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환상소설_4  
상병 이석현   2009-01-19 12:13:20, 조회: 139, 추천:1 

제 2장 자아(自我)
<서장>
옛날 옛날에 한 청년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청년은 부지런하고 성실했지만 나쁜 버릇이 한가지 있었는데, 바로 자신의 손․발톱을 자르고 나선 아무데나 버리는 것이었죠. 부모님은 청년에게 태우거나 한곳에 잘모아뒀다가 버리라고 했지만 청년은 ‘그럴 필요가 있냐’며 말을 듣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밭에서 일을 마치고 돌아온 청년은 깜짝 놀랐어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사람이 가족들과 둘러 앉아 밥을 먹고 있었기 때문이죠. 청년은 화가 나선 고함을 치며 그 청년에게 달려들었고 밥을 먹던 가족들도 놀라서 둘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한참을 다투던 둘을 보다 못한 청년의 어머니는 둘의 싸움을 멈춘 뒤 물어보았어요.
“누가 내 아들이냐?”
“제가 어머니 아들입니다”
“아니요 접니다”
어머니는 어렸을 때 청년이 입은 상처나 자신만이 알고 있는 청년의 점 같은 것을 꼼꼼히 살펴봤지만 도저히 둘을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자 이번엔 아버지가 나섰죠.
“작년 내가 심부름을 시켜 쌀 닷되를 꾸어온 곳이 어디냐?”
“아랫마을 김씨 아저씨네입니다”
“아랫마을 김씨네죠”
아버지는 자신이 시켰던 일들을 이것저것 물어보았지만 결국 둘을 분간해낼 수 없었죠. 그러자 이번엔 아내가 나섰습니다.
“작년에 제가 생신기념으로 드린 옥패는 어디에 보관하고 계신지요?”
“잘 기억이....”
“아마.. 그때 차다가 병풍 뒤에 흘린 뒤로 못봤으니 병풍뒤에 있을 것이오”
아내는 병품 뒤에서 옥패를 찾아 내고는 가짜 청년을 바라보며 외쳤습니다. 
“이쪽분이 제 남편이 분명해요”
청년은 졸지에 매타작을 당한 후 집에서 쫒겨나게 되었습니다. 한참을 터벅터벅 걸어가던 청년은 서러운 마음에 길가에 주저앉아 아이처럼 엉엉 소리내어 울었죠. 이 모습을 본 지나가던 노인이 청년에게 다가와선 무슨일인지 물었습니다. 청년은 훌쩍이며 그간 있던 일들을 노인에게 털어놓았어요. 청년의 말을 들은 노인은 한참을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
“내 생각엔 그 가짜 청년은 사념, 그러니까 길 잃은 사악한 영이 자네의 신체 중 일부, 예를 들면 손톱이나 머리카락에 깃들여 자네의 형상을 배낀 듯 싶네. 아니면 자네의 신체를 먹은 동물 - 대부분은 쥐지 - 에게 깃들어서 사념체가 되어 자네의 형상으로 변모했던가. 이대로 나두면 자네 가족들의 영을 훔치려 들걸세.”
“그럼 전 어찌해야 합니까?”
“음.. 사실 나는 성력사라네, 그 가짜가 직접적으로 사람을 사냥한 것이 아니라 이렇듯 술수를 쓰는 것을 보니 저급한 사념일지 가능성이 높지. 그렇다면 이 물건을 가짜에게 던지면 해결 할 수 있을 거네.”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
“잠깐, 아직 준다고는 하지 않았네, 이 물건은 일반사람에게 사용해도 위험한 것이지. 자네가 하는 말이 거짓이라고는 생각하진 않네만, 늙으니 노파심이 생겨서... 내가 자네를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는가? 자네가 자네라는 사실, 그러니깐 자네 스스로를 증명해보게.”
“하지만, 성력사님, 제겐 저를 믿어주는 가족도 친구도 없습니다. 있는 것이라곤 이 몸뚱이 하나뿐으로 가족에게조차 절 증명하지 못해 쫒겨났는데... 어떻게 제가 절 증명할 수 있겠습니까?”
“어쩔 수 없네, 나도 갈길이 바뻐 직접 가볼 순 없으니...”
머리를 감싸고 고민하던 청년은 잠시 후 노인의 귀에다 대곤 뭐라고 속삭였습니다. 노인은 껄껄 웃고는 청년에게 조그만 호로병을 건네주었죠. 청년은 다시 집으로 가선 대청마루에서 자신을 노려보는 청년에게 호로병을 던졌습니다. 그러자 커다란 호랑이가 호로병 안에서 뛰쳐나왔고 청년은 화들짝 놀라선 쥐로 변해 도망가기 시작했죠. 호랑이는 요리조리 도망치던 쥐를 결국 잡아 먹고선 연기처럼 사라졌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가족들은 청년을 끌어안곤 눈물을 흘리며 미안하다고 말했고, 청년은 나쁜 버릇을 고치곤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끝-

