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머신즈 그린웨이 STATE 2-3  
병장 정영목   2008-11-18 16:28:51, 조회: 127, 추천:3 

역시나 늦었습니다. 한 번 뒤엉킨 발걸음은 험난하기만 하군요.
곧 일주일이 넘는 슈가가 절 기다리고 있는데......

뭐 그렇다고는 해도 저녁전까지 2부는 반드시 끝마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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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CS 아테네 주둔군의 임시 은신처는 비교적 한산한 분위기였다. 그들이 사령부로 삼고 있는 24번가의 어두운 지하 창고엔 스무 댓의 사람들이 심각한 표정을 맞대며 그들만의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들 주위엔 온갖 무기와 탄약, 지도가 가득했다. 모르는 이가 보기에도 수뇌부의 회합임을 눈치 챌 만한 분위기였다.

“모두 다 파괴했는가?”

“그렇습니다. 이로써 아파치 녀석들에게 넘어갈 전리품은 없습니다.”

“문제는 무기보단 사람입니다. 다들 지쳐 가고 있습니다.”

창고 중앙에 걸려 있는 초롱불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밖에선 전투가 한창입니다. 아군이 압도적으로 불리합니다.”

이에 제네릭 프레임 사의 한 간부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뻔한 일이지. 이미 발렌시아를 비롯한 대부분의 거점이 아파치에게 함락되었어. 아테네만 버텨서 무얼 한단 말인가? 전쟁은 사실상 끝난 것이야.”

ADA 사의 간부가 이를 되받아쳤다.

“흥. MDA 프로젝트가 뭐든지 다해 줄 것 같이 말하더니 이제 와서 그딴 소리요?”

“뭐야?”

두 간부가 서로에게 총구를 들이댔고 나머지 이들이 그들을 말리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누가 봐도 ‘끝’을 상징하는 광경이었다. 어떤 이가 큰 소리로 일갈했다.

“에란테 씨 보기가 민망하지도 않소? 여성의 몸으로 조금이라도 시간을 벌어 보려고 지금 밖에서 전투 중이오! 근데 우린 우리끼리 싸우고 있다니!”

좌중은 잠시 조용해 졌지만, 흥분을 가라앉히지는 못했다. BF 사의 간부가 냉소적으로 비아냥거렸다.

“영웅 나셨지. 중화막의 권위자라고 해서 끼워 줬더니 자기가 진짜 지휘관인 줄 알고. 어디서 세상 험한 줄 모르고 여자 따위가.”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우리가 정말로 끝났군. 저런 철지난 발언을 해도 아무렇지도 않다니…….”

“그렇소. 우리가 비록 패배했다고는 하나 스스로의 존엄성마저 내팽개쳐서는 안 될 것이오. 여성 차별적 발언은 삼가시오."

“쳇…….”

상황이 쉽게 종결되는 듯하자 지하 창고에는 적막 같은 침묵이 감돌았다. 허나 그것도 잠시, 다급히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한 전령이 창고로 뛰어들어 왔다. 뭔가 불안해하는 그의 모습이 모두의 마음을 다시금 동요케 했다.

“아군이 궤멸되었습니다. 모두 사망하거나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그리고 아파치 군이 시청을 점령했습니다. 도시 전체가 함락 직전입니다!”

“이미 예상했던 일 아니오? 싸움은 이제부터요. 우리가 곧 자의식 붕괴기를 가동시킬 것이오. 그렇게 되면 아파치 군은 한낮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오.”

수뇌부의 어떤 이가 침착하게 말했다. 물론 그의 손은 하염없이 떨리고 있었지만.

그때 누군가가 총을 집어 올리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연달아 수십여 개의 레이저 총이 에너지를 빨아들였다. 사람들이 급히 뒤를 돌아보니, 그곳엔 강경파 간부 수십이 다른 이들을 향해 총구를 겨누고 서 있었다. 주위를 지키고 있던 보초들도 이미 포섭되었는지 그들의 편을 들었다.

“끝내 이렇게 되는군.”

어떤 이가 결국 우려한 일이 일어났다는 듯 혀를 찼다. 이에 제네릭 프레임 사의 간부가 웃으며 되받아쳤다.

“무슨 말을 해도 좋다. 허나 우리는, 우리 UCS가 거대한 위협을 앞두고 패배주의적인 생각 따위로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안타깝지만 인류를 위해 그대들과 같은 심약한 이들은 청소될 필요가 있다.”

“너희들이야말로 인류를 약하게 만들고 있어!”

순간 한 정의 레이저 총이 불을 뿜었고 피가 사방으로 튀었다. 강경파의 다른 간부가 아무렇지도 않은 듯 말을 계속했다.

“그대들도 펠커스의 길을 따를 것인가? 아파치의 프락치?”

어떤 이가 되물었다.

“그것이 누명이었던 것을 우리가 아직도 모를 줄 아시오?”

또 한 번 조용히, 총성이 울렸다.

“지금 와서 우리가 살길 바라겠소? 살아 봐야 의미도 없지!”

“UCS는 2년 전에 끝났소. 이사회가 제네릭 프레임 사의 수족이 되어 버린 바로 그때부터!”

