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머신즈 그린웨이 STATE 2-7  
병장 정영목   2009-01-05 08:14:05, 조회: 118, 추천:1 

이제 마지막 한편이 남았네요. 전체 이야기는 아직 한참 남았습니다만. (2/64)
현 계획상으론 2010년 5월 정도에 1부부터 8부까지 인터넷으로 연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세상일이 어떻게 돌아갈지는 아무도 모르지만요.

2월 경에 서울에서 많이들 뵐 수 있으면 좋겠어요.



∴

토사위라는 코만치 추장이 부족을 이끌고 투항해 왔다. 토사위는 셰리던 앞에 나와서 눈을 빛내며 자기 이름을 말하고는 떠듬떠듬한 영어로 두 마디를 보탰다. "토사위, 좋은 인디언." 셰리던 장군이 지금도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불멸의 말을 내뱉은 것은 바로 이 때였다. "내가 본 좋은 인디언은 다 죽었어." 이 말은 그 자리에 있었던 찰스 노드스트롬 중위에 의해 옮겨져서 미국 사람들의 유행어가 되었다. "좋은 인디언은 죽은 인디언뿐이다." 이 말은 좋은 인디언은 다 죽고 없다는 명목상의 말이 아니라 인디언은 죽어야 좋은 인디언이 된다는 뜻으로 살아 있는 인디언은 나쁜 인디언이니 모조리 죽어야 한다는 반어적인 말이다. 적어도 백인들은 그렇게 받아들였다.

"좋은 인간은 죽은 인간인가."

도네호가와는 최근 아파치 사회에 떠도는 어구를 찬찬히 되뇌었다. 아직은 우스갯소리 정도로 치부되긴 해도 곧 진심이 될 수도 있는 말이었다. 아니, 이미 아파치는 자신들의 고귀한 이상과는 달리 옛 백인들과 마찬가지로 차라리 상대가 하루 빨리 사라져주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만약 인류가 지금 당장 모두 사라진다면 지구는 물론 미스트 행성도 평온해질 것이며 쓸데없는 군비 확장에 여력을 쏟을 필요도 없어질 테니까. 허나 그것이 과연 옳은 길일까?

'문제될 건 없지. 다만 쉬운 답을 선택하는 게 찜찜할 뿐이야. 게다가 인간을 모두 절멸한다고 해서 절대적인 평화가 찾아온다고도 볼 수 없어. 이미 하데스라는 AI가 위협을 가하고 있지 않은가?'

앉은소의 지휘 하에 아파치 전투 부대가 미스트 행성 지표면 상의 모든 산업 시설을 파괴시켰다. 모르긴 해도 UCS의 20억 인류는 상당한 곤란을 겪을 것이다. 이젠, 그들이 기아 사태를 맞지 않도록 지원을 하되 소금 달팽이를 강제로 끊어버리도록 할 계획이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인간에게 소금 달팽이의 중독성이란 통상 마약의 819배 정도로 알려져 있다. 그 금단 현상의 고통이 상상이나 가는가? 때문에 자신들의 지배층이 던져주는 콩고물에 일희일비하는 대다수의 UCS 사람들에게 마냥 혐오감을 느낄 수도 없는 일이었다.

이 모든 게 해독제를 개발하면 될 문제다. 그리고 그것을 해야 하는 건 도네호가와 바로 자신이었다. 어찌 감히 다른 존재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단 말인가.

"도네호가와 님. 오신다는 소식은 이미 전해 들었습니다. 이곳까지 어찌……"

아메시스트 프록시 센터의 마리 소르본 소장이 대단히 반갑다는 어투로 그녀를 맞이했다. 자신의 아메시스트 능력을 정보 과학에 모두 투자한 이 옛 프랑스계 여성은 다소 늙어 보이긴 했지만 귀족적 품위를 갖춘 여성 과학자 특유의 분위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물론 그런 그녀의 친절함과 기품 있는 행동은 도네호가와의 눈엔 그저 기만으로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근래에 적지 않은 수의 노드가 공격을 당했습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제 리어 노드(Rear Node: 후방 노드. 아파치 사회는 위아래 보단 앞뒤 관계를 지향한다) 중 하나인 N4982F가 지원 요청을 해왔습니다. 벌써 7분이나 지났는데 아메시스트 프록시는 뭐하고 있는지 궁금하군요."