<자아_1>
청와(靑瓦)가 길게 늘어뜨려저 있는 고풍스러운 집, 분명히 저 기둥은 나무 중에 가장 비싸다는, 철목으로 만들어진 것이 분명하리라. 철목은 커다란 궁궐이나 제단을 지을 때만 사용하는 특별한 나무로, 나무자체가 워낙 단단하고 질길 뿐만 아니라, 가공시 특별한 약품처리를 하면 마치 철기둥을 밖은 듯한 은은한 묵색 빛깔이 나 보기에도 좋고 성능도 좋은 최상급의 목재다. 또한 그 생산량이 적고 약품처리에 필요한 약재들의 가격이 만만치 않기 때문에 철목을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부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이 시대 최고의 명품(名品) 자재(資材)라 할 수 있다. 동슥도 한때 서점 증편공사를 하면서 철목을 사용해볼까 했으나, 단지 서점 입구 양쪽 기둥만 철목을 사용하려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이 동슥의 연간 수입과 맞먹을 정도로 비싼지라 차라리 본인이 두팔로 문을 바치겠단 생각이 들어 포기했었다. 철목으로 만든 대문을 지나가니 수양버드나무가 은은한 향을 뿜고 있는 단아한 정원이 나온다. 작은 연못에 길게 늘어뜨린 수양버들을 보자니 정갈한 정원이 보는 사람의 마음마져 단아하게 만들어줘 주인의 성품을 짐작케 한다. 전에 보았던 누군가의 정원과는 크게 비교되는 모습이었다. 연못에는 커다란 잉어가 금빛 비늘을 뽐내며 유유히 헤엄치고 있는데, 이 또한 구하기 힘들다는 황금잉어가 분명하다. 이 황금잉어는 드문 확률로 태어나는 흰수염 잉어와 황잉어가 교배하여 또한 드믄 확률로 태어나는 것으로, 그 맛과 영양분이 천하 일품으로 알려져 있어 보는 동슥의 입안에 침이 돌게 만든다. ‘저거 한 마리 잡아 폭 고와먹으면 불로장생한다던데...’라고 생각하며 자기도 모르게 연못으로 다가가다 무준에게 질질 끌려가는 동슥은 애써 아쉬운 시선을 거두며 물었다.
“저.. 무준형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는데 그냥 돌아가는건...”
“니 머리위에 저걸 보면서 그런 말이 잘도 나오는구나. 닥치고 따라와”
단번에 타박을 먹은 동슥은 무준에게 이끌려 집안으로 들어가면서, 집안에서까지 머리 위에서 둥둥 떠다니는 부적을 보고선 큰 한숨을 쉬었다. 마치 자신을 약올리는 듯 하늘거리고 있는 저놈의 부적, 잘못하면 저 부적 한 개 때문에 전재산이 거덜나게 생겼다고 생각하니 역시 무당이란 놈들은 상종할 것이 못된다. 그러고 보니 요즘 참 이상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평생 한번 마주치기 힘들다는 ‘진짜’ 무당을 며칠새 벌써 두 명이나 본 것이다. - 물론 첫 번째 녀석이 진짜 무당이라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었지만(적어도 동슥의 기억속에서), 동슥에게 그런것은 중요치 않다 - 자신에게 잡귀가 붙은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이번일이 끝나면 용한 무당에게라도 찾아가 부적이라도 한 장 써달라 할까 생각하는 동슥이었다. 그러다 문득, 첫 번째 무당 녀석이 바가지 씌우며 팔았던 책이 아직도 품속에 있단 사실이 생각났다. - 실제론 거의 값을 받지 않았지만 지금 동슥의 머릿속엔 무당=나쁜놈 이란 공식이 기정사실화 되가고 있다 - 이 책을 받은 후로 되는 일이 없었다. 맞선부터 시작해서 오늘 꿈에도 그리던 무준을 만난 것까지. 물론 무준이 목숨을 걸고 자신을 보고해주는 장면을 본 것은 죽어서도 기억할 아름다운 추억이지만 그 대가가 자신의 전 재산이라면 사양하고 싶다. 역시 이놈의 책이 문제라며 동슥이 무의식적으로 품속에서 책을 막 끄내려하는데 낯선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침부터 잠이 몰려오는게 이상하다 싶더니 낯선분들이 방문하셨습니다”
중후한 음성. 연륜과 안정감, 그리고 그 안에 숨겨진 강한 힘이 느껴진다. 단지 평온하게 말을 걸었을 뿐인데 이정도 기세라니, 그 숨겨진 힘이 얼마나 대단할지 예측조차 불가능하니 괜히 비공식적인 이 시대 최강의 성력사라 추정되는게 아니다. 이정도의 인물이라면 분명 금은보화를 박은 옷에 보석을 주렁주렁 걸치고 머리는 길고 단정하게 빗어넘긴뒤 근육으로 가득찬 팔을 들어낸 채 인자한 얼굴로 맞아줄거라 생각했건만...
“뭘 그렇게 낯뜨겁게 쳐다보십니까?”