이렇게 하나 둘 차례차례 쓰러져 갔다. 어느새 마지막 한 사람이 남았다.

“그래……. 한 가지 물어나 봅시다. 이제 어찌할 거요?”

“우리는 이 전쟁을 계속할 것이다.”

“그게 말이 된다고 보시오? 미스트 행성의 20억 인류가 고통 받고 있소이다! 우리가 아파치를 배신하는 바람에!”

강경파 간부들이 배신이라는 말에 실소를 터트렸다.

“전쟁은 인류를 강하게 만든다. 당장은 잠시 힘들겠지만 시련을 통해 약자를 걸러내다 보면 이 지구를 탈환할 수 있을 만큼 강한 인류가 탄생할 수도 있겠지.”

대단히 빈정거리는 어투였다.

“……. 그것이 그대들의 마음가짐이었군. 기업주의도 모자라 이젠 전체주의인가.”

레이저 총이 조준되었다.

“난, 그대들과 함께 할 수 없소. 쏘시오.”

“우리가 옳다는 것을 곧 알게 될 것이다. 지하에서 지켜보도록.”

말이 끝나자마자 총성이 울렸고, 외마디 비명과 함께……. 모든 것이 끝났다. 창고 안엔 피 냄새와 기화 물질 냄새가 뒤섞여 모든 이들을 일종의 환각 상태로 이끌었다. 다들 몽롱한 눈으로 시체들을 바라보며 한동안 우두커니 서 있기만 했다.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이윽고 누군가가 말문을 열었다.

“탈출 수단은 확보됐습니까?”

“크레타 섬으로 넘어갈 잠수함이 준비되어 있다.”

“아파치 해군이 이미 주위 해역을 장악했습니다만.”

“문제없어. 그분이 우릴 보호해 주실 꺼다.”

그때 창고 바깥에서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전달되었다.

“큰일 났습니다. 아파치 군이 이곳으로 접근 중입니다. 아무래도 눈치를 챈 듯합니다.”

“뭐라고!”

주위가 순식간에 혼란스러워졌다. 다들 동요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침착해라. 누군가 밀고 하지 않은 이상 이곳을 발견하긴 힘들 것이다.”

‘밀고 했다면?’

모두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이들의 직감을 증명이라도 하듯 건물 위쪽에서 총격 소리가 들려 왔다. 잠시 후 전차 궤도 소리와 육중한 발자국 소리도 뒤따랐다. 창고 안 분위기는 점점 옥죄어 들고 있었다. 모두들 하나 둘씩 무기를 장전했다.

숨죽이고 기다리기를 수분 후, 창고 안쪽으로 연기가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연기는……?”

“전자기 가스로군…….”

절망감이 극도로 고조되었다.

“이대로 사로잡힐 순 없지. 모두 전투 준비하라. 우린 밖으로 나가 싸운다. UCS를 위하여!”

아주 잠시, 뭔가 미묘한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항복하자는 것이리라. 허나 그런 설득이 통할 이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 때문인지 그 순간은 길지 않았다. 그들은 최후의 항전을 위해 계단 위로 뛰어올라 갔다.

그러나 이미 밖에서는 아파치 군이 발포 준비를 마친 채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전투 로봇은 이들이 지상으로 나오자마자 일제 사격을 퍼부었고 곧이어 수십 발의 플라즈마 탄을 발사했다. 찢어질 듯한 폭음 소리가 요동쳤고, 이따금씩 비명 소리도 함께 울려 퍼졌다. 응사를 몇이나 할 수 있었는지는 아무도 모른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9:40:27 

 

병장 전승원 
  오오, 그토록 기다려 오던게 드디어 왔습니다. 2008-11-18
16:35:11
  

 

병장 이동석 
  아, 이렇게 하나 둘 떠나시는것 같아 왠지 울컥 2008-11-18
17:37:05
 

 

병장 이동석 
  아니, 벌써 울컥할때는 아니지만은, 한편 한편 보면서 이게 마지막이 아닐까 하는 마음졸임이 아슬아슬합니다. 그려. 허허. 2008-11-18
17:38:15
 

 

병장 이재민 
  영목씨 6기셨군요 
거목이 떠나는거 같아 아쉽.. 2008-11-19
08:34:38
  

 

병장 정영목 
  우리에겐 시즌2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나저나 시즌2에 대한 논의는 어떻게 결론난 것인지? 2008-11-19
08:46:04
  

 

병장 이동석 
  결론은 일단 자리를 만들고 만들어 나가자는 것이고-누군가는 오늘도 떠나가니- 
곧 보고 드리겠습니다. 일종의 삽질보고서- 2008-11-19
09:08:30
 

 

일병 주상환 
  방금 전에 처음부터 여기까지 다 정독하고 왔습니다! 

깔끔한 어체와 약간의 이미지 트레이닝 만으로도 전장의 이미지를 그려낼 만한 설명을 간결하게 표현하신 작가님의 센스!가 돋보이네요. 

지금 감동 받았습니다!(웃음) 

이 글을 게임화 시킨다면 판권은 저에게..(웃음) 2008-11-19
09:47:33
  

 

병장 정영목 
  주상환 님// 

부끄러울 뿐입니다. 재밌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8-11-19
09:55: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