기 옷장에 박아둔 촌스러운 물건이, 트렌드의 맨 앞자리에 서 있기도 합니다.

어쩌면 우리가 생각하는 많은 관념들이 패션과 같을지도 모릅니다. 갈릴레오 갈릴레이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외쳤듯이. 매트릭스에서 네오가 현실을 인지하듯이. 순식간에 뚜렷했던 것들의 위치가 바뀔지도요. 패션은 사회 통념과 흐름의 변화에 민감한 문화입니다. 지금도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습니다.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당당히 게이임을 선언해도, 그래? 그럴 수도 있지- 하고 생각하는 날이 왔습니다. 지금 우리는 수많은 변화 앞에 부딪혀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빨간약을 선택해야할까요, 파란약을 선택해야할까요.





뱀발. 제목 수정했습니다.
뱀발 둘. 깽깽이는 전문가가 아닙니다. 질문공세는 적당히-
뱀발 셋. 코트가 사고싶다! 아우아우! 

22.83.38.70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7
14:12:12 

 

병장 박장욱 
56.3.1.253   패션의 순환주기는 정말 종잡을수가 없더군요. 

그래도 체크무늬는 그나마 그 순환주기를 덜 타는 패션이 아닐까 싶네요. 2008-12-18
15:47:13
 

 

상병 김요셉 
20.17.2.32   저도 코트! 코트! 넝마같은 코트! 엉엉 2008-12-18
16:01:02
 

 

병장 이동석 
40.6.1.206   엥? 질문도 받아주나요? 

전 패션엔 꽤 관심이 있지만, 옷은 어지간하면 안삽니다. 이런 인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 예상에 무준씨는... 

무준씨가 댓글달면 공개하겟습니다. 2008-12-18
16:14:36
 

 

상병 김무준 
22.83.38.90   아무 생각 없습니다. 쪽지로 질문이 계속 와서요. 이건 뭐 스타일 닥터도 아니고. 2008-12-18
16:32:31
 

 

일병 김태훈 
8.151.1.45   먼저 질문을 드린 사람 중 한명으로서 무준님께 사죄의 말씀을드립니다. 하하하 

바다지킴이라서 그런지 코트는 안땡기네요. 전 슬림한 패딩이 땡깁니다. 2008-12-18
16:44:32
 

 

병장 이동석 
40.6.1.206   댓글로 물어보면 차라리 편하지 않나요? 쪽지 박터지시겠군요. 2008-12-18
18:02:52
 

 

일병 구진근 
7.7.1.95   검은약을 선택하겠습니다(퍽) 2008-12-18
18:07:02
 

 

일병 김태경 
16.32.7.56   빨간약은 바르는 약? 2008-12-19
05:20:59
 

 

책마을 
40.6.1.206   아 그리고 전 무준씨가 무플-일줄 알았는데, 저런 댓글로 응수해오는군요. 낄낄 2008-12-19
07:15:18
 

 

일병 이석현 
22.53.2.88   동슥님 왜 책마을로 리플다시는군요(이건 질문도 아니고 평문도 아니에요) 2008-12-21
22:39:24
 

 

일병 이석현 
22.53.2.88   오타군요 동슥-> 동석, 환상소설에서 하도 동슥동슥하다보니... 죄송해요(땀) 2008-12-21
22:39: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