똑같은 음성에 똑같은 기세건만 그의 모습을 보니 도저히 압도당할래야 압도당할 수가 없다. 하얀색 아랫가리개만을 걸친 채 맨몸으로 보기만 해도 푹신함이 밀려오는 침상에 누워선 왼손으론 턱을 괴고 오른손으론 코청소를 하고 있는 저 청년... 두다리를 꼬아서는 까닥거리며 하늘을 향한 채 한쪽발가락으론 다른쪽 발다닥을 북북 긁으며 새파랗게 젊은 남자가 동슥과 무준을 심드렁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계속 그렇게 쳐다보고만 있으면 부끄럽습니다만?”
코를파던 손으로 침상옆에 놓인 당과를 집어먹으며 청년이 말했다. 이건 도저히 못봐주겠다. 동슥과 무준은 불쾌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며 사내를 곁눈질 했다. 이럴 때 남자가 좀 나서주면 멋있으련만, 동슥에게 그정도 눈치를 바라는 건 무리다. 결국 무준이 약간은 꺼림찍한 얼굴로 나서서 물었다.
“쉬는걸 방해해서 미안합니다만, 저희는 급한일로 바라매님을 찾고 있답니다. 혹시 어디있는지 알고 계신지요?”
“바라매는 무슨 일로 찾으시는지 모르겠습니다만, 그냥 돌아가는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분은 상당히 번거로운 걸 싫어하시기 때문에... 두 분의 행색을 보아하니 뵙는다 하여도 그다지 도움은 안될 것 같군요.”
“바라매님의 성정은 저도 익히 들어 알고 있답니다. 저는 바라한의 막내제자이고 이쪽은 서촌의 주인이신 동슥이죠. 어떤 사악한 무당에게 당한 저주를 풀고자 하니 부디 안내해 주시기 바랍니다”
“서촌이라면 꽤나 큰 서점이긴 하지만... 예 좋습니다. 미리 말하지만 바라매님은 정당한 노동엔 정당한 대가를 바란답니다. 근데 저주라면 저기 허공을 떠다니는 부적쪼가리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예, 맞습니다. 괴이한 성정의 무당이 걸어놓은 것이죠.”
“상대가 무당, 그것도 미X놈이었다면 저런 종이쪼가리나 놔두고 갈 리가 없는데, 뭐 그건 알바가 아니지만. 바라한님의 제자께선 어쩐 일로 저분과 함께 오신 겁니까? 혹시 바라한님의 심부름?”
“제가 지나가는 길에 우연히 이분을 구해주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인연이 되어 이를 풀 사람은 바라매님 뿐이라 생각해서 이곳을 찾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뭐 상관은 없지요.”
느긋하게 몸을 일으킨 청년은 코청소를 하던 손으로 딱 소리나게 손가락을 튕기곤 하품을 거하게 한번했다. 다시 발라당 뒤로 드러누운 청년은 침상위에서 수영이라도 하듯 온몸을 허우적거리며 말한다.
“해결 됐으니 내일까지 서촌의 소유문서를 보내주시면 됩니다. 행여나 떼먹을 생각은 마세요”
이게 뭔 소린가 해서 머리 위를 보니 아니나 다를까 동슥의 그림자마냥 머리 위를 따라다니던 부적이 길 잃은 새끼오리마냥 갈 곳을 잃고 나풀거리다 이내 바닥으로 떨어져선 먼지로 변한다. 손가락 한번 까닥하고 없애버리다니, 여기 오는 동안 전전긍긍했던 동슥과 무준으로썬 기가 찰 노릇이다. 아니 동슥은 아예 넋을 놔버렸다. 그는 자신의 전 재산을 걸고 목숨을 지키는 일이니 만큼 최소한 엄청난 규모의 제사와 호화로운 행사를 기대했다. 그래야 서촌을 뺏기더라도 자신은 유명인이 될 것이고 다시 재산을 모아 결혼도 하고 알콩달콩 살 것 아닌가? 어쩌면 유명세를 이용해 재산을 불리다보면 자신에게 호감(?)을 갖고 있는 무준이 시집올지 어찌 아는가?
“미친소리! 네가 한게 뭐가 있다고!? 손가락 한번 튕기고 서촌의 소유권? 그게 얼마짜린지 알아? 이놈 내가 누군지 알고. 안되겠다, 네놈이 뭘 알겠느냐, 당장 바라매님께 안내해라. 내가 친히따지겠다.”
정말 보통사람만 되더라도 이쯤되면 이 청년의 정체를 눈치 챌 것이건만 오늘 내내 경황이 없던 동슥은 평소라면 약사빠른 눈치로 알고도 벌써 알았을 사실마저 간과한 채 - 무엇보다 전 재산을 잃는다는 압박감이 그의 정신을 반쯤 나가게 한 듯하다 - 청년에게 막말을 해댔다. 물론 이 모습을 지켜본 무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리며 ‘이 멍청한 놈’을 떠올렸음은 말하지 않아도 상상할 수 있을 것이다. 동슥의 반응이 의외였던 것은 청년도 마찬가지였는지 - 그러고 보면 동슥은 참 상대방이 예상치 못한 행동을 잘하는 듯 하다 -멍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피식 웃고는 자세를 고쳐 앉으며 말한다.
“동슥님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재주가 있으시군요. 좋아요. 정식으로 소개하겠습니다. 제가 바로 정영목, 흔히들 바라매라고 불리는 자입니다. 자, 뭘 따지겠다는 것인지?”