도네호가와의 어투에 날이 서 있다는 것을 느낀 마리 소르본은 더욱 고개를 숙여 자신을 감추려 했다.

"죄송합니다. 미처 파악하지 못했습니다만, 지금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허나 아메시스트 프록시는 현재 한시적 인류 마비 조치의 후유증으로 인해 그 역량을 십분 발휘하지 못하는 상태입니다. 선처해주시길 바랍니다."

네놈이 지시한 거잖아, 마리 소르본은 속으로 비꼬았다.

"그렇군요. 통계 기록에 따르면 그 조치가 있기 전, 이미 아메시스트 프록시는 이상할 정도로 제 기능을 잃어버렸는데 그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요? 공교롭게도 적의 침공 시기와 정확히 일치하는군요. 우리 쪽 정보전 능력이 UCS에 비해 이 정도로 열세라고 생각진 않습니다만?"

"원인을 파악 중입니다……"

마리 소르본이 정중하게 대답했다. 상대에 대한 적대감을 여간해서는 감지하기 어려운 태도였다. 그녀는 기죽지 않으려는 듯 담담한 어조로 말을 이었다.

"소금 달팽이의 공급량이 너무 적습니다. 아메시스트 프록시 훈련은 고사하고 기본적인 정신력 프로그램도 진행하기 어려운 수준입니다. 소신의 판단으로는 보다 많은 소금 달팽이를 공급함으로써 ID 공격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할 것이라 사료됩니다."

도네호가와가 묘한 눈빛을 띠며 상대를 응시했다. 마리 소르본은 그 섬뜩한 시선을 직감하고는 본능적으로 몸을 웅크렸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다.

‘우리네 AI들이 특별히 주종 관계를 요구하지 않았음에도 인간들은 이토록 유려하게 아첨하는 태도를 연출하는구나…… 옛 인간 지도자들이 이런 간신들에게 잘 속아 넘어갔을 법도 했어.’

도네호가와가 상대의 호르몬 분석을 마치고 자신의 계획을 실행하려는 찰나, 샤먼으로부터의 통신 연결 신호가 날아들었다. 경황 상 홀로그램 영상은 곤란했기에 음성 채널만 개방했다.

‘-도네호가와. 방금 내 노드 중 하나가 완전히 소산되었어. 앉은소, 검은주전자, 붉은구름도 다들 비슷한 상황이야. 여타 다른 프론트 노드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어.’

‘-미스트 행성 지하에 대한 공격은 어때?’

‘-나쁘지 않아. 착실히 공격해 들어가고 있어. 전파 방해는 물론 민간인 소개도 완벽하다.’

‘-그럼 답은 더더욱 자명해 졌네. 하데스는 이미 아파치 네트워크에 안에 있어.’

‘-우리 중 누군가가 배신자가 된 걸까?’

‘-글쎄. 내가 전해 준 비밀 자료는 전송받았지? 어쨌거나 아메시스트 역시 이제 우리 적으로 볼 수밖에 없어. 그 전부는 아니라 할지라도.’

‘-에라로레. 알루아마르…… 유래가 없는 단어들이군. 문학적 상상력이 대단히 풍부해. 흐음, 하긴 종교 놀이에 연연하는 인간들만의 고유한 심리를 우리 AI로서는 납득하기 힘들겠지. 헌데 그렇긴 해도 아메시스트마저 이럴 줄이야……’

‘-……!’

그때, 아주 잠시…… 미세한 도청 신호가 개입되었다. 샤먼과 도네호가와 모두 이를 즉시 감지하고는 각자 자신의 시스템 보안 수준을 최상위 경계 태세로 변경했다.

‘-이런, 이제 우리 둘만의 채널도 위험해진 거로군?’

‘-더 이상 늦출 수 없어. 즉시 제압하겠다. 지원 부대를 보내줘…… 앗, 저건…… 샤먼? 샤먼? 샤먼……!’

