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머신즈 그린웨이 STATE 1-2  
병장 정영목   2008-09-03 16:15:56, 조회: 308, 추천:0 

군대 계급(대위, 중령)을 써도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썼습니다.

일주일에 2000자 가량을 공개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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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란테 대위. 진급을 축하하네.”

“감사합니다. 에드워드 중령님.”

UCS군의 알렉시아 에란테 대위가 사무적인 어투로 대답했다. 후덕한 스타일인 에드워드 중령이 쓴 웃음을 지으며 에란테의 어깨를 다독거렸다.

“소금 달팽이가 알레아(에란테의 애칭 – 저자 주)의 인간미마저 짜게 만들어 버린 모양이군. 하긴 그 후물거리는 젤리가 문제가 많긴 하지.”

“중령님. 소금 달팽이에 대한 모독은......”

“알고 있네. 적당히 하겠네. 허허. 자, 그건 그렇고......”

에드워드 중령이 너털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권했다. 에란테가 조금은 부드러워진 몸동작으로 손님석에 앉았다.

“이번 바르셀로나 침공 작전에서 우리 UCS군의 강화된 초능력이 큰 힘을 발휘했네. 자네를 비롯한 미스트 포인터들의 힘일세. 이제 곧 시작될 마르세유 침공 작전에서도 혁혁한 공을 세우리라 기대하고 있네.”

“모든 것이 수뇌부의 뛰어난 전략 때문이라 사료됩니다.”

에란테가 담담하게 말했다. 그러나 그 침착함도 그녀 내면의 강렬한 기운을 숨길 수는 없었다. 심원하고 이질적인 힘이 에란테의 붉은 머리칼 하나하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에드워드 중령이 의미심장한 눈으로 이 미묘한 변화를 지켜봤다.

“아파치는 곧 전자기장에 대한 거의 완벽한 면역성을 획득할 것일세. 게다가 아메시스트들이 미스트 행성 곳곳에서 방해 공작을 펼치고 있지. 우리 군은 소금 달팽이 생산 시설만큼은 철저하게 방어하고 있네만 기간 산업 각각에 일일이 대응하기엔 역부족일세."

"그러나 소금 달팽이에 의존하는 이상 아메시스트는 우리의 적수가 될 수 없습니다."

"그렇지. 그것이 이번 작전의 핵심 아니겠는가? 배신과 분열. 허나 그건 우리도 마찬가질세. UCS 이사회는 그 자체가 권모술수의 장이지. 특히나 이번 침공에 대한 이익을 두고 각 기업 간의 권력 쟁탈전이 치열하네. 누가 바닷물을 더 많이 약탈하는가? 중요한 문제지."

에드워드 중령이 손가락으로 탁자를 톡톡치더니 말을 이었다.

"제네릭 프레임 사가 이번 침공을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네. 장기적인 점령전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지. 마르세유를 뒤흔들면 우리가 유리해질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일세. 아니면……"

에란테는 이 친절한 아저씨가 미스트 포인터의 판단을 구한다는 걸 눈치채고는 이내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제가 보기엔 예의 MDA(Melt-down AI)를 실행하려는 것 같습니다. 그럴려면 아파치 시스템을 장기간 교란시킬 수 있는 점령지가 필요하겠지요. 하지만 전, 지금 우리 군의 역량으로는 더 이상의 확전은 무리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아파치 시스템을 변형시켜 인간에게 복종시키겠다는 그 구상이…… 이론적으론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뭔가 뜻하지 않은 문제를 일으킬까 걱정됩니다."

"MDA 프로젝트라… 그렇다면, 제네릭 프레임이 얻는 이득은?"