자세만을 고쳐 앉았을 뿐이지만 바라매에게서 풍기는 존재감은 어마어마하게 커졌다. 그야말로 크고 거대한 남자다. 일반적으로 ‘힘’을 사용하는 자들은 이름을 잘 밝히지 않음에도 본명을 밝혔다는 것은 그만큼 진심이거나 자신이 있다는 뜻이니, 영목이라는 본명을 밝힌 바라매의 의도는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자신과 동등하게 동슥을 존중해 주거나...
‘이 인간, 엄청난 기세다. 화났나?’
무준은 자신도 모르게 허리춤에 검을 뽑으려 하는 오른손을 간신이 진정시켰다. 저 엄청난 기세라니, 자신의 스승인 바라한도 이정도는 아닐 것이다. 비공식적인 최강자는 괜히 붙은 별명이 아님이 분명하다. 아마 저런 옷차림만 아니었다면 공식적인 최강자로 불렸을지도 모른다. 무준은 기세에 놀라 그 충격으로 떨고 있었지만 동슥은 다른 의미로 충격 받고 있었다.  동슥은 어찌된 일인지 바라매의 기세를 거의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덕분에 다른 잡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울 수 있었다. ‘바라매가 이런 자였다니! 팬티만 입고 침상에서 뒹구는!’ 분명 바라매 정영목은 크고 거대한 자임이 분명했다. 자세만 고쳐 잡는 것으로 왠지 모르게 위화감이 들정도로, 하지만 저런 옷차림으론... 분명 저자는 변태가 분명하다. 아니, 가만 생각해보니 손가락만 튕겨서 부적을 없애다니 말이 안되지 않은가. 바라매를 사칭하는 사기꾼이 분명하다. 변태 사기꾼. 아까 그놈과 한패일지도 모른다.
“영목? 바라매님이 그런 평범한 이름일 리가 없지. 지금까진 바라매라 하면 사람들이 지레 겁먹고 생각대로 해줬을지 몰라도, 이 동슥님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사람이 아니라고. 네놈이 바라매라면 증거를 보여보지그래!”
“증거라고요?”
“그래, 아니면 증인이라던가, 네놈이 바라매라는걸 내가 믿으라고? 사기꾼자식!”
“그걸 말이라고!”
일순간 바라매는 멍해졌다. 자신은 당연히 바라매, 정영목이다. 내가 나라는걸 증명하라니! 처음에는 기막혀 하던 바라매였지만 일순간 깊은 생각에 빠졌다.
나는 정영목, 평범한 부모님 슬하에서 태어났으나, 소멸자의 잔재들로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양부모를 잃었다. 고아가 되어 떠돌던 와중에 운이 좋게 저명한 성력사의 제자로 들어가 신과 성력술에 대해 배우고 독립하여 수행을 하던 와중에 바라한을 만나 인연을 맺곤 의형제를 삼게 되었다. 바라한과의 인연을 계기로 정착하여 살면서 소일거리로 이것 저것 한 일들이 입소문을 타 꽤나 이름이 알려져 명성을 쌓게되자, 주변사람들이 보내는 존경어린 시선을 느끼고, 바라한의 형 바라매가 아닌 바라매의 동생 바라한이라 불리기 시작하면서 점점 자부심과 자긍심 또한 강해졌다. 그렇다 내가 바로 정영목, 하지만 정영목은 누구인가, 바라한의 의형? 성력사? 스승의 제자? 타계한 부모의 자식? 내가 나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어째서인가. 지금까지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나는 나일뿐. 하지만 내가 나라는 확신이 어디서 나오는 거지? 무당들의 사악한 술법 중에는 사람의 기억을 조작하는 수법이 있다고 하는데, 내가 그것을 당하지 않았다는 보장은 어디있는거지? 바라한이 나를 속이고 있다면, 내 주변의 모든 것이 거짓이라면, 아니. 내가 진짜 바라매가 만들어낸 ‘분신’따위에 지나지 않는 존재라면, 분명 나는 날 증명할 증거라던가 증인은 없다. 아니, 그따위 것들 따위.. 마음만 먹으면 조작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일하게 날 지탱하는 것의 나의 기억(記憶). 나의 기억속의 나는 어떠한가. 마물을 증오하고 약자를 보호하는 것을 사명이라 생각했지. 지금은 어떤가. 일신의 안락함이 주는 달콤함에 물들어 모든 일을 등한시한 채 하루하루를 허송세월한다. 가끔 나에게 부탁하러 오는 자들, 그들조차 멀리한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나는 정영목, 크고 아름다우며 강한자다. 이는 단지 강한 육체만 가지곤 될 수 없다. 그 힘에 어울리는 강한 정신력과 높은 기상이 필요하지. 나는 지금 강한 육체만을 갖고있을 뿐. 지금의 나는 단지 강한자일 뿐이다. 그렇다면 나는, 지금의 나는 누구지.

