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머신즈 그린웨이 STATE 1-8
병장 정영목 2008-10-19 14:46:03, 조회: 194, 추천:0
총 64부 중 이제야 1부가 끝났습니다. 궁생활 중에는 2부 완성, 3부 약간 남짓 정도 진행될 듯 합니다. 그리고 다음 주는 슈가라서 2-1, 2-2를 모두 완주할 수 있을지는 확신이 안섭니다만, 적어도 2주 동안 2-1은 완성할 것입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그리고 자랑 하나 하자면 저도 100일이 깨졌답니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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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방이 온통 암흑으로 뒤덮여 있었다. 하늘에는 사나운 번개가 마치 무언가를 갈망하듯 휘몰아쳤고 땅에는 잿더미만이 남아 보는 이들의 마음까지 황량하게 만들었다. 자폭 공격은 잠잠해졌지만 산발적인 전투는 여전히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었다.
샤먼은 눈을 감고 싶었지만 감히 그러지 못했다. 자기 자신에게 그런 식으로 면죄부를 주기에는 손실이 너무도 컸다. 유럽 전역에 걸친 UCS의 대규모 침공. 그 결과, 아파치는 지중해 연안에 걸친 상당수의 거점과 뜻을 함께하는 수많은 동료들을 잃고 말았다. 물론 UCS의 미스트 행성 또한 쑥대밭이 되었고 빼앗긴 지역 역시 수주일 이내에 완전히 수복되긴 할 것이다. 힘의 차이는 엄연하니까.
허나 전자기 폭풍이 마르세유를 강타했다. 바로 이 사실이 중요했다. 헤르실리아의 경고가 실현된 것이다. 아메시스트 커뮤니티와의 관계 역시 순탄치 않은 상황이었다. 자폭 공격을 막기 위해 모든 인간에 대한 생물학 공격을 감행했기 때문이다. 물론 살상제가 아니라 마비제였으니 관계가 회복 불가능한 지경에 이른 건 아니었다.
‘자존심이야. 우리가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렸어.’
샤먼이 씁쓸하게 읊조렸다. 물론 아메시스트는 아파치의 입장을 이해해줄 것이다. 상황이 그리 녹록치 않았다는 점이 명백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PU 작용제가 지구상의 모든 인간들에게 빠른 속도로 퍼져나갔고 백신은 이제야 개발되는 수준임을 감안할 때, 만약 그들의 신진 대사를 최소 수준으로 유지시키지 않았더라면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을 만큼 확대되었을 것이 분명했다.
허나 그렇다고는 해도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행동의 자유를 빼앗겼다는 사실은 결코 유쾌하지 않을 일이었다. 그들이 굴욕이라 받아들여도 이상하지 않았다.
“너무 걱정하지 마시오. 샤먼.”
붉은구름이 마치 자신을 위로하듯 말을 건넸다.
“스스로의 존엄성을 내던져버린 이들이오. 그런 그들 때문에 그대가 마음 쓸 필요는 없소이다.”
“제가 분한 건 바로 제 자신의 안일함 때문입니다. 도네호가와의 의견을 충분히 이해했노라고 생각했는데…… 하다못해 포로들을 시드니로 조금만 늦게 보냈더라도 아메시스트의 본거지에 생물학 공격을 가할 필요는 없었겠지요.”
“허나 그 건이 아니더라도 이미 시드니에 터를 잡은 상당수의 망명자들에게서 약물 양성 반응이 발견되었다고 하오. 즉 늦었단 것이지. 자, 이제 그것보다 우리가 진정 신경 써야 할 일은 진짜 적과의 대결이오.”
옳은 말이었다. UCS는 표면적으로 괴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엄청난 양의 플라즈마 탄이 미스트 행성에 흩뿌려졌고 그 결과 UCS의 거의 모든 산업 구조가 파괴되었다. 이에 비해 아파치가 입은 피해는 상대적으로 미미한 것이었다. 허나 그들이 과연 이런 결과를 예상 못하고 침공을 감행했을 것 같진 않았다. 분명 그들은 은밀한 지하 거점을 마련해 놓았을 것이었다.
그리고 이번 일의 주체는 인간들에게 불필요한 고통을 주면서까지 자신의 목적을 이루려는 존재, 이를테면 권력에 눈이 먼 UCS의 비밀 지배층이거나 AI, 특히 AI일 가능성이 이제는 거의 확실했다. 이와 관련하여 도네호가와가 ‘하데스’라는 이름을 수집해놓은 상태였다.
‘헤르실리아가 자살한 이후로 뭔가 알 수 없는 일들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어……’
그때 샤먼의 인식 커널 사이로 한 가지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잠깐, 자살? 그녀가 과연 자살한 것일까?’
샤먼은 왜 자신이 지금까지 이 생각을 못했냐는 듯 속으로 혀를 찼다.