"UCS 이사회의 다른 기업들이 MDA 내부 매커니즘을 모르는 이상 그것에 의해 장악된 아파치는 전적으로 제네릭 프레임 사의 것입니다. 아파치를 장악하면 지구와 미스트 행성 모두를 장악하는 셈이니 그들이 열을 올릴만도 하지요. 전 점령전을 반대하지만 만약에 추진하게 되더라도 제네릭 프레임 사가 MDA 프로젝트를 공개하도록 요구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에란테는 자신의 말이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UCS는 철저한 기업국가였다. 기업주의에 반하는 제도는 음으로나 양으로나 용납되지 않았다. 에란테는 인류의 이러한 도그마적 집착이 아파치의 공포로 인해 증폭된 면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공포 또한 사실 허황된 것이었다. 아파치는 수십년 간 인류를 용인했다. 그들은 인류를 이 척박한 미스트 행성으로 내쫓긴 했지만 종족 말살 정책을 실시하진 않았으며, 오히려 극단적인 기아 사태 때는 식량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왜 인류는 아파치를 그토록 증오하는 걸까? 에란테는 의문을 가졌지만, 그녀 또한 곧 그 생각 자체를 잊고 말았다.

"조언 고맙네. 아직 확인된 건 없지만 설득력 있는 의견이군. 조사를 시작해야겠어. 바쁠텐데 시간 내어주어 고맙네. 그리고 다시 한번 진급을 축하하네."

"아닙니다. 중령님께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어 기쁩니다."

에란테가 거수경례를 올렸다. 그 살며시 웃는 모습에 에드워드 중령 또한 웃음으로 화답했다. 분명 타고난 아이다. 중령이 방문을 나서는 에란테를 보며 생각했다.

'허나…… 능력과 생존은 서로 별개의 이야기지……'

그가 작전 스크린 화면을 열었다. 그곳에는 유럽 전 지역을 향한 UCS군의 대대적인 침공 루트가 표시되어 있었다. 총병력 224만, 미스트 포인터만 3000여 명에 이르는 초대형 계획이었다. 에드워드 중령은 자신도 모르게 긴 한숨을 내쉬었다.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9:35:44 

 

병장 이동석 
  이런 소설에서조차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한다면, 그건 너무 한거라고 생각해요. 중령을 중령이라부르는게 뭐 나쁜가요. (흑) 2008-09-03
16:41:41
 

 

병장 이동석 
  그런데 질문입니다. 아파치라는 존재들은 정체가 뭔가요? 
인류를 미스트 행성으로 쫓아낸걸로 보아, 
미스트행성 출신도 아니고, 인류도 아닌것 같은데 

그렇다면, 인류는 그냥 백인들을 가리키는 말이고 
아파치는 인디언 부족? (비약비약) 2008-09-03
16:47:45
 

 

병장 이동석 
  역시 인간중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질 못했는지 저런 지적생물체가 인류가 아닐꺼란 생각을 하기가 힘든 것 같아요. 허허. 2008-09-03
16:48:29
 

 

병장 정영목 
  다음에 땜빵 글이 필요하면 각 인물과 세력에 대한 정리 글을 올리겠습니다. 하핫.. 

짤막하게 설명하자면, 

알렌 헤르실리아라는 과학자가 AI 샤면을 만들었고, 
아파치는 TQ 혁명을 위해 헤르실리아와 샤먼이 함께 구축한 체제입니다. 
혁명 후에는 기계 문명 그 자체를 일컫는 말로 쓰입니다. 

물론 아파치에는 아메시스트 커뮤니티라는 인류 집단과 지능화 된 동물 집단 또한 포함되어 있습니다. 2008-09-03
16:59:15
  

 

병장 이동석 
  두둥- 역시 그 AI였군요. 
인간보다 합리적인데다 평화적인 AI라니! 2008-09-03
17:27:55
 

 

병장 배상혁 
  영목님의 글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은.. 
"이거 돈 내고 사서 봐야되는 거 아니야?" 

..너무 잘 쓰십니다 
털썩 2008-09-04
02:17:38
  

 

병장 황인준 
  잘 보았습니다. 
이제 시작이라는 게 너무 좋네요. 
앞으로 읽을 거리가 무궁무진 하다는 사실! 
화이팅이요. 2008-09-04
08:21:05
  

 

상병 이동열 
  뭔가 주기적인 목표(?)를 영목님께서 제공해주셨네요(웃음) 

글 올라오기를 바란다면 시간이 훌쩍 가있겠는걸요? 2008-09-04
12:05:46
  

 

병장 이동석 
  음, 영목님 기수를 감안할때 
이 연재글의 마지막글이 올라와도 전 해를 넘겨야 집에 가는군요. (엉엉) 2008-09-04
13:24: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