------------------------------------------------------------이하 덧------------------------
하하, 오랜만에 뵙습니다. 안녕하신지요.
드디어 4화군요.
파트 1 '인연'에 이은 파트2 '자아'입니다.
우리의 주인공 동슥의 역활이 본격적으로 돋보인다고나 할까요...(사실별로 하는 건 없지만)
파트 1 첫부분인 '동슥의 무당화'는 파트 2가 지나면 맞닥드릴것 같네요
각각의 파트마다 주제를 담고 뭔가 하고싶은말을 적어보려하지만... 제대로 전달될지는 미지수 입니다. 글쓰기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요(울음) 물론 저는 '아마츄어'기 때문에 단지 최선을 지향할 뿐입니다. 
매번 글을 쓸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글을쓰면 너무 재미있습니다. 특히 이런 '연재물'일 경우엔 머릿속으로 그림그리듯이, 대충이나마 정해논 스토리를 따라 쓰는 거라서.. 더욱 흥미진진하죠. 아 재밌어요 재밌어. 그래서 요즘 '연재물'들이 늘어나는 현상이 보이는 건 아닐까... 추측해보는 아작(아마 작가의 줄임)입니다. 하지만 아작은 개인적으론 연재물을 잘 안보기 때문에..(유일하게 보던 머신스~~~가 끝나버린듯하죠 으헝) 다른분들의 글을 감상할 기회가 없었네요.
요즘은 베베 의 '신'이란 책을 읽고 있습니다. 이책을 읽고 글을 썼다면.. 어쩌면 더 멋있는 세계가 나왔을 수도 있겠더군요. 뭐 항상 베베의 책(파피용, 개미 등)을 읽으면 하는 생각이긴 하지만.. 저도 저런 멋진 세계를 한번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분명 엄청나게 머리아픈 공부를 해야겠죠?(울음)