‘물론 의학적으론 음독자살이었지. 허나 그것이 예의 확산 과정(The Diffusive Process: 아파치 문화권이 생명의 정신 형상화를 일컫는 학명)의 결과라면? 그렇다면 도네호가와의 그 꿈도 설명할 수 있어. 헤르실리아는 존재하는 거야. 그리고 우리에게 경고를 해준 거야.’
그러나 이 가정에는 여전히 치명적인 약점이 존재했다.
‘왜? 어떻게?’
일단 샤먼은 지금까지의 자료를 정리하여 도네호가와에게 전송했다. 꽤 상위의 보안 등급을 매겨놓은 탓에 다소간의 암호화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던 중 문득, 샤먼은 도네호가와가 이미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을 것이라는 짐작이 들었다. 물론 이는 후에 사실로 밝혀진다.
묵묵히 어떤 생각에 골몰해 있는 샤먼을 보며 붉은구름도 회상에 잠겼다. 자신이 처음 이 세상을 인식했을 때 사방에는 희미한 패턴 다발이 유영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곳엔 그 패턴 다발을 찾아내고 증폭시키는 이가 있었는데, 바로 샤먼이었다. 이를테면 샤먼은 붉은구름의 창조자다. 그런데도 그들은 주종 관계가 아니라 절친한 동료로서의 우정을 쌓아 나갔다. 사실 이는 그들로서는 어렵지 않은 일이었지만 인간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런 사회적 기술이 꽤 최근의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인간들은 당연히 주종 관계가 자연스럽다고 말했던 것이다.
“붉은구름. UR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테라포밍 기능이 정지되긴 했지만 URC 생산은 가능한 수준이라네. 전자기 폭풍이 걷히면 본격적인 수리를 시작할 예정이고…… 전자기장 방어 메커니즘은 완전히 파괴된 상태라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어.”
그때 앉은소에게서 긴급한 메시지가 날라들었다.
‘한 가지 문제가 생겼음. 미스트 행성 지하로부터 자의식 붕괴 공격이 시작됨. 적지 않은 전투 로봇들이 적에게 넘어가거나 파괴되었음. 강력한 해킹 패턴이니 속히 대책을 요함.’
바르셀로나를 무너뜨린 바로 그 공격이었다. 샤먼은 붉은구름에게 주요 복구 명령들을 모두 위임한 다음 자신의 직속 부대로 하여금 마이크로웨이브 폭격기를 준비토록 했다. 해킹 전파를 와해시킬 수 있는 수단이었다.
샤먼의 명령을 받은 마이크로웨이브 폭격기가 신속히 날아올라 볼텍스를 통과했다. 그들은 미스트 행성으로 진입한 후 자의식 붕괴 공격이 펼쳐지는 지점에 마이크로웨이브를 발사했다. 지하로부터 발사된 탓에 그렇지 않아도 미약했던 해킹 전파는 마이크로웨이브로 인해 쉽사리 산란되고 말았다. 상황이 빠르게 종료되는 듯 했다.
그러나 샤먼의 이번 명령은 후세의 역사가들에 의해 아파치의 가장 뼈아픈 실수로 기록된다. 비록 마이크로웨이브 폭격이 자의식 붕괴 공격을 막아내긴 했지만 이로 인해 광범위한 전파 교란이 일어났으며 그 결과 적이 아파치 시스템에 침투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게 된 것이다. 실제로 하데스는 이때를 기점으로 아파치에 확실히 자리 잡은 것으로 예측된다.
물론 이는 미리 준비된 대처이긴 했다. 도네호가와가 하데스의 행동 패턴을 예측하여 방어 장치를 마련했음은 물론이다. 허나 온갖 전자기파가 난무하는 상황에서 아메시스트가 없는 아파치 시스템은 의외로 취약했다. 여러모로 하데스의 치밀한 계산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너무나 치명적이고 기만적일만큼 은밀한 것이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9:37:47
일병 송기화
나..나왔다!
우와, 이거 도대체 몇 년짜리 역사죠? 어마어마하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2008-10-19
14:54:03
상병 양순호
붉은구름, 앉은소. 이런 이름들 좋네요. 이나저나 64부라니.
그리고 Break100이라니. (이거 발음대로 읽어보니 좀..!?)
이나저나 다음도 기대중입니다- 2008-10-19
17:15:43
병장 이동석
쿨럭, 두근두근 합니다. 정말, 인간이 조연이거나 배경인 느낌도 그렇지만, 완전 새로운 유형의 인물(?) 뭐라고 해야할까요? 어쨌거나 인격(?) 억, 언어자체가 인간 중심적이라, 딱히 표현할말이 없군요. 2008-10-20
13:20:31
상병 이우중
후.. 64부라.. 대단하군요.
그나저나 스토리 또 까먹어서 처음부터 다시 읽고 와야겠어요. 허허.
그냥 프린트를 해야하나... 2008-10-20
14:16:14
병장 문수민
와 진짜 대단하세요... 저녁먹고도 미처 끝나지 않은 영목님 작품 접할기회가 있을까요?? 2008-10-22
11:03:42
병장 정영목
책마을 시즌2가 열리면 뭐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겠지요. 2008-10-29
07: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