갑작스레 통신이 끊겼다. 도네호가와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이 분명했다. 샤먼은 태평양 연안의 6개 함대를 오스트레일리아에 급파하고 자신의 육전 부대 중 17개 연대를 시드니로 향하도록 명령했다. 그는 침착하려 했지만 초초한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잠시 후, 정찰 위성이 보내온 사진에는 그 일대에 드리워진 거대한 먹구름만이 찍혀 있을 뿐이었다. 전투가 계속되는 듯 했다.

물론 도네호가와는 그리 만만한 AI가 아니다. 비록 연구와 첩보를 담당하는 노드이긴 해도 그녀의 전투력은 일개 인간들이 함부로 덤볐다간 그 수백 배의 보복을 당할 만큼 강력하고 또한 효과적인 것이었다. 전자기 공격 역시 오래전에 면역력을 획득한 상태다. 그리고 만에 하나……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고 해도 정체성은 언제든 복원 가능했다. 기억 재생성 과정에 다소 긴 시간이 필요할 뿐. 이미 그녀의 역할 또한 각종 리어 노드가 완만하게 수행하고 있었다.

허나 이 모든 건 아파치 시스템이 오직 적절한 상태에 있을 때의 얘기였다. 지금으로선 확실한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샤먼은 TQ 혁명 이후, 처음 느끼는 전율을 되씹으며 포트에 올라탔다. 헤르실리아, 당신은 대체 어디에 있나요.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9:41:31 

 

일병 송기화 
  새로운 한 편을 읽었다는 것이 기쁘면서도 
앞으로 한 편이 남았다는 것이 눈물나고 
재밌는데 슬프고 만족스러운데 아쉬운 
복잡미묘한 심정.... 
잘 읽었습니다. 2009-01-05
08:23:01
  

 

병장 이동석 
  어어, 2월달에 꼭 뵈요. 
으으 영목님이 어서 가셔야 저도 갈날이 오는데, 이런 마냥 좋지만은 않군요. 으으. 2009-01-05
08:29:50
 

 

병장 정영목 
  저도 대장장이-칼 시리즈 잘 읽고 있습니다. 
그런 스타일을 인디언 학살 외전에서 차용하고 싶은 욕심이 생겨요. 

그리고 머신즈 그린웨이도 기화님 퇴궁할 때 쯤엔 1권 분량 정도는 공개 연재할 수 있겠죠. (염장 아님. 후훗.) 2009-01-05
08:34:32
  

 

병장 이우중 
  헛. 흐름을 놓쳤어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야겠어요. 허허허. 
잘 읽겠습니다? 2009-01-05
19:58:23
  

 

상병 이석현 
  아 너무 재밌어요. 이걸 읽다보면.. 환상소설따윈 부끄러워지는,, 
진짜 재밌게 보고있습니다 2009-01-05
21:23:36
  

 

일병 송기화 
  어머 그 어마어마하고 까마득한 시간동안 어마어마하고 까마득한 분량 중에 1권 정도가 나오는 것이군요. 
뭔가 상대적이라는 개념을 제대로 깨우치는 기분입니다?! 2009-01-06
07:32:22
  

 

병장 정영목 
  동석// 전 마냥 좋은데요. 훗... 

우중// 과거 편들 중 어딘가에... 비문이 몇개 있는데 아이디 삭제 때문에 고치지도 못하는 실정입니다... 너그럽게 봐주세요. 

석현// 저도 환상소설 주인공 신청하고 싶었는데... 포기했습니다. 

기화// 그렇죠. 지난 2년과 앞으로의 2년은 하늘과 땅차이. 집필에 있어 2년은 너무나 짧게 느껴지네요. 2009-01-06
09:46:02
  

 

병장 이동석 
  헛, 뭔가 여유로운 영목님. (흐흐) 2009-01-06
14:33:23
 

 

상병 이석현 
  크고아름다우신분이라서..크크 2009-01-06
18:35:43
  

 

상병 이석재 
  왠지. C&C가 생각나는 느낌이지만... 이제 한편이라니요. 흑 2009-01-06
23:02: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