제 글은 베베의 글들에 비하면 보잘 것 없지만, 그래도 열심히 꾸민 세계랍니다. 이 세계에서 잠시나마 함께 더불어 즐기다 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럼... 다음화에서 만나요.

리플은 센스라죠 아마? 
 
 

 

댓글 제안 
  유익한 글과 말은 글쓴이와 본인 모두에게 행복을 가져다 줍니다. 2009-01-28
18:42:25 

 

병장 이동석 
  푸하하하, 그 질문 하나에 거의 패닉상태에 빠져버린건가요, 난 누구지? 여긴 어디지? 낄낄, 일종의 철학 공격-인 셈인가. 

여전히 재밌군요, 흐흐, 서두에 나온 전래동화도 뭔가 센스 작렬이시고, 기분 좋게 읽고 갑니다. 흐흐. 2009-01-19
13:19:28
 

 

일병 송기화 
  멍- 저것이 바로 머신즈 그린웨이에 나왔던 ID공격인가요 크크크. 
자아가 붕괴되었습니다. 크크크크 2009-01-19
13:21:47
  

 

병장 이동석 
  [머리를 감싸고 고민하던 청년은 잠시 후 노인의 귀에다 대곤 뭐라고 속삭였습니다.] 

뭐라고 속삭인건지 궁금하군요. 흐흐 2009-01-19
13:39:23
 

 

상병 이석현 
  모두가 복선일 뿐입니다. 응컁- 
단순히 '내가 누구지'라는 질문에 패닉을 일으켰다기보다는- 
스스로를 성찰한다고나 할까요-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등장인물이 범인이 아니기 때문일 수도 있지요. 
어쨋거나 정영목은 초인이니까요- 크고아름다운- 

아무튼 결론적으로... 가까운 시일내에 나오지 않는 스토리라인 전체의 복선을 깔고싶답니다. 으허 2009-01-19
13:44:57
  

 

상병 이석현 
  아참, 정영목님의 출현은... 저녘드시기 전의 깜짝선물쯤이라고 해두죠. 비록 팬티만 입고 있지만요. (웃음) 2009-01-19
13